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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연예인이 되다-59화 (59/236)

#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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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은 형수가 요리해준 맛깔스러운 매운탕으로 저녁을 해결한 뒤 매니저가 모는 차를 타고 회사로 들어가고 있었다.

"정말 괜찮겠지?"

걱정 어린 매니저의 말에 수빈이 대답했다.

"그럼요. 어른이면 몰라도 애기들한테 나타나는 음낭수종(陰囊水腫)은 그냥 놔둬도 돌쯤 되면 저절로 다 낫습니다."

"그래?"

"형. 제가 아까도 설명드렸잖아요. 고환 안에 차있는 물이 불순물이나 피 같은 걸로 인해서 불투명하거나 색깔이 붉게 보이거나 하면 문제가 좀 심각하지만.. 아까 보셨죠? 제가 핸드폰 라이트 기능으로 비춰봤을 때 고환 안에 차있는 물이 투명하게 보였잖아요. 그럼 별문제 없어요."

"후우. 그나마 다행이다."

"형이 몰라서 그렇지 애기들 한테 흔하게 나타나는 병이에요. 근데.. 굳이 병원에 안 가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도 형수님이.."

"부모 마음이란 게 다 그렇지. 내가 이렇게 놀랐는데 애 엄마는 얼마나 놀랬겠냐.. 가서 좀 따질 모양이더라."

"뭘요?"

"아니 그런 증상이 있으면 미리 보호자에게 알려줘야지. 네가 말 안 했으면 평생 몰랐을 거 아니냐. 와이프가 뚜껑이 열려서.. 애기 출산했던 병원에 찾아가서 한판 할 모양이야."

"아마 병원 측에서도 발견을 했을 건데.. 별 이상이 없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료가 되니까 보호자에게 말을 안 했을수 도 있죠."

"아냐. 와이프 말로는 병원에서 한 번도 너처럼 거기에 불빛을 비춰보면서 검사한 적이 없었데. 그리고 지금 증상이 양호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어쩔뻔했냐. 내가 생각만 해도.."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매니저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자 수빈이 화제를 돌렸다.

"형님. 저는 나중에 택시 타고 집에 갈게요. 박실장님이랑 미팅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형은 저만 회사에 내려주고 바로 형수한테 가보세요."

"그래도 괜찮겠어?"

"그럼요. 제가 애도 아니고.. 형수가 아까 많이 놀란 거 같은데 형이 가서 옆에 있어주세요."

"알았어. 그리고.. 수빈아. 고맙다. 내가 아까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 아버지라는 작자가 애가 병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고 장군감이라고 마냥 좋아만 하고 있었으니.. 후우."

"또 그러신다."

잠시 후 YK 사옥에 도착한 수빈은 박실장의 방으로 찾아가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실장님."

"오오. 나의 구세주. 수빈군."

박실장이 수빈에게 다가와 덥석 껴안고 등을 두들겼다.

"네? 제가 뭘 한 게 있다고 그러세요?"

"자네 덕에 내가 죽다 살아났어. 자세하게 말하기는 그렇지만.. 아무튼 고맙네."

인사를 반갑게 나눈 후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었다.

"BJ에서 타임 테이블이 나왔다면서요?"

"그래. 한번 읽어보게."

수빈은 박실장이 내미는 서류를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2주 뒤에 뉴스를 내보내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각본도 내용을 바꾸기로 했고.. 제작은 2달 후에 시작해서.. 6개월? 아니 이런 블록버스트 영화가 6개월 만에 촬영이 다 끝나나요?"

"그렇지. 하나하나 짚어보자고.. 요 며칠 새 수빈군이 출연한 예능 프로들이 2주쯤 뒤에 방송될 거 아닌가. 그 시간에 맞춰서 영화 관련 뉴스를 흘리려고 BJ에서 계획하고 있더군."

"그건 이해가 됐습니다."

"그리고 각본을 수정하는 건 정미영 회장의 뜻이라네. 각본 자체를 완전히 바꾸지는 않더라도 주인공 직업을 사기꾼에서 다른 폼 나는 걸로 바꿔보라는 지시가 있었던 모양이야."

"그런가요? 흠. 뭘로 바꾼다고 하던가요?"

수빈의 질문에 박실장이 상의 주머니에서 USB를 하나 꺼냈다.

"여기에 1차 수정한 각본이 들어가 있네. 집에서 보기 편하라고 파일로 저장해 놨으니까 한번 읽어보게."

수빈은 박실장이 내미는 USB를 집어 들며 물었다.

"근데 벌써 1차 수정본이 나왔습니까? BJ에서 일찌감치부터 수정 작업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죠?

"아니라네. 자네를 만난 다음날 정회장이 수정을 하라고 지시한 모양이야. 자네를 직접 만나보니 단순히 그냥 사기꾼 캐릭터로 하기에는 자네가 너무 아깝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야. 그래서 수정 작업을 지시한 거라고 전해 들었네."

박실장의 대답에 수빈은 이해가 되지 않아 벙찐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금 이게 가능한 겁니까? 정회장님 만나고 온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수정 각본이 나옵니까? 아무리 1차 수정본이라고 해도 이건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지나치게 빠른데요."

"상식적으로야 그렇지. 하지만.. 저쪽은 돈이 썩어 넘칠 정도로 많이 소유하고 있는 재벌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되지. 이건 전적으로 돈의 위력이라네. 정회장의 지시가 있던 날 그날 바로 메인급 작가 3명에 보조 작가 5명이 달라붙었다고 하더군. 물론 처음부터 각본을 새로 쓰는 거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시간상 힘들었겠지. 하지만 원래 있던 각본에서 주인공 직업을 바꾸고 거기에 따른 세부적인 수정 정도야 그 정도 인력을 동원하면 금방이지."

박실장의 말에 수빈은 지금의 세상에서 돈이 지닌 위력을 피부로 절실하게 느끼면서 가슴속으로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예전부터 황금이면 귀신에게 맷돌을 돌리게 한다고 말하지만.. 자본주의에서 돈의 위력은 실로 막강하군. 역시 미래를 위해서는 사람도 중요하고 연예인으로서의 입지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많이 벌어야만 하겠어.'

수빈이 가슴속으로 결의를 다질 때 박실장이 다시 말했다.

"수정된 각본을 차분하게 읽어보고 자네의 의견이 어떤지를 정리해주게. BJ에서 수정된 각본을 읽어본 자네의 의견이 궁금함 모양이야."

"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읽어보고 제 의견을 정리해서 드리겠습니다."

"저쪽 담당자는 1주일 정도를 예상하고 있던데.."

"3일이면 충분할 겁니다."

"그렇지. 자네라면 그 정도면 충분할 거야. 달리 천재겠나.. 그럼 검토가 끝나면 자네가 직접 BJ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게나. 다음은 촬영 일정에 대한 건데.."

"정말로 2개월 뒤에 시작해서 6개월이면 촬영이 끝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합니까? 영화 내용에 해외 로케가 필요한 것도 많잖습니까. 설마 이것도.."

"맞아. 돈의 위력이지. 그리고 이건 권력이나 인맥과도 좀 관계가 있고.. BJ 그룹의 힘을 동원한다고 가정하면.. 로케 장소를 섭외하는데 일반 영화제작사라면 30일 걸릴 것도 3일 내로 줄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미 감독과 배우들 섭외는 물 흐르듯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야. 특히 자네랑 한 번씩 접촉이 있었던 배우들이 아주 호의적으로 답변을 주고 있다고 들었네. 왜 있잖은가. 마동식이나 유아영 같은 배우들 말이야."

"그렇군요."

"이번 영화에서 액션을 지휘감독할 사람으로 BJ에서 정도홍 무술감독을 접촉했다고 하더군. 누가 뭐래도 그 양반이 국내 원탑이지. 나이 먹으면서 작품 고르는 게 많이 까다로 졌다는 소문이 돌아서 BJ에서 걱정을 좀 했었는데.. 자네가 영화 주연이라고 하니까 두말없이 승낙했다고 BJ에서 알려주더군. 이미 계약까지 완료했다고 들었어. 그리고 영화 촬영이 6개월 내로 끝나려면 가장 중요한게 하나 있다네."

"어떤 겁니까?"

"수빈군. 자넬세."

"네? 저요?"

"그래. 영화가 촬영을 시작해서 개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이런 액션 영화에서 시간을 잡아먹는 건 거의 대부분 CG 작업 때문이야. 배경처리나 액션 장면의 후작업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거지. 그런데 이번 영화는 직접 해외에 나가서 찍을 거 아닌가. 거기다 자네는 액션 연기가 장점 아닌가. 그쪽 예상으로는 웬만한 액션 연기는 스턴트맨 없이 수빈군 자네가 직접 다 할 거라고 보고 있더군. 그럼 촬영이 끝나고 따로 후작업할 내용이 확 줄어들게 되지."

"그렇군요."

"처음에는 나도 시간상 너무 무리가 아닐까 생각을 했었는데.. 자네가 대역 없이 다 할 수만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네. 어떤가. 정말로 가능하겠는가? 어떤 액션 연기가 필요할지는 대본을 숙지하고 있는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가능합니다. 영화 내용에 나오는 액션 연기는 제가 다 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가? 흠. 아무리 가능하다고 해도 절대 무리하지는 말게. 말 안 해도 잘 알겠지만 연예인은 몸이 재산이야. 앞날이 구만리 같은 자네가 괜히 부상이라도 당하게 되면.."

"걱정 마세요. 안 다치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제가 이래 봬도 그 누구보다 몸 건강히 오래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사람입니다."

"그래. 몸 조심해야 되네. 그리고.. 다음 주에 김해수랑 같이 부산영화제 가기로 했지?"

"네. 일정이 벌써 나왔습니까?"

"그래. 수요일에 같이 내려가면 될 거야. 자세한 건 유실장이 알려줄걸세."

그 이후에도 박실장과 여러 가지를 살펴본 수빈은 시간이 흘러 미팅을 끝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백성철 매니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 형. 왜 여기 계세요?"

"너 집에 데려다줘야지. 병원에는 내가 들렀다 왔으니까 걱정 마라."

"그래요? 뭐 저야 편하기 하지만.."

"차에 타라. 피곤할 텐데 빨리 집에 가서 쉬어야지."

잠시 후 수빈의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매니저가 입을 열었다.

"수빈이 네가 한 말이 다 맞았어. 음낭수종이 맞데.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나을 거래."

"거봐요. 제가 걱정 안 해도 된다니까는.."

"병원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와이프가 말하더라. 와이프가 음낭수종 이야기를 하니까 그때야 플래시를 들고 비춰보더래."

"뭐 그럴 수도 있죠.."

"아무리 자연적으로 낫는다고 해도 그렇지. 그런 건 보호자에게 미리 알려줘야지. 행여나 상태가 안 좋았으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말이야.. 한 달 정도를 아무것도 모르고 방치하고 있었는데.."

"형.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제 말을 들으세요. 제가 가만히 놔둬도 나을걸 굳이 형이 걱정할걸 뻔히 알면서도 애기가 음낭수종이 있다고 말한 건 한가지 이유 때문이에요."

"그게 뭔데?"

"저건 핏줄을 타는 거예요. 음. 그러니까 현대적으로 말하면.. 일종의 유전병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지금은 별문제 없지만 형이 나중에 애기를 또 낳을 수도 있잖아요. 만약에 아들을 놓는다면 또 음낭수종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요. 그때 미리미리 체크를 해보라고 제가 알려준 거예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지금 인천이는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이상 없으니까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키우시면 돼요. 애기가 너무 심하게 운다던지 해서 복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것만 주의하시면 돼요."

"후우. 알았다. 수빈아. 고맙다. 우리 와이프가 고맙다고 꼭 말을 전해달래."

"에잉. 형수님도 오버하시기는.."

"너야 잘 아니까 별일 아니라고 말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정말.. 내가 아까 얼마나 놀랬는지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아버지라는 작자가 애가 병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고 장군감이라고 마냥 좋아만 하고 있었으니.."

"아. 형. 별문제 없다니까 또 그러신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한 수빈은 예전부터 거실 찬장에 비치되어 있던 위스키와 와인을 종류별로 꺼내서 각각의 잔에 따랐다.

'영화에서 외국 술을 마시는 장면들이 자주 나오니까 미리미리 연습을 해놔야지. 맛이 어떤지도 좀 느껴보고..'

컴퓨터 전원 스위치를 누른 후 수빈은 술을 마시면서 컴퓨터가 켜지길 기다렸다.

'흠. 맛있네. 술 이름이 뭐지? 조니..워커.. 블루 레이블이라.. 외국 술도 훌륭하네. 딴걸 마셔볼까?'

수빈은 컴퓨터가 켜지자 USB를 꼽고 수정된 각본을 화면에 띄웠다.

'어디 보자. 얼마나 수정이 되었으려나. 주인공 직업이 뭘로 바뀌었는지가 제일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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