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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연예인이 되다-72화 (72/236)

#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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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예약된 호텔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성강호가 젊은 피디에게 물었다.

"수빈이 몸을 보고 홀딱 반해서 저렇게 팬들이 많아진 거야? 중국에도 몸 좋은 애들이 많이 있을 건데?"

"몸도 몸이지만.. 원래 수빈씨가 드라마에서 선글라스랑 수염으로 계속 얼굴을 가리고 있었잖아요. 한국 팬분들이야 수빈씨가 잘생긴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중국에서는 수빈씨를 잘 모르잖아요. 권법 좀 잘하는 액션배우 정도로만 알고 있다가.. 면도하면서 얼굴이 공개되니까 드라마를 보던 중국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반응이 폭발적으로 오나 봐요."

"젊고 잘생기고 몸 좋고 연기 잘하고.. 뭐 좋아할 만 하지."

"지금 수빈씨 팬들이 뒤에서 차를 타고 따라오고 있는데.. 이런 식이면 촬영할 때 애로사항이 좀 있겠는데요."

잠자코 듣고 있던 수빈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괜히 촬영에 방해가 되어서.."

"아니죠. 이런 식이면 저희 드라마에 사람들의 관심이 더 쏠릴게 자명한데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반갑죠."

촬영지마다 수빈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극성팬들로 인해 다음날 귀국전까지 어렵사리 촬영을 끝마친 수빈은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박실장의 만남 요청을 받고 사무실로 찾아갔다.

수빈을 반갑게 맞이한 박실장은 뉴스 2개를 A4용지에 출력하여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지금 회사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뉴스 2개를 뽑은 거라네. 한번 읽어보게."

- 김해수와 함께 BIFF에 참석한 영화배우 수빈. 영화제를 더욱 빛내다.

- 중국 상해 공항에 인산인해를 이룬 영화배우 수빈의 중국 극성팬들의 모습.

수빈은 출력된 뉴스 내용과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본 후 내려놨다.

"팬 분들이 아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하지만 이미 저도 알고 있는 내용들인데요."

수빈의 말에 박실장이 허~하고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천재도 실수할 때가 있긴 하나 보군. 내가 보라고 한건 기사 내용이 아냐."

"그럼?"

그 순간 수빈은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있어 기사 제목들을 다시 보았다.

"음.."

"이제 알아챘나 보군. 전부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자네를 어느새 영화배우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네. 놀랍지 않나? 자네가 배우로 출연한 영화가 개봉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자네를 보고 영화배우라고 부르다니.."

"그렇군요. 회사에서 힘을 쓰신 겁니까?"

"천만에. 보수적이고 폐쇄적이기로 유명한 영화판에서 그런 짓을 섣불리 시도하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지. 회사에서도 BJ에서도.. 그 어느 쪽도 아무런 손을 쓰지 않았다네. 이건 대중들이 자네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야. 그래서.."

"그래서요?"

"BJ 쪽이랑 협의해서 최대한 일정을 당길 예정일세. 조만간 이번 신작 블록버스트 영화에 자네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을 발표할 거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았나. 이 말은 이제 자네도 여타 다른 일들보다 영화에 집중할 때가 왔다는 뜻이기도 하지."

"흠. 잘 알겠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벌여놓은 일들을 하나씩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함세. 그리고 말이야.."

"네. 실장님. 말씀하시죠."

"AR 팀에서 자네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군. 자네 생각은 어떤가?"

"AR 팀이면.. Audio & Recoding 팀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쪽 정팀장이 나에게 부탁을 하더군. 자네와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박실장의 말에 수빈은 잠시 머릿속을 정리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뮤란]이 데뷔하고 BBG가 복귀를 해서 나의 존재감을 충분히 알린 후에야 만날 생각이었는데.. AR 팀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조급한 상황인가 본데. 뭐 그쪽에서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긴 하지. 예상보다 일찍 만난다고 해도 어차피 하는 짓이 맘에 안 들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면 그만일 거고..'

"저는 별 상관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연락을 해볼 테니 지금 바로 만나보도록 하게. 이런 일은 말 나왔을 때 처리하는 게 서로에게 좋아. 미적거려봐야 사내에 이상한 소문만 돌기만 하고 도움이 될게 하등 없다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수빈은 AR 팀과 회의실에서 회동을 가졌다. 간단한 인사 후 정팀장 일행과 수빈은 서로를 쳐다보며 아무 말 없이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다.

긴 침묵 후 정팀장이 긴 한숨을 허공으로 내뿜은 후 입을 열었다.

"후우. 쓸데없는 기세 싸움을 해봐야 뭐 하겠나.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엎드릴 때에는 바짝 엎드려야 한다는 말도 있지. 수빈아. 아니 수빈군? 수빈씨? 뭘로 부르는 게 좋겠나?."

"팀장님 편하신 대로 부르셔도 됩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이제는 예전에 내가 알던 십 대 청소년도 아니고 하니 내가 수빈군이라 부르지. 수빈군."

"네. 팀장님. 말씀하시죠."

"내가 여러모로 수빈군에게 미안하네. 내가 정중히 사과를 하지. 하지만.. 내가 몇 가지 변명을 좀 하고 싶은데 해도 되겠나?"

"그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그때 정팀장 옆에 앉아있던 스킨헤드에 덩치가 큰 남자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져서 의자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수빈의 멱살을 잡아왔다.

"듣고 있을라니 내가 어이가 없어서.. 마빡에 잉크도 안 마른 어린 넘을 여기까지 키워줬더니 말하는 싸가지를 보게."

그 모습을 지켜본 정팀장이 깜짝 놀라 다급히 외쳤다.

"성호야! 지금 뭐 하는 거야. 빨리 그 손 놔라."

"하지만 팀장님. 이 어린놈의 자식이 말하는 걸 들으셨잖아요. 한번 들어보겠다니.."

그 순간 수빈이 빙긋 웃으며 오른손으로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남자의 손목을 지그시 움켜쥐었다. 그리곤 강하게 쥐어짜기 시작했다.

"..으..으윽..억.."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던 남자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멱살을 풀었다. 그러자 덩달아 수빈도 남자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풀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질주맨]이 방영이 안됐군요."

아직도 고통스러운지 손목을 부여잡고 있던 성호라는 남자가 이를 갈며 말했다.

"이놈이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제가 [질주맨] 녹화를 하면서 김정국 선배랑 팔씨름을 해서 이겼는데.. 그게 아직 방영이 안돼서요. 힘으로 한번 붙자고 하면 얼마든지 붙어드리겠습니다. 그걸 원하시는 겁니까?"

수빈의 도전적인 말에 정팀장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러려고 만나자고 한 게 아닐세. 성호가 다혈질이라 그런 거니 자네가 이해를 해주게. 내가 다시 한번 사과하겠네. 미안하네."

"알겠습니다. 자신이 모시는 상사를 위하다 보면 흥분할 수도 있는 거죠. 그럼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볼까요?"

"그러세. 성호야! 너도 빨리 자리에 앉아. 또다시 그러면 내가 진심으로 화낼 거다."

"..알겠습니다."

자리가 정리되자 정팀장이 입을 열었다.

"일전에 내 친척이란 놈이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쳤다는 걸 잘 알고 있네. 그 일에 대해서 내가 진심으로 사과를 하지. 피해를 본 당사자에게도 내가 직접 찾아가서 사과를 했다네. 하아. 내가 변명을 하자면.. 먼 친척이라 난 그놈을 잘 몰라. 어머니를 통해서 부탁이 들어왔길래 회사에다 매니저 자리를 부탁한 거뿐이야. 자네도 잘 알잖은가.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매니저라는 자리가 박봉에 일은 힘들고 그렇다고 권력이 있는 자리도 아니라는걸.. 그래서 힘들다고 금방 그만 둘 줄 알고 신경을 안 썼다네. 그랬더니.. 후우.."

"흠. 그러셨군요."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한 지 십 년이 넘었네. 내가 얼굴이 차갑게 보여서 성격이 원만하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한 번도 쓰레기라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어. 내가 권력이나 지위를 이용해서 연습생들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소문이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나?"

"그러고 보니.. 팀장님이 까칠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군요."

"그럴걸세. 난 그런 건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야. 내 밑에 있는 놈이 그러 짓을 저질렀으면 박살을 내면 냈지 봐주거나 넘어가는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그런데 그놈이.. 하아. 내 얼굴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그놈은 회사에 말해서 이미 잘랐다네."

정팀장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수빈이 대답했다.

"잘 알겠습니다. 그 문제에 관해서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다른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에게 팀장님이 직접 찾아가셔서 사과했다는 게 맘에 드네요. 진정성이 있어 보여서 그 일은 그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후우. 고맙네. 그럼 자네가 오해하고 있는 다른 문제로 넘어가세. 내가 또 변명을 하자면.. 난 그냥 월급쟁이일 뿐이야. 회사에서 오더가 내려오면 거기에 따라야 되는 사람이라는 말일세."

"무슨 뜻입니까?"

"나도 들었네. BBG 멤버들의 저작권 관련해서 자네가 화를 내고 있다는걸.. 그 문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그럼 팀장님 말씀은 그게 위에서 내려온 지시라는 말입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이런 거지. BBG 멤버들 중에서 영국팀이 계약한 게 연습생 출신들과 조건이 많이 다르다는 소문은 자네도 들어서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것까지는 몰라도요."

"그럴걸세. 나도 자세히는 모르니까.. 내가 아는 건 영국팀 계약이 자네를 포함한 연습생 출신들보다 훨씬 조건이 좋다는 것. 그리고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것. 그 정도만 알고 있네. 그래서 BBG 관련해서 위에서 지시가 내려온 게 있었지. 회사의 수익 창출 차원에서 BBG의 경우에는 일반 연습생 출신들보다 규정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해 줬으면 한다고 말이야.."

"흠,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의 저작권을 뺏어간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수빈의 말에 정팀장이 말없이 앉아 있던 남자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민석아. 자료 준비됐지?"

"네. 팀장님."

민석이라는 남자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더니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잠깐의 짬을 이용해 정팀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난 수빈군 자네가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솔직히 이해가 안됐다네. 자네 같이 음악적으로 천재인 사람이 왜 그런 오해를 하는 건지.. 그 당시 머리가 안 좋은 척 연기를 했다고 하니까 혹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료를 다 챙겨왔네. 자네가 직접 확인을 해보게나. 그 어떤 조작이나 속임수 같은 건 없다고 나랑 AR 팀 전체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작업이 끝났는지 민석이라는 남자가 노트북 방향을 돌려서 수빈쪽으로 밀면서 이어폰을 같이 내밀었다.

수빈은 건네주는 이어폰을 귀에 꼽고 노트북 화면에 띄워져 있는 자료들을 하나씩 꼼꼼하게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자료를 검토하는 수빈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 중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 침묵의 시간이 계속해서 흘러갔다.

시간이 흘러 거의 삼십분 가까이 자료를 살펴보던 수빈은 노트북에서 눈을 떼고 이어폰을 귀에서 뺏다.

그러자 정팀장이 수빈에게 초조한 음성으로 물었다.

"거기 자료에 적혀있는 날짜들은 다 정확한 날짜들이야. 민석이가 프로그래머 출신이라 그런 건 철저하게 관리하는 스타일이거든. 지금 자네가 본건 AR 팀 사무실에 있는 원본과 똑같고 그 어떤 조작도 없는 거라네. 내가 우리 딸 효정이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자네가 직접 확인을 해보니 어떤가?"

"팀장님. 하나 여쭤볼게 있습니다."

"얼마든지 물어보게나. 뭐든지 내가 솔직하게 대답을 할 테니."

초조한 눈빛으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정팀장의 얼굴을 쳐다보며 수빈은 서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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