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
28 - 2
생각지도 못한 일본어 판 라퓨타 싱글 앨범이 일본으로 진출한 날 수빈은 아침 일찍부터 수원에 있는 KBC 드라마 센터로 나갔다.
아침부터 시작된 드라마 촬영이 점심을 넘겨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는 밴 안에서 매니저가 물었다.
“오늘 드라마 촬영은 보통 때보다 훨씬 더 오래 한 거 같은데?”
“날이 갈수록 제가 출연하는 분량이 길어져서 그래요. KBC가 공영방송이 아니었으면 아마 더 길어졌을 건데.. 마약을 유통하는 조폭 두목이 너무 많이 나오면 애들 교육에 안 좋다고 작가님이랑 제작진에서 그나마 줄인 거래요.”
“그래? 수빈이가 악역 하느라 고생이 많다. 내일도 나가야 되는 거지?”
“네. 이제 드라마도 몇 화 안 남았으니까 시간 될 때 미리미리 찍어놔야죠. 피디님이 제 시간에 맞춰서 찍어주신다고 하니까 고맙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죠.”
"그래그래. 잘 생각했다. 아. 그리고 아까 점심때부터 회사에서 너 언제 올 수 있냐고 계속 찾더라. 촬영이 길어줘서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은 해놨는데.. 아마 또 연락이 올 거 같은데."
"그래요? 후. 또 무슨 일이 생겼나. 형은 운전 중이니까 제가 연락할게요. 누가 찾던가요?"
"A&R 팀 조민석씨가 계속 연락이 오던데."
"그래요? 조민석씨면.. 일본에 보낸 뮤란 앨범에 문제라도 생긴 건가. 어제 듣기론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들었는데. 형. 회사에 언제쯤 도착하죠?"
"한 3~40분? 아무리 늦어도 1시간 정도면 회사에 도착할 거다."
수빈이 조민석에게 까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 수빈입니다. 40분에서 1시간 정도 후면 회사에 도착할 거 같습니다.
수빈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조민석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 잘 알겠습니다. 첨부한 동영상을 한번 봐주시고 회사에 돌아오시면 바로 회의실로 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미리 사람들을 모아놓고 대기하겠습니다.
‘음? 회의실에 사람들을 모아 놓는다고? 무슨 일이 터졌길래.. 동영상은 또 뭐야?’
수빈은 첨부파일로 보낸 동영상을 실행시켜 보았다. 틀어보니 동영상이라기보다 5초 정도의 아주 짧은 클립 영상이었다.
영상 첫 장면에서는 초원에 사자가 누워있었고 잠시 후 여섯 명의 소녀가 연속동작으로 사자를 향해 힘차게 창을 던지고 있었다.
‘엥? 이걸 왜 나에게 보냈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
40여 분 후에 회사에 도착한 수빈은 회의실로 바로 올라갔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니 십여 명 가까운 사람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A&R 팀 3명, 신인기획팀 1명, 법무팀 1명, 홍보팀 1명, 재무회계팀 1명 등 총 7명의 사람들이 회의실에서 수빈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부서에서 나온 사람들과 정신없이 인사를 나눈 후 수빈은 의자에 앉으면서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터졌길래 이렇게 다양한 부서에서 많은 분들이 나오셨습니까?"
수빈의 질문에 A&R 팀 조민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입을 열었다.
“수빈씨가 아직 내용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제가 대표로 먼저 간략하게 현재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아침 뮤란의 라퓨타 일본어 판이 동경을 기점으로 3만 장이 뿌려졌습니다. 판매는 예상했던 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판매량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몰라서 급히 조사를 해본 결과 제가 수빈씨에게 보내준 영상이 그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조민석의 설명에 수빈이 다시 물었다.
“아까 보내주신 영상은 저도 봤습니다. 그건 뮤란의 앨범 재킷에 사용했던 제가 그린 멤버들 각자의 그림을 창을 던지는 모션 순서대로 단순히 나열한 거에 불과하던데요. 원래 그런 콘셉트잖아요. 앨범 바깥 표지에는 사자 그림을 그리고 속표지에는 멤버들 한 명씩 사자에게 창을 던지는 그림을 집어넣겠다고.. 예전에 제가 충분히 설명을 드렸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뮤란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 그대로 사자를 창으로 때려잡는 여전사를 표현하겠다고 말입니다.”
“수빈씨가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속표지에 들어간 멤버들 그림을 다 합치면 사자를 향해 창던지는 모션이 이루어지게 되는 거죠. 우리들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 문제는 이게 우리 쪽에서 만들어서 뿌린 영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네? 그럼 어디서 나온 거라는 말입니까?”
“일본에 있는 오타쿠 중 한 명이 제작해서 자신의 SNS에 올린 영상입니다. 그 사람이 올린 글을 보면 수빈씨가 그린 멤버들 개개인의 재킷 그림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멤버들 별로 재킷을 다 모으고 싶어서 결국 앨범 26장을 사서 완성시켰다고 하는군요. 그런 후 뮤란 멤버 6명 각자의 재킷 그림을 순서대로 나열해서 사자에게 창을 던지는 영상을 완성시킨 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려고 자신의 SNS에 올렸다고 합니다.”
“헐.. 하여간 그 나라는..”
“오타쿠라는 게 원래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애니나 미소녀 오타쿠 층에서 뮤란 앨범 재킷을 멤버별로 다 모으는 붐이 일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네? 설마 그럼 그 사람들이 다 몇 십 장씩 앨범을 산다는 말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 추세가 일단 6장을 기본으로 산다고 합니다. 그런 후 빠진 멤버의 재킷을 다른 사람들과 교환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바터퀘스트 같은 물물교환 사이트나 오타쿠 전용게시판 같은 곳에서 서로 가지고 있지 않은 재킷을 구하는 거죠. 사실 이건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예전에 야구 카드나 유희왕 카드를 모을 때처럼 이런 비슷한 현상들은 이전에도 몇 번씩 있었으니까요. 중요한 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붐에 합류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말씀은?”
조민석이 살짝 흥분한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어쩌면 라퓨타 싱글이 일본에 진출했던 역대 한류 스타들의 앨범 판매 기록을 새롭게 갈아 치울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조민석의 발언에 수빈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설마 그렇게까지야.. 이제 막 데뷔한 걸그룹인데 너무 과한 기대 아닙니까?”
그때 재무회계팀에서 온 강성호가 끼어들었다.
“절대 과하지 않습니다. 2시간 전 우리 회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일본 유통사와 직접 통화를 했습니다. 그쪽에서는 빠르면 5시 늦어도 7시쯤이면 초도 물량 3만 장이 다 소진될 걸로 예측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지금 공장에서 앨범을 미친 듯이 찍어내고 있는 중이고 5시 비행기로 일본에 실어 보낼 예정입니다. 그쪽에서는 이번 주 판매 예상량을 최소 30만 장 정도로 잡고 있더군요.”
“30만 장..”
“그렇습니다. 라퓨타 앨범이 싱글이고 일본에서 지명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한국 돈으로 대략 7천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30만 장이면 이번 주 앨범 판매 액수만 21억입니다. 그것도 단 한주에 말입니다..”
“대단하네요..”
“대단하죠. 수빈씨. 한국 음원 사이트에서 1등을 며칠 동안 죽으라고 해서 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그러면 엄청 대박 난 것처럼 들리시죠? 하지만 말입니다. 100원짜리 백만 다운로드해봐야 1억입니다. 그중에서 회사에 떨어지는 돈은 끽해야 몇 천 정도 되겠죠. 하지만 뮤란 앨범은 전혀 다릅니다. 21억 중에 일본 유통사가 30프로를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회사에 떨어지는 돈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하 7억이 넘습니다. 뮤란 앨범은 일본에서 프로모션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들어가는 부대비용이 없어서 수익률이 아주 높습니다. 한국에서 백 원짜리 음원 다운로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그렇군요.. 그럼 많이 찍어서 많이 팔면 되지 않나요? 재무회계팀에서 왜 절 찾으시는지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
“일본 측과 이야기된 게 있습니다. 일본 유통사 의견으로는 라퓨타가 이런 추세라면 한두 달 사이에 백만 장을 팔아치우는 것도 가능할 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말을 하던 도중 재무회계팀 강성호가 눈을 반짝거리며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았다.
"수빈씨. 땡길때 바짝 땡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라퓨타가 70만 장 정도 팔렸을 때.. 슬슬 붐이 가라앉고 끝물 조짐이 보일 때 그때쯤 스페셜 앨범을 하나 출시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이야기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스페셜 앨범답게 스페셜한 게 반드시 들어가야만 앨범이 팔린다는 겁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수빈씨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수빈씨가 스페셜 앨범에 들어갈 새로운 시리즈의 뮤란 그림을 그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림요? 흠. 그림이란 게 그렇게 쉽게 그려지는 게 아닙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려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아직 끝물이 오려면 시간이 충분합니다. 이제 붐이 시작되는 단계이니까요. 수빈씨가 이런 사정을 알고 미리미리 그림을 준비해 주십사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계약 조건은 아주 좋은 조건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스페셜 앨범은 뮤란의 노래를 판다기보다 수빈씨의 그림을 판다는 게 더 정확하겠죠. 뮤란의 굿즈(goods)를 판다는 개념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좋은 조건이라.. 어느 정도의 좋은 조건이라는 겁니까?”
“스페셜 앨범 판매 수익에서 회사 분 이익 10프로를 그림 값으로 수빈씨에게 지불하겠습니다. 이건 제가 직접 사장님께 유선으로 보고드려서 허락을 받은 내용입니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네요.”
“그렇죠? 아주 좋은 조건입니다. 스페셜 앨범은 만 천 원에서 만 이천 원 정도의 가격을 책정할 계획인데 예상대로라면 그림 값으로 대략 2억 가까운 금액이 수빈씨에게 돌아갈 겁니다. 이번 뮤란 데뷔 앨범이 수빈씨 작품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거기에 대한 보너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강성호 과장님?”
“네. 수빈씨. 말씀하시죠.”
“과장님 말씀하시는 게 꼭.. 뭐랄까..”
“꼭 장사치나 보험외판원 같죠?”
“아. 네. 그거랑 좀 비슷하신 거 같아요.”
“하하. 제가 젊었을 때 한 3년 정도 보험 팔러 다닌 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런 얘기 자주 듣습니다.”
“그럼 지금 계약을 해야 되는 건가요? 법무팀에서도 오셨던데..”
“아. 아닙니다. 그건 차후에 상황 봐서 진행할 거라 틈날 때 그림을 그려주시면 되고요. 법무팀은 다른 계약 때문에 온 겁니다.”
“어떤 계약을?”
“일본에서 또 다른 제의가 들어와서요. 다들 돈 좀 벌수 있겠다 싶으면 벌떼처럼 달려들지 않습니까? 일본에 있는 피규어를 만드는 회사에서 뮤란 멤버의 피규어를 제작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피규어를 제작한다는 건 오타쿠들을 위한 건데 그럼 앨범 재킷에 있는 그림과 똑같이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뮤란 멤버들 초상권이야 회사와 계약한 계약서상에 다 있으니까 상관없지만 그림을 이용해서 만들려면 수빈씨의 허락이 있어야 해서요. 사실 피규어 같은 건 큰돈이 안돼서 별로 남는 게 없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회사 규정에 맞춰 간단하게 계약서를 하나 작성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아. 그것 때문에 법무팀이 오셨구나. 알겠습니다. 그럼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죠.”
잠시 후 계약을 마친 법무팀과 재무회계팀이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자 수빈이 남은 사람들에게 물었다.
“신인기획팀과 A&R 팀 그리고 홍보팀은 저에게 무슨 용무가 있으셔서 오신 겁니까? 어느 부서부터 이야기를 들어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수빈의 말에 신인기획팀 이진희 트레이너가 손을 들고 말했다.
“나부터 해요. 내용이 간단하니까..”
“네. 그러시죠.”
“수빈씨.”
“네. 이진희 선생님.”
“나 임산부인 거 알지?"
"그럼요. 제가 진맥까지 해드렸는데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나 살 빠진 거 보여?"
"...."
"임산부가 살이 쪄야지 빠지면 되겠냐고. 그러니까 수빈씨가 제발 나 좀 살려줘.. 이러다 나 뱃속에 있는 애 얼굴도 못 보고 죽을 거 같아."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연습생들이랑 연습생 부모들 때문에 내가 아주 미쳐버릴 것 같아.”
“아니 왜요?”
“다들 수빈씨에게 평가를 한번 받아보고 싶다고 나랑 박송희 선생을 아주 들들 볶는다 볶아. 내가 이러다 제 명에 못 죽을 거 같아..”
“허..”
“뮤란이 수빈씨 덕분에 초스피드로 데뷔가 결정되면서부터 연습생들이 나를 볶기 시작했는데.. 며칠 전 뮤란이 정식으로 데뷔하고 음원 1위까지 하면서 대박이 터졌지? 거기에 일본에서 음반이 미친 듯이 팔린다는 소식까지 연습생들 귀에 다 들어갔지? 걔네들 입장에서는 배가 아프다 못해 아주 미쳐버릴 지경인 거지. 저 자리에 내가 들어갔으면, 내가 쟤들보다 못한 게 뭐지, 쟤는 누구 백으로 저기 끼여있는 거지, 머릿속에 온통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야.”
“연습생들이 오해를 많이 하고 있는 모양인데요. 단지 저랑 친하다는 이유 하나로 뮤란을 밀어주고 곡을 만들어 주면서까지 데뷔시킨 게 아닙니다. 걔네들한테 나름 재능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알지. 나나 다른 선생님들이야 그런 사실을 다 알고 있지.. 하지만 연습생들은 아직 어리잖아? 그러니 다들 나도 수빈씨 눈에 띄면 뮤란처럼 데뷔할 수 있고 뮤란처럼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하루 종일 그런 생각만 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걔네들만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게 수빈씨가 연습생들을 다 알고 있는 건 아니잖아?”
“그렇기는 하죠. 제가 데뷔한 게 3년 전이니까 그 이전에 들어온 친구라면 몰라도 최근 몇 년간 어떤 친구들이 연습생으로 들어왔는지는 저도 잘 모르죠.”
“거봐. 걔네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나름 일리가 있다니까..”
“후우. 그래서 원하시는 게 뭡니까?”
“하루! 아니 아니 반나절! 딱 반나절만 시간을 내줘. 수빈씨가 시간이 될 때 반나절만 시간을 내서 연습생들 오디션 형식으로 딱 한 번만 봐줘라. 나 얼굴 홀쭉해진 것 좀 봐..”
“제가 보기에는 살이 더 찌신 거 같은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제가 시간을 내보죠. 바로는 안되고요. 지금 저도 너무 바빠서.. 최대한 빨리 시간을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 수빈씨. 이제야 내가 밥이 제대로 넘어가겠다.”
“그런데 선생님?”
“왜?”
“원래 조용하고 과묵한 성격 아니셨습니까? 오늘 말씀하시는 게 보통 때랑 많이 다르네요. 말투도 평상시랑 다르고 완전 청산유수로 말씀하시던데..”
“수빈씨. 여자의 변신은 무죄인 거야. 그리고 원래 임신하면 호르몬 때문에 성격도 좀 바뀌고 그러는 거야.”
“..잘 알겠습니다.”
“그럼 연습생 애들한테는 내가 말해놓을 테니 시간 날 때 바로 연락 줘.”
“네. 선생님.”
"고마워요. 수빈씨. 다음에 내가 밥 한번 살게."
그렇게 이진희 보컬 트레이너가 밝은 얼굴로 떠난 뒤 수빈은 남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때 홍보팀에서 온 남자가 무슨 죄라도 지었는지 쭈뼛쭈뼛 거리며 손을 들었다.
수빈이 손을 든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네. 편하게 먼저 말씀하시죠."
"홍보팀 김시후 대리입니다. 먼저 개인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전 수빈씨 팬입니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대리님."
"오늘 제가 회의에 참석한 건.. 수빈씨에게 사과를 드려야 할게 있어서 왔습니다."
"홍보팀에서 저에게 사과를 하실게 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어떤 일로 그러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