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
40 - 4
수빈의 눈은 창밖으로 내리는 겨울비를 보고 있었지만, 기억은 이미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8개월 전 남산 자락에 내리던 봄비를 떠올리고 있었다.
2017년 4월 12일
밤 11시가 넘어 으슥한 밤. 서울시 남산도서관 뒤쪽의 한적한 도로. 도서관은 이미 문을 걸어 잠근지 오래고 봄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인적이 완전히 끊어진 길. 그 길 한편에 짙은 선팅으로 인해 실내가 들여다 보이지 않는 푸른색 마세라티 기블리 차량이 한대 정차되어 있었다.
차 안에는 최아림과 수빈이 정겹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수빈은 손으로 아림의 긴 생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림아. 넌 오빠 말고 다른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어?"
"네. 오빠. 그동안 피아노에 빠져서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이야. 신기하네. 이렇게 예쁜데? 남자들이 그냥 놔둘 리가 없었을 건데."
"물론 다른 남자들에게 대시는 많이 받았죠. 나 좋다고 1년이 넘게 쫓아다니던 오빠도 있었어요. 지금은 미국으로 유학 가서 없지만.. 저 인기 많아요."
뽐내듯 대답하는 아림을 보며 수빈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이야. 그럼 난 엄청 행운아구나."
"맞아요. 오빠."
그때 수빈이 뭔가 떠오른 듯 물었다.
"조금 전 숙대에서 공연을 했던 친구가 너 동창이라고?"
"네. 오빠. 저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같은 선생님 밑에서 피아노를 배웠어요."
"그래? 그런데 왜 이렇게 실력 차이가 나지? 너보다 훨씬 못 치던데."
수빈의 아부 섞인 말에 아림이 꺄르르 웃었다.
"오빠. 솔직히 들어도 잘 모르잖아."
"무슨 소리야? 나 음악 하는 남자야. 어제 [음악 중심]에서 1위를 차지한 남자라고."
"나도 첨에는 그런 줄 알았지. 하지만 몇 번 만나보니까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겠던데. 오빠는 아이돌이지 뮤지션은 아니잖아."
수빈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클래식을 잘 몰라 그런 거지. 대중음악 쪽은 내가 너보다 더 잘 알 걸."
수빈이 기분이 나쁜 듯 짜증을 내자 아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알았어. 오빠. 삐지지 말아요. 응? 오빠."
수빈은 자신을 달래려는 듯 부드럽게 뺨을 어루만지는 아림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그리고 아림을 자신 쪽으로 힘을 주어 당겼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포갰다.
아림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오가며 가볍게 터치하든 수빈의 혀가 그녀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수빈은 가볍게 떨고 있는 아림의 어깨를 손으로 감싸고 천천히 위아래로 어루만져 주었다.
"하아."
부드럽게 키스를 하던 수빈이 잠시 입술을 떼었다. 한 뼘도 채 안되는 거리에서 깜박이는 아림의 눈을 바라다보며 솜사탕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림이라 그런지 입술이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데.. 사랑해. 아림아."
"오빠. 나도.."
수빈이 다시 그녀의 어깨를 안으며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이전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키스를 나누던 수빈은 어깨를 감싸던 손을 천천히 아래로 움직였다. 수빈은 그녀의 허리춤에 도달한 손으로 블라우스를 슬쩍 움켜쥐고 조금씩 치마 안에서 끄집어 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블라우스 끝자락이 밖으로 흘러나오자 수빈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아래쪽 단추 2개를 풀었다. 이윽고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자 수빈의 손이 블라우스 안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들어갔다.
매끄러운 피부 감촉을 느긋하게 즐기며 위로 올라간 수빈의 손이 그녀의 양쪽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아아.."
짧은 신음성을 토하며 아림의 허리가 힘이 풀린 듯 조금씩 뒤로 넘어져간다. 그에 맞춰 가슴을 쓰다듬던 수빈의 손이 아랫배 쪽으로 빠르게 흘러 내려갔다. 치마 속으로 들어간 수빈의 손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팬티 위를 훑었다. 마침내 팬티 안으로까지 수빈의 손이 들어가려고 하자 아림이 입술을 떼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그만해.. 오빠."
말을 하며 그녀의 손이 치마 속으로 들어간 수빈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그리고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오빠. 여기까지만 해요. 더 이상은.."
그 순간 수빈은 약이 바짝 오른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년이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수빈의 막말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얼굴의 최아림이 말까지 더듬었다.
"오.. 오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야. 내가 언제까지 너하고 놀아줘야 하는 거야? 나도 바쁜 사람이라고. 이 정도 만나줬으면 됐잖아?"
수빈의 말에 아림이 황급히 대답했다.
"오빠. 우리 이제 겨우 네 번째 만나는 거야."
아림의 말에 수빈이 눈을 치켜뜨며 벌컥 화를 내었다.
"야. 딴 년들은 한두 번밖에 안 만나줘. 넌 내가 네 번이나 만나줬잖아. 그럼 충분한 거 아냐?"
수빈의 대답에 아림이 정신이 나간 듯 멍한 눈빛으로 그림처럼 잘생긴 수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수빈은 아림에게 잡힌 손에 힘을 주며 다시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 넣으려고 하였다. 그때 퍼뜩 정신을 차린 아림이 째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싫어!"
비명과도 같은 아림의 외침에 흠칫 놀란 수빈이 치마 속에서 손을 빼버렸다.
시간이 흘러 푸른색 마세라티 차량이 이태원 입구에 도착했다.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퉁퉁 부은 눈으로 운전석에 앉아 있는 최아림이 옆자리에 앉아 있는 수빈에게 차갑게 말했다.
"네가 말한 이태원 입구에 도착했으니까 빨리 내려."
수빈은 말라버린 눈물자국이 선명한 아림의 얼굴을 쳐다보며 달래듯 말했다.
"이년아. 지금 이대로 헤어지면 넌 나랑 다시는 데이트 못해."
수빈의 말에 싸늘한 얼굴의 그녀가 얼음처럼 냉기가 감도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 같은 개새끼랑 내가 왜 데이트를 하니? 죽어도 다시 안 해. 그러니까 빨리 내리라고. 이 양아치 같은 새끼야!"
말을 할수록 점점 더 목소리가 날카로워지는 그녀를 보며 수빈이 큰 소리로 대꾸했다.
"쌍년이.. 어디서 이딴 거지 같은 년이 나타나서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들어."
굵어진 빗줄기 속에서 차에서 내린 수빈이 거칠게 차 문을 닫았다. 그러자 어서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려는 듯 마세라티가 급발진을 하며 빠르게 떠나갔다.
수빈은 밤늦게까지 거세게 쏟아지는 비를 피해 자신의 단골 바인 [주피터]가 있는 방향으로 급히 뛰어갔다.
그날 밤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화가 잔뜩 난 수빈은 폭음을 하였다. 새벽 3시가 넘어 바에서 나온 수빈은 마스크도 쓰지 않고 비틀거리며 이태원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개 같은 년. 내가 만나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어디서 감히.."
술에 취해 혀가 꼬인 상태로 비 맞은 중처럼 중얼중얼 거리던 수빈이 고개를 획 위로 쳐들었다. 그리고 삿대질을 하며 큰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야. 네년 말고도 만날 년 많아. 내가 손짓만 하면 여자들이.."
허공을 향해 힘차게 삿대질을 하던 수빈이 일순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도에서 벗어나 차도 쪽으로 몇 걸음 이동했다.
- 콰앙
그 순간 빠르게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차도 쪽으로 넘어온 수빈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거세게 들이받았다. 대퇴부 쪽을 강하게 부딪힌 수빈이 공중으로 붕 떠버렸다.
'어라? 이건 또 뭐야?'
자신의 몸을 덮친 강한 충격에 깜짝 놀란 수빈이 영문을 몰라 마음속으로 의문을 표시하였다. 그러던 순간 공중에 뜬 몸이 길바닥으로 추락하면서 수빈은 그만 정신줄을 놓고 기절해 버렸다.
- 드르르륵
갑자기 걸려온 전화로 인해 힘차게 진동을 하고 있는 핸드폰 때문에 수빈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후우."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수빈은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리라는 듯 두 손으로 자신의 뺨을 가볍게 쳤다.
- 짝짝
수빈은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어 들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빈이니?]
"어. 해수 누님.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늦긴 뭐가 늦니. 이제 11시 막 지났는데. 나 조금 전에 촬영 끝나고 이야기 들었어. 너 모레 우리 회사로 온다며?]
"네. 누님. 연예대상 MC 때문에 같이 의논을 좀 해보라고 SBC 서수만 피디가 말하던데요."
[그래? 난 수빈이가 MC인 줄 오늘 알았어. 미리 말을 좀 해주지 그랬니.]
"누님. 누님이 MC인 줄 저도 오늘 알았습니다."
[그런 거였어? 그럼 수빈아. 그날 시간 좀 넉넉하게 비워두고 와. 샛별이랑 다 같이 저녁이라도 먹게. 너에게 소개해줄 사람도 있고.. 알았지?]
"네. 그렇게 하시죠."
[그럼 모레 보자.]
"네. 누님. 들어가세요."
수빈은 전화를 끊고 TV도 꺼버렸다. 그리고 수면을 취하기 위해 침실로 걸어갔다.
다음날 아침 수빈은 아침을 챙겨 먹고 수기집결진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집을 나섰다. 수빈이 밴에 올라타자 백성철 매니저가 부드러운 얼굴로 말을 걸었다.
"수빈아. 잘 잤니?"
밤사이 자신의 안부를 묻는 백성철 매니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수빈이 대답했다.
"네. 형. 형은 잘 쉬셨어요?"
"나야 잘 쉬었지. 오늘 아침에 박감독과 미팅한다며? 벨 스튜디오로 이동하면 되 는거지?"
"네. 시간 약속을 한건 아니니까 천천히 안전 운전하시면 돼요."
"알았다. 걱정 말고 넌 좀 쉬어라."
"형."
"응? 왜?"
"예전에 나 사고 난 날, 그때 형 많이 놀랐지? 회사에서 안 혼났어?"
수빈의 물음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듯 매니저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많이 놀랐지. 집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애가 이태원에서 사고를 당했으니.. 내가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황당했겠냐? 그리고 회사에서 깨지기도 무지 깨졌지. 관리 잘 못했다고 유실장이 날 쥐잡듯이 잡았으니까. 유실장 성격 알잖아? 그때 와이프 뱃속에 애만 없었더라면 아마 회사를 관뒀을지도 몰라."
"미안해요. 형."
"너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냥. 예전에 나 때문에 형이 참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찮아. 다 지나간 일인 걸. 그리고 난 지금 너랑 같이 일하는 게 너무 좋다."
"그래요. 형. 끝까지 같이 잘 해봅시다."
"그래. 쓸데없는 걱정 말고 쉴 수 있을 때 좀 쉬어라. 이번 주도 스케줄이 빡빡해."
"알았어요. 형."
잠시 후 벨 스튜디오에 도착한 수빈은 박감독과 미팅을 하고 있었다. 박감독이 기분이 좋은지 활짝 핀 얼굴로 서류 봉투 하나를 탁자 위에 올리며 말했다.
"강감독. 이거 강감독이 말했던 서류야. 영화사 설립에 필요한 서류와 우리 회사 인수에 관련된 서류들이야."
수빈이 서류 봉투를 집어 들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살펴보겠습니다. 자금 문제는 오늘 오후면 다 풀리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때 박감독이 또 다른 서류 봉투를 꺼내어 내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이건 강감독이 말한 영화사 건물 인수에 관련된 포트폴리오야."
박감독의 말에 수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건물 인수에 관련된 포트폴리오요? 제가 그런 부탁을 드린 적이 있었나요?"
"포트폴리오를 부탁한 적은 없었지. 하지만 일전에 강감독이 영화사가 입주할 빌딩을 알아봐 달라고 말했지 않은가? 충무로에 위치한 5층짜리 빌딩으로 말이지. 그것도 무려 300억이나 투자하겠다고 말이야. 300억이 뉘 집 애 이름도 아니고.. 그런 거액을 투자하려면 제대로 알아봐야 할거 아닌가? 나보고 한번 알아보라는 말에 내가 열심히 조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지켜본 부동산 전문가가 나에게 조언을 해주더군."
"조언을요?"
"그 친구가 자네의 의견을 듣자마자 반대를 했어. 지금 충무로에는 영화 관련 회사가 다 철수해서 없는 상태고, 남은 건 오토바이 가게랑 애견 가게뿐이라면서 말이야. 그러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강감독에게 보여주면 어떻겠냐고 넌지시 권하더군. 그래서 내가 직접 강감독에게 보여줄 테니 작업을 한번 해보라고 말했지."
수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 위에 올려진 서류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럼 이게 그 작업의 결과물인 거군요."
"그렇다네."
수빈은 서류 봉투에서 두꺼운 서류 뭉치를 꺼내서 빠르게 눈으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빈의 얼굴에는 약간의 놀람과 호기심이 함께 어렸다.
'이것 봐라? 장난이 아닌데..'
수빈은 읽던걸 그만두고 서류를 탁자 위에 다시 올렸다. 수빈의 행동에 박감독이 흠칫 놀라며 급히 물었다.
"왜? 왜 보다 마는가? 내용이 강감독 맘에 안 드는 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서류는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을 거 같아서요. 사람을 봐야겠습니다."
"사람?"
"이걸 작성한 사람을 좀 만나보고 싶은데요. 지금 연락해서 이리로 바로 와달라고 할 수 있습니까? 박감독님이 말씀하신 전문가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고 싶군요."
수빈의 물음에 박감독이 주저주저하며 대답을 망설이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사실은.. 이거 작성한 사람이 내 조카라서.."
"아. 그렇군요. 조카 분이 부동산 전문가이신가 보군요?"
수빈의 질문에 박감독이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지금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 중인 앤데.. 아직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좀 모자란 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요 근래 나름 열심히 부동산 공부를 한 애라서.. 내가 보기에는 쓸만해 보였는데.. 아직은 자격증도 없고.."
수빈이 빙그레 웃으며 박감독의 말을 잘랐다.
"됐습니다. 굳이 변명 안 하셔도 됩니다. 전 자격증이나 졸업증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습니다. 능력이 중요한 거죠. 저도 대학 근처도 못 가본 놈입니다. 조카 분을 불러주세요. 제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박감독이 조카를 데리고 오겠다고 말하고선 회의실 밖으로 후다닥 뛰쳐나갔다. 10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박감독이 조카와 함께 다시 들어왔다.
수빈은 박감독의 뒤에 서 있는 자칭 부동산 전문가라는 조카를 보자마자 한번 놀랬다.
'조카가 여자였군.'
수빈은 젊은 나이의 여자를 훑어보며 또 한번 놀랐다.
'할리 퀸 이냐..'
머리의 반은 파란색으로 물들이고 나머지 반쪽은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코에는 동그랗고 큼지막한 피어싱을 하고 있었고, 왼쪽 눈썹에도 일자형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귀에는 한눈에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피어싱이 달려서 덜렁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160이 채 안되어 보이는 키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하얀색 롱패딩을 입고 있었고, 새빨간 에나멜 재질의 벽돌 킬힐을 신고 있었다. 통통한 얼굴에 통통한 몸매를 지닌 박감독의 조카는, 배꼽이 훤히 드러나는 티에 짧은 스커트를 패딩 안에 받쳐 입고서 수빈을 바라보며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미치도록 잘생겼다.."
그녀의 첫마디에 수빈은 피식하고 헛웃음을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박감독님 조카 분 되시죠? 이리로 와서 앉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