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사 연예인이 되다-65화 (65/236)

# 65

22 - 4

수빈의 뜬금없는 질문에 고소영이 당황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성형요?"

"네. 성형수술. 만약 기획사에서 시켜주겠다고 하면 본인이 받을 의향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잠시 고민을 하던 고소영이 대답했다.

"기획사에서 요구를 하면 저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집에서 많이 반대하실 거예요. 부모님들께서 많이 보수적이셔서.."

"그래요? 흠. 그럼 혹시 부모님들이 고소영씨가 아이돌이 되는 건 반대하지 않으시던가요? 보수적이시라면 그것도 반대하실 거 같은데.."

"네. 예전 연습생으로 처음 시작할 때도 많이 반대를 하셨는데 그때는 아직 어린 나이라 경험 삼아 한번 해보라고 허락을 해주셨는데.. 안 좋은 일을 겪고 나니 지금은 반대가 더 심해지셨어요."

고소영의 대답에 수빈이 웃으면서 반문했다.

"그럼 오늘은 어떻게 나오신 건가요? 집안에 반대도 심하고 고3이면 수능이 얼마 안 남아서 한창 공부해야 할 시간인데.."

"제가 얼마 전 Y대에 수시 합격을 해서.."

"Y대면 명문인데.. 공부를 잘하시나 봐요. 그럼 대학을 진학하셔서 안정된 길을 가셔도 될 건데 굳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돌에 도전할 이유가 있습니까?"

"...어렸을 때부터의 제 꿈이었어요."

"흠. 잘 알겠습니다. 제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수빈이 질문을 끝마치자 전한무가 멘트를 날렸다.

"네. 그럼 심사위원들의 질문은 여기까지 하고 고소영씨의 노래를 들어보겠습니다. 노래가 끝나면 심사위원들은 자리에 놓여 있는 O. X 표시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부를 노래는 거미의 [어른 아이]입니다. 음악~ 주세요!"

잠시 후 [어른 아이]의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긴장한 얼굴로 서있던 고소영이 마이크를 들고 첫 소절을 불렀다.

- 착한 아이처럼~

거기까지 들은 수빈이 O 표시를 눌렀다. 그리곤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스튜디오에 있던 제작진들이 놀라서 여기저기서 수군거렸다.

- 뭐야? 내 귀가 이상한 건가.

- 그냥 평범하게 부르는 거 같은데.

- 잘 부르는 건가? 난 보통인데.

- 둘이 아는 사이야 뭐야?

- 천재라 우리랑 듣는 게 다른 건가.

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 고소영의 노래가 끝났고 전한무가 큰 소리로 외쳤다.

"자. 아직까지 누르지 않은 심사위원들은 앞의 버튼을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전한무의 말에 이장운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X 표시를 눌렀다. 잠시 고민을 하던 유희결은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사실 제가 듣기엔 평범한 수준의 노래입니다. 그런데 수빈씨가 너무나 일찍 O를 눌러서..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합니다. 그래서 수빈씨가 왜 O을 눌렀는지 한번 들어보고 결정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유희결의 말에 전한무가 곁눈질로 슬쩍 제작진을 쳐다보았다. 담당 피디가 큰 글씨로 O.K.라고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었다.

"그러시군요. 저도 수빈씨가 왜 일찍 O를 눌렀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제가 수빈씨랑 [문제적 인간]이란 프로를 같이 찍어본 적이 있어서 잘 압니다. 정말 천재죠. 과연 천재가 보는 관점은 일반인이 보는 거랑 얼마나 다른지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수빈씨?"

전한무의 호명에 수빈이 마이크를 들고 말을 했다.

"제가 일찍 O를 누른 건 간단한 이유입니다."

그 순간 전한무가 수빈의 말을 자르면서 카메라를 향해 외쳤다.

"잠깐! 광고 보고 오시겠습니다."

3초 정도의 틈을 둔 후 전한무가 멍한 얼굴로 앉아 있는 수빈에게 다시 말했다.

"네. 광고 보고 오셨습니다. 수빈씨. 말을 계속해주시죠."

"후우. 진행 잘하시네요. 제가 고소영씨의 노래를 통해서 알고 싶은 건 딱 하나였습니다. 고소영씨가 음치 또는 박치인지 확인하는 것. 첫 소절을 정박에 들어갔고 음치가 아닌 게 확인되었으니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어서 합격 표시를 누른 거죠. 저도 고소영씨의 노래는 평범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수빈의 말이 끝나자 유희결이 되물었다.

"음치나 박치가 아니면 무조건 합격인가요? 수빈씨도 평범한 수준의 노래라고 생각을 한다면서 합격을 누른 이유가 뭡니까?"

유희결의 질문에 수빈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전 제가 만약에 신인 걸그룹을 기획하는 프로듀서라면 과연 누굴 뽑을까라는 생각으로 앉아 있습니다. 만약 이 자리가 장차 국내 여자 가수들을 대표하는 디바가 될 인재를 뽑는 자리였다면 당연히 고소영씨에게 불합격을 드렸겠죠. 하지만 이 자리는 향후 아이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뽑는 자리 아닙니까?"

수빈은 잠시 짬을 두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선 말을 이었다.

"제가 생각할 때 아이돌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가진 매력으로 얼마나 많은 팬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느냐가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고소영씨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소영씨에게 어떤 매력이 있길래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전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요."

수빈의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전한무의 질문에 수빈이 차분하게 답변했다.

"일단 고소영씨는 얼굴 골격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기본적으로 턱뼈와 광대뼈 쪽으로는 전혀 손을 댈 필요가 없는 얼굴이죠. 다들 잘 아시다시피 성형을 할 때 가장 위험한 건 뼈를 깎는 겁니다. 자칫하다간 신경을 건드려서 여러 가지 안면장애가 올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함부로 성형을 권할 수가 없는 겁니다만 고소영씨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죠. 위험이 적은 비교적 간단한 수술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얼굴로 성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기다가.."

"거기다가 또 다른 장점이 있습니까?"

전한무의 숨 가쁘게 묻는 질문에 수빈이 답했다.

"다리 골격 그러니까 보통 각선미라고 부르죠. 그게 아주 뛰어납니다. 지금은 살이 좀 많아서 그게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앞으로 적절한 식사조절과 운동으로 몸매를 가꾼다면 다른 아이돌 못지않은 아니 제 생각으로는 다른 아이돌보다 뛰어난 각선미를 가지게 될 겁니다. 간단한 성형으로 다른 아이돌 못지않은 미모를 가질 수 있고 몸매 관리로 다른 아이돌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각선미를 지닐수 있는 인재. 거기에 음치나 박치도 아니다. 만약 제가 프로듀서라면 전 무조건적으로 뽑을 겁니다. 그래서 O를 눌렀습니다. 이상입니다."

수빈의 긴 설명이 끝나자 전한무가 놀랍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게 천재의 눈에는 보입니까? 전 수빈씨의 말을 듣고 고소영씨를 다시 봐도 도통 모르겠는데요. 고소영씨?"

"네."

"오늘 스페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수빈씨의 말을 들어보셨는데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

"그렇게까지 좋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해요. 근데.. 집에서 과연 성형을 허락할지.. 아이돌이 되는 것도 아직 허락을 못 받았는데.."

말을 끝내며 고민이 많은지 입술을 꼭 깨무는 고소영을 보며 수빈이 짧게 한숨을 쉬며 마이크를 다시 들었다.

"고소영씨. 아이돌이 꿈이라면서요? 그럼 도전을 해보셔야죠.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걱정하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수빈은 고소영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한자 한자 끊어서 내뱉었다.

- 부모라서 실패한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자신의 자식이 아니고 자신이 부모가 아니라면.. 자식을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고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일에 도전할 때에도 격려하고 응원할 수 있지만.. 자신의 자식이기에 그리고 자신이 부모이기에 말리고 간섭하고 못하게 막아섭니다. 그래서 결국 자식의 인생을 실패한 인생으로 만들게 되죠.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고소영씨의 인생은 고소영씨의 것이고 부모가 결코 대신해서 살아줄 수가 없는 거라는걸.."

수빈의 말이 끝나자 고소영이 발작적으로 외치듯이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럼! 그럼 전 어떡해야 하나요? 반대하는 부모님이랑 싸워야 하나요? 아니면.. 집을 뛰쳐나와야만 하는 건가요?"

고소영의 외마디 비명 같은 질문에 수빈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본인의 인생인데 그걸 왜 저에게 묻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저나 고소영씨나 몇 살 차이도 안 나는데 말이죠. 하지만 굳이 말씀드리자면..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은 절대로 고소영씨의 적이 아닙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악마나 마귀도 아니죠.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방해꾼은 더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자식을 너무나 사랑하는 그래서 더 감사한 고마운 부모님이신 거죠. 그런 부모님의 우려와 걱정을 꺾을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빈은 빛나는 눈동자로 고소영을 쳐다보며 격려하듯 부드러우면서도 단정적인 어투로 말을 이었다.

"솔직함. 솔직하게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난 이게 꿈이다 그리고 이게 정말 하고 싶고 설사 꿈을 향해 뛰어가다 쓰러지고 상처받아도 절대 후회하지 않겠다. 그렇게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미래는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나가는 겁니다."

수빈이 말을 끝내고 마이크를 내려놓자 고소영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고소영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유희결이 불합격 판정을 눌렀다.

"전 수빈씨가 말한 매력들을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고소영씨에게 지금 합격 판정을 드려서 다음 라운드에 진출시키더라도 결국 떨어질 거라는 생각에 불합격을 드렸습니다."

유희결의 말이 끝나자 전한무가 이어서 말했다,

"안타깝습니다. 고소영씨. 불합격입니다. 무대를 내려가시기 바랍니다."

그 순간 수빈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를 내려가려는 고소영에게 말했다.

"고소영씨."

"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은 아니죠. 아무튼.. 정말로 아이돌이 꿈이고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다면.. 저희 YK 쪽으로 한번 오세요. YK의 문은 언제나 고소영씨에게 활짝 열려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건투를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오늘 해주신 말씀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게요."

수빈의 말에 고소영이 언제 울었냐는 듯 밝은 얼굴로 당당하게 무대를 걸어 내려갔다. 그리고 박피디의 외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잠깐 끊었다 갈게요.

박피디의 휴식이라는 말에 수빈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불만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꾸 선생이라고 그러네.. 나랑 몇 살이나 차이 난다고.."

그때 박피디가 수빈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수빈씨. 고생했어요."

"피디님. 아무래도 좀 전에는 제가 너무 오버한 거 같습니다. 시청자분들이 보기에 어린놈이 많이 시건방져 보일 거 같은데요. 편집 좀 해주세요."

"그럼요. 염려 마세요. 그럼 잠깐 쉬었다가 다시 촬영 들어갈게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떠나가는 박피디를 보며 수빈은 속으로 생각했다.

'웃는 거 보아하니 절대 편집 안 해줄 모양이군.. 남은 촬영은 좀 다운시켜서 해야겠다. 후우.'

시간이 흘러 유니언 촬영을 무사히 끝마친 수빈은 회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 사흘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아침 일찍 회사로 출근한 수빈은 배우 1팀 박실장의 방으로 찾아갔다.

"수빈군. 어서 오게. 아침 일찍부터 와달라고 해서 미안하네. 오늘부터 영화 촬영이 시작되지?"

"네. [달빛 속의 호위무사]가 오늘 크랭크인 됩니다."

"그래. 그것 때문에 수빈군에게 말해줄게 있어서 아침부터 오라고 했네. 일종의 주의사항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주의사항요? 그게 뭡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