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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연예인이 되다-114화 (114/236)

#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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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수빈은 아침 일찍 일어나 운기토납법을 행하고 있었다. 소주천을 무사히 마친 뒤 수빈은 차분하게 자신의 몸을 관조하였다.

'이제야 진정한 활락(活絡) 단계를 끝마쳤군. 혈도와 혈맥에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그럼 이제 슬슬 대주천 준비를 해야 할 텐데.'

수빈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세상은 기가 너무 약해. 이전에 썼던 방법은 궁여지책이었지.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효과 자체도 미미해. 정말로 전방 철책 쪽에서 복무하는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으려나?'

잠시 후 수빈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잖아. 돈으로 안되는 게 거의 없는 세상이란 말이지. 주식 투자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자금이 넉넉해질 테니까, 돈으로 밀어붙여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한번 알아봐야겠다."

수빈은 가볍게 몸을 풀고 권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수련을 마친 후 수빈은 샤워실로 걸어갔다.

오전 10시경 수빈은 매니저가 모는 밴을 타고 명동에 있는 드림픽처스로 이동하면서,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고 있었다.

'나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하지만 지금 세상은 수많은 사람들의 지식을 아주 손쉽게 빌릴 수 있지.'

"홍복을 받을지니, 인터넷이여. 광영을 누릴지니, IT여."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수빈은 건강, 기, 보신 등의 단어를 주제로 검색을 하였다.

'쯧, 이놈의 복분자랑 야관문은 뭐가 이렇게 많이 나와.. 그렇게 정력이 걱정되면 술, 담배부터 끊어라고. 이 어리석은 인간들아.'

수빈은 살짝 짜증을 내며 다른 단어들과 함께 검색을 하기 시작하였다.

'약초시장에서 둘러봤듯이 사람들의 손길이 닿는 곳에서 나오는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인적이 드문 산간오지, 사람이 살지 않고 공해에 찌들지 않은 곳, 환경 오염이 되지 않은 청정지역. 그런 곳에서 나는 약초들이어야만 효과를 볼 수 있을 거야.'

수빈은 열심히 검색을 하던 도중 한 단어를 발견하고선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초모랑마? 초모랑마면.. 도가(道家)의 성지(聖地)인 곤륜산(崑崙山)을 지칭하는 티베트어인데.. 지금 세상에서는 에베레스트산이라 부르는 곳이고."

수빈은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여기서 뭐가 나오길래 검색에 뜨는 거지? 거긴 약초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설마 얼음이나 눈을 가져와서 생수라도 만드는 건가? 뭔지 모르지만 아주 기대가 되는데.'

그때 백성철 매니저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수빈아. 드림픽처스에 다 왔다. 내릴 준비해라."

"네. 형."

'나중에 시간 날 때 다시 검색해 봐야겠다.'

수빈은 드림픽처스 안으로 들어가서 편집실로 걸어갔다. 노크를 하고 편집실 안으로 들어가니 서기한 음악 감독만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서감독님."

"오. 왔는가? 강감독. 어서 오게나."

자신을 칭하는 강감독이라는 호칭에 수빈은 겸연쩍한 얼굴로 머리를 매만졌다.

"제 이름을 검색해 보셨나 봐요?"

"그래. 내가 솔직히 아이돌에 대해서는 잘 몰라. 이제 나랑 같은 음악 감독인데 수빈군을 수빈감독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어제 포탈해서 검색을 해봤지. 원래 본명이 강수빈이더만.."

"네. 강수빈이라고 하면 좀 여성 이름 같아서.. 그냥 수빈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강수빈이 어때서? 난 좋은데.. 암튼 강감독. 잘 왔네."

"장감독님은 안 보이시는데.. 어디 가셨습니까?"

"아. 컵라면 끓이러 갔어. 금방 올 거야."

수빈은 의자에 앉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감독님. 제가 부탁드릴게 하나 있는데요."

"어떤 부탁?"

"제가 좀 알아봤는데, 보통 영화 음악을 녹음할 때 동유럽에 있는 오케스트라를 많이 이용하더라고요. 거기가 가격이 저렴해서."

"맞네. 국내 오케스트라단을 이용해서 녹음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지. 사실 영화 음악을 녹음할 만큼 실력이 좋은 곳도 몇 군데 안된다네. 국악단은 한국이 실력이 좋듯이, 클래식은 동유럽 쪽이 실력이 뛰어나지. 실력이 뛰어나면서도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단들이 많이 있다 보니까, 보통 그쪽 나라로 날아가서 녹음하는 경우가 많지."

"근데 그쪽으로 가기에는 제가 받은 예산이 너무 적어서요."

"팔백으로는 자네 비행기 표값이랑 숙박비밖에 안될 거야. 장감독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떠맡긴 거야."

"그래서 말입니다. 서감독님. 제가 조그마한 규모의 오케스트라단을 직접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요. 아주 소규모로 구성해서 이틀 정도 녹음 작업을 하고 바로 해체하는 그런 오케스트라단 말입니다."

수빈의 말에 서감독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불가능해. 연주자들을 아무리 최소로 한다고 해도 그 돈으로는 연주자들 일당도 감당이 안 될걸? 그리고 지휘자도 필요할 거고 녹음실도 필요할 건데.. 팔백으로는 도저히 무리야 무리."

서감독의 말에 수빈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맘 같아선 제가 돈을 좀 보태고 싶지만.. 그러면 제가 음악 감독을 하는 의미가 퇴색해서요. 경험 삼아 하는 거라 주어진 예산으로 어떻게든 한번 해보고 싶은데.. 그래서 말입니다. 감독님. 제가 최대한 머리를 굴려봤는데요. 학생들을 사용하면 어떨까 합니다."

"학생?"

"네. 현역으로 오케스트라단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은 일당이 너무 세서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요. 차라리 악기 전공하는 학생들을 알바 형식으로 이틀 정도 고용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생들이라.. 나쁜 생각은 아닌데 두 가지 문제가 있어."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학생들은 현역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달리 검증이 안되어 있고 경험도 적은 친구들이야. 기량이 제각각이라는 소리지.. 현역이야 그냥 불러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연주를 하지만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고. 따라서 학생들 중에 제대로 연주를 할 수 있는 학생들을 골라서 뽑는 것. 그 자체가 첫 번째 문제지."

서감독이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두 번째 문제는 말이야. 그런 경험 없고 실력이 들쭉날쭉한 학생들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일수록 뛰어난 지휘자가 있어야만 해. 뛰어난 실력의 지휘자를 찾기도 힘들뿐더러, 설령 그런 지휘자를 찾았다고 쳐. 그래서 강감독이 찾아가서 부탁을 해. 그러면 그 지휘자가 '네' 하고 달려와서 지휘를 해줄 거 같은가? 어림도 없는 소리지. 게다가 그런 지휘자의 하루 일당이 얼만 줄 아나? 아이디어는 좋지만 불가능한 일들이야. 포기하게나."

"그래서 제가 서감독님에게 부탁드리는 겁니다."

"나한테? 강감독에게 미안하지만 나 역시도 그런 지휘자를 구해줄 능력이 없다네. 그 인간들이 어떤 인간들인데 내 말을 듣겠나?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정도의 인간이면 자존심과 자긍심으로 똘똘 뭉쳐진 인간들이야."

"아뇨. 지휘자가 아니라 학생들 말입니다. 음악을 전공하셨으니 음악 대학 쪽에 인맥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제가 직접 가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셨으면 합니다만.. 가능하겠습니까?"

"지휘자 문제는 어떡하고?"

수빈이 쑥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제가 직접 할 생각입니다만.."

수빈의 말에 서감독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네가 한다고? 강감독 전공이 클래식이었나? 대학에서 지휘 공부를 한 적이 있어?"

"아뇨.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대학은 간 적이 없고요."

수빈의 말에 서감독이 잠시간 침묵을 지켰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것 참. 내가 올해 들은 이야기 중 가장 황당한 이야기이긴 한데.. 정말로 가능하겠나? 그 바닥도 살벌한 바닥이야. 실력이 안되면 연주자들이 금방 눈치채. 지휘 시작한지 1분도 안 돼서 다 알아챌걸? 그렇게 되면 연주자들이 지휘를 안 따를 거야. 지휘자 말을 귓등으로 듣는다고. 잘못하면 돈만 허공에다 날리는 꼴이지."

서감독의 걱정 어린 말에 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 문제는 제가 어떻게든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학생들을 뽑을 수 있도록 연결이 가능하겠습니까?"

"흠. 가능은 한데.. 일당은 얼마나 생각하는가?"

"시간당 5만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루 4시간씩 해서 이틀 정도로 예상해서, 학생당 40만원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하루는 연습하고 하루는 녹음을 해야겠죠."

"일당은 충분한 거 같네. 학생 신분에 이틀간 8시간 연주하고 40이면 할만하지. 녹음까지 하니까 경험도 제대로 쌓을 수 있을 거고.. 그 정도면 내가 소개해 줄 수 있겠어."

"감사합니다. 서감독님."

"언제 뽑을 생각인가?"

"아무래도 편집을 먼저 해야 음악을 정할 수 있으니까.. 오늘하고 내일 해서 편집을 마치고 나면, 모레 정도에 한번 찾아가 봤으면 하는데요."

"...농담이겠지? 장감독이 맡긴 분량이 30분 아니었나? 그걸 내일까지 다 끝낸다고?"

수빈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손이 빨라서요. 오늘 촬영 원본들을 살펴보고 편집은 내일 할 생각입니다. 어차피 특수 효과나 CG 같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은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요."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때 편집실 문이 열리며 장감독이 컵라면 두 개를 들고 들어왔다.

"어라? 수빈군 아니 이제 강감독이지. 강감독. 언제 왔어?"

"안녕하세요. 감독님. 좀 전에 왔습니다."

"이런.. 자네 건 안 끓여 왔는데.."

"전 집에서 먹고 왔습니다.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감독님. 촬영 원본 파일들을 좀 보고 싶은데요."

"잠시만 기다리게. 내가 자네가 편집해야 할 분량들을 따로 정리해 놨네."

두 감독이 컵라면을 먹는 동안 수빈은 원본 파일들을 쭉 살펴보았다.

'역시 영화는 CF랑 차원이 다르군. 30분짜리가 분량이 장난 아닌데..'

"다 합쳐서 분량이 380분 정도 되네요."

라면을 먹다 장감독이 대답했다.

"후루룩. 양이 제법 많지?"

"네. 7시간 정도는 꼬박 앉아서 확인을 해야 하겠는데요."

"부탁 좀 함세."

이윽고 시간이 흘러 오후 5시경, 수빈은 CF 촬영을 위해 양수리로 급히 출발했다.

"겨우 다 훑어봤네. 형. 빨리 좀 가죠. 7시로 약속을 잡아놔서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늦으면 곤란할 거 같은데요."

"걱정 마라. 지금 그쪽으로 가는 길은 차가 안 밀리니까 6시면 충분히 도착할 거다."

"네. 형. 운전 조심하시고요."

수빈은 금일의 주식시세표를 살펴보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

'주식장은 이미 끝났을 테고.. 오늘은 얼마나 떨어졌으려나? 응? 문자가 와있었네. 내가 영상 확인에 집중해서 미처 몰랐던 모양인데.'

문자를 확인해 보니 박실장이 보낸 짧은 문자였다.

- 565 X 4 = 2,260

수빈은 문자 내용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수식은 또 뭐야?'

수빈은 문자를 살펴보다 X 4를 보고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어서 박실장에게 급히 전화를 걸려다 멈췄다.

'지금 시간이면 박실장님이 백화점 사람들을 만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내가 전화를 하게 되면 곤란하겠지.'

수빈은 박실장에게 짧은 문자 한 통을 보냈다.

- 전화 요망.

시간이 흘러 6시가 다 되어갈 무렵, 수빈이 양수리에 거의 도착할 때 즈음해서 박실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수빈이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빈군. 나 박실장일세. 자네가 어제 말한 대로 백화점 쪽 사람들과 만나서 잘 처리했네. 조금 있으면 뉴스가 나갈 거야.]

"고생하셨습니다. 근데.. 박실장님."

[말하게나.]

"아까 보내신 문자를 봤는데요. 곱하기 4가 무슨 뜻입니까? 설마 제가 생각한 게 맞나요?"

[나도 트와이스 팬이 되기로 했네.]

"네?"

[나도 자네처럼 트와이스를 제일 좋아하기로 했다고. 기쁨 두 배, 수익 두 배. 자네가 나에게 알려준 거 아닌가.]

"...정말로 4배를 투자하신 겁니까?"

[맞아. 잠시만 메모 좀 보고.. 난 자네처럼 기억력이 좋지 못해서. 어디 보자.. 오늘 공매도 결과로 40프로 정도의 수익을 냈지. 수수료랑 우수리 떼고 250억을 벌었어. 원금 315억에 이익금 250 합치니까 565억이 되었지. 그래서 투자사에 말해서 4배로 질러달라고 부탁했어. 그랬더니 흔쾌히 들어주더라고.. 거기도 나한테서 수수료로 걷어간 돈이 벌써 몇 십억이 되니까 짭짤하게 벌었지. 군소리 없이 해주더군.]

"그래서 2,200억을 지르신 겁니까?"

[정확히는 2,260억이지.]

"그 정도 거액이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백화점 주식 물량이 모자라지 않나요? 제 생각에는 계약 자체가 체결이 안될 거 같은데요."

[자네는 아직도 주식을 잘 모르는군. 화랑이 어디 백화점만 있나? 백화점 관련 주식들이 있지 않은가? 면세점 주식도 있고 마트 주식도 있지. 내가 적당히 잘 나눠서 질러놨으니까 걱정 말게나.]

수빈은 태연하게 대답하는 박실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고소를 지었다.

'이 양반이 완전히 돈독이 오른 거 같은데. 왜 기획사에서 일하고 있는 거야? 차라리 투자사에서 일을 하지. 하는 짓이 아무리 봐도 전문 투기꾼이야.'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실장님."

[너무 걱정 말게나. 백화점하고 합의를 했다는 뉴스는 금방 나올 거야. 이따가 다시 통화하세.]

"네. 실장님.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고 곧이어 수빈은 양수리 촬영장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렸다. 스튜디오로 걸어 들어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촬영 준비를 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박감독이 자신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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