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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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 사옥에 도착하여 수빈은 박실장의 방으로 올라갔다. 마치 벌집을 쑤신 듯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박실장의 방으로 들어서자 박실장이 전화기를 들고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김기자! 우리 사이에 정말 이러기야? 사무실에서 사태 파악을 할 시간 정도는 줘야 할 거 아닌가."
[....]
"그래그래. 어차피 내일만 지나면 주말 아닌가. 월요일 오전까지만 엠바고 좀 해주게나. 어차피 그날이 되면 숨길래도 숨길 수가 없어."
[....]
"고맙네. 내가 다음에 좋은 곳에서 거하게 한잔 사지."
전화를 끊은 박실장이 수빈을 발견하고 손짓을 하며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곧바로 법무팀 조대리와 홍보팀 김대리가 박실장의 방으로 뛰다시피 해서 들어왔다.
잠시 후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착석하자 박실장이 굳은 얼굴로 수빈에게 서류를 내밀면서 입을 열었다.
"강남 경찰서 조사계 정복준 형사가 보낸 출석요구서야. 다음 주 월요일까지 조사받으러 오라고 하는군."
수빈은 무심한 얼굴로 서류를 집어 들어 살펴보았다.
"제가 상대방을 폭행했다고 적혀 있군요. 날짜는 근 한 달전 에 일어났던 일이고.. 그리고 상대방이 전치 2주의 상해를 당했고.. 이름이.. 어라?"
박실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빈군이 아는 사람이야? 정말로 그 사람을 폭행한 적이 있는 건가?"
수빈은 서류를 던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는 사람은 맞지만 폭행한 적은 없습니다. 이거 100% 조작입니다."
수빈의 말에 박실장 뿐만 아니라 방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야. 자네를 믿지만 혹시나 했네. 이번 일은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어떤 점에서 말입니까?"
수빈의 질문에 박실장이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일들은 보통 찌라시가 제일 먼저 도는 법이야. 그런 후 시간이 좀 흐른 다음 기사가 정식으로 터지거나 아니면 조용히 묻히거나 둘 중에 하나지. 찌라시를 보고 소속사가 대응을 잘하면 묻히는 거고 대응이 안되면 기사로 터지는 거지. 근데 말이야."
박실장이 생각을 정리하는 듯 잠시 틈을 두었다.
"요 근래 자네와 관련돼서 이런 내용의 찌라시가 돌았던 적이 없어. 끽해야 예전에 여자를 밝혔다는 소문만 좀 돌고 말았다고.. 성추행이나 성폭행이 아닌 이상, 결혼도 안한 젊은 남자에게 그런 건 별문제도 아니지. 근데 찌라시도 없이 곧바로 출석요구서가 날아온다? 이건 상대방이 우리 쪽에서 눈치채지 못하도록 극비리에 작업을 했다는 증거야. 자네를 노린 일종의 저격(狙擊)이라고.."
법무팀 조대리가 입을 열었다.
"수빈씨. 2주 진단은 멍만 들어도 병원에서 발급해 줍니다. 검찰에 정식으로 넘어가 봐야 약식명령 떨어지는 게 보통이고 끽해야 50만 원정도 나옵니다. 이건 돈을 노리고 한 게 아니에요. 그랬으면 우리 쪽에 먼저 연락을 해왔겠죠. 차라리 합의를 보는 게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제가 요즘 인기 절정이라는 게 배가 아픈 거겠죠."
"맞습니다. 한창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수빈씨를 노리고 작업을 한 겁니다. 이건 원한관계에 의한 오물 뒤집어 씌우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 홍보부 김대리가 입을 열었다.
"지금 더 문제가 되는 게 있습니다. 출석요구 날짜가 월요일이라는 겁니다. 그날은 이번에 새롭게 들어가는 SAT 영화의 첫 번째 대본 리딩이 있는 날이에요. 당연히 영화 홍보를 위해서 많은 방송사들에게 취재를 와달라고 부탁을 해놓은 상태고요. 그런 날 수빈씨가 폭행과 관련해서 경찰서에 다녀온다? 방송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들겠죠. 이 모든 게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 공교롭지 않습니까?"
"그것도 노린 건가요?"
"그렇습니다. 경찰서 쪽에 아는 사람을 통해서 알아봤더니 첫 번째 대본 리딩 날짜가 정해진 바로 그날 사건이 접수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출석 날짜를 월요일로 콕 집어서 정했다고 합니다."
"지금 하신 말의 뜻은.."
"누군가 내부 정보를 빠삭하게 파악을 하고 작업을 진행했다는 겁니다. 우리 회사에서 정보가 새어 나갔을 수도 있고 영화 관계자 쪽에서 정보가 나갔을 수도 있습니다. 더 문제는.. 이걸 기사화하겠다고 연락 온 기자가 벌써 5명이 넘어간다는 겁니다."
"흠. 그 말은 사무실에서 조용히 수습하지 못하도록 누군가가 정보를 여기저기에 흘린다는 건데.."
"그런 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금 BJ 쪽에서도 완전히 뒤집어졌어요. 영화 홍보를 막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이런 일이 터지면.."
법무팀 조대리가 말을 이었다.
"저희 쪽에서 출석요구서를 받자마자 폭행을 당했다는 사람의 뒷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조사 결과 BJ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더군요. BJ 그룹과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집안과 사돈지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BJ 쪽에서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한지 의사 타진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조대리의 말에 수빈이 피식 웃었다.
"과연 BJ 쪽에서 해결이 될까요? 이건 나에게 개인적으로 앙심을 품고 작업 한 거예요. 아마 절 물 먹이고 싶어서 작업을 한거 같은데.."
수빈의 말에 조대리가 답했다.
"그래도 지금 믿을 건 그쪽뿐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새로운 영화를 찍기도 전에 구설수에 휩싸이게 될 거고 그렇게 되면 BJ 쪽에서도 손해가 막심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BJ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수빈이 조대리의 말을 잘랐다.
"그건 우리 같은 평범한 일반인들이 좋을 대로 해석하는 거고요. 재벌들의 마인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만약에 정 일이 잘 안 풀리면 절 자르고 다른 배우를 쓰면 그만일 테니까요. 각본도 다 나와있고 감독도, 여자 주인공도 다 정해진 마당에 저 같은 영화 경력도 없는 신인 남자 배우 하나 교체하는 건 일도 아니죠."
박실장이 나섰다.
"그래도 비빌 구석은 그쪽뿐이야. 이건 상대방과 싸워서 이기느냐 지느냐가 중요한 게 아냐. 수빈군이 오물을 피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고."
"잠시만요. 제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세요."
사람들의 침묵 속에서 수빈은 머리를 빠르게 회전하며 작전을 세웠다.
'싸움 중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싸움이 있고 상황에 따라서 오히려 지는 게 나은 싸움도 있지. 이건 어느 쪽에 해당하는 걸까. 이긴다면 어떻게 이겨야 하나? 나에게 오는 피해와 앞날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지금의 나는 모든 걸 걸고 싸울 각오가 되어 있는 건가? 결론은..'
잠시 후 수빈이 입을 열었다.
"지금 제일 먼저 해야 될 건 정회장님의 의중(意中)을 확인하는 겁니다. 만약 정회장님이 저를 버리겠다고 이미 마음을 먹었다면.. 이건 무조건 져야만 하는 싸움입니다. 이겨봐야 남는 게 없어요. 상처뿐인 영광이죠. 그게 아니라면.. 저에게 작전이 있습니다."
박실장이 말을 받았다.
"정회장이 자네를 버릴 리가 없지 않은가? 누구보다 자네를 아끼고 있는 사람이 그분이야."
박실장의 말에 수빈이 쓴웃음을 지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왜 생겼겠습니까? 가재는 게 편이고 초록은 동색입니다. 정회장님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한테는 친척 외할머니 정도 될 겁니다. 자신의 친척 외손자를 버리고 아무런 핏줄 관계도 없는 저를 선택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그럼 어떡해야 하겠나?"
박실장의 말에 수빈이 환하게 웃었다.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한 21세기 아닙니까? 굳이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는 시대죠. 얼마나 편리한 세상입니까. 전화를 걸어서 바로 여쭤보도록 하시죠."
잠시 후 박실장이 스피커폰으로 정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가더니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정회장님. 저 박실장입니다."
[후우. 박실장. 고생이 많아요.]
"아닙니다. 회장님.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죠. 지금 옆에 수빈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과 통화를 하고 싶다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바꿔주세요.]
"회장님. 저 수빈입니다."
[수빈군. 지금 많이 힘들죠?]
"괜찮습니다. 회장님. 김성희씨를 통해서 사건 전말에 대해서는 이미 파악을 다 하셨죠?"
[그래요.]
"그럼 지금 제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다는 것도 아시겠군요?"
[..알지만.. 알고 있지만.. 내가 도와줄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내가 수빈군을 도와줬다는 사실을 그쪽에서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그랬다가는 사돈 집안하고 사이가 틀어져요. 그렇게 되면 문제가 아주 복잡해질 뿐만 아니라 우리 쪽 사업에도 애로사항이 발생해요.]
"회장님. 회장님의 입장 충분히 이해합니다. 억지로 무리해서 저를 도와주실 필요 없습니다. 바라지도 않고요. 제가 회장님께 여쭤보고 싶은 건 딱 두 가지입니다."
[어떤 건가요?]
"제가 회장님의 도움 없이 제 힘으로 싸워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그 결과로 회장님 사돈 집안에 피해가 가도 상관없겠습니까?"
[수빈군. 꼭 싸워야겠어요? 그쪽에서 바라는 대로 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쪽에서 바라는 게 뭔가요?"
[이번 폭행 건에 대해서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요.]
정회장의 말에 수빈이 피식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사과라.. 자기 자존심이 좀 다쳤다고 이런 일을 벌이는 속 좁은 놈이 단순히 사과만을 바랄 리가 없지.'
"그냥 제가 사과만 하면 끝나는 겁니까?"
[그쪽 말로는.. 자기한테 찾아와서 무릎 꿇고 빌고 사과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 없었던 걸로 해주겠다고..]
'그럴 줄 알았다. 쓰레기 같은 새끼..'
수빈은 정회장의 말을 잘랐다.
"제가 무릎 꿇고 빌 정도로 잘못 한 게 없지 않습니까?"
[하아.. 수빈군. 세상을 자기 뜻대로 다 살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런 건 나도 불가능한 일이에요.]
정회장의 말에 수빈이 정색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회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전 그렇게 못 하겠습니다."
[수빈군. 그럼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건가요?]
수빈이 간명하게 대꾸했다.
"수수방관(袖手傍觀)"
[...나 보고 그냥 손놓고 있으라.. 정말 그걸로 되겠어요?]
"다 큰 남자고 어른 아닙니까? 자신의 싸움은 자신의 힘으로 해야죠. 회장님은 끼어드시지 마시고 그냥 지켜만 보시죠. 그게 제가 원하는 겁니다."
[그건 해줄 수 있어요. 손 놓고 가만히 지켜만 보는 게 뭐 어렵겠어요.]
"회장님. 그것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난 수빈군이 이번 일로 크게 다칠까 걱정이 되네요.]
정회장의 말에 수빈이 실소를 흘리며 살기가 감도는 목소리로 말했다.
"회장님. 예전에 제가 살던 동네에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죽어 마땅하다.]. 그쪽에서 사람을 잘못 본 겁니다. 아마도 절 건드린 걸 뼈저리도록 후회하게 될 겁니다."
전화를 끊고 수빈이 중얼거렸다
"각종기류(各從其類)라더니..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같은 부류끼리 서로 감싸고도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군. 이 세상도 더럽기 짝이 없는 세상이야."
박실장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수빈군. 정말로 싸울 생각인가? 상대는 재벌 집안이야. 정회장도 도와줄 수 없다 그러고.."
"싸워야죠. 원래 한발 물러서면 두발 치고 들어오는 게 권세를 가진 자들의 특징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이해를 기대하면 안 됩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하는 겁니다."
"후. 알겠네. 자네 뜻이 굳이 그렇다면.. 어떻게 싸울 건가? 뭐 좋은 방법이 있나?"
수빈은 손으로 탁자를 톡톡 두들기며 빠르게 작전을 정리했다.
"지금 우리에게 고쳐야 할게 하나, 바꿔야 할게 하나, 가져야 할게 하나가 있습니다."
수빈의 말에 박실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 자네는 가끔씩 삼국지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말하는 경향이 있어. 알아 들을수 있도록 쉽게 설명을 해주게."
"하하. 그런가요. 습관이 되어 나서.. 첫째, 고쳐야 하는 건 여러분들의 착각입니다. 지금 다들 월요일까지 엠바고가 지켜질 거라고 착각하고 계시는 거 같은데..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아마도 내일이면 기사가 나갈 겁니다. 오늘 당장에 기사가 터지지 않은 건 딱 한가지 이유뿐입니다."
"무슨 이유인가?"
"유희(遊戱)! 이 일의 주모자가 제가 허둥대고 당황하는 걸 보고 즐기고 싶어서 하루 미룬 거에 불과 합니다. 주말로 넘어가는 피크 시간대인 금요일 오후쯤 무조건 터질 겁니다."
"그럼 바꿔야 할 건 뭔가?"
"적암아명(敵暗我明)! 전 공인이라고 불리는 연예인이라 모든 정보가 훤히 드러나 있지만,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상대방은 일반인들에게 전혀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병법에서 이르길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상황이죠."
"그럼 어떡해야 하는가?"
"간단하죠. 강제로라도 상대방을 밝은 곳으로 끌어내야 합니다. 그때야 비로소 진정한 싸움이 시작되는 거죠."
"마지막으로 우리가 가져야 될 건 뭔가?"
"자신감. 이번 싸움은 무조건 우리가 이깁니다. 원래 가진 게 많은 자가 사생결단(死生決斷)을 피하는 법이니까요. 이건 질래야 질 수가 없는 싸움입니다. 그러니 다들 자신감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수빈은 이전의 군사시절처럼 혜광이 충만한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자신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흔들림 없이 말을 이었다.
"이번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작전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제일 먼저 제가 세상에서 둘도 없는 극악한 나쁜 놈이 되도록 우리 쪽에서 기사를 선제적으로 내보내야 합니다."
박실장이 반박했다.
"폭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사람들이 충분히 씹어댈걸세.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겠나?"
"빛이 밝으려면 먼저 어둠이 짙어야죠. 제 말을 믿으세요. 기사 제목은.. [인기 절정의 아이돌 수빈, 죄 없는 선량한 일반인을 폭행하다] 어떻습니까? 화끈하지 않습니까? 클릭을 절로 부르는 야마 아닙니까?"
"충분히 자극적이긴 하군.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 건가?"
"물론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작전도 짜놓은 상태고요. 하지만 어디서 정보가 샐지 모르지 않습니까?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야죠."
"후. 그럼 그런 제목으로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을 하면 되는 건가?"
"하나가 더 있죠. 피해자를 상세히 묘사해야 합니다.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폭행을 당했다는 상대방이 누군지 충분히 알아먹을 수 있도록요. [대전에 있는 모 백화점 사장 아들] 이 한 줄은 반드시 들어가야만 됩니다. 제가 있는 링 위로 그 양아치 새끼를 끌어올리는 게 기사의 또 다른 목적이니까요."
"좋아. 자네 말처럼 그렇게 기사를 내보내고 난 다음에는 뭘 하면 되나?"
"아무것도.. 뭘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기다려야죠. 곪고 있는 상처를 어설프게 건드리면 오히려 덧나기만 할 뿐입니다. 충분히 익어서 곪아 터질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월요일이면 모든 게 정리될 겁니다."
- 쾅!
수빈은 탁자를 세게 내려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런 후 말했다.
"자자. 다들 정신 차리시고.. 이제부터 전쟁입니다. 각자 자신들이 아는 기자들에게 전화를 거세요. 그런 후 내일 아침 일제히 기사를 터뜨려 달라고 부탁하세요. 제목은 아까 제가 말한 대로 [인기 절정의 아이돌 수빈, 죄 없는 선량한 일반인을 폭행하다]와 비슷하게 불러주시고, [대전에 있는 모 백화점 사장 아들] 이 문구는 반드시 들어가야 된다고 말해주세요. 내일 점심 경에는 제가 세상에 둘도 없는 흉악한 놈이 될 수 있도록 작업하셔야 됩니다. 서두르세요."
다음 날인 금요일 아침, 인터넷상에서 일제히 터져 나온 뉴스로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 주먹이 수빈, 현실에서도 주먹을 휘둘러 폭행죄로 조사받다.
- 드라마에서 깡패 두목, 현실에서도 깡패? 수빈. 경찰서에 입건!
- 인기 절정의 아이돌 수빈, 폭행죄로 수사 받다. 그 전모를 밝히다.
- 꽃다운 얼굴, 아름다운 몸매로 인기몰이 중인 수빈. 선량한 시민을 폭행.
- 디스패치로 순항하던 BBG에 먹구름이 끼다. 수빈 탈퇴 가능성은?
- 죄 없는 시민을 무차별 폭행한 인기 아이돌 수빈, 그는 혹시 약물 중독?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살펴보던 수빈은 감탄을 터뜨렸다.
"이야. 기사 제목 뽑는 솜씨가 다들 예사롭지 않은걸. 멤버들이나 나를 아는 사람들이 아침부터 무척 놀랐겠는데.. 어디 뭐라고 적혀있나 한번 읽어 볼까."
수빈은 여러 개의 기사 제목 중 하나를 클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