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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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은 눈을 뜨자마자 방바닥에서 허리를 세우고 자신의 몸 위에 올려져 있는 옆 사람의 발을 치운 후 모텔방을 둘러보았다. 좁은 모텔방 안에 수빈을 빼고도 무려 4명의 사람이 함께 잠을 자고 있었다.
방안에 하나밖에 없는 침대 위에서는 2명의 여성이 서로 꼭 끌어앉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수빈의 좌우 옆자리에는 2명의 남자가 방바닥에 고개를 모로 한채 큰 소리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 드러러렁~ 푸우
- 커러렁~ 커억
좌우에서 스테레오로 들려오는 남자들의 우렁찬 콧소리에 수빈은 살짝 한숨을 내쉬고 소리 없이 일어섰다. 사방에 지뢰처럼 널려진 술병들을 조심스럽게 피해 화장실로 걸어 들어간 수빈은 간단하게 샤워를 한 후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방으로 나왔다.
'이것 참.. 이래서는 방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군.'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소지품 가방과 핸드폰을 챙긴 후 수빈은 방을 나서서 모텔 옥상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여 옥상으로 올라가면서 어젯밤의 기억을 순서대로 떠올려 보았다.
'처음엔 저녁 식사 후 같은 방을 쓰는 장태호와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지. 연기 때문에 의논할게 있다고 들른 정세경이 그 자리에 합류했고, 그 바람에 태호가 업이 되어서 소맥을 말기 시작했지. 그러다 메이킹필름을 찍는다고 방방을 돌아다니던 김영숙과 박상민이 합류하여 제대로 된 술판이 벌어졌고, 다들 취해갈 무렵 정세경을 매니저가 와서 데려갔지. 그 바람에 판이 깨지려는 순간 뒤늦게 액션스쿨의 송민지가 가세해서 다시 또 부어라 마셔라 했고.. 후.'
나이가 비슷한 또래들끼리 광란의 술자리를 벌였던 지난밤을 회상하다 수빈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중얼거렸다.
"영화판에 있는 여자들은 어떻게 된 게 하나같이 다들 말술이야. 말술.."
수빈은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소주천을 행하여 몸속에 남아있는 술기운들을 마저 뽑아냈다. 그런 후 육합권으로 충분히 몸을 푼 다음 옥상 한편에 있는 플라스틱으로 된 접이식 간의 의자에 앉았다.
소지품 가방에서 두꺼운 콘티북을 꺼낸 수빈은 정신을 집중하여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한참 콘티북에 빠져들어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성철이형?"
[수빈아. 너 지금 어디냐? 방에 깨우러 갔더니 너는 안 보이고 다른 사람들만 잔뜩 퍼질러 자고 있던데.]
"아. 전 아까 일어났어요. 방이 하도 정신없어서 지금 모텔 옥상에서 콘티 좀 보고 있어요."
[그래? 그럼 8시까지 모텔 앞으로 나와라. 아침 챙겨 먹어야지.]
"네. 시간 맞춰 갈 테니까 걱정 마세요."
전화를 끊은 후 다시 콘티에 집중하고 있을 때 옥상으로 올라오는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누구지? 발소리가 가벼운 걸 봐서 여자 같은데..'
옥상 입구를 쳐다보고 있던 수빈은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자 속으로 깜짝 놀랐지만 기색을 감추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여기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잘 잤어요? 수빈씨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찾아왔어요."
잠시 후 옥상에 혼자 남은 수빈은 콘티북을 덮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내려갈 차비를 하면서 생각했다.
'세상에 근심 없는 사람은 없다더니.. 사람이 달까지 가는 세상에서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구나.'
아침을 든든히 먹은 수빈은 정해진 일정에 맞춰 촬영을 하나씩 해나갔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우검 송해섭의 무예 연습 장면을 찍고 있었다.
우검 송해섭으로 분장한 수빈은 집안 마당에서 무관의 복장을 한채 한 손에 번쩍거리는 칼을 들고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 레디~. 액션!
감독의 지시에 맞춰 연기가 시작되었다.
내미는 발은 비호와 같고 빠르게 휘두르는 칼에서는 삭풍처럼 매서운 바람이 일었다. 찔러가는 칼끝에서는 사나운 기세가 어렸고 부릅뜬 눈과 내뱉는 기합에는 무인의 기백이 가득 담겼다.
수빈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연기를 끝마치고 마당 한복판에서 잠시 호흡을 고르고 있자 감독이 힘차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 컷. 좋았어!
수빈의 연기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던 많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그제야 감탄성을 내뱉으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 우와. 대박. 개멋있다.
- 액션은 자신 있다더니. 뻥이 아니었네.
- 그림 하나는 죽이게 뽑히겠는데.
- 잘생긴 인간이 연기까지 저러면 사기 아니냐?
- 몸 좋다고 소문났던데 옷은 안 벗나?
수빈이 소품팀에게 칼을 전달하고 있을 때 장진석 영화감독이 가까이 다가왔다.
"수빈씨. 이번 연기 아주 좋았어."
"감사합니다. 감독님."
"다른 사람하고 약속 없으면 나랑 정감독이랑 같이 점심이나 함께 할까?"
장감독의 말에 수빈은 속으로 올게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나보고 옷 벗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가..'
"네. 감독님. 그렇게 하시죠. 별다른 약속 없습니다."
잠시 후 근처 식당에서 수빈은 장진석 영화감독, 정도홍 무술감독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다 끝나가자 장감독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수빈씨. 내가 할 말이 있는데.."
"네. 감독님. 편하게 말씀하시죠. 그리고 말을 낮추셔도 됩니다."
"그건 아니지. 감독이 배우를 존중하지 않으면 어떻게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겠나. 그건 넘어가고. 수빈씨. 내가 사람들에게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긴 하지만.. 그 이전에 나도 처자식이 있는 사람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수빈씨 옷을 함부로 벗겼다간 앞으로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정도는 나도 이미 알고 있어. 딸린 식솔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몸을 사리는 게 맞지. 하지만 말이야. 감독 입장에서는 자기가 찍고 있는 영화의 흥행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내가 고민이 참 많았어. 어제 고사 지낼 때 정감독이랑 나랑 좀 늦게 도착했지? 그때 둘이서 의논을 좀 하다가 늦었어. 아니지. 의논이라기보다 정감독에게 내가 한탄을 했다는 게 정확하겠지. 그런데 말이야.."
"네. 말씀하시죠. 듣고 있습니다."
"그때 정감독이 나에게 이런 충고를 해주더라고. 고민하지 말고 차라리 수빈씨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천재의 머리를 우리가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겠냐면서 솔직하게 털어놓고 의견을 물어보는 게 훨씬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그래서 오늘 내가 수빈씨와 같이 식사 자리를 가진 거야."
"그러시군요."
"후우. 어떡하면 좋겠나? 영화에서 자네의 옷은 못 벗기고 영화 흥행은 또 해야 되고..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나? 천재적인 머리로 나에게 조언을 좀 해줘보게."
장감독의 말에 수빈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여러 가지를 검토한 후 입을 열었다.
"감독님. 전 옷을 벗어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제가 자청해서 벗었다고 주장해도 누군가는 절대 그 말을 믿지 않을 겁니다. 그 말인즉슨 제가 이번 영화에서 노출신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제가 영화 흥행을 위해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수빈의 말에 장감독이 수빈의 손을 덥석 부여잡으며 급하게 말을 받았다.
"그래. 해봤는데? 어떤 좋은 방법이 있던가?"
수빈은 슬며시 손을 빼며 말을 이었다.
"제가 나름 머리가 좋은 편이라 이번 영화의 대본부터 시작해서 시나리오나 콘티 등을 달달 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납득이 잘 안 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어떤 부분이?"
"장감독님께서 시나리오를 직접 쓰셔서 잘 아시겠지만 이번 영화의 백미(白眉)는 옹주 일행이 후궁이 보낸 자객들에게 쫓기는 추격신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벌판에서 말을 타고 활을 쏘면서 추격전을 벌이는 게 이번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지."
"그렇죠. 그러다 시간을 벌기 위해 우검인 제가 먼저 말에서 내려서 적들과 싸우다 장렬하게 죽고 그다음 좌검이 죽고.. 그런데 말입니다. 전 이해가 안 됐습니다. 유교사상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적용되던 조선시대에, 그것도 구중궁궐에서 곱디곱게 자란 옹주가 말을 타고 벌판을 미친 듯이 질주한다. 그게 정말로 가능한가? 과연 관객들이 그 장면을 보면서 납득이 갈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
"조선시대의 옹주라면 이동할 때 가마를 탔으면 탔지 말을 타본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을까? 설혹 타본 적이 있더라도 시종이 고삐를 잡고 천천히 걸어가는 말위에 걸터앉은 게 전부가 아닐까? 말을 탄다는 건 성인 남자들에게도 굉장히 위험한 일인데 과연 여자의 몸인 옹주가 말을 타고 벌판을 질주한다.. 감독님은 그 장면이 스스로 납득이 되십니까?"
"그렇긴 하군. 하지만 우리가 찍고 있는 건 영화지 않은가? 재미를 위해서 약간의 과장은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거지."
"그래서 말입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시나리오를 약간 수정하면 어떨까 합니다."
"수정을? 어떻게?"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봤는데요. 사가로 쫓겨난 옹주가 말 타는 걸 배우기 위해 낙마할 위기를 겪지만 제가 구출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힘들게 옹주가 승마 기술을 익혔다고 설득하는 방법. 그게 아니면 자객에게 추적을 당할 때 벌판을 달리다 말 타는게 서툴러 낙마할 위기를 맞지만 제가 도와줘서 극복했다고 설득하는 방법. 이렇게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습니다."
수빈은 잠시 공백을 둔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감독님께서 그런 액션 장면을 추가로 집어넣으시면 제가 말위에서 멋지게 재주를 한번 부려보겠습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흥행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보는 관객들도 충분히 납득이 될 거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바꾸는 건 별문제가 아니야.. 자네가 말을 잘 탄다는 건 어제저녁에 나도 들었어.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전문적인 스턴트맨들이 하기에도 위험한 연기를 배우인 자네가 직접 하겠다고? 그러다가 만약에 자네가 다치기라도 하면 아마 난 그날로 매장될걸세. 그분 성격이 얼마나 무서운지 수빈씨는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이야."
"감독님.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정말로 제가 말위에서 묘기를 부릴 수 있을 정도로 끝내주게 잘 탑니다. 제가 얼마나 말위에서 재주를 잘 부리는지 저에게 말 타는 걸 가르쳐주신 스승님이 저에게 붙인 별명이 있을 정돕니다. 마재유운(馬才鸓運)이라고 말입니다."
"마재윤? 그게 뭔가?"
"마재윤이 아니라 마재유운 입니다. 말 마, 재주 재, 날다람쥐 유, 움직일 운. 제가 말위에서 재주를 넘는 게 마치 날다람쥐가 뛰어노는 거 같이 잘한다고 해서 스승님이 붙여주신 별명입니다. 그러니 사고 걱정은 전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 후우. 정말로 안다치고 할 수만 있다면.."
잠시 후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대본에도 없던 액션 연기를 새롭게 짜기 시작했다.
몇 시간 후 양수리 야외 촬영장에는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수많은 스태프들이 여기저기 바삐 뛰어다니며 준비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
특히 현장 스태프 중 그립팀이라고 불리는 이동차를 조작하는 팀에서 뭔가가 잘못되었는지 계속해서 고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긴장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던 장감독이 메가폰을 들고 이동차 쪽을 향해 큰 소리로 직접 외쳤다.
"천천히 해! 천천히! 시간 충분히 줄 테니까 서두르지 말라고. 이번 촬영에는 무엇보다 달리(dolly)가 제일 중요하니까 확실하게 체크하라고."
잠시 후 촬영 현장의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드넓은 초지 한 곳에 나무로 된 화살 과녁이 설치되어 있었고 달리 레일이 깔려 있는 쪽에는 선화 옹주 대역인 액션스쿨의 미자가 러브주라는 이름의 말위에 올라타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 떨어진 곳에는 수빈의 말인 키틸다가 서있었다.
장감독이 메가폰을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다들 이번 연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지? 두 번은 못 가. 한방에 끝내야 되는 거야.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집중해."
말을 끝내고 장감독은 이동차 위에 올라탔다. 그런 후 수빈과 눈을 마주쳤다. 수빈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자 장감독이 메가폰을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 레~디~이~. 액션!
그 순간 현장에서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오로지 초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만이 외롭게 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수빈은 심호흡을 한 후 왼손에는 활을, 오른손에는 여러 발의 화살을 들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모든 카메라가 수빈의 동선을 따라가며 찍고 있었다.
미리 정해진 자리에 도착한 수빈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화살들을 한 손으로 뿌려 땅에 박았다. 그런 후 상의를 살짝 풀어헤쳐 오른쪽 팔을 옷 밖으로 꺼냈다.
활에 조심스럽게 화살을 잰 후 수빈은 멀리 보이는 과녁을 향해 크게 활을 당기기 시작했다. 똬리를 튼 뱀처럼 탄력 있는 어깨 근육과 짚을 꼬아놓은 듯 선명하게 꼬여 있는 팔근육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과녁을 노려보던 수빈은 시위를 놓았다.
숨을 내쉬며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을 쳐다보고 있던 수빈의 귀에 갑자기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이 꽂혔다.
- 꺄아아악!
급하게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린 수빈의 눈에 아슬아슬한 자세로 말에 매달려 가고 있는 선화 옹주가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은 수빈은 땅에 박혀있던 화살 중 하나를 뽑아들고 자신의 말 쪽으로 뛰어갔다.
말의 옆쪽으로 한달음에 도달한 수빈은 달려가던 탄력을 이용해 공중으로 점프를 하여 말위에 올라탔다.
- 핫! 핫! 핫!
무사히 말위에 올라탄 수빈은 고삐를 잡고 발로 키틸다의 배를 연신 차면서 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키틸다가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하자 달리도 동시에 레일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수빈은 고삐를 잡고 있던 손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양손으로 화살을 움켜잡은 후 앞으로 내밀었다.
카메라가 충분히 찍을 정도의 시간을 준 후 그 상태에서 화살 앞에 달려있는 화살촉 부분을 힘으로 부러뜨렸다. 그런 후 수빈은 부러진 화살을 채찍 대용으로 사용하여 말의 엉덩이를 힘차게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키틸다가 수빈의 뜻을 알았다는 듯 더욱더 속도를 올리며 질풍처럼 내달리기 시작했다.
- 두두두두
마침내 약속된 장소가 가까이 다가오자 수빈은 질주하는 키틸다 위에서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으면서 일어났다. 두발로 안장 위에 완전히 올라선 수빈은 고삐를 조정하여 키틸다를 선화 옹주가 타고 있는 말 쪽으로 최대한 가까이 붙였다.
점프!
화면상 멋지게 보이기 위해 최대한 높이 뛴 수빈은 선화 옹주가 타고 있는 말의 안장에 그림처럼 무사히 안착했다. 그런 후 옷 밖으로 드러나있는 오른팔을 이용하여 말에 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선화 옹주의 허리를 힘주어 감았다.
수빈은 화면상 클로즈업이 될 예정인 오른쪽 팔과 어깨의 근육이 최대한 도드라지게 힘을 준 후 선화 옹주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그런 후 왼쪽 손으로 말의 고삐를 잡아댕기며 달리는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마침내 말이 제자리에 멈춰 서자 이동차 위에서 긴장한 얼굴로 보고 있던 장감독이 큰 소리로 외쳤다.
- 커~트!! 좋았어!
그 순간 수빈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안고 있는 민지에게 말을 건넸다.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