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사 연예인이 되다-85화 (85/236)

#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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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의 놀란 목소리에 박실장이 다시 말했다.

[지금 회사에 BJ 그룹 법무팀에서 온 분이 계시다네. 어제 정회장님을 만나서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아침 댓바람부터 사람이 찾아온 건가?]

"그쪽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아직 나도 제대로 못 들었네. 계약을 다시 해야 돼서 자네가 참석해야 한다고 하는데.. 일단 지금 바로 회사로 나오게나. 자네가 오는 동안 무슨 일인지 나도 알아봐야지.]

"알겠습니다. 택시 타고 바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택시? 택시를 왜?]

"오늘 스케줄도 없고 주말이어서 매니저 형도 쉬는 날이라.."

[자네가 잘못 알고 있군. 내가 좀 전에 매니저에게 전화했더니 회사로 오는 중이라고 해서 빨리 자네 집으로 가라고 했네. 그러니까 금방 도착할 거야. 그 차를 타고 오게나. 괜히 택시 타지 말고..]

"네?"

그때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띠띠디디. 삐~

"어. 매니저 형이 온 거 같은데.. 알겠습니다. 아무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잠시 후 수빈은 회사로 가는 밴 안에서 매니저에게 말했다.

"형. 미안해요. 괜히 저 때문에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얘가 뭔 소리야? 집에 있어봐야 하루 종일 애보고 마누라 눈치 보고.. 난 회사 나가는게 쉬는 거다."

"...."

"안 그래도 집에다 회사 간다고 말하고 나와서 운전하던 도중에 박실장님 전화받고 바로 차 돌렸지."

"어쩐지 생각보다 형이 너무 일찍 도착한 거 같더라."

"근데.. 아침부터 무슨 일이래?"

"아마 정회장님이랑 어제 의논한 일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추진력이 장난 아니네요. 그새 밑에 사람들 시켜서 작업을 한거 같은데.."

"원래 다 그런 거지. 재벌 회장이면 전화 한 통으로 끝이잖아. 오밤중에 전화받고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나 뺑이 치는 거지."

"그러게요. 괜히 제가 다 미안하네요."

"신경 쓰지 마라. 어딜 가나 다 똑같은 거야. 남의 돈 받아먹기가 쉬운 게 아니잖아.."

수빈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박실장의 방으로 찾아갔다. 사무실 안에는 박실장과 함께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넘긴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한 명 앉아 있었다.

수빈을 발견한 박실장이 안타깝고 초조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수빈군. 어서 오게. 빨리 자리에 앉게나."

수빈이 자리에 앉자 박실장이 같이 동석한 남자를 소개했다.

"BJ 그룹 정회장님을 도와주고 계시는 박정수 변호사시네."

수빈은 박실장의 소개에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박변호사님. 수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수빈씨. 정회장님을 모시고 있는 박변입니다."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어제저녁에 정회장님이 갑자기 연락하셔서 살짝 놀라기는 했습니다만.. 이런 일하라고 평상시에 돈 받는 건데 수빈씨가 죄송해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럼 어제 회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수정한 계약서를 한번 보실까요?”

그때 박실장이 끼어들었다.

“아니 그전에. 수빈군. 나랑 이야기 좀 하세.”

“네. 박실장님.”

“수빈군. 이제 와서 굳이 계약을 바꿀 필요가 있나? 이전에 체결했던 계약이 훨씬 좋아. 지금 박변호사가 새롭게 작성해온 계약서대로라면 수빈군이 고정 출연료 1억 원 말고는 땡전 한 푼 못 받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박실장님. 이번 영화의 제작비가 350억이고 그에 따른 손익분기점이 780만인 거 잘 아시죠? 그것도 BJ.Ent.에서 자체 제작을 하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이 내려간 겁니다. 그게 아니었음 850만 정도는 족히 넘었겠죠.”

“내가 그걸 모를 리가 있겠나. 당연히 알고 있지.”

“원래 계약대로라면 제가 기본 출연료 1억에 손익분기점 초과 시 추가 관객 1인당 200원의 러닝개런티를 받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웬만한 탑 급 영화배우에 준하는 계약입니다. 하지만 최종 관객 수가 800만을 간신히 넘겼다고 가정했을 때.. 제가 러닝개런티를 받아 간다는 게 모양이 우습지 않겠습니까?”

“그게 뭐가 우습다는 건가? 800만 찍는 국산 영화가 한 해에 과연 몇 편이나 될 거 같은가? 얼마 전 다들 대박 쳤다고 말하는 [범죄의 도시] 최종 스코어가 얼만 줄 아나? 680만이야. 680만.. 제작비가 많다고 흥행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걸 자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실장님. 이번 영화에 저 같은 신인배우를 주연으로 쓰고 거기에다 350억이라는 거액을 제작비로 쏟아붓는 건 제작사 입장에서 굉장한 모험입니다. 그럼 저도 거기에 맞춰줘야죠.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천만 이상은 찍어야 러닝개런티를 받아도 부끄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후우. 천만이 뉘 집 애 이름인 줄 아나? 천만 찍는 국산 영화가 한 해에 한편도 안 나올 때도 많아.”

“박실장님. 저도 돈이 필요합니다. 많이 모아서 하고 싶은 일도 있고요. 어차피 도 아니면 몹니다. 제가 예상한 대로만 풀리면 오히려 한방에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도 있어요. 그리고.. 외람되지만 러닝개런티에 관련된 협상은 제 권한 아닙니까? 그러니 믿고 맡겨주시죠.”

그때 박변이 끼어들었다.

“다들 바쁘신 분들인데.. 제가 새로운 계약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드릴까요?”

“네. 그러시죠.”

“이전 계약이랑 크게 변한 건 없습니다. 고정 출연료도 그대로고 다른 항목들도 다 똑같습니다. 단지 러닝개런티 항목에 있어서 몇 가지가 바뀌었을 뿐입니다. 첫째 관객이 천만 이하일 경우 수빈씨는 러닝개런티를 단돈 십 원도 못 받습니다. 이 부분은 이해하셨죠?”

“네.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관객이 천만을 초과할 경우에만 추가 관객 1인당 300원의 러닝개런티를 받습니다. 이전 계약보다 100원을 더 올려 받게 되는 겁니다. 수빈씨 말대로 모험을 하는 거고 거기에 따른 보상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네. 그건 알겠습니다만.. 하나가 빠진 거 같은데요?”

“이. 지금 바로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천만까지는 300원이고 그 이후 관객 수가 100만이 늘 때마다 50원이 오릅니다. 1,100만을 넘으면 350원, 1,200만을 넘으면 400원. 이런 식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네. 그럼 국제시장이 기록한 1,400만이 넘으면 500원을 받고 명량이 기록한 1,700만이 넘으면 650원을 받게 되는 거죠?”

말을 하며 수빈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하였다.

'기본 출연료는 회사와 7:3이니깐 7천이고.. 만약 1,700만을 기록하면 650 X 900이니까 58억 5천. 거기에서 8:2로 나누면 46억 8천. 다 합치면 47억 5천정도 되는군. 이 정도면 서울 시내에 조그마한 3~4층짜리 건물 하나는 살수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나중에 기획사를 차릴 자본금으로 쓸만하겠어..'

그때 수빈의 말을 듣고 있던 박실장이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국 영화 100년사 동안 단 두 편만이 기록한 걸 기준으로 삼으면 뭐 어떡하겠다는 거야..”

수빈이 박실장 쪽으로 고개를 돌린 후 마치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실장님. 꿈은 크게 가져야죠. 이번에 몫 돈 한번 제대로 장만할 생각이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박실장이 수빈을 보며 살짝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수빈군! 요즘 자네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무려 6개월이라는 시간을 쏟아부어서 딸랑 1억을 번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자네나 회사나 양쪽 모두에게 아주 안 좋은 거라고..”

“에이. 실장님도. 제가 6개월 내내 영화만 찍습니까? CF도 찍고 TV도 나가고 행사도 하고 그러면서 돈을 또 벌잖아요.”

“자네는 천재라면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 그건 국내에서 영화를 찍을 때 그런 거고.. 이번 영화는 해외 로케가 많아서 국내 활동을 병행하는 게 만만치 않아. 시간적으로도 그리고 체력적으로도 자네에게 아주 부담이 된다는 말일세. 후. 수빈군.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나. 이건 내가 자네를 아껴서 하는 말이야.”

“실장님. 제가 아직 젊지 않습니까. 영화 찍는 틈틈이 국내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전 이미 마음을 굳혔습니다.”

수빈의 단호한 말에 포기를 한 듯 박실장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그럼 어쩔 수 없겠지. 이런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잘 알겠네. 자네가 알아서 하게나.”

수빈의 앞자리에 앉아 있던 박변이 입을 열었다.

"그럼 새로 바뀐 계약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수빈씨가 서류에 사인을 하시면 제가 YK 법무팀과 이야기해서 계약을 잘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서류에 사인을 하자마자 수빈은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방에서 빠져나왔다. 주차장으로 내려간 수빈은 밴에 올라탔다.

"어라? 생각보다 일찍 끝났나 보네?"

"후우.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는 박실장님한테 잡혀서 한 소리 들을 거 같아서 도망쳐 나왔어요."

"그래? 그럼 어디로 갈까?"

"다시 집으로 가주세요. 집에서 할 일이 많아서.. 형은 어떡하실 거예요?"

"너 집에 내려주고 다시 회사로 가야지."

집에 도착한 수빈은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작업들을 했다. 저녁 무렵 뮤란의 스페셜 앨범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던 수빈은 허리를 쭉 펴며 중얼거렸다.

"후. 그림도 여러 장 그려야 되고 봐야 될 것도 많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일이 끝이 없네."

그때 수빈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아. 수빈군? 나 정도홍이네.]

"아. 정감독님.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

[안 바쁘면 나랑 같이 저녁이나 같이 할 수 있겠나?]

"감독님이랑 저랑 둘이서 말입니까?"

[아니. 장진석 감독도 곧 올걸세. 세 명이 식사나 같이 한번 하자고.]

"알겠습니다. 저녁에 특별한 약속이 없으니까 주소를 보내주시면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문자로 보내주겠네.]

정감독과 통화를 끝낸 수빈은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이 양반들이 내가 푼 떡밥에 제대로 걸린 거 같은데.. 성철이 형이 집에 들어갔으려나 모르겠네."

그때 매니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형님. 지금 어디세요?"

[나? 아직 회산데.]

"그럼 저 좀 약속 장소에 태워다 주실 수 있나요?"

[당연한 소리를 하네. 그러라고 월급 받는데..]

"형 집에 들어가는 게 늦어질까 봐 그러죠."

[수빈아. 그게 날 쉬게 해주는 거다.]

"알았어요. 형. 그럼 집으로 좀 와주세요. 갑자기 저녁 약속이 잡혔어요."

[알았다. 금방 갈 테니 기다려.]

1시간 후 수빈은 매니저가 모는 밴을 타고 홍대 놀이터 근처의 한 양갈비 식당 앞에 도착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간 수빈은 미리 예약되어 있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 수빈군. 잘 왔네. 시내에 차가 많이 막히지?

- 어서 오게나. 갑자기 불러내서 미안하네.

"제가 늦었습니다. 갑자기 연락을 주셔서.. 죄송합니다."

수빈이 자리에 앉자 본격적으로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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