소설리스트

군사 연예인이 되다-136화 (136/236)

#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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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로 나간 수빈은 수기집결진을 조심스럽게 해제하고, 진 한가운데에 놓인 그릇을 집어 들었다. 그런 후 오른손 약지로 그릇 안의 황금색 액체를 한 방울 찍어 먹어 보았다. 잠시 후 단전에서 미약하게나마 열기가 피어오르는 걸 느낀 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뽑혔군. 이 원액을 일반인들이 그냥 그대로 먹으면 양기(陽氣)가 넘쳐 흘러 설사하기 십상(十常)이지.'

수빈은 원액을 정확히 삼등분하여 20리터짜리 물통 3개에 조심스럽게 나눠 담은 뒤, 잘 섞이도록 물통을 들고 세차게 흔들었다. 그런 다음 부엌에서 새로운 동충하초를 들고 와서 수기집결진을 새롭게 쳤다.

아침을 챙겨 먹고 준비를 모두 마친 수빈은 매니저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3개의 물통을 엘리베이터에 싣고 1층으로 내려갔다. 매니저와 함께 물통을 모두 밴에 실은 뒤 수빈은 밴에 올라탔다.

"수빈아. 저게 다 뭐냐?"

"보약입니다. 제가 비전의 방법으로 달인 거죠."

"그래? 근데 저걸 왜 차에 실었어? 보약이면 네 집에다 놓고선 두고두고 먹지."

"좀 나눠주려고요. 형님도 한통 가져가세요."

"응? 나도?"

"네. 형수하고 둘이서 나눠드세요."

"나랑 천이 엄마랑 아직 보약 먹을 나이가 아닌데.."

아직 젊은 탓에 어딘지 귀찮은 티를 내며 시큰둥한 매니저의 반응에, 수빈은 피식 웃으면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꺼내 들었다,

"남자 정력에 좋습니다."

매니저가 숨도 안 쉬고 대꾸했다.

"어떻게 먹으면 되는 거냐?"

"빈 종이컵 있죠? 거기에 가득 담으면 200ml 정도 되거든요. 거기에 너무 가득 붓지 마시고, 적당히 마시기 좋게 부으셔서 하루에 딱 한 컵. 주무시기 전에 한 잔씩만 드시면 됩니다.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안 좋으니까 하루에 한 잔이 정량입니다. 그리고 애기한테는 절대로 먹이면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나눠 주셔도 안되고요. 그것만 지키시면 됩니다."

"오케이. 쉽네. 알았어."

"두 분이 드시니까 다 드시려면 두 달 정도 걸리겠네요. 그때쯤 제가 다시 만들어 드릴게요."

"나야 그래주면 고맙지."

잠시 후 YK 사옥에 도착한 수빈은 매니저가 가져온 카트에 물통을 싣고 사장실로 올라갔다. 가볍게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30대 초반의 단정한 스타일의 여성이 자리에 앉아 있다가 수빈을 보고 벌떡 일어섰다.

"어머. 안녕하세요. 강이사님.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김비서님. 사장님 안에 계시나요?"

"네. 지금 혼자 계시니까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수빈은 사장실 안으로 카트를 끌고 들어갔다. 어딘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던 박사장이 수빈을 발견하고선 급히 전화를 끊고 수빈을 반겼다.

"어서 오게나. 강이사."

"안녕하세요. 사장님."

"앉게나. 강이사. 조금 있다가 강이사 계좌로 550억이 들어갈걸세. 법적인 문제나 세금 문제들을 깔끔하게 처리한 돈이라네. 정산이 끝나는 대로 바로 입금될 거야."

"감사합니다. 제가 문자로 부탁드렸던 2천만원은 제하셨나요?"

"자투리 금액들은 그냥 내가 알아서 적당히 처리했으니 신경 쓰지 말게나. 그런데.. 저게 뭔가?"

박사장이 수빈이 들고 온 물통을 손가락질하며 물었다. 수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장님과 허이사님, 두 분이 간절히 원하시던 보약입니다."

"오오.."

강사장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카트 쪽으로 걸어갔다. 물통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박사장이 말했다.

"색깔이 노랗군. 생각보다 양이 많은데?"

"드시기 편하시게 음료수 형태로 만들은 겁니다. 하루 2번 드시면 됩니다. 종이컵으로 자기 전에 한 잔, 아침에 일어나서 한잔해서 하루에 2잔 드시면 됩니다. 더 이상 마시면 오히려 역효과를 봅니다."

"복용법은 쉽구먼."

"한 3일 정도 지나면 자고 일어났을 때 몸이 가뿐해지는 걸 느끼실 겁니다. 일주일 정도면 몸에 활력이 돌고, 열흘 정도 드시면 정력이.. 이거 제가 꼭 약장수가 된 기분이네요."

"그럼 두 통 다 내가 들고 가면 되는 거지?"

"아니죠."

수빈의 대답에 박사장이 목을 획 꺾어 수빈을 째려보며 물었다.

"왜?"

"허이사님도 한통 드려야죠."

"에잉. 그런 오입쟁이 놈이 처먹기엔 약이 아까운데.. 알았네. 내가 연락을 해서 가져가라고 하지. 그럼 지금 한잔해봐도 되겠는가?"

"네. 지금 한잔하시고 오늘 저녁에 주무시기 전에 한잔하시면 될겁니다. 그리고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주의사항?"

"네. 이게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 앞으로는 한 달에 한통 정도 밖에 못 만듭니다. 이번에 가져온 거 다 드시고 나면, 한 통을 가지고 매달 허이사님이랑 절반씩 나눠서 드시면 딱 맞을 겁니다. 괜히 다른 사람 줬다가 모자란다고 저보고 더 달라고 조르셔도 소용없습니다. 그러니 절대 다른 사람에게는 주지 마세요."

수빈의 주의에 박사장이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 귀한  왜 남을 주나? 나 먹기도 모자라네.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말게. 일단 한잔 빨리 먹어보자고."

박사장이 허이사에게 전화를 거는 동안, 수빈은 사장실을 나와 김비서에게 종이컵을 얻어와서 한 잔을 넉넉하게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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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송경호 외전(外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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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시각.

홍대 입구 쪽 어울마당로에서 한 블록 떨어진 원룸촌의 한 방. 송경호는 어젯밤 회식 때 마신 술로 인해 평상시 보다 늦은 시각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한 달간 계속되었던 중견 가수 태봉아의 콘서트에 백밴드로 참여했던 그는, 어제 콘서트가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끝마친 기념으로 가졌던 뒤풀이에서 지나치게 과음을 한 탓이었다.

올해 막 서른을 넘긴 송경호는 비몽사몽간에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비척비척 걸어갔다. 눈을 비비며 양치를 하던 송경호는, 어젯밤 회식자리에서 자신의 15년지기 친구이자 음악 동료인 베이시스트 오정호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이야. 역시 오정호야. 실력이 녹슬지 않았어."

"그러냐? 고맙다. 칭찬해줘서.. 네놈 기타도 아직 쓸만하더라."

둘이서 눈을 마주치고 들고 있던 소주잔을 부딪힌 후 원샷을 때렸다. 송경호가 오정호에게 술을 따르며 말했다.

"뭐 우리 둘 다 이제 서른 아니냐. 이제부터 한창때라고 볼 수 있지."

"근데.. 베이스 자리가 콘서트 막날에 갑자기 왜 빈 거야? 성질 더러운 너랑 싸우고 때려치우기라도 한 거냐?"

"야. 학교 다닐 때랑 달라. 나도 성질 많이 죽었어. 베이스 치는 친구가 어제저녁에 갑자기 모친상을 당했어. 그래서 나도 어젯밤에 상갓집에 다녀왔다고. 급하게 자리가 비는 바람에 너에게 연락했지."

"그랬냐? 챙겨줘서 고맙다."

"친구 좋은 게 뭐냐. 그리고 이 바닥에서 베이스 하면 역시 오정호 아니겠어."

"그래그래. 리드 기타 하면 역시 송경호지."

둘이서 서로 칭찬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송경호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근데, 아까 너 전화받던 건 뭐냐? 통화하면서 배실배실 쪼개고 있던데.. 애인이라도 생긴 거야?"

"이놈이 뭔 개소리야? 내가 결혼한 지가 6년이 넘었는데 애인은 무슨.. 애가 6살이라 유치원 다니고 있다."

"그걸 누가 몰라? 너 사고 쳐서 우리들 중에서 제일 먼저 결혼했잖아. 그래도 그 덕에 제수씨가 부지런히 돈 모아서 전세도 제법 괜찮은 곳에서 살고 있다며? 난 아직도 쪽방 같은 원룸 신세다. 설마.. 아까 제수씨랑 통화한 거야?"

"맞다. 네 형수랑 통화했지."

"형수는 무슨.. 제수씨랑 통화하면서 그렇게 즐거워했던 거야? 너희들은 아직도 그렇게 뜨겁냐? 난 네가 하도 좋아하길래 어디 꿍쳐둔 애인이랑 통화라도 하나 했지."

"오늘 전세 재계약을 했거든. 그거 잘 끝났다고 와이프가 전화한 거였어."

"전세 재계약?"

"다다음 달이 전세 만료였는데, 며칠 전에 집주인이 연락이 와서 갑자기 전세금을 3천만원을 더 올려달래. 전세금을 못 내겠으면 다달이 월세를 내거나 아니면 집을 빼달라고 말하더라고."

"집주인이 돈독이 올랐네. 그랬는데?"

"이사를 갈까도 고민을 해봤는데.. 전세 구하기도 힘들고 애 유치원도 잘 다니고 있어서 이사 가기는 힘들겠더라고. 그래서 3천 더 올려주기로 했다. 그거 계약 잘 마쳤다고 연락이 온 거였어."

"이야. 제수씨가 알뜰하다더니.. 돈 좀 모아놨나 보다? 3천씩 턱턱 내는 거 보니. 설마 대출받은 건 아니겠지? 아니지. 그랬으면 네놈이 그렇게 웃으면서 통화할 리가 없겠지. 제수씨가 너 몰래 제법 많이 모아놨구나?"

"모아놓긴 뭘 모아놔. 연주자가 벌어봐야 얼마나 번다고.. 네놈도 잘 알잖아."

"그런데 어떻게 3천씩 올려주냐?"

오정호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얼마 전에 내가 목돈을 좀 벌었지."

"어떻게? 로또 2등이라도 당첨된 거야? 1등이었음 집을 샀을 테고.."

"앨범 작업에 참여했지. 그걸로 돈 좀 벌었어."

오정호의 말에 송경호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들고 있던 술잔을 테이블에 세게 내려치며 말했다.

"이놈이.. 야! 지금 누구 앞에서 약을 팔아! 앨범으로 연주자가 뭔 돈을 벌어? 그것도 일이백도 아니고 몇 천을.. 한국에서 앨범이 잘 팔려봐야 십만 장? 정말 많이 나가면 삼사십만 장 정도 되려나? 그런데 네가 돈을 몇 천을 벌었다고? 뻥치고 있네."

흥분하여 큰 소리를 내는 송경호를 쳐다보며 오정호는 느긋한 얼굴로, 자신이 들고 있던 술잔을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 부드럽게 반쯤 꺾은 다음 말했다.

"내가 알기론 앨범이 현재 삼백팔십만 장 정도 팔렸을거다."

이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린가 쳐다보는 송경호를 보며 오정호가 말을 이었다.

"일본에서 말이다. 한국말고."

"...일본."

"그래. 일본. 앨범이 장당 7천원인가 8천원인가 그러니까 대충 계산해도 300억원 정도의 물량이 팔려 나갔지. 얼마 전 데뷔한 뮤란의 싱글 앨범 [라퓨타] 말하는 거다."

"아. 라퓨타. 그 앨범이 일본에서 잘 나간다는 이야기는 얼마 전에 들어봤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네가 몇 천을 번다는 건 말이 안 되는데? 몇 백이라면 또 몰라도.."

"작사가 겸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양반이 연주자들에게 지분을 많이 줬지. 자세한 내막은 나도 잘 모르지만, 일반적인 경우보다 몇 배는 많이 책정해 줬다고 하더라고. 나도 YK에 있는 성호형한테서 얼핏 들은 거라서 정확히는 몰라. 대충 백만 장이 팔리면 나한테 천오백만원 정도 떨어지더라고.."

"천오백이나.. 그럼 사백만 장이면.."

"육천 정도 되겠지. 현재는 삼백만 장 팔린 것까지만 정산 받았다. 칼같이 또박또박 정산해주던데. 지금까지 거의 5천 정도 통장에 꼽혔다고 와이프가 알려주더라고. 그 돈으로 전세금 올려준 거야."

"빌어먹을.."

갑자기 목이 타는지 술잔을 들고 원샷을 때린 송경호가 중얼거렸다,

"지금 생각이 났는데, 그 앨범 작업하는 거 나한테도 연락 왔었다. 성호형이 나한테 전화 줬을 때, 내가 MBS [마스크 가수왕] 프로그램에서 하우스 밴드를 하고 있어 가지고 못 간다고 거절했거든. 사실 성호형이랑 좀 불편하기도 하고.."

"그거야 네놈이 잘못한 거지. 나도 들었다. 작년에 성호형이랑 같이 작업할 때 네가 삼일 연짱으로 지각했다면서? 그러고도 좋은 소릴 듣길 바라면 도둑놈 심보지."

"네 말이 맞아. 내가 잘못했지. 후우. 그 당시에 사귀고 있던 애인이랑 문제가 생겨가지고.."

"성호형이 산적처럼 험악한 인상이고 욱하는 성격도 있지만.. 아무 이유도 없이 화를 내고 후배를 막 갈구는 그런 스타일의 사람은 아니잖아. 화통한 면도 있고 후배 챙겨주려고 노력도 많이 하고.. 너랑 그런 일도 있었는데 너한테 전화까지 해줬으면 성호형으로서는 할 만큼 한 거지."

"빌어먹을.. 그런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다니. 두 번 다시 안 올 기회였는데.."

송경호의 절절한 한탄에 오정호가 살짝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난 분명히 너한테 전화했다. 오해하지 마라."

"갑자기 그게 뭔 소리야?"

"뮤란 라퓨타 앨범이 워낙 잘 나가서, 얼마 전에 스페셜 앨범을 하나 더 만들었거든."

"그런데?"

"그때 성호형이 나보고 그러더라고. 너한테 한번 연락해보라고. 자기가 전화하면 네놈이 불편해하는 거 같다고.. 그래서 내가 너한테 직접 전화했었잖아. 앨범 작업할 시간이 되냐고.."

오정호의 말에 송경호가 충격을 받은 듯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랬지.. 너한테서 전화가 왔었지. 그때 내가 장기 콘서트 중이라서 앨범 작업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말했었지."

오정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네."

"그래서? 그 앨범은 발매됐어?"

"당연히 발매되었지. 열흘 전인가? 대충 그 정도쯤에 발매됐지."

송경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까지 얼마 팔렸냐?"

오정호가 송경호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현재까지 백만 장 정도 팔렸다고 들었다."

- 콰~앙!

감정이 격해진 송경호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테이블을 세게 내리치며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런 젠장! 염병할.."

잠시 후 감정을 겨우 추스른 송경호가 오정호에게 말했다.

"정호야. 앞으로 성호형 쪽에서 작업이 있으면 나도 꼭 참가해야겠다. 혹시 그런 일 있으면 나한테 꼭 알려줘라."

송경호의 말을 들은 오정호가 눈동자를 돌돌 굴리며 생각에 잠기자, 송경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야? 뭔데? 고민하지 말고 말해봐."

"흠. 이건 앨범 작업 같은 게 아니라서.. 돈이 안될 거 같은데.."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말해봐. 잘못된다고 해도 설마 내가 널 원망하겠냐? 걱정하지 말고 털어놔 봐라."

"내일 말이야. YK에서 작업이 하나 있는데.. 이게 영화 음악이라서 앨범으로는 안 나갈 거야. 돈은 안될 거다. 그래도 괜찮냐?"

"성호형이 작업하는 거야?"

"당연하지. 거기 정팀장님이랑 성호형, 민석이형까지 다 달라붙는 작업이다."

"그래? 그렇다면 나도 꼭 참가해야겠는데.. 지금 부탁하면 너무 늦을까?"

"내가 성호형한테 한번 물어볼까?"

"그래. 성호형이 넌 약속 잘 지킨다고 이뻐하잖아. 네가 전화를 해봐라."

"나야 와이프 등쌀에 약속 같은 걸 펑크 낼 엄두를 못 내서 그런 거고.. 내가 약속을 잘 지키는 게 아니라 네놈이 안 지키는 거지."

"알았으니까 빨리 전화해 봐."

잠시 후 오정호는 이성호랑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네. 형님. 지금 경호랑 같이 있습니다. 바꿔드릴까요?"

송경호는 오정호가 건네주는 전화기를 받아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성호형. 저 경홉니다."

[그래.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냐?]

"네. 염려해 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이네. 그래. 내일 작업에 참가하고 싶다고?]

"네. 형님. 지금 하던 콘서트도 다 끝났고 시간이 충분합니다."

[그래? 알았다. 네놈 연주 실력이야 내가 잘 아니까 내일 1시까지 YK로 찾아와라. 내가 이사님께 잘 말씀드리면 너 하나 정도는 넣어줄 수 있을 거다.]

"감사합니다. 형님."

[그 대신! 또 지각하면 알지?]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형님. 약속드리겠습니다."

[좋아. 한 번 더 믿어보마. 지각하지 말고, 와서는 시키는 대로 말 잘 듣고, 연주 열심히 잘하고, 그러면 된다. 내가 말한 것 중에 지키기 어려운 거 있냐?]

"없습니다. 형님."

[알았다. 그럼 내일 보자.]

양치를 하던 송경호는 흠칫 상념에서 깨어나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안 늦었네. 다행이다. 빨리 준비해서 나가야지.'

송경호가 정신을 차리려는 듯 양손으로 뺨을 세게 두드리며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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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호 외전(外傳)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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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호가 외출 준비를 마쳐갈 때, 수빈은 사장실에서 짜증 어린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소리치고 있었다.

"이것 좀 놓으시라고요. 저도 오늘 바쁩니다. 조금 있다가 녹음 스케줄이 있어서 챙겨야 할게 많다고요. 할 일이 많은 사람이라고요."

수빈의 아래쪽에서 허이사가 꽃사슴처럼 애처로운 눈망울로 수빈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소리쳤다.

"강이사! 강이사~아! 날두고 가긴 어딜 간단 말인가. 이러고 가면 어떡해.. 난 어떡하라고."

수빈은 지금의 상황이 답답한지 천장을 올려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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