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사 연예인이 되다-58화 (58/236)

#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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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회지 어부]의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통영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매니저가 입을 뗐다.

"수빈이 넌 정말 대단한 놈이야."

"네?"

"까도 까도 새롭고 놀라운 게 안에 가득 들어차 있는 거 같아."

"제가 무슨 마트료시카도 아니고.. 근데 형. 정말 아부가 많이 늘었네요. 역시 회사원에게는 진급이 정말 중요한 건가 봅니다."

"농담이 아니야. [질주맨]에서 김정국이랑 팔씨름할 때도 깜짝 놀랐지만.. [비정상회의]에서 그렇게 많은 외국어를 하는 걸 보고 내가 정말 놀랐다. 몇 년 동안 네가 외국어 공부하는 걸 내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거기에다 바다낚시를 한 번도 안 해봤다더니 도대체 무슨 재주로 네가 1등을 해서 황금배지를 받아왔는지 짐작이 안 간다. 요 며칠간 너 때문에 내가 도저히 정신을 못 차리겠어."

"팔씨름이야 어렸을 때부터 권법을 해서 그런 거고.. 외국어야 집에서 공부하니까 형이 제가 공부하는 걸 볼 일이 없잖아요. 그리고 낚시는 비기너 럭(Biginner Luck)이죠. 초보자의 행운이라는 게 있잖습니까.. 저도 그렇게 큰 민어(民魚)가 잡힐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 바람에 2주 뒤에 [도회지 어부]에 또 출연해야 되잖아."

"뭐 잘 됐죠. 덕분에 바람도 쐬고.. 이번에 배 타고 바다로 나가보니까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 좋던데요."

'바다가 육지보다 오염이 덜 돼서 그런지 기(氣)도 훨씬 충만하고.. 근해 말고 더 먼 바다로 나가면 내공을 쌓기 좋겠던데. 나중에 나도 이효리처럼 제주도에서 살아 볼까..'

"2주 뒤에는 낚시하러 어디로 갈 거냐? 배지를 받았으니까 네가 출조(出釣) 할 곳을 정해야 되잖아."

"제가 낚시에 대해서 뭘 알아야 정하죠. 형이 좋아하는 곳으로 정해봐요. 그곳으로 가자고 제작진에게 전달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래? 그럼 비진도 옆에 고기 많이 잡히는 데가 있는데.."

"그럼 거기로 가자고 제작진에게 통보하면 되겠네요. 성철이형. 서울 도착하면 이후 스케줄이 어떻게 돼요?"

"별다른 스케줄은 없다. 당분간은 더 이상 예능 안 나가도 된다고 그러네. 이 정도면 충분하데. 너무 많이 나가면 오히려 역효과라고.. 이따가 서울 도착하면 박실장이 얼굴 좀 보자고 그러더라."

"서울에 도착하면 저녁때쯤 될 거 같은데.. 형님. 형수는 생선요리 좋아하세요? 회나 매운탕 같은 거.."

"좋아하지. 전에 말 안 했나? 처가가 인천이라고.. 없어 못 먹지."

매니저의 긍정적인 대답에 수빈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형은 내가 나중에 독립을 하는 날이 오면 반드시 같이 데리고 나가야 되는 사람이야. 흠. 그럼 이번 기회에 점수나 좀 따볼까..'

생각을 마치고 수빈은 잘 됐다는 듯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 아이스박스에 지금 처리 못한 물고기가 한가득인데.. 형집에 들러서 형수한테 인사나 하고 가죠. 가서 매운탕이나 좀 끓여달라고 해서 저녁이나 좀 얻어먹게. 가서 애기 얼굴도 좀 보고.."

"그럴까? 안 그래도 와이프가 너 한번 데리고 오라고 성화였는데.. 울 와이프가 요리 솜씨가 쓸만해."

"그래요. 어차피 내가 집에 들고 가봐야 냉동실에 처박아놓고 손도 안 댈게 뻔하잖아요. 형수님 다 드리고 밥도 얻어먹고 애기도 보고.. 저녁 먹고 박실장님 만나 뵈러 가면 되겠네요."

"OK. 그렇게 하자.. 넌 피곤할 텐데 서울 올라가는 동안 잠 좀 자라."

시간이 흘러 수빈은 잠에서 깨어났다.

"깼냐?"

"네. 형. 서울인 거 같은데.. 형 집에 다 와 가나요?"

"그래. 30분이면 도착할 거다."

"그래요? 흐음. 이 정도 날씨면 애기가 잠깐 바깥바람 쐬도 괜찮으려나.."

"겨울도 아닌데 괜찮겠지. 근데 그건 왜 물어봐?"

"에잉. 형님도 참.. 이렇게 센스가 없다. 형님 집에 처음으로 가는데 형수님 체면 좀 세워드려야 할거 아닙니까. 아파트 입구 앞에서 만나야 동네 사람들이 지나가다 보고서 우와~ 하면서 감탄도 하고 부러워도 하고 그러죠. 안으로 바로 쏙 들어가면 내가 누구 집으로 들어가는지 동네 사람들이 모르잖아요."

"그러면 네가 많이 귀찮을 건데.. 그럼 내가 집에다 전화를 할까?"

"네. 애기 감기 안 걸리게 따뜻하게 입혀서 준비하고 있다가 도착하기 전에 다시 전화한다고.. 그때 시간 맞춰 내려오시라고 하세요.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분들 있으면 미리 연락하셔도 되고.."

"알았어. 고맙다."

통화가 끝나자 수빈이 매니저에게 물었다.

"애기 이름은 뭐예요?"

"어질 인(仁)에 하늘 천(天) 자야."

"인천이라.. 인천이면 형수 고향이랑 발음이 똑같네요. 그럼 전 인천이 삼촌이 되는 거군요."

"그렇지.."

"이름 좋은데요. 왠지.. 야구를 잘할 거 같은 이름이네요. 백인천이라.."

이윽고 아파트 단지안으로 들어서자 십여 명의 아주머니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모여있는 게 눈에 띄었다.

"형. 저기인가 보죠?"

"그래. 저기가 우리 동 입구야."

"형. 그럼 여기서 세워요. 제가 좀 멀리서 걸어가야 사람들이 쳐다보죠. 저기 가운데 안경 쓰시고 하얀색 원피스 입으신 분이 형수님이죠?"

수빈의 말에 매니저가 차를 세우며 대꾸했다.

"그래. 맞아."

"형수님이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미인이신데요. 그럼 제가 먼저 가서 아줌마들이랑 사진도 좀 찍고 사인도 해주고 그럴 테니까 형은 주차하고 천천히 걸어오세요. 형수님 체면 제대로 한번 세워드려야죠."

"....너 정말 많이 변했다. 예전 같았음 이런 일은 귀찮다고 짜증은 있는 대로 다 내면서 절대 안 했을 건데.."

"제가 아무리 변해도 이런 일은 다른 사람들이 돈 주고 부탁해도 안 해줍니다. 형이 그만큼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니까 이러는 거예요."

"...정말 고맙다. 수빈아."

'천만에요. 미리미리 작업을 해둬야 나중에 제가 편해질 거 같아서 그런 겁니다. 근데.. 이 형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이 감동 먹으신 거 같은데..'

"아이스박스는 제가 들고 갈게요. 사람들이 보는데 형수한테 빈손으로 갈 수는 없잖아요."

수빈은 차에서 내려 아줌마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연예인 포스가 물씬 풍기는 잘생기고 훤칠한 수빈이 등장하자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수빈은 얼굴에 평상시보다 더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줌마들에게 걸어갔다. 수빈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웅성거림이 커졌다.

- 어머어머. 얼굴 좀 봐. 진짜 조막만 해. 어휴. 가슴 떨려.

- 키 좀 봐. 190은 되겠다. 난쟁이 같은 남편이랑 정말 비교되네.

- 인천이 엄마랑 많이 친한가 봐. 연예인이 집에까지 다 찾아오고.

- 수빈이 맞지? 요즘 KBC 드라마에서 주먹이로 나오는 그 수빈.

- 저기 팔뚝에 핏줄 선거 좀 봐. 사진 보니까 몸짱 중에서도 몸짱이던데.

- 잘생겼다. 저런 얼굴이면 난 평생 얼굴만 뜯어먹고도 살겠다.

- 저런 남자랑 한 번만 사귀어봤으면 내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 같은데.

수빈은 해맑게 활짝 웃으며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에게 다가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했다.

"형수님. 저 왔습니다."

"수빈씨. 어서 와요.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다니.. 지금 너무 놀라서.."

수빈은 담요로 둘러싸고 배냇저고리를 입고 있는 애기 얼굴을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애기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얘가 인천이군요. 인천아.. 삼촌 왔다. 안녕. 자고 있네요?"

"네. 지금 배가 불러서 많이 졸린가 봐요."

"그렇군요. 여기 옆에 계신 분들은 다들 형수님 친구분들이신가 봐요?"

"네. 같은 아파트에서 친하게 지내는 분들이에요."

수빈은 몽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아줌마 무리를 향해서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사진이나 사인 필요하신 분 계시나요?"

잠시 후 수빈은 자신을 둘러싼 아줌마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차를 하고 온 매니저와 함께 집으로 올라갔다.

수빈은 거실에 애기를 내려놓고 저녁 준비를 하겠다며 아이스박스를 챙겨들고 형수가 부엌으로 급히 달려가자 거실 소파에 매니저랑 같이 앉은 뒤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야. 형수님. 집이 참 깨끗하고 좋습니다. 형수님 성격이 깔끔하시고 살림 솜씨가 대단하신 거 같은데요."

수빈의 말을 듣고 있던 백성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이제는 입에 발린 소리도 잘하네. 수빈이 너야말로 아부가 많이 늘었다."

수빈도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형님. 이런 건 남의 집에 갔을 때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예의.. 그래야 뭐라도 하나 더 얻어먹죠."

"그러냐.. 암튼 오늘 고맙다. 너도 봤지? 와이프 입이 귀에 걸린 거. 자기밖에 모르던 인간이 이렇게까지 바뀔 줄이야.. 너 덕에 내가 집에서 당분간 대접받으면서 지내겠다."

"형님이 소중하면 형수도 소중한 겁니다. 성철이형. 우리 오랫동안 함께 잘 해봐요."

수빈의 말에 백성철 매니저가 감동한 듯 살짝 목이 멘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수빈아. 우리 끝까지 함께 가자."

'이 정도면 감동 주기 대작전은 성공적인 거 같은데.. 이 시대에 연예인이란 참으로 대단한 존재야. 오기(吳起)가 전장에서 자기 부하의 상처에 생긴 고름을 입으로 짜낸 일화에 비하면 이런 건 정말 일도 아닌데. 이 정도 배려로 사람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니. 특별히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근데 박실장님은 무슨 일로 회사에서 퇴근도 안 하고 절 보자고 기다린데요?"

"아. 그거. 자세히는 몰라도 BJ에서 타임 테이블이 나왔다고 그러던데. 블록버스트 영화 관련해서.. 그래서 그것 때문에 박실장이 너랑 의논을 할게 있나 봐."

"그게 벌써 나왔다고요? 너무 빠른데.."

"아무래도 정미영 회장이 직접 신경을 쓰는 프로젝트라 밑에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겠지. 그쪽은 인력도 풍부하고 원래부터 자신들이 하던 일이니까 진도가 팍팍 나가나 봐.."

"흠. 그래도 너무 빠른데.. 뭐 좀 있다 만나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면 알겠죠."

수빈은 말을 끝낸 후 소파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이 어디예요? 애기 좀 보게 손을 씻어야겠는데.."

손을 깨끗이 씻고 온 수빈은 애기 옆에 앉아서 애기를 감싸고 있는 담요를 조심스럽게 풀었다. 배냇저고리를 입고 새근새근 숨을 쉬면서 자고 있는 애기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물었다.

"형. 아들이라고 그랬죠?"

"그래. 남자애야. 이놈 물건이 완전 장군감이야. 고환이 얼마나 큰지.. 나중에 크면 사관학교라도 보낼까 생각 중이다."

"형도 참.. 아직 백일도 안된 애를 가지고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합니까. 누가 애 바보 아니랄까 봐.. 근데 고환이 많이 크다고요?"

"응."

'설마?'

수빈은 조심스럽게 배냇저고리를 들춰서 애기의 고환을 살펴보았다.

"음. 이건.. 형. 핸드폰 좀 줘봐요."

수빈이 애기를 살펴보며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말하자 백성철 매니저가 황급히 소파에서 일어나며 큰 소리로 물었다.

"왜? 뭐 땜에?"

"별일 아닐 거예요. 핸드폰 좀 줘보세요."

다급하게 매니저가 핸드폰을 건네주자 수빈은 핸드폰의 라이트 기능을 누른 뒤 핸드폰을 애기 고환 밑으로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수빈이 의학적 지식이 풍부하고 한의학에 정통한 걸 알고 있는 백성철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애기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애기와 관련해서 거실에서 큰 목소리가 들리자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던 형수까지 다급하게 뛰어와서 물었다.

"수빈씨. 무섭게 왜 그래요. 설마 우리 애기한테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죠? 병원에서 아무런 말도 들은 게 없는데.."

수빈은 조심스럽게 핸드폰 불빛을 고환 쪽으로 투과시켰다.

'흠. 내가 예상한게 맞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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