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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연예인이 되다-67화 (67/236)

#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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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를 따라 도착한 곳은 사방이 훤하게 트인 마당 같은 곳이었다. 한쪽에 돗자리가 널찍하게 펼쳐져 있었고 그 위에 돼지머리가 올려진 고사상이 차려져 있었다.

근처에서 스크립터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인지 주위 풍경과 고사상을 연신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고 그 옆에는 젊은 남자가 카메라를 이용하여 촬영을 하고 있었다.

수빈이 도착하자 젊은 여성이 반가운 얼굴로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달빛 속의 호위무사]에서 우검 송해섭 역을 맡은 수빈씨죠?"

여성의 질문에 수빈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전 이번 영화의 스크립터를 맡은 김영숙이라고 해요."

"아. 그러시군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지금 메이킹필름을 찍고 있는 중인데요. 아직 다른 분들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라 수빈씨가 괜찮으시다면 간단한 인터뷰를 할까 하는데 어떠세요?"

"그럼요. 전 상관없습니다."

수빈의 허락이 떨어지자 스크립터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젊은 남자를 손짓으로 불렀다.

"여긴 연출부 막내인 박상민씨. 인사하세요."

여성의 말에 남자가 어깨에 올려져 있던 카메라를 내리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연출부 막내 박상민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그런데.. 연출부에 계신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요즘 메이킹필름은 보통 외주로 하지 않나요?"

옆에 있던 김영숙이 대신 대답했다.

"그것도 다 돈이니까요. 박상민씨가 작년에 대학을 졸업한 연출부 막내지만 아주 잘 찍어요. 그래서 외주 없이 연출부에서 직접 찍기로 결정했어요."

"이야. 대단하십니다. 저랑 나이가 비슷하신 거 같은데 벌써 그런 수준이시라니.."

박상민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표시를 했고 김영숙이 말을 이었다.

"그럼 인터뷰 좀 딸게요."

"네. 그러시죠."

그렇게 가장 먼저 도착한 수빈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안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속속 도착했다. 인터뷰를 끝마친 수빈은 사람들이 서있는 자리로 이동하였다.

좌검 이택민 역의 장태호, 선화 옹주 역의 정세경, 무술 감독 정도홍, 조감독 조영기 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수빈은 장태호 옆에 자리를 잡고 섰다. 이번 영화에 가장 핵심적인 인물인 성강호와 장진석 감독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두 사람은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어이. 친구. 축하해. 요즘 잘 나가던데.."

"고맙다."

"그런 짐승 같은 몸은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냐? 비결이 있으면 나한테 살짝 알려줘봐라. 나도 한번 만들어보게. 뭐 특별하게 먹는 거라도 있나?"

"그런 게 어디 있냐. 나야 어릴 때부터 권법을 쭉 익혀서 몸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지. 너도 지금부터 십 년 정도 열심히 하면 가능할 거다. 내가 가르쳐 줄까?"

"십 년이라.. 됐다. 난 그냥 헬스장이나 열심히 다니련다."

"그래. 잘 생각했다."

장태호가 주변을 휘이 둘러보다가 고사상을 쳐다보며 말했다.

"근데.. 고사상에 올려진 돼지머리가 웃고 있네. 누가 사 왔는지 잘 골라 왔는데. 저러고 죽는 돼지도 가끔씩 있나 봐?"

"그럴 리가 있냐.. 자본주의의 위력이지."

"얘가 뭔 소리야? 돼지가 웃는 거랑 자본주의랑 뭔 관계가 있다고.."

"모르냐? 사람들이 하도 웃는 돼지머리를 원하니까 파는 사람들이 머리를 굴린 거지. 돼지머리 삶을 때 젓가락 두 개를 양쪽 입꼬리에 끼워서 웃는 얼굴로 강제로 만든 다음에 삶은 거잖아."

"..그런 거냐?"

"너도 생각을 해봐라. 돼지라고 살고 싶지 않겠어? 죽을 때 저렇게 웃는 돼지가 세상에 어딨겠냐. 다 장삿속이지."

"그렇구나.. 수빈이 넌 고삿돈 얼마 낼 거야?"

뭔가를 타진하듯 슬쩍 던지는 장태호의 질문에 수빈은 아침에 박실장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수빈군. 아이돌에게 있어서 기획사는 일종의 보호막이자 밥줄이야. 각종 스캔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주고 행사를 잡아서 돈을 벌게 해주는 역할이지. 하지만 잘 나가는 영화배우에겐 전혀 다르다네. 그들에게 기획사는 궂은일을 대신해주고 일정을 정리해주는 비서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야."

"그렇습니까?"

"그렇지. 아무리 잘 나가는 기획사라고 하더라도 특정한 영화의 배역을 따오는 밥줄 역할을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단 말일세. 기획사가 영화제작사에게 있어서 갑의 위치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지. 그런 건 결국 배우 자신의 능력으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네."

"그렇군요."

"잘 알아두게. 영화배우에게 있어서 기획사는 심부름센터나 욕받이 역할에 불과하다는 것을.. 앞으로 수빈군이 직접 처리하기 힘들거나 껄끄러운 문제들이 있으면 모든 걸 기획사 탓으로 돌리면 되네. 그러려고 기획사와 계약을 하는 거니까. 영화배우는 기획사와 거의 동등한 일종의 독립채산제 관계라고 보면 맞네. 단, 그 배우가 잘 나간다는 조건이 반드시 붙겠지만.."

"네. 잘 알겠습니다."

수빈은 머릿속의 상념을 정리하고 장태호의 질문에 대답했다.

"고삿돈이라.. 난 얼만지 잘 모르지. 기획사에서 준비해준 봉투째로 들고 왔으니까.."

"그러냐.."

"그래. 어. 저기 장진석 감독님이랑 성강호 형님 오신다."

잠시 후 무사히 고사를 지내고 수빈은 장태호와 함께 조연출에게 간단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오늘은 첫날이라 전체적인 장비 및 기기 점검을 하면서 인원 체크를 할 겁니다. 그리고 주연배우 위주로 촬영이 잡혀 있으니까 두 분께서는 조영기 조감독님을 따라 이동하시면 됩니다. 차후 일정은 매니저분들을 통해 다시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조연출이 떠나자 조영기 조감독이 입을 열었다.

"다들 알겠지만 지금 날씨가 조금씩 추워지고 있습니다. 말의 입에서 입김이 나오고 낙엽이 떨어져 나무가 앙상해지면 겨울이라는 게 너무 티가 나기 때문에 더 추워지기 전에 말과 관련된 액션 장면들을 2주에 걸쳐 다 몰아서 찍을 계획입니다. 이해가 되시죠?"

"네."

"그럼 지금부터 각자에게 배정받은 말을 만나러 가야 되니까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승마를 할 줄 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내일 첫 승마신 촬영전까지 자신의 말과 충분히 친해지셔야 촬영 때 사고가 안 납니다. 사전에 충분한 교육을 받은 말들이기는 하지만 본인의 안전과 직결되니까 이점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1시간 뒤에 다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수빈은 매니저가 있는 밴으로 돌아갔다. 밴 밖에서 매니저가 수빈을 기다리고 있다가 얼른 차 문을 열며 말했다.

"수빈아. 고생했다. 날이 많이 쌀쌀해졌어. 어서 타라."

수빈은 차에 올라탄 후 물었다.

"형. 어디로 가는지 아세여?"

"그럼. 아까 스태프에게 목적지 주소를 받았어. 30분이면 갈 거다."

"거기가 어디예요?"

"북한강 승마장. 경기도 양평에 북한강과 남한강 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데. 네비 찍고 가면 되니까 가는 동안이라도 푹 좀 쉬어."

"네. 형. 천천히 운전해요. 시간 충분하니까.."

"그래. 알았다. 안전운전할 테니까 걱정 말고. 근데 너 정말로 말 탈 줄 알아? 승마 연습하러 한 번도 안 갔었잖아?"

"전에 액션스쿨에 훈련받으러 갈 때 이야기했잖아요. 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타봐서 승마는 따로 연습할 필요 없다고.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자동차가 없던 이전 세상에서 말없이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지.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 말이 그 말이겠지. 말이 개나 소로 바뀌었을 리도 없을 테니..'

수빈은 생각을 멈추고 짧은 시간이라도 휴식을 취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 휘이이이~ 휘이이이~

수빈은 가볍고 낮은 휘파람 소리를 길게 내며 천천히 발을 떼다가 제자리에 우뚝 섰다.

상대방이 자신을 보지 않고 머리를 낮춰 먼 곳을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수빈은 서있는 상태로 상대방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기다란 속눈썹, 촉촉한 눈방울,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면 마치 빨려들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아름답고 티 없이 맑은 눈이었다.

뒤쪽에서 장태호와 조감독 그리고 여러 명의 승마장 관계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수빈의 예민한 귀에 잡혔다.

- 저 친구 지금 뭐 하는 거야?

- 나도 모르지. 말 처음 타는 거 같은데.

- 겁먹어서 저러는 거 아냐?

- 탈 줄 안다고 들었는데. 이상하네.

- 그냥 타면 될걸 왜 저러는 거야?

- 설마 승마 연습을 안 하고 온 건가.

수빈은 사람들의 소리를 무시하고 가만히 서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상대방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사전에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기본은 변하지 않지. 어떤 만남에도 첫인상이 가장 중요한 법. 키틸다라고 했나.. 날 보렴.'

그 순간 상대방이 고개를 들었다. 수빈은 양손을 벌리며 다시 낮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떼었다.

- 휘이이이~ 휘이이이~

상대방에게 3미터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수빈은 양손을 살짝 쳐들고 계속해서 휘파람을 불며 쳐다보았다.

'더 이상 허락 없이는 가까이 가지 않으마. 어떠니? 넌 내가 맘에 드니? 내가 올라타도 좋겠니?'

수빈이 그렇게 생각할 때 키틸다라는 이름의 암말이 마치 허락을 한다는 듯 가볍게 투레질을 하였다. 그걸 본 수빈은 조심스럽게 말의 옆으로 걸어가서 손을 뻗어 말의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렇게 한참을 쓰다듬던 수빈은 말의 안장 앞부분인 전교(pommel)를 짚은 후 말에게 가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장의 높이와 비슷하게 점프를 하여 가볍게 올라탔다.

- 이야. 몸이 아주 날렵한데.

- 지금 발판도 안 밟고 올라탄 거 맞지?

- 키가 커서 가능한 거 같은데.

- 그럼 서장훈은 저렇게 탈수 있다고 생각하냐?

수빈은 말 등에 올라타자마자 몸을 낮게 숙이며 양손을 뻗었다. 두 손으로 말의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태워줘서 고맙다. 키틸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너에게도 대초원을 거칠게 뛰어놀던 선조의 피가 흐르겠지? 나랑 같이 호쾌하게 한번 달려보자꾸나."

그렇게 말과 충분한 교감을 한 후 그제서야 수빈은 등자에 연결된 발판에 발을 끼우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며 말의 고삐를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 휘이이~ 휘이이~

이전보다 짧은 휘파람 소리를 낸 후 수빈은 발로 가볍게 말의 배를 찼다. 수빈의 신호에 맞춰 말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뒤에서 신기한 듯 구경을 하고 있던 장태호는 자신의 말로 배정된 비마령이라는 이름의 수말에 올라타서 수빈의 곁으로 다가왔다. 평보(walk)로 걸어가고 있던 수빈은 장태호가 가까이 다가오자 입으로 가볍게 소리를 내며 고삐를 당겨 말을 세웠다.

- 에우우~

가까이 다가와 말머리를 같이 세운 장태호가 입을 열었다.

"수빈아. 넌 말 타는 게 참 특이하다? 어디 승마장에서 교육받은 거야?"

"난 말 타는 법을 승마장에서 교육받은 게 아니라서.. 권법 사부에게 어렸을 때 이런 식으로 배웠어."

수빈은 태호의 질문에 대답하며 아주 잠깐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세가에서 말 타는 법을 교육하던 교관이 몽골 대초원의 기마병 출신이었지.'

"그랬구나. 난 처음 보는 방식이어서 말이지. 근데 보통 사람들이 말을 세울 때 워어~ 워어~ 하는데 넌 조금 전에 에우우~라고 하던데.. 그것도 그분에게 배운 거야?"

"그렇지. 일종의 중국식이라고 보면 돼.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라.. 잘 안 고쳐지네."

"그렇구나."

잠시 후 실내 연습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낸 수빈과 태호는 밖으로 나왔다. 눈앞에 펼쳐진 기다란 트랙을 보며 수빈은 말의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을 건넸다.

"이제 제대로 달려볼 수 있겠다. 키틸다. 너도 많이 답답했지?"

그런 후 수빈이 입으로 가볍게 휘파람 소리를 냈다.

- 휘이이~ 휘이이~

그러자 말이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야. 키틸다. 머리가 아주 영리한데?"

그렇게 트랙을 걸어가다 수빈이 조금 전보다 휘파람 소리를 짧게 내며 말의 배를 가볍게 찼다.

- 휘이~ 휘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키틸다가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며 속보(trot)로 걸어갔다. 그렇게 100미터 정도를 속보로 걸어가는 동안 말이 어느 정도 몸이 데워진 듯하자 수빈은 아주 짧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배를 세게 두번 찼다.

- 휫! 휫!

키틸다가 머리를 살짝 숙이자 수빈도 허벅지와 종아리에 힘을 주고 몸을 안장에서 살짝 떼며 몸을 숙였다. 키틸다가 이미 제대로 달릴 준비가 끝났다는 듯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수빈도 안장 위에서 리드미컬하게 몸을 아래위로 흔들며 키틸다의 구보(canter) 속도에 몸의 리듬을 맞췄다.

그렇게 1분여를 달리자 수빈은 이제 입으로 소리를 내지 않고 발로 키틸다의 배를 짧은 간격으로 계속해서 찼다.

키틸다의 머리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며 목이 길게 빠지자 수빈의 몸도 공중에 뜬 상태에서 앞으로 자빠지듯이 깊숙이 숙여지기 시작했다. 키틸다가 속도를 올리기 위해 신체를 점점 더 신축성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탄력 있는 근육으로 이루어진 키틸다의 앞뒤 양 다리가 동시에 접근했다가 떨어져서 벌어지는 동작이 계속되면서 점점 더 달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마침내 전쟁에서 기마병이 적진을 습격할 때 나오는 말의 최고속도인 습보(gallop) 단계에 도달하였다.

- 두두두두

호쾌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키틸다가 기분이 좋은지 목을 쭉 뻗은 상태에서 콧바람을 연신 뿜어내며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타고 있던 수빈도 덩달아 흥분하여 소리를 내지르며 배를 계속해서 찼다.

- 하! 달려! 하! 더 빨리! 핫! 핫!

키틸다가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트랙에 있는 흙을 발굽으로 공중으로 힘차게 계속해서 퍼올렸다. 먼지바람 속을 뚫고서 갈기를 휘날리며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 키틸다를 쳐다보며 혹시나 있을 사고에 대비해서 지켜보고 있던 한 승마장 관계자가 중얼거렸다.

"나보다 더 잘 타는 거 같네.. 키틸다가 저렇게 빠르게 달리는 말이었나?"

옆에 있던 다른 관계자가 말을 받았다.

"몰랐어? 과천 경마장에서 시합 뛰던 말이었잖아. 지금은 은퇴했지만.."

"그랬나? 이제 그만 말려야 되지 않을까? 위험할 거 같은데.."

"냅둬. 간만에 제대로 달릴 줄 아는 기수를 만나서 키틸다가 아주 신이 났는데 굳이 말릴 필요 없잖아. 말도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좀 풀어야지. 그리고 저 정도로 말을 잘 타는 사람이면 알아서 적당한 순간에 그만할 거야. 우린 구경이나 하자고. 근데.. 정말 잘 탄다."

승마장 관계자들의 감탄 속에서 수빈과 키틸다는 인마일체가 되어 마치 오랜 옛날 대초원을 휩쓸고 다녔던 몽골 기마병처럼 트랙을 질풍처럼 내달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영화 제작사에서 잡아놓은 한 모텔방에서 깨어난 수빈은 눈을 뜨자마자 짜증부터 내었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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