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사 연예인이 되다-88화 (88/236)

#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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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 일행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에 도착한 다음 복도로 걸어갔다. 오디션이 시작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평상시와 달리 복도에는 연습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1번 연습실에 도착한 일행은 미리 준비되어 있는 자리에 착석했다. 수빈은 신인기획팀 4명과 함께 심사위원석에 앉았고 다른 부서 사람들은 심사위원석 옆쪽에 마련되어 있는 간이 의자에 앉았다.

다들 자리에 앉자 이진희 보컬 트레이너가 연습생들의 정보가 담겨있는 서류철을 테이블 위에 올리더니 수빈에게 내밀었다.

"수빈씨. 여기 서류 안에 연습생들의 키, 몸무게. 체지방률 같은 신체검사 결과랑 월별 테스트 성적, 장기, 약점, 목표, 성격, 학교 성적, 가정 형편, 부모 직업 등 모든 게 다 담겨있어요. 이걸 보고 참고하면 될 거예요."

"그렇습니까? 일단 받아만 놓겠습니다. 이걸 먼저 보면 선입견이 생길 거 같아서.. 나중에 필요하면 살펴보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오디션은 어떻게 볼 건가요? 지금 다들 2번 연습실에 대기하고 있을 건데.. 한 명씩 순서대로 부를까요?"

"아뇨. 그러면 하세월이라.. 오늘 중에 다 못 끝낼 수도 있습니다. 먼저 단체로 시험을 쳐서 1차적으로 어느 정도 제 기준에 맞는 연습생들로 추려야 되니깐 다들 이리로 들어오라고 해주세요."

수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는지 A&R 팀 막내인 조민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연습생들을 부르기 위해 방을 나섰다.

잠시 후 수빈은 10열 횡대로 연습실 바닥에 앉아 있는 연습생들 앞에 서서 간략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오디션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미리 선생님들로부터 설명을 들었겠지만 오늘 오디션은 전적으로 제가 정한 기준으로 그리고 제가 만든 방법으로 오디션이 진행될 겁니다. 따라서 평상시에 성적이 좋았고 선생님들에게 칭찬을 받던 분이 떨어질 수도 있을 거고 반대로 평상시에 성적이 안 좋았던 분들이 오히려 합격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디까지나 저만의 평가 결과니까 오늘의 결과에 너무 만족하지도 마시고, 연연해 하지도 마시고 앞으로도 열심히 연습생 생활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아시겠습니까?"

- 네!

"좋습니다. 그럼 먼저 각자의 번호를 정하겠습니다.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서 맨 왼쪽이 1번이고 그리고 지금 한 줄에 열 명씩 앉아 있으니까 그 뒷 사람이 11번입니다. 다들 자기 번호가 몇 번인지 한번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1번부터 우로 번호."

- 1, 2, 3.....48, 49. 번호 끝.

"총원 49명이네요. 자기 번호는 잘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일단 시험이 시작되면 다들 눈을 감으시고 제가 허락할 때까지는 계속 감고 계셔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 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다들 잘 아는 발라드 곡으로 추려서 제가 직접 편곡한 6곡을 순서대로 들려 드릴 겁니다. 제가 조금씩 손질을 했기 때문에 평상시 듣던 거랑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1번부터 6번까지 주의 깊게 다 듣고 난 다음에 제가 질문을 드리면 그때 손을 드시면 됩니다. 아주 간단하죠?"

- 네.

"아주 좋습니다. 지금 오디션을 보는 분들이 너무 많으셔서 여기저기서 말을 하면 정신이 없으니까 다들 정숙을 유지하시면서 조용히 손만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잠시 후 연습실에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6곡이 다 끝나자 수빈이 입을 열었다.

"연습생 여러분들은 지금 들으신 6곡을 자기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정하시길 바랍니다."

잠시 연습생들이 마음속으로 결정할 시간을 준 후 수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1번 곡이 가장 마음에 드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여러 연습생들이 손을 들었다.

"좋습니다. 손 내리시고.. 그럼 2번 곡이 마음에 드시는..."

수빈이 말을 하는 도중 갑자기 박송희 댄스 트레이너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수빈씨! 그냥 다음 곡으로 넘어가면 어떡해요. 뭔지 모르지만 1번 곡이 마음에 드는 사람 번호를 적어놔야죠.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랑 헷갈리지가 않죠."

박송희의 말에 수빈이 심사위원 쪽으로 고개를 돌려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이 정도는 그냥 외우면 됩니다. 굳이 적을 필요 없어요."

수빈은 황당한 표정의 심사위원들을 깔끔히 무시하고 다시 연습생들 쪽을 바라보며 재차 말했다.

"2번 곡이 마음에 드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1번부터 6번 곡까지 차례차례 전부 확인을 마친 후 수빈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호명하는 번호에 해당하는 분은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3, 7,10.....47. 이상 21명입니다."

호명된 21명의 연습생들이 긴장된 얼굴로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자 수빈이 다시 말했다.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신 분들은 1차 탈락자들입니다. 연습실을 나가주시길 바랍니다."

수빈의 말에 쥐 죽은듯 조용하던 연습실이 갑자기 도떼기시장처럼 시끄러워졌다.

- 뭐야? 이걸로 난 탈락인 거야?

- 무슨 시험이 이래? 듣기 평가 하나.

- 내가 왜 떨어진 거지? 뭘 했다고?

- 무슨 기준으로 날 떨어뜨리는 건데?

자리에서 일어난 연습생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계속 자리에 서있자 수빈이 이전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빨리 나가세요! 아까 말씀드렸잖습니까. 제 기준으로 제 방식대로 하는 오디션이라고. 그러니 서있지 마시고 빨리 나가주시길 바랍니다. 진행에 방해됩니다."

수빈의 말에 탈락한 연습생들 입에서 거친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 아. 짜증 나. 오디션이 뭐 이따위야?

- 노래 한번 안 들어보고 탈락이라고? 장난치나.

- 자기가 천재면 다야? 사람을 바보 취급하네.

- 잘 나간다 이거지. 인기 좀 있다고 자기 멋대로 하네.

탈락한 연습생들과 수빈 사이에 분위기가 나빠지자 이진희 보컬 트레이너가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서 연습생들에게 다가가 달래기 시작했다.

"얘들아. 얘들아. 진정하자. 다들 진정하고.. 오늘은 운이 안 좋은가 보다. 자자. 빨리 나가자. 다음에 또 오디션이 있을 거야. 그때 다시 도전하면 된다."

잠시 후 탈락자들이 연습실에서 다 빠져나가고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이진희가 수빈에게 다가가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탈락했는지 알려줘야 쟤네들도 납득을 할 건데.. 그냥 나가라고 하니까 걔네들이 기분 나빠하잖아요."

"그걸 왜 일일이 다 알려줘야 합니까? 전 그냥 단순히 제 기준으로 뽑는 것뿐입니다. 계속 진행하죠."

"후. 알았어요. 오늘 오디션은 수빈씨가 책임자니까.. 그래도 다들 아직 어린애들이니까 수빈씨가 좀 더 자상하게 대해줬으면 하네요."

"노력해보죠."

수빈은 연습생들 앞에 서서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이번에는 여러분들이 다들 잘 아는 댄스 곡으로 추려서 제가 직접 편곡한 6곡을 순서대로 들려 드릴 겁니다. 방식은 아까랑 동일합니다."

수빈의 말에 남아있는 연습생들이 바짝 긴장했다. 그런 후 새롭게 흘러나오는 음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음악이 끝나자 수빈이 입을 열었다.

"방식은 아까랑 똑같습니다. 다들 자기가 맘에 드는 순서대로 정하시고.. 1번 곡이 가장 맘에 드시는 분 손드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6번 곡까지 모두 확인을 마친 수빈이 말했다.

"호명하는 분은 자리에서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1, 2, 6....46, 48, 49. 이상 16 분은 2차 탈락자니까 나가주시길 바랍니다."

한번 겪었던 일이라 그런지 다들 한숨만 내쉬며 별다른 소란을 피우지 않고 연습실을 나갔다.

1차, 2차 테스트에서 살아남은 12명을 훑어보며 수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은 댄스 시험입니다. 십 분간 시간을 드릴 테니 연습실 밖 복도로 나가셔서 가볍게 몸을 풀고 계시길 바랍니다. 십 분 뒤 다시 부르겠습니다."

연습생들이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우르르 밖으로 나가자 수빈은 심사위원석 쪽으로 돌아섰다. 신인기획팀 전원이 다들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수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왜 그런 눈으로 절 쳐다보십니까?"

여태껏 말없이 앉아 있던 콘셉트 디렉터 조정미가 침을 꿀꺽 삼킨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수빈씨."

"네."

"하나만 물어볼게요. 솔직히 답해 주세요."

"그러죠."

"혹시.. 연습생들에 대해서 사전 조사를 했나요? 아니면 여기 있는 서류를 미리 본 건가요?"

"조사한 적도 없고 서류를 본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우리 팀에서 에이스라고 부르는 애들 위주로 뽑은 건가요? 연습생들 중에 에이스라고 신인기획팀에서 관심을 가지고 집중 관리하는 10명 중에 2명만 탈락하고 8명이 뽑혔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조금 전에 한 이상한 시험으로 그게 구별이 되나요?"

"에이스 중에 탈락했다는 2명이 6번, 49번 아닙니까?"

수빈의 말에 이진희 보컬 트레이너가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말도 안 돼! 그걸 어떻게 알죠?"

"6번과 49번 둘 다 재능은 있지만 6번은 나이가 너무 어려서 제외했고 49번은 재능은 있지만 아직은 연습생 생활을 좀 더 하면서 선생님들이 다듬어야 할거 같아서 제외했습니다."

수빈의 말에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마치 불가해의 괴물을 목격한 듯 서늘한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 댄스 트레이너 박송희가 팔뚝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 지금 소름 돋았어."

신인기획팀 조실장이 감탄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진정한 천재가 어떤 건지 직접 눈으로 보니까 등골이 다 오싹하군요. 머리가 다 서는 기분입니다. 도대체 그런 간단한 시험으로 어떻게 구별하는 건가요?"

그때 이진희 보컬 트레이너가 끼어들었다.

"제가 듣기로는 처음 시험은 음정이 틀린 곡이 몇 곡 있었고 두 번째 시험은 박자가 틀린 곡이 몇 곡 있었어요.. 그걸 듣고 알아챌 수 있는가를 문제로 낸 건가요?"

이진희의 말에 수빈이 고개를 좌우로 흔든 후 대답했다.

"이진희 선생님. 어떤 문제를 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연습생들이 문제 푸는 걸 지켜보며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연습생들이 눈을 감고 집중하여 음악을 들을 때, 선택을 신중하게 고민할 때, 손을 위로 치켜들 때, 그때그때마다 나타나는 몸의 반응, 마음의 신호들이 있습니다. 그걸 해석을 잘할 수 있어야 어떤 연습생이 재능이 있는지를 판별할 수가 있는 겁니다. 이건 솔직히 말씀드려.. 천재의 영역이라 제가 설명드려도 이해가 잘 안되실 겁니다."

수빈의 말에 조실장이 대꾸했다.

"천재의 영역이라.. 우리 같은 범인들은 평생을 봐도 모르겠군.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수빈군이 뽑은 애들을 보니 뛰어난 인재들을 잘 뽑았다고 생각하네. 우리 팀에서 예상 못 한 애들도 4명 정도 들어가 있지만 그건 우리가 못 보고 지나친 재능을 수빈군이 발견한 거겠지. 계속 진행하도록 하자고.. 십분 지난 거 같은데.."

잠시 후 연습생들이 다시 들어왔고 오디션이 속행되었다.

댄스 시험에서 2명이 탈락되었다. 그리고 가창 시험에서 1명이 더 탈락했다. 마지막 면접에서는 탈락자가 나오지 않았다.

오디션이 끝난 후 최종 합격된 남자 연습생 5명, 여자 연습생 4명, 합쳐서 총 아홉 명의 서류를 앞에 놓고 열 명의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수빈이 진중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악은 예술의 영역입니다.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예술에 관련된 재능은 공평하지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비정할 정도로 불공평하죠. 오늘 뽑은 9명은 제가 생각하는 기준으로 볼 때 나름 재능이 있는 연습생들입니다. 그리고 2차까지 통과한 뒤에 탈락한 3명도 재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은 선생님들이 좀 더 세밀하게 다듬어야 할 겁니다."

수빈의 말이 끝나자 콘셉트 디렉터 조정미가 질문을 던졌다.

"제가 하는 일이 연습생들을 어떻게 데뷔시킬까 고민하는 일이라 수빈씨에게 하나 물어볼게요."

"네. 물어보시죠."

"이들 9명을 아이돌로 데뷔시키면 전원 다 성공할 수 있는 건가요?"

"그건 말이 안 됩니다. 성공을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습니까. 오늘은 단지 연습생들의 재능 여부만 본 겁니다."

"아잉. 수빈씨. 그렇게 빼지 마시고.. 도움이 되는 말 좀 해줘요. 천재 프로듀서의 눈으로 볼 때 연습생들마다 나름 잘 맞는 적성이나 방향 같은 게 있을 거 아니에요."

조실장이 덧붙였다.

"아무도 수빈군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네. 우리가 참고만 할 테니까 수빈군이 생각하는 걸 알려주게나."

"흠. 만약 제가 프로듀서라면.."

수빈이 연습생 서류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주위에 둘러서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들 목을 길게 빼고 수빈의 손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 남자 4명은 한 팀으로 묶어서 아이돌로 데뷔시키면 나름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그리고.. 이들 여자 3명도 한 팀으로 묶어서 아이돌로 데뷔시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걸로 예상됩니다."

조정미가 다시 물었다.

"남은 2명은요? 남자 1명, 여자 1명이 남는데요."

"그 2명은 솔로 가수로 데뷔시키는 게 나을 겁니다. 아이돌 팀으로 넣기에는 개성이 너무 뚜렷해서 맞지 않을 겁니다. 남자는 발라드 쪽이 잘 맞을 거고 여자는 댄스 계열이나 EDM 쪽이 좋을 겁니다. 그리고.. 탈락한 3명 중에 33번이 래퍼로 쓸만하니까 남자 아이돌 팀에 합류시켜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그때 회계법무팀의 강과장이 오래간만에 입을 열었다.

"그럼 수빈씨. 계약을 몇 명이랑 새로 체결해야 할까요? 최종 합격자 9명? 아니면 33번을 포함해서 10명? 아니면 탈락자 3명도 다 계약하는 게 좋을까요? 그럼 총 12명이 되겠는데요."

"그걸 왜 저에게.."

"에이. 또 그러신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결정해서 말해주시죠. 나중에 잘못되도 아무도 뭐라 안 합니다. 제가 음악에 대해서 뭐 아는 게 있어야 판단을 하던가 하죠."

"흠. 제가 보기에는 12명 다 하는 게 회사에 좋을 거 같습니다. 그들이 다 성공할 거라는 장담은 못하겠지만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알겠습니다."

강과장이 물러가자 이번에는 A&R 팀 정실장이 나섰다.

"그럼 아이돌로 데뷔할 팀이 2팀이고 솔로로 데뷔할 애들이 2명이네. 그럼 싱글로 낸다고 해도 4곡이 필요할 텐데.. 언제쯤 곡을 줄 건가?"

정실장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수빈이 잠시 황당한 얼굴을 지은 뒤 곧바로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걸 왜 저보고 달라고 합니까? A&R 팀에서 알아서 하셔야죠. 전 당분간 영화 찍는데 전념해야 돼서 그럴만한 시간도 여력도 없습니다."

"그거야 우리도 잘 알고 있지. 영화 찍는데 6개월 정도 걸린다며? 그럼 그동안은 애들 훈련시키면 되지. 데뷔가 급한 것도 아니고.. 그러다 수빈군이 촬영 끝나고 시간이 될 때.. 그때 곡을 만들어 주면 애들을 데뷔시켜야지. 그래야 성공하지. 괜히 우리가 곡 줬다가 망하면 어떡하라고.."

계속되는 정실장의 말에 수빈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양반들이.. 이제 보니 따로 속셈이 있었군. 내가 곡을 줄 때까지 애들 데뷔도 안 시키고 무조건 기다릴 태센데. 흠. 나중에 시간이 되고 조건이 좋다면 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몸값을 올리려면 지금은 무조건 튕겨야 할 때야. 내가 호구가 될 수는 없지.'

"말도 안 됩니다. 제가 왜 곡을 만들어 줍니까. 그런 기대는 하지도 마세요."

수빈이 노기가 담긴 목소리로 대답할 때 신인기획팀 조실장이 눈치를 보고 있다 슥 끼어들었다.

"자자. 그 이야기는 다음에.. 다음에 천천히 논의합시다.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수빈군?"

"...후. 네."

"요즘 많이 바쁠 텐데 오늘 이렇게 오디션까지 직접 봐줘서 고맙습니다. 담에 제가 밥 한번 사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알겠습니다."

수빈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연습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이틀 후 수빈은 일본에서 열리는 뮤란 팬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공항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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