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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연예인이 되다-132화 (132/236)

#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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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은 갑자기 훅 들어오는 허이사의 발언에 어이가 없었지만 성실히 답변을 해주었다.

"그쪽으로는 전혀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건강해서 걱정이죠."

수빈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허이사가 수빈을 아래위로 자세히 훑어보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동충하초를 찾는가? 암만 봐도 어디 아픈 데는 없어 보이는데.. 솔직히 말해보게나. 발기가 잘 안되거나 정력에 문제가 있어서 동충하초를 구매한 게 맞는 거지?"

옆에 있던 박사장이 끼어들어 수빈을 위해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이놈이 허구한 날 골프 투어 한답시고 아시아 국가들을 하도 많이 돌아다녀서, 그쪽으로는 나보다 아는 사람이 더 많아. 몸에 좋다는 건 다 찾아먹고 다녀서 약재 쪽도 잘 알고.. 그래서 강이사가 일전에 동충하초가 필요하다고 하길래 내가 이 친구에게 부탁을 했었네."

수빈이 이해가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에 힘을 담아 대답했다.

"물론 동충하초를 제대로 우려먹으면 정력에 도움이 되긴 합니다만, 제가 동충하초를 찾은 건 그쪽 문제가 아닙니다. 오랜 시간 권법을 수련하다 보니 기가 좀 허해져서, 기를 보충할 필요가 있어서 찾은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력이나 발기 같은 문제하고는 하등의 관련이 없습니다."

수빈의 강력한 주장에 허이사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물었다.

"그럼 강이사는 연상의 여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네?"

계속되는 허이사의 이상한 질문에 수빈이 황당해하자, 박사장이 뭔가를 깨달았다는 얼굴로 수빈 대신 나섰다.

"이제 보니.. 이놈이 지금 어디다 자기 딸을 갖다 대는 거야. 나이가 서른이나 먹은 딸을.."

박사장의 발언에 허이사가 얼굴이 붉어지며 대거리를 했다.

"이놈이. 여자 나이 서른이면 한창 좋을 때지. 그리고 내 딸이 어디가 어때서? 얼굴 이뻐, 몸매 착해, 머리 똑똑해, 어디 한군데 빠지는데가 없구먼."

"야. 강이사 나이가 이제 겨우 23이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왜 말이 안 돼? 원래 여자 나이가 조금 연상이어야 부부가 잘 사는 법이야."

"조금이라고? 놀고 자빠졌네. 그럼 네놈은 강이사 나이 때 서른 먹은 여자가 좋아 죽겠더냐? 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라. 이게 어디서..."

두 사람이 티격 태격 하는 모습을 보며, 수빈은 쓴웃음을 짓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한참을 다투고 난 뒤 허이사가 수빈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강이사. 아까 듣기론 말이야. 동충하초를 제대로 우려먹으면 정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네. 동충하초가 보신이나 기력 보충에 상당히 뛰어난 약재라서요. 특히 허이사님이 이번에 건네주신 동충하초들은 품질이 아주 양호한 편이라서 제법 약발이 좋을 겁니다."

수빈의 말에 허이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난 왜 그대로지? 나도 구한 김에 제법 많이 달여 먹어봤는데.. 정력에 별로 효과가 없던데?"

수빈은 속으로 이 양반이 왜 입만 열면 정력 정력 거리나 의구심을 가지다 언뜻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물었다.

"허이사님. 혹시.. 지금 홀몸이십니까?"

수빈의 질문에 허이사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상처(喪妻) 해서 홀아비 신세라네. 벌써 10년쯤 돼가는군."

허이사의 대답을 듣자마자 수빈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 작전을 세웠다. 그런 후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마치 동네 약장사처럼 입을 열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해서 먹으면 효과를 제대로 못 봅니다. 비전(秘傳)의 방법으로 달여 먹어야죠. 지금 그런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다행히 제가 저희 스승님으로부터 배운 방법이 있긴 한데.. 하지만 이게 시간과 정성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가는 방법이라서요. 제가 해드리고 싶긴 하지만.."

허이사가 흥분한 얼굴로 갑자기 수빈의 손을 양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이사. 부탁 좀 함세. 그 비전의 방법이란 게 어떤 건지는 몰라도, 제발 나를 위해서 좀 달여주게나."

허이사에게 꽉 잡힌 손을 바라보며 수빈은 느긋하게 허리를 뒤로 젖히며 말했다.

"글쎄요. 이게 비전의 방법으로 달이면 정력에 최고긴 한데.. 굳이 전 필요가 없어서요. 제가 요즘 너무 바쁘다 보니 시간이 안 나서, 그럴만한 여유가 날지는.."

허이사가 당연하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급하게 입을 열었다.

"암. 그렇지. 그렇고말고. 강이사가 바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모르면 내가 후레자식이지. 내가 바쁜 강이사의 시간을 뺏는 게 너무 미안하고 염치없는 일이지. 하지만 부디 날 위해서 한 번만 해주게나. 번거롭더라도 한 번만 딱! 한 번만 해주면 내가 거기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겠네."

허이사가 매달리자 수빈은 천천히 허리를 다시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뭐 정 그러시다면 제가.."

수빈이 못 이기는 척 허이사에게 승낙을 하려고 할 때, 자신도 있다는 듯 옆에서 박사장의 큰 기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험. 험. 어허험.."

수빈이 기침 소리에 고개를 돌려 박사장을 쳐다보자, 허이사가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넌 뭔데 끼어들려고 그래? 넌 좀 빠져라."

"웃기고 있네. 네놈 입만 입이고 내건 주둥이냐? 그리고 먹어도 마누라 있는 내가 먹어야지 홀몸인 네놈이 정력에 좋은 약을 왜 먹어?"

"마누라 있으면 내가 왜 먹냐? 새로운 사랑을 찾으려다 보니 필요해서 그러는 거지. 난 네놈이 더 웃긴다. 그거 먹고 어떤 여자에게 힘쓰려고 그러는 건데?"

"이놈이 말하는 거 보게. 내가 마누라 놔두고..."

수빈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두 사람이 아웅다웅하며 다투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후 사장실 밖으로 나온 수빈은 A&R 팀 사무실로 걸어가며 생각했다.

'허이사가 매달 정기적으로 최상품의 동충하초를 구해오고, 계산은 박사장이 적당히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까 앞으로 약재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그놈의 정력이 뭔지 원..'

수빈은 A&R 팀 사무실 몇 미터 직전에서 박감독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감독. 큰일 났네. 큰일 났어. 이거 어떡하지?]

"박감독님. 흥분하지 마시고 차분히 설명을 좀 해주세요. 무슨 일입니까?"

[조카 그놈이 사고를 쳤어. 허.. 내가 기도 안 차는구먼.]

"조카라면 오소라씨를 말하는 거죠? 오소라씨가 어떤 사고를 쳤다는 말입니까?"

[조금 전 큰 누님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소라 걔가 강감독이 준 돈으로 백화점에 달려가서 쇼핑을 무지하게 했다고 하는군. 갑자기 쇼핑백을 잔뜩 들고 집으로 들어오니까 누님이 궁금했나 봐. 그래서 무슨 돈으로 쇼핑을 했냐고 꼬치꼬치 캐물어서 알아냈다고 나한테 급히 전화를 했어. 이거 어떡하지?]

박감독의 걱정 어린 말에 수빈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게 왜 문제란 말입니까? 다 큰 여자가 자기 돈으로 자기가 필요해서 백화점에서 쇼핑한 거 아닙니까. 훔친 돈도 아니고 대출받은 것도 아니잖아요. 감독님도 그렇고 큰 누님 되시는 분도 그렇고, 왜 걱정을 하시는 거죠? 너무 지나치게 간섭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드시나 봐요?"

[나도 적당히 한 거면 그러려니 할 건데.. 들어보니 전부 명품으로 샀나 봐. 오늘 하루에 800만원어치 쇼핑을 했다고 들었네.]

박감독의 말에 수빈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야. 대단하네요. 여성들 물건은 역시 가격이 비싸네요. 명품이라서 더 그런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아무래도?]

"돈을 좀 더 보내줘야 할거 같아요. 제가 그런 쪽으로는 잘 몰라서 돈을 너무 적게 드린 거 같은데요. 박감독님. 오소라씨 보고 제가 십분 내로 천만원을 더 보내드리겠다고 말씀 좀 전해 주세요."

수빈의 말에 박감독이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여보세요? 박감독님?"

[강감독.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그럼요. 오소라씨가 활동자금으로 빠듯하게 200만원을 남긴 거 보니, 아마 돈이 모자라서 못 산 물건들이 있을 겁니다. 바로 입금해 줄 테니까 필요한 게 있으면 마저 쇼핑하라고 전달 좀 해주세요."

[허어..]

전화기를 통해 박감독의 긴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박감독님. 지금 오소라씨가 알아서 잘 하고 있는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감독님도 그렇고 큰 누님 되시는 분도 그렇고.. 오소라씨 쇼핑하는데 더 이상 간섭 안 하셨으면 좋겠네요. 여자가 맘먹고 쇼핑할 때에는 함부로 끼어드는 게 아닙니다. 돈을 준 장본인인 저도 전혀 터치 안 하고 있잖아요?"

[후. 그럼 그냥 소라에게 그렇게 전달만 해주면 되는 건가? 난 강감독이 왜 이러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네.]

"네. 그렇게 전달만 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수빈은 박사장에게 바로 문자를 보냈다.

- 오전에 입금한 오소라씨 계좌로 지금 바로 천만원만 더 송금 부탁드립니다. 주식 대금 550억을 정산하실 때 2천만원도 함께 정산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수빈은 핸드폰을 집어넣은 뒤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쯧. 참새가 어찌 봉황의 큰 뜻을 알리오. 오소라씨가 어머니 되시는 분 등쌀에 많이 힘들었겠군."

수빈이 A&R 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조민석 엔지니어가 혼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수빈을 발견한 조민석이 벌떡 일어나며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강이사님."

"그래요. 민석씨. 오랜만에 보네요. 다들 어디 가셨나 봐요?"

"성호형이랑 정팀장님은 지금 연주자들 섭외하느라 외근 나갔습니다."

"아. 제가 부탁드린 거 때문에 그런 건가요?"

"네. 이사님."

"제가 모레 연습을 하고 그 다음날 녹음을 하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른 연주자들은 이미 섭외가 다 끝났고, 사물놀이팀만 남았습니다. 정팀장이 직접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해서.. 아마 오늘 중으로 섭외가 다 끝날 겁니다."

"그래요? 그럼 모레 오후 2시까지 제1 녹음실로 모이라고 전달 좀 해주세요."

"저.. 강이사님."

"네?"

"굳이 오래된 제1 녹음실에서 하실 필요 있습니까? 장소도 비좁고 장비도 옛날 장비라.. 저희 A&R 팀 녹음실에서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럼 저희도 작업에 참여해서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러면 좋긴 한데.. 책정된 예산이 너무 적어요. A&R 팀 녹음실 임대료랑 민석씨나 성호씨 수고비를 드릴만 한 형편이 못됩니다."

수빈의 말에 조민석이 황급히 대답했다.

"이사님이 하신다는데 누가 감히 임대료랑 수고비를 받습니까? 저희 중에 그런 정신 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뇨. 아무리 제가 이사라도 지킬건 지켜야죠. 정해진 원칙은 지키는 게 맞습니다."

수빈의 단호한 말에 조민석이 재빨리 말을 바꿨다.

"그럼 저희가 원가에 싸게 모시면 어떻겠습니다? 이사님 작업 하시는 걸 직접 옆에서 지켜보며 배우고 싶어서 그럽니다. 그러니 수업료를 제한다 생각하시고.. 저희 녹음실에서 작업을 하시죠."

조민석의 말에 수빈은 살짝 고민을 한 다음 대답했다.

"흠. 그래요? 정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그럼 모레 2시에 A&R 팀 녹음실로 와달라고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사님. 정말 감사드린다고 꼭 전해 달랍니다."

"네? 누가요?"

"제 여자친구가 이사님께 감사드린다고, 만나게 되면 자기 말을 꼭 전해달라고 제게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이사님 덕분에 제가 이번에 집을 장만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친이랑 다음 달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자가로 아파트를 한채 샀다고 하니, 그동안 결혼을 탐탁지 않아 하시던 장모님이 두말 없이 허락을 해주시더군요."

"이야.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장모님 되시는 분 마음은 민석씨가 이해하셔야죠. 자식이 행복하길 바라는 부모님 마음 아니겠습니까?"

"네. 그럼요.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제 여친이 한번 여쭤보라고 한 게 있는데요."

"어떤 걸요?"

"혹시 결혼식 때 오실 수 있는지.."

수빈이 조민석의 말을 잘랐다.

"당연히 가야죠. 결혼식도 가고 집들이 때도 가야죠. 불러만 주세요."

수빈의 흔쾌하게 승낙을 하자 조민석이 허리를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강이사님."

수빈은 조민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축하 드립니다. 날짜만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감시 후 A&R 팀 사무실에서 나온 수빈은 정신없었던 하루 일정을 모두 끝마치고서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 수빈은 긴장감으로 인해 평상시보다 일찍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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