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사 연예인이 되다-95화 (95/236)

#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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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은 신라호텔 어반 아일랜드 수영장에 도착해서 두 번을 놀랬다. 한 번은 최고급 호텔에 딸린 수영장답게 지중해풍으로 꾸며진 이국적인 풍경과 돈을 처바른 듯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놀랐고 또 한 번은 야외 수영장이라는 것에 놀랐다.

'사방이 다 터져있고 담장이 없어서 길거리에 그냥 서있는 것보다 더 춥군.'

수빈이 촬영 장소로 사용될 수영장을 둘러보고 있을 때 백성철 매니저가 다가왔다.

"수빈아."

"네. 형."

"저쪽에 대기실이 있더라. 분장도 거기서 받는단다. 우리가 너무 일찍 왔나 봐. 이럴 줄 알았으면 저녁을 먹고 오는 건데.. 대기실에서 간단하게 요기나 하면서 기다리자."

잠시 후 수빈은 대기실 소파에 앉아서 매니저가 사온 어묵이랑 김밥을 먹고 있었다. 그때 대기실 문이 열리며 매니저가 들어왔다.

"수빈아. 오늘 상대 여배우가 최애진이란다."

"그래요? 최애진 선배라면.. 모델 출신으로 얼마 전 끝난 [보그 엄마] 드라마에 출연하신 분 맞죠?"

"맞아. [비행 소녀들]이라는 예능에서 줌바 전도사로 활동하는 분이지."

"후우~"

"응? 갑자기 왜 한숨을 쉬냐? 그 여자랑 예전에 뭐 안 좋은 일 같은 게 있었어?"

"그런 건 아니고요. 최애진 선배라면 몸매 좋기로 유명하신 분 아닙니까. 촬영장이 수영장이고 상대 배우가 최애진 선배라면.. 콘티를 안 봐도 뻔할 거 같아서요."

"식상할 거라는 뜻이야?"

"네. 보나 마나 저랑 최애진 선배를 벗기려 들겠죠. 둘 다 몸매가 쓸만하니까 그림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할게 뻔하니까요. 수영장 안에서 놀던 아니면 비치 배드에서 놀던.. 아무튼 청바지 CF니까 밑에는 청바지를 입히겠죠. 가령 비치 배드에 누울 때 청바지 지퍼를 안 올리거나 단추를 안 채우든지 해서 섹시함을 강조한다거나 아니면 수영장을 청바지만 입고 손을 잡고 거닌다던지.. 뭐 대충 그런 식으로 찍을 거 같은데요."

수빈의 말에 매니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빈아. 내가 생각하기에는.. 네가 말하는 그런 것도 보기 좋을 거 같은데? 그림이 나쁘지 않잖아?"

"그림만! 보기에만! 좋겠죠. 하지만 임팩트가 전혀 없어요. 지금 CF를 찍는 이유가 청바지를 많이 팔아치우려고 찍는 거잖아요. 그런 식으로 촬영이 진행되면 저나 최애진 선배의 지명도를 올리거나 얼굴을 알리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청바지 판매에는 그다지 도움이 될 거 같지는 않은데요."

"그럼 어떡하지?"

"일단 콘티가 어떤지 봐야겠죠. 제작진이 콘티를 얼마나 센스 있게, 톡톡 튀는 감각으로 짜왔는지 한번 봐야죠. 그리고 정 마음에 안 들면.."

"못한다고 하고 엎어 버릴까?"

매니저의 거침없는 표현에 수빈이 피식 웃었다.

"그럴 수는 없죠. 차라리.."

"차라리?"

"형. 나 간단한 스케치 좀 하게 스케치북이랑 연필 좀 구해 줄 수 있나요?"

"당연하지. 밴 안에 다 실려있다. 기다려. 금방 가져올게."

급히 대기실을 뛰쳐나가는 매니저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수빈은 속으로 생각했다.

'제작진에서 준비한 콘티가 맘에 안 들면 차라리 내가 콘티를 새로 짜는 게 낫겠지. 요 근래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고 느낀 것들이 있으니 나름 잘 뽑아낼 수 있을 거 같은데..'

수빈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머릿속으로 콘티를 짜기 시작했다.

반 시간 정도 후 수빈은 대기실에 도착한 최애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다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선배님은 언제 섭외가 되신 겁니까?"

"나? 이틀 전에 연락이 와서 바로 오케이 했지. 안 그래도 요즘 들어오는 CF가 없었거든. 옳다구나 하고 바로 승낙했지."

"이틀 전이라.."

"수빈 동생은 언제 연락이 왔어?"

"전 사흘 전에 통보받았습니다."

수빈의 대답에 최애진이 콧소리를 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흐응. 확실히 수빈 동생이 대세긴 대세인가 봐. 그럼 난 수빈 동생에게 맞춰서 뽑힌 거 같은데? 수빈 동생이 키가 얼마지? 내가 힐 신으면 어지간한 남자 배우들 보다 키가 더 커서 같이 CF를 잘 안 찍는데.."

"186, 7 정도 될겁니다."

"호옹. 어쩐지.. 그 얼굴에 키까지 크고.. 멋있당. 같이 좀 찍게 다음에도 나 좀 불러줘."

"선배님도 참.. 일개 연예인에 불과한 제가 그런 힘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니야. 지금 수빈 동생의 위치라면..  수빈 동생이 나를 원한다고 말하면 제작진도 고려할 거야. 그러니까 자주 좀 불러줘. 내가 수빈 동생이 시키는 대로 잘 할게."

대화 내용이 이상해지자 수빈은 화제를 돌렸다.

"오늘 찍을 CF 감독님에 대해서 뭐 좀 아시는 게 있습니까?"

"박수종 감독님? 전에 같이 작업을 해봐서 알긴 하지. 지금 나이가 40대 중반 정도 되셨을 거고.. 원래 촬영 감독 출신이신데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했다가 입봉작이 흥행에 참패하는 바람에 이쪽으로 완전히 넘어오신 분이지."

"아. 원래 촬영 감독이셨군요?"

"그래. 그래서 영상 하나는 기깔나게 찍지. 그분이 제작한 CF를 보면 수빈 동생도 영상미에 감탄할걸. CF 감독으로서 실력 좋다고 소문난 분이야."

"그렇군요."

수빈은 최애진의 말에 겉으로는 가볍게 대꾸하면서 속으로는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이거 상황이 더 안 좋은걸. 영상미가 뛰어나고 실력이 좋다고 소문난 감독이라면.. 보나 마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거고 작품에 대한 고집이 쇠고집일게 뻔한데. 콘티가 맘에 안 들더라도 새롭게 바꾸자고 설득하기가 무척 어렵겠는걸. 후. 차라리 무능력한 감독이 설득하기에는 오히려 더 편할 건데..'

잠시 후 대기실로 스태프가 들어와서 콘티를 건네주고 떠났다. 수빈은 분장을 받으며 콘티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런 후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확실히 이 콘티대로 찍으면 영상이 나쁘지 않을 거 같아. 세세한 부분에서의 카메라 앵글이나 장면 전환 등 영상 자체로만 보면 굉장히 아름답게 나올 거 같긴 한데.. 문제는 이게 CF라는 점이지.'

수빈은 고민에 휩싸였다.

'그냥 이대로 찍을까? 이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거 같은데. 아니면 감독과 싸워서라도 콘티를 내가 짠 걸로 바꿀까? 그러다가 문제라도 생긴다면..'

수빈은 결단을 내렸다.

'내가 출연한 CF로 상품이 잘 팔려야만이 나의 출연료가 진정한 가치가 있는 거지. 청바지 판매량은 그냥 그대로고 CF 영상만 아름답다? 그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 나 자신으로서는 첫 번째 CF인데 쉽게 타협할 수는 없지.'

수빈은 매니저를 불렀다.

"성철이 형."

"그래. 수빈아."

"감독님 좀 대기실로 불러 주세요. 아무래도 지켜보는 사람이 적은 게 좋으니까.. 제가 현장으로 가는 것보다 감독님을 이쪽으로 오시라고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수빈의 말에 매니저가 침을 꼴깍 삼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알았다. 내가 모셔 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 그리고 수빈아.."

"네?"

"아까도 말했지만 맘에 안 들면 엎어도 된다. 네가 갑이라는 거 꼭 명심하고.."

매니저의 걱정 어린 말투에 수빈은 쓴웃음을 지었다.

"알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잠시 후 수빈은 대기실 테이블 건너편에 잔뜩 인상을 쓰고 앉아 있는 박감독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박감독님. 바쁘실 텐데 이렇게 오시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지금 촬영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거 뻔히 알면서 굳이 바쁜 사람을 왜 보자고 한 건가?"

짜증 어린 박감독의 대답에도 수빈은 미소를 흩트리지 않고 대답했다.

"박감독님. 대동소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알고 있지."

"그럼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뜻도 아시겠군요?"

"지금 나랑 장난치는 건가? 그 정도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수빈은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콘티북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두 손으로 천천히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지켜본 박감독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분노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자네가 요즘 잘 나간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제 보니 아주 개차반이로군. 지금 내 앞에서 뭐 하는 짓인가?"

수빈은 화를 내는 박감독보다 더욱 사납게 기세를 내뿜으며 대답했다.

"감독님. 방금 제가 찢은 콘티가 대동소이에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오늘 찍을 거라고 보여주신 콘티랑 여태껏 감독님이 찍으신 작품들이랑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새롭고 신선한 접근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군요. 전 이런 콘티로 CF를 찍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수빈의 말에 박감독이 분을 못 참고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손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 꽈앙

"어린놈이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인기 좀 얻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시건방지기가 짝이 없군. 그래서 뭐 어쩌겠다는 거야?"

그 순간 수빈이 큰 목소리로 불렀다.

"박감독님!"

대기실이 떠나갈 듯 굉량한 소리에 박감독이 몸을 움찔거렸다. 그 모습을 확인한 수빈은 박감독이 정신을 차릴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빠르게 말을 이었다.

"박감독님. 지금 두 가지 선택지가 우리 눈앞에 있습니다."

기세가 한풀 꺾이고 정신이 없는 듯 박감독이 얼떨떨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그렇습니다. 하나는 여기서 촬영을 접고 다른 감독님을 구하는 방법이 있겠죠. 서로의 의견이 다른데 억지로 찍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수빈의 말에 박감독이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내가 그런 치졸한 협박에 굴복할 사람으로 보이나 보지?"

"아뇨. 전 그냥 사실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감독님을 협박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습니다."

"그래? 흠. 그럼 나머지 하나의 방법은 뭔가?"

살짝 한발 뒤로 물러선듯한 박감독의 말에 수빈은 초여름 수목처럼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감독님께서 잠깐 시간을 내셔서 제가 짠 콘티를 검토해 보시는 거죠."

"음?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콘티라고?"

"네. 맞습니다. 제가 여기 도착해서 짠 콘티가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핵심적인 부분만 간단하게 작성했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유추하시기에는 무리가 없을 겁니다."

박감독이 황당한 표정으로 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 아이돌 아니었나?"

"맞습니다. 현재도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콘티를 직접 만들었다고?"

"네. 여기 와서 급하게 만들었습니다."

수빈의 말에 박감독이 비웃으며 말했다.

"인기 좀 있다고 주변에서 치켜주니까 주제를 모르고 아주 꼴값을 떠는군. 콘티라는 게 아이돌 나부랭이 따위가 뚝딱뚝딱해서 쉽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우습게 보였나 보지? 정신 차리게나.."

박감독의 독한 말에도 수빈은 계속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래도 한번 정도는 살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만약에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제가 만든 콘티가 정말로 수준 이하라면.. 제가 감독님께 정중히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한번 살펴보지. 그 대신! 자네 말처럼 수준 이하라면 내가 짜온 콘티로 촬영을 하는 걸세. 약속할 수 있겠나?"

"좋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건성으로 보지 마시고 진지하게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좋아. 자네가 약속을 한다면.. 나도 아이돌이 만든 거라는 편견을 가지지 않고 진지하게 봐주겠네. 내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감사합니다."

수빈은 콘티가 그려진 스케치북을 가지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생각했다.

'작전대로 잘되어 가는군. 박감독으로 하여금 선입견 없이 콘티를 보게 만들었다면 반은 성공한 거지. 자긍심이 높고 자신의 작품세계에 프라이드가 강한 사람을 감언이설로 백날 꼬셔봐야 헛수고야. 정면승부를 통해 내가 함께 작품을 의논할 수준의 사람이라는 걸 납득시키는 게 최선의 방책..'

수빈은 스케치북을 들고 와서 박감독에게 내밀었다.

"여기 도착해서 만들다 보니 시간이 없어서 6장으로 간략하게 축약했습니다. 그 점을 감안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잘 알겠네."

박감독이 스케치북을 받아서 첫 장을 넘겼다. 그런 뒤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한참을 첫 장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박감독을 지켜보고 있던 수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감독님? 다음 장도 보셔야죠. 첫 장만 계속 보시면 어떡합니까."

수빈의 말에 박감독이 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후. 자네.. 미술학도인가?"

박감독의 질문에 수빈은 미소를 지으며 짓궂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이돌 나부랭이일 뿐이죠."

"그건.. 내가 사과하지. 아까 흥분해서 말이 헛나왔어. 이 그림은 전문가의 솜씬데.."

"보잘것없는 솜씨지만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단순히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게 아니야. 난 평생을 아름다운 영상을 추구하면서 살아온 사람일세. 내가 보고 있는 그림이 어떤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고 자부하네. 이건.. 그냥 콘티가 아니라 예술 작품이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만.. 나머지도 봐주시죠. 밖에서 사람들이 많이 기다릴 텐데 빨리 결정을 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잠시 후 가끔씩 신음성을 흘리며 콘티를 검토하던 박감독이 스케치북을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신중한 눈빛으로 수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BGM만 깔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특별한 대사 없이 흘러가는건가?"

"네. 하이라이트 부분을 빼고는 대부분 클리셰에 가까운 장면들이니 굳이 대사까지 해가면서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그래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욱 확실해질 테니까요. 거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테고요."

"존 콜트레인이 누군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 같은데.."

"미국의 색소폰 연주자입니다. 1961년에 발표된 그의 재즈 앨범이 1998년 그래미 명예의 전당 목록에 등재되었죠."

"그럼 [My Favorite Things]이라는 BGM 제목은?"

"그때 발표된 앨범 제목이고 1번 트랙에 수록된 곡 이름이기도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제곡이 맞는건가?"

"네. 그 곡이 맞습니다. 1959년 초연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나온 넘버를 존 콜트레인이 재즈로 편곡한 곡입니다. 몇 년 전 켈리 클락슨이 다시 리메이크하기도 했죠. 그동안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했지만.. 이번 CF의 BGM으로 쓰기에는 존 콜트레인의 곡이 가장 적합합니다."

"BGM 제목이 [My Favorite Things]이라.. 여기 콘티에 말이야. 마지막 장면에서 자막으로 쓸 문구라고 적혀 있는 게 있지 않은가. 이거.. 혹시 노린 건가?"

"당연히 노린 거죠. 나름 유머스럽고 신선하지 않습니까?"

수빈의 대답에 박감독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런 후 입을 열었다.

"이 모든 걸 여기 도착해서 짰고 거기에다 그림까지 그렸다고?"

"네. 다 합쳐서 20분 정도 걸렸을 겁니다."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수빈을, 마치 괴물을 목도한 듯 멍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박감독이 물었다.

"자네는 언제부터 그렇게 똑똑해진 건가? 아직 나이가 어린 아들이 있어서 물어보는 거라네. 혹시 머리가 좋아지는 특별한 비결이나 즐겨먹는 음식 같은 게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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