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사 연예인이 되다-117화 (117/236)

#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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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이 9시가 조금 못되어서 A&R 팀 사무실로 올라가니, 이미 A&R 팀 전원과 법무팀 조대리, 홍보팀 김대리가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수빈은 자신이 안으로 들어서자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걸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앉으세요. 일어나실 필요 없습니다. 남들 보면 사장님이라도 왕림한 줄 알겠어요."

수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수빈은 고소를 지으며 남아있는 의자에 앉았다.

'돈 많이 벌게 해주는 사람이 권력자라더니.. 몇 달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풍경이군.'

다들 자리에 착석하자 수빈이 입을 열었다.

"A&R 팀만 계실 줄 알았는데 다른 부서 분들도 와계시네요. 일단 A&R 팀에서 수정 작업 한걸 먼저 들어볼게요. 아무래도 그게 최우선 같으니.."

시간이 흘러 스페셜 앨범 음원을 두 번 반복하여 듣고 난 수빈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수정 작업이 잘 되어 있네요. 이 정도 퀄리티라면 전 출시해도 상관없습니다."

수빈의 말에 다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때 홍보팀 김대리가 급히 입을 열었다.

"수빈씨. 이번 스페셜 앨범 재킷용으로 그려주신 거 있잖습니까. 뮤란 멤버들이 각기 다른 자세로 사자를 쓰다듬거나 끌어안고 있는 그림 말입니다."

"네. 재킷 그림을 다 합치면 뮤란 멤버들이 사자를 중심에 두고 빙 둘러싸고 있는 그림이 되죠. 그 그림이 왜요? 누가 맘에 안 든다고 하던가요?"

수빈의 말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대리가 급히 대답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누가 그린 그림인데요. 그게 아니라 저희 홍보팀에서 앨범 판매를 위해서 아이디어를 좀 짜봤는데요."

"그래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습니까?"

"수빈씨가 그린 앨범 재킷 그림이 일본의 오타쿠 층에서 인기가 좋아서 생각해낸 아이디어인데요. 그림에 수빈씨 사인을 넣으면 어떨까 합니다. 특별히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원본에 수빈씨가 사인만 해주시면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작업을 하겠습니다."

김대리의 말에 수빈은 번쩍하고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좋은 생각입니다만.. 지금 판매 대상이 일본 아닙니까?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죠. 어차피 장삿속이니 차라리 대놓고 뻔뻔하게 작업을 한번 해보죠. 구매자들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수집욕을 자극하게 말입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차라리 제 낙관(落款)을 찍죠. 명품처럼 보이게요. 뭐 사인이나 낙관이나 별 차이 없지만, 눈 가리고 아웅식이더라도 낙관이 훨씬 더 효과가 좋을 거 같습니다."

수빈의 말에 김대리의 얼굴이 밝아지며 맞장구를 쳤다.

"역시.. 좋은 생각인 거 같습니다. 그럼 급하게 도장을 하나 파야겠는데요?"

"그러시죠. 제가 조금 있다 붓글씨로 하나 써드릴 테니 그걸 가지고 도장을 하나 만드세요. 그런 다음 그림에 낙관을 찍고 디지털로 작업하셔서 재킷에 실으시죠."

"알겠습니다. 근데.. 호가 어떻게 되시나요?"

"아홉 구에 밝을 양을 써서 구양(九亮)입니다."

"좋군요. 아주 좋은 호로 보입니다."

감탄하며 말하는 김대리를 보며 수빈은 속으로 고소를 지었다.

'구절양장을 줄인 호라고 말하면 보나 마나 속으로 비웃겠지. 한자가 달라서 중국어로 발음하면 전혀 다르게 들리는데 한국어로 말하면..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때 김대리가 뭔가 떠오른 듯 급히 말했다.

"수빈씨. 오늘 12시부터 회사 홈페이지에서 일주일간 진행되는 콘티북 경매가 시작됩니다. 경매하는 콘티북에도 낙관을 찍으면 좋을 거 같은데요."

"나쁘지 않네요. 그렇게 하시죠."

"알겠습니다."

"아. 하나 더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수빈의 말에 김대리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급히 되물었다.

"어떤 아이디어인가요?"

"이전 앨범이랑 지금 나갈 스페셜 앨범이라 다 합치면 재킷 그림이 12장이잖습니까?"

"그렇죠. 12장 맞습니다."

"12장 전부를 다 모을 정도로 앨범을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쪽에서 볼 때 더없이 고마운 고객 아니겠습니까? 그런 고마운 고객을 위해서 회사 차원에서 귀찮더라도 서비스 하나 하시죠."

"어떤 서비스 말입니까?"

"12장을 다 모은 분에게는 낙인이 안 찍혀 있는 이전 앨범의 그림도 낙인을 찍어준다고 공지를 하세요. 그럼 조금이라도 판매에 도움이 될 겁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어떤 방법으로 그걸 해드리죠?"

"일본에서 뮤란 팬사인회를 한번 더 열어도 좋고, 아니면 우편으로 YK로 보내주면 회사에서 낙관을 찍어서 다시 보내주겠다고 해도 상관없지 않겠어요?"

김대리가 눈동자를 좌우로 굴리더니 대답했다.

"스페셜 앨범 판매 후 날을 잡아서 일본에서 팬 사인회를 한번 더 하시죠. 그때 들고 온 팬들에 한해서 낙관을 찍어 주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잔머리를 굴리는 김대리를 보며 수빈이 웃으면서 말했다.

"두 개를 병행하죠. 팬사인회를 열고 그때 미처 못 받은 분들은 회사로 보내라고 말입니다. 좀 번거롭더라도 서비스를 하려면 끝까지 제대로 해야죠."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회사로 날아오는 건 얼마 안 될 거니까.. 그럼 이제 김대리님은 볼일이 다 끝난 건가요?"

"아닙니다. 디젤 건이 남았습니다."

"디젤? 디젤 건은 아직 3일이 안 지난 거 같은데요."

"이틀밖에 안 지났습니다만.. 정명석 홍보 이사가 한 시간이 멀다 하고 계속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어떡할까요?"

"흠. 예상보다 너무 빠른데.. 그쪽 부장 문제에 관해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정이사 말로는 조태영 부장은 이번 CF 건에서 완전히 제외했답니다. 당분간 다른 업무를 맡을 거라고 합니다."

"정이사가 그 정도로 확실하게 말했다면 계약을 해도 되겠군요. 김대리님. 정이사에게서 다시 연락이 오면, 오늘 저에게 운을 떼 봤는데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계약 조건이 까다로울 거 같다고 슬쩍 말을 흘리세요. 너무 바빠서 더 이상은 말을 못했다 하시고, 내일 다시 한번 말을 꺼내보겠다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내일 연락이 오면, 김대리님이 절 잘 설득했다고 생색을 내시고 디젤 쪽이랑 미팅 날짜를 직접 잡으세요. 그런 후 저에게 알려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대리가 용무를 모두 마치고 떠나자, 법무팀 조대리가 환한 얼굴로 어깨에 힘을 잔뜩 주며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어제저녁에 나간 뉴스 보셨죠?"

"제가 어제 너무 바빠서 미처 못 챙겨 봤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어제저녁에 박실장님이랑 같이 백화점 사람들을 만나서 형사와 민사 관련해서 법적인 협상을 잘 마쳤습니다. 그리고 협상이 끝난 다음에 수빈씨랑 화랑 백화점 쪽이랑 합의를 했다는 뉴스가 나갔습니다. 그리고 합의금 10억 전부를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부한다는 뉴스도 같이 나갔고요."

조대리의 당당한 발언에 수빈이 순간 흠칫 놀라며 급히 물었다.

"10억이라고요? 금액이 갑자기 왜 늘어났죠?"

조대리가 자신의 업적이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저쪽에서 4억 5백만원이라는 금액이 사람들이 듣기에 어중간하다며, 자신들이 피해 보상금으로 넉넉하게 10억을 채워서 주면 어떻겠냐고 하길래 제가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조대리의 말에 수빈의 미간이 와락 찌푸려졌다.

"상대방이 그렇게 나왔는데도 박실장님이 아무 말 안 하고 받아들이셨다는 겁니까?"

수빈의 인상이 나빠지자 조대리가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 박실장님은 잠깐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우리 쪽에 좋은 이야기라서 제가 알아서 오케이 했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수빈은 머리가 아픈 듯 한쪽 손을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이것 참.. 제대로 당하셨네요. 전형적인 주도권 쟁탈전에서 밀린 겁니다. 5억 정도는 푼돈이라는 걸 보여 주면서 우리 쪽에게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한 거죠. 그리고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애초에 정해진 액수 그 이상의 돈을 받게 되면, 이번 일에서 우리가 피해자라고 주장할 명분 자체가 완전히 사라져버려요. 이 일과 관련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저쪽에서는 보상금을 요구한 이상으로 충분히 지불했다 그리고 너희들이 좋다고 받지 않았느냐라고 주장할게 불을 보듯 뻔하니까요."

조대리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그럼 어떡하죠?"

'뭘 어떡해. 이미 기차는 떠났고 뉴스까지 다 나간 마당에 나보고 어떡하라고..'

수빈은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도 겉으로는 당황한 조대리를 다독거리기 위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별일 없을 겁니다. 이미 다 끝난 일이니까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럼 제가 이 서류들에 사인을 하면 되는 건가요?"

"네. 손해 배상 합의각서랑 선처 탄원서가 들어가 있습니다."

수빈이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며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더러운 세상이죠?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짓밟으려던 나쁜 놈을 부디 선처해 달라고 탄원서까지 내줘야 하는 세상이니.. 목을 쳐서 광화문 사거리에 효수를 해도 시원찮을 놈인데 말이죠."

'한번 더 걸리면 평생 고자로 살게 만들어주지.'

속으로 이를 갈며 서류에 사인을 마친 수빈은 박실장의 방으로 올라갔다. 방안으로 들어서자 박실장이 쓴웃음을 지으며 반겼다.

"왔는가?"

수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얼굴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주가가 생각보다 안 오르는가 보죠?"

"주가야 걱정 없지. 어제 뉴스가 나간 덕에 지금 쑥쑥 잘 오르고 있다네. 하아. 내가 지금 뭘 걱정하는지 잘 알면서 그러나."

수빈이 건너편에 앉으며 기가 차다는 투로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어제저녁에 내가 백화점 쪽과 자네가 말한 내용대로 합의를 봤었네. 그리고 자네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려고 전화하러 잠깐 자리를 비웠었지. 그때 조대리가 덫에 걸렸어."

"그랬군요. 이거 어제 제가 괜히 문자를 드렸네요. 박실장님이 다시 물리기에는 이미 늦었나 보죠?"

"늦었지. 이미 도장까지 다 찍었으니까.. 다시 물릴 명분도 없고.. 그 상태에서 다시 물리자고 하면 오히려 꼴만 더 우습게 되었겠지."

"아까 보니 조대리님은 자신이 일을 잘 처리했다고 생각하고 계시던데요. 보기보다 많이 순진하시던데.. 그 나이가 되도록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모르나 봐요."

"그 친구야 평생 법 공부만 하고 살은 친구지. 이보게 수빈군. YK 정도면 사람들에게 나름 꿈의 직장이라고 불린다네.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하기도 좋고 대우도 나쁜 편이 아니지. 거기에 유명 연예인도 자주 볼 수 있고.. 그러다 보니 나이가 젊은 사무직 직원들은 다들 좋은 집안에서 풍파 없이 공부만 하면서 자란 사람들이 대다수야. 이런 진흙탕 싸움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어."

"그렇군요."

"그런 친구들이 이 사회에서 정말로 돈 많고 힘 있는 인간들과 엮이는 경험이 얼마나 있었겠나? 끽해봐야 뉴스에서나 몇 번 들어 봤겠지. 재벌들이 하는 짓거리가 얼마나 더럽고 지저분한지, 마인드가 얼마나 치졸하고 졸렬한지를 잘 몰라서 당한 게지."

박실장이 답답하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설날에 애들이 받는 세뱃돈조차도 액수가 과하면 분명히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건데, 5억이 넘는 돈을 아무 생각 없이 넙죽 받다니.. 나 원 참. 사람이 순진한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구별이 안되는군."

"앞으로는 이쪽을 상당히 얕잡아 보겠어요. 우리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시그널을 넘치도록 보내놨으니 말이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유일한 방패막이었던 피해자라는 명분이 허공에 연기처럼 사라졌다는 겁니다."

"지금 더 안 좋은게, 최근 그쪽에서 우리 쪽 정보를 캐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소식이 돌아. 그런 마당에 이런 실수를 하다니. 안 그래도 상대가 재벌이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인데 말이야."

"각오하고 시작한 일 아니겠습니까? 근데.. 저쪽도 보통이 아닌데요? 상당히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응을 해오네요. 협상 건도 그렇고 정보를 캐는 것도 그렇고.. 자신들의 힘을 믿고 마구잡이로 달려들 줄 알았는데 말이죠. 김호진이 했던 짓을 봐서는 절 작살내려고 깡패들이나 청부업자들을 보내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그런 조짐은 전혀 없고 가장 핵심인 명분부터 무력화 시키네요. 그것도 그쪽에서는 가장 피해가 적은 돈이라는 수단을 이용해서 말이죠."

"지금 들리는 이야기로는 김강식 회장이 직접 나섰다고 하더군. 무서운 양반이지. 서슬 퍼런 군부 독재시대 때 재벌을 일궜으니 그 성정이 오죽하겠나? 사람 목숨 알기를 우습게 아는 양반이야."

걱정 어린 박실장의 말에 수빈이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니겠습니까? 저쪽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차분하게 지켜보는 수 밖에요. 실장님. 제가 부탁드린 건 알아보셨습니까?"

수빈의 말에 박실장이 품에서 메모지 한 장을 꺼내어 내밀었다.

"여기 전번이 있네. 아직도 그쪽 계통에서 일하고 있어서 찾기 쉬웠어. 내가 아는 한 그쪽 방면으로는 이 여자가 최고야. 한때는 [관세청의 여왕]이라고 불렸던 여자지."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자세한 건 자네가 만나서 물어보게나. 내 입으로 말하기에는 좀 그렇군."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만나 뵙고 여쭤보죠."

수빈은 품으로 메모지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아. 실장님. 네팔 쪽에 혹시 잘 아는 분이 있으십니까?"

"네팔? 거긴 왜? 찾아보면 있을걸.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

"약재를 좀 구했으면 하는데요. 제가 몸이 좀 허해서 말이죠."

"자네가 몸이 허하다고? 별 시답잖은 소리를 다 들어보는군. 뭐 나름 이유가 있겠지. 무슨 약재를 구하려고 그러는 건가? 네팔이면 석청이 유명하긴 한데.."

"야차쿰바를 최상품으로 좀 구해보려고 합니다."

"야차쿰바? 그게 뭔가?"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동충하초(冬蟲夏草)라고 부르죠. 오염이 안된 히말라야산맥에서 나는 동충하초를 네팔 사람들이 캐서 시장에 내다 판다고 합니다. 4,500미터 정도 되는 고지대에서 캔다는데, 이걸 캐다가 죽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그러네요. 그놈의 돈이 뭔지.."

"동충하초라면 한국에서도 나오는 약초 아닌가? 제기동 약재 시장 같은 곳에 가면 많이 있을걸?"

"제가 원하는 건 사람이 살지 않는 청정지역에서 나는 동충하초입니다. 가격은 상관없이 특등품으로 좀 구할까 하는데 가능하시겠습니까?"

"그래? 그럼 내가 일단 알아보겠네. 알아보고 알려주지."

"감사합니다. 자꾸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괜찮네.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난 그것보다 김회장이 어떻게 나올까 걱정이야."

"지켜보는 수밖에요."

잠시 후 홍보팀에서 준비한 낙관으로 날인 작업을 끝마친 수빈은 회사를 나와 명동에 있는 [드림픽처스]로 이동했다. 수빈은 [달빛 속의 호위무사]의 편집 작업을 위하여 미리 잡혀있는 행사를 제외하고는 열일을 제쳐두고 매달렸다.

수빈은 이틀을 꼬박 영화의 편집 및 음악 작업에 매진하였다.

삼 일째 되는 목요일 오후 1시경, 수빈은 드림픽처스 편집실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결과물을 지켜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편집은 이 정도면 잘 뽑은 거 같아. 문제는 여기에 내가 생각한 음악을 입히는 건데.. 하루빨리 연주자를 뽑아야겠어. 조만간 서감독님이 소개해준 학교로 찾아가 봐야겠는걸.'

그때 수빈의 핸드폰이 맹렬한 기세로 울어댔다. 박실장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수빈은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아직 주식장이 마감하기 전인데? 공매수 결과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무슨 일이지?'

수빈이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박실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수빈군. 터졌네. 저쪽의 공격이 시작됐어. 빨리 회사로 올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수빈은 전화를 끊으며 생각했다.

'드디어 반격이 시작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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