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사 연예인이 되다-78화 (78/236)

#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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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은 머릿속으로 떠오른 대본 내용을 빠르게 영상으로 구성하여 보았다.

<<영화 대본...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 정문이 몇 초간 화면에 비친다.

화면 전환하여 이탈리아 TV 뉴스 : 최근 북핵 관련하여 국제사회에서 압박을 높이기 위해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도 북한 대사를 추방하기로 결정하였다. 금일 문정남 북한 대사가 이탈리아에서 추방되어 북한으로 돌아감에 따라 현재 북한 대사관 분위기가 살벌한 상황이다.

다시 화면 전환하여 북한 대사관 정문.

북한 대사관 정문 옆 쪽문으로 172~3 정도의 키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갈색의 긴 머리를 휘날리며 한 이탈리아 여성이 걸어 나왔다.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알리체(Alice)라는 이름의 그녀는 올해 나이 25세로 이탈리아의 명문 대학인 볼로냐 대학 출신이며 평상시에는 로마에서 지내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주말을 이용하여 고향인 베네치아로 돌아가서 가족을 만나고 오는 여성이다.

잠시 후 알리체는 로마 떼르미니 역으로 이동하여 이딸로 기차를 타고 고향인 베네치아로 출발하였다. 해가 질 무렵 베네치아의 산타루치아 역에 도착한 그녀는 역 바로 몇 십 미터 앞에 있는 바포레토(수상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알리체가 바포레토 쪽으로 걸어가자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기하고 있던 S.A.T. 유럽 2팀 이호석 팀장이 소매를 입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비둘기가 물 위로 가고 있다. 꼬리는 달려 있나? 이상.”

근처 3층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쌍안경으로 주위를 살펴보던 백업 요원인 성종우는 무전기를 들고 말했다.

“현재 달려있는 꼬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

“집주인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비둘기가 아주 큰 올리브 가지를 물고 왔다고 하니 평상시보다 더 주의가 요망된다. 이상.”

“현재로서는 아주 깨끗합니다. 이상.”

“알았다. 비둘기에게서 올리브 가지를 받아 오겠다. 이상.”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이상.”

이호석 팀장은 바포레토에 올라타서 엘리체가 앉아 있는 옆으로 지나갔다. 엘리체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순간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에게서 칩과 같은 조그마한 물건을 건네받는 모습이 슬로비디오로 잡혔다. 이호석 팀장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가 바포레토 맨 뒷자리에 앉았다.

한편 그 시각 산타루치아 역 앞쪽의 대운하 건너편에 있는 보스코로 벨리니 호텔.

호텔 최고층의 한 방안에는 건장한 남자 5명이 한방에 머무르고 있었다. 방의 창쪽에는 고배율 망원경이 거치 되어 있고 한쪽에서는 헤드셋을 낀 남성이 주파수를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망원경을 보고 있던 남자가 바포레토에 앉아 있는 이 팀장과 3층 옥상에 있는 성종우 백업 요원을 번갈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쥐새끼 같은 남조선 아새끼들. 드디어 잡았구먼..”

잠시 후 망원경을 보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방안을 쳐다보며 말했다.

“대좌 동무. 옥상에 있는 놈이 움직입네다.”

방안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대좌라 불린 남자가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 있는 남자 두 명에게 말했다.

“가락지빵 그만 먹고 날래 쫓아가기요.”

대좌의 말에 건너편에서 도넛을 먹고 있던 남자 두 명이 후다닥 일어나 입을 훔치며 급히 방을 나섰다.

장면이 바뀌어 산 마르코 광장에 도착한 바포레토에서 이 팀장이 내리는 모습이 잡혔다.

사방을 조심스럽게 쳐다보며 걸어가던 이 팀장은 일반주택으로 보이는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간 이 팀장은 203호 문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 삐. 철컥.

방안으로 들어선 이 팀장은 거실 소파에 재킷을 벗어던지며 말했다.

“종우야. 나 왔다.”

그 순간 가까운 방문이 열리며 두 명의 남자가 소음기가 장착된 토카레프 권총을 든 채로 나타났고 그 뒤로 보이는 방바닥에는 총을 맞고 사망한 걸로 여겨지는 성종우가 피를 흘린 채로 누워 있었다.

이 팀장이 당황한 얼굴로 오른손을 뒤로 돌려 뒤춤에 꼽혀있는 권총을 잡아갔다.

- 피슉. 피슉.

총을 맞은 이 팀장이 몸을 비틀거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남자 한 명이 쓰러진 이 팀장의 몸을 뒤져 칩으로 보이는 물건을 바지 주머니에서 꺼냈다. 부릅 뜬 눈으로 죽어 있는 이 팀장의 얼굴 뒤로 두명의 남자가 문을 열고 나가는 장면이 잡힌다.

장면이 전환되어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던 한 동양계 여성이 탁상시계에서 울리는 7시 알람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컴퓨터 앞으로 다가간 여성이 뭔가를 확인한 후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

장면이 바뀌어 소파에 앉아 책을 보던 여성이 9시 알람을 듣고 컴퓨터 앞으로 다가갔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소파로 돌아갔다.

다음 장면으로 소파에서 TV 뉴스를 시청하던 여성이 11시 알람을 듣고 긴장한 얼굴로 컴퓨터 앞으로 다가갔다.

잠시 후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거실에 있는 TV 아래쪽 서랍에서 글록 19 권총을 챙긴 그녀는 트렌치코트를 걸치고서 방을 나섰다. 산 마르코 광장 근처까지 택시를 타고 간 그녀는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이전에 보였던 주택 건물로 들어섰다.

203호 문 앞에 선 그녀는 상의에서 총을 뽑아 한 손에 쥐고 비밀번호를 누른 후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방안으로 들어갔다.

희미한 달빛 속에서 거실 바닥에 죽어있는 이호석 팀장을 발견한 그녀는 당황한 얼굴을 지었다. 잠시 후 그녀는 이를 악물고 다른 방을 마저 뒤져 죽어있는 성종우까지 발견하고서 급히 도망치듯 방을 나섰다.

산 마르코 광장에 나간 그녀는 공중전화 부스 안으로 들어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더니 잠시 후 안내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렸다.

[가든 택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탈리아에서 곰돌이 푸우를 주문했는데 아직 도착을 안 해서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싶습니다.”

[송장 번호가 어떻게 되나요?]

“4322347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어디론가 전화를 돌리는지 다시 신호가 가더니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3차장이네.]

“이탈리아 수선화입니다.”

[무슨 일인가?]

“이호석 팀장과 성종우 요원 둘 다 아지트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빌어먹을.. 하아. 누구 짓인가?]

“아직 파악 못했습니다. 정기적으로 보내오던 연락이 3회 연속 누락되어 프로토콜에 따라 조금 전 아지트로 확인차 갔다가 두 사람의 시체를 발견하고 급히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그 팀에서 하고 있던 공작이 정확히 뭐였지?]

“스페인에 있던 북한 대사가 추방되면서 그쪽에서 관리하던 비자금이 얼마 전 이탈리아로 통째로 넘어왔는데 오늘 이탈리아 대사마저 추방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자금 관련 정보가 누출되어서 오늘 정보 획득 작업을 추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요원들을 죽인 게 북한 놈들 소행이라는 거군.]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지만 아직 확인은 못했습니다.”

[알겠네. 본사에서 따로 조치를 취할 테니 자네는 당분간 몸을 숨기게나. 그리고 현지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잘 살펴보고 하루에 한 번씩 나에게 연락을 해주게.]

“네. 알겠습니다.”

전화 부스에서 나온 여인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장면이 다음날 아침으로 전환되며 경찰차가 사이렌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달려간다. 그런 후 트렌치코트를 입고 물 위에 둥둥 떠있는 여성의 시체가 화면에 잡힌다.

...영화 대본>>

수빈은 김성희가 말한 여주인공이 등장한 시간을 빠르게 개략적으로 계산해 보았다.

“성희씨.”

“네?”

“여주인공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간이 5분을 채 안 넘는데요. 그걸로 영화의 여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결정적으로?”

“등장한지 하루 만에 금방 죽잖습니까? 그럼 다음부터는 출연을 못할 텐데.. 만약에 이번에 찍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서 시리즈로 영화를 제작한다면 편마다 여자 주인공이 바뀌게 되는 겁니까?”

"아뇨. 속편을 제작하게 되면 그녀가 여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할 겁니다. 1편은 수빈씨 위주로 찍다 보니 비중이 적지만 2편에서는 비중도 더 많아질 거로 예상하고 있고요."

"죽은 여자가 2편에서 다시 등장을 한다고요? 예수도 아니고.."

"네. 그걸 노리는 거예요. 관객들에게 반전을 주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겠죠."

김성희의 말에 수빈은 머릿속을 언뜻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죽은 여자가 베네치아에 있던 이탈리아 여자입니까? 유럽 2팀 연락책이 아니라?"

"네. 비슷한 트렌치코트에 갈색 머리의 여자라는 걸 이용해서 관객들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거죠."

"그렇군요. 나쁘지 않은데요. 성희씨. 식사하면서 이야기하죠. 이러다 스파게티가 다 퍼지겠어요."

"네. 수빈씨도 드세요. 여기 스파게티 맛있어요."

잠시 후 식사를 하던 수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그 여자 주인공이 2편에 다시 등장한다는 걸 알려주시려고 오늘 보자고 한 겁니까?"

"그럴 리가요. 지금 회사에서 여자 주인공 역으로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신선하고 매력적인 뉴페이스를 원하고 있습니다. 키도 수빈씨랑 어느 정도 맞아야 될 거고요. 아무래도 속편을 계속해서 찍으려면 나이가 어린 게 좋으니까요."

"좋네요. 그럼 저랑 나이도 비슷할 거고.."

"그래서 조만간 BJ Ent. 주최로 여자 주인공 오디션을 개최할 생각입니다."

"그래요? 처음 듣는 이야기네요."

"이틀 전에 전격적으로 결정됐으니까요. 그래서.."

"그래서요?"

김성희가 포크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살짝 긴장한 얼굴로 수빈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그 오디션에 한번 나가볼까 하는데.. 수빈씨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서 오늘 보자고 했어요."

성희의 말에 수빈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여자가.. 그걸 왜 나에게 물어? 내가 심사위원도 아닌데..'

"성희씨가 오디션을 나가는 게 제 허락이 필요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본인이 나가고 싶으면 나가는 거죠."

수빈의 대답에 김성희가 긴 한숨을 쉬었다.

"후~우. 지금 수빈씨랑 나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는 거는 알고 계시죠? 일전에 만났을 때 둘 다 말을 놓기로 해놓고서는 아직도 서로 존댓말을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물어보는 거예요. 내가 나가서 혹시 여자 주인공으로 뽑히게 된다면 수빈씨가 많이 불편해할까 봐 걱정이 돼서요."

"네? 설마요..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저랑 같이 연기할 여자 배우를 뽑는 거지 제 애인이나 부인을 뽑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수빈씨는 제가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뽑혀도 좋다는 말이시죠?"

"그럼요. 제가 감독도 아니고 심사위원도 아닌데요. 전혀 상관없습니다."

"네. 그럼 제가 열심히 해보도록 할게요."

수빈의 대답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지 김성희는 긴장이 풀린 얼굴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다시 포크를 집어 들고 스파게티를 돌돌 말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성희는 이때까지 전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 오디션에서 앞으로 자신의 강력한 연적(戀敵)이 될 한 여성이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할 거라는 사실을.

한편 그날 저녁 방영된 [질주맨]을 시작으로 수빈이 촬영한 예능 프로들이 줄지어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 수빈이 스킨스쿠버 강습을 받고 있을 때 마침내 MBS가 정상화되면서 [무리한 도전]의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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