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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연예인이 되다-25화 (25/236)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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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식은 뜻 모를 한마디를 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나서 수빈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수빈은 유아영과의 포옹을 풀고선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마동식 선배님. 수빈이라고 합니다."

수빈이 인사를 하고 난 뒤 허리를 펴고 똑바로 서자 정면에 서있던 마동식이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고선 얼굴 쪽으로 펀치를 날렸다.

마치 공사장에서 쓰는 오함마처럼 묵직한 주먹이 얼굴 쪽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것을 보며 수빈은 순간적으로 판단했다.

'이건 또 뭐냐? 설마 내 기억 속에 없는 또 다른 똥 덩어리가 있는 거야? 후우. 돌겠군. 일단 한대 맞아주고 알아보는 게 속이 편하겠지.'

수빈은 마음을 굳히고선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있었다.

그러자 날아오던 주먹이 수빈의 얼굴 바로 앞에서 급정지하였고 마동식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왜 안 피했지?"

"살기도 없고 체중도 안 실린 주먹에 맞아봐야 뭐 별일 있겠습니까? 끽해야 멍이나 좀 며칠 들고 말겠죠."

별거 아니라는 듯 담담히 내뱉는 수빈의 말을 듣고 마동식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거 이거.. 진짜 물건인데. 유아영씨가 말한 게 사실이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유아영이 그 말을 듣고선 쫑알 쫑알 거리기 시작했다.

"맞죠? 내 말이 맞죠? 단순히 양아치가 겨우 사람이 된 수준이 아니라니깐요. 미운 오리 새끼가 완전히 백조로 탈바꿈한 거라니깐요. 안 그랬음 내가 우리 영화에 카메오로 부르지도 않았어요. 내가 괜히 수빈이를 불렀겠어요? 내가 본 게 맞다는데 왜 마동식씨는 내 말을 안 믿으세요. 이래 봬도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옆에서 잔소리를 해대는 유아영을 깔끔히 무시한 채 마동식은 수빈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마동식이다. 만나서 정말 반갑다. 너와 관련된 소문이 별로 안 좋은 편이라서 내가 시험을 한번 해봤으니깐 이해 좀 해줘라. 오늘 나랑 같이 간단한 액션신을 찍을 건데 잘해보자."

"수빈입니다. 오늘 촬영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후. 다행히 똥 덩어리를 치워야 될 일은 없는 모양이군.'

마동식과 인상적인 첫 대면을 마친 수빈은 간단한 액션식을 찍었다.

마동식은 수빈이 액션신을 연습하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촬영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감탄성을 터뜨렸다.

"이야. 액션 합(合)도 한 번에 다 외우더니 동작이나 선도 장난 아닌데. 수빈아. 너 혹시 뭐 좀 배웠냐?"

"어렸을 때부터 중국 권법을 조금 배웠습니다."

"중국 권법! 어쩐지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잘 됐다. 너 나랑 같이 더불 주연으로 액션 영화 한편만 찍자."

"더블 주연이라뇨. 선배님. 아직 제가 초보라 연기력이 떨어져서 그럴 수준이 못됩니다."

"내가 밀어주면 되지. 그리고 액션 영화는 액션만 잘하면 장땡이야. 그리고 너 정도 얼굴이면 연기력 따위는 필요 없어. 멜로물도 아닌데 연기력은 무슨..."

"후우. 선배님. 다음에 조금 더 제가 성장하면 그때 생각해 보겠습니다."

"야. 네가 여기서 더 성장하면 그때는 너 출연료가 무지 비싸질 거 아냐. 수빈아. 지금 쌀 때 계약 좀 하자. 내가 잘 아는 영화감독님이 있어. 지금 거기서 너 같은 연기자를 찾고 있거든. 둘이서 같이 작품 한번 만들어 보자."

애원 반 협박 반으로 조르는 마동식을 간신히 떼어내고 수빈은 차로 돌아갔다.

수빈이 밴에 올라타자 백성철 매니저가 기분좋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형. 뭐 좋은 일 있으세요? 싱글벙글이시네. 아. 맞다. 형수가 친정에서 몸 풀고 집으로 돌아오셨죠?"

"마누라가 애기 데리고 집에 돌아온 지는 며칠 됐지. 그거 말고.. 좀 전에 김감독이 나 붙들고 사정을 하더라. 수빈이 너 카메오로 한번 더 나와달라고. 분량을 왕창 늘려서 다시 찍고 싶다고."

"김감독님이 그랬어요?"

"그래. 내가 너 바빠서 안된다고 했지. 너 때문에 가는 곳마다 맘 조리고 툭하면 담당 피디들 한테 박살 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가는 곳마다 목에 힘주고 다니니깐 기분 좋다. 김감독 말하는 거 들어보니깐 앞으로 영화판에서 널 많이 찾을 거 같던데.."

"하아. 죄송해요. 저 때문에 형이 그동안 고생 많으셨죠."

"아냐. 수빈아. 원래 욕은 매니저가 먹고 칭찬은 연예인이 받는 거야. 그러라고 내가 월급 받는 건데 뭘."

"앞으로는 형이 더 기뻐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지금처럼만 해라. 그럼 더 바랄게 없다."

"네. 알았어요."

"언제 우리 집으로 놀러 와서 애기나 보고 가라. 와이프가 너 열성팬이야."

"네? 형수가요? 1년이 넘게 형이랑 같이 다녔지만 형한테서 그런 이야기는 첨 듣는데.."

"예전에는 널 와이프에게 보여주기가 좀 그랬잖아. 잘 알면서 그러냐. 그래서 말 안 했지만.. 지금의 너라면 괜찮지."

"무슨 말인지 잘 알겠네요, 언제 시간 날 때 애기 보러 한번 갈게요."

"그래. 네가 오면 와이프가 좋아할 거다."

"아 그리고 형. 강원도에 온 김에 제가 말하는 곳으로 잠깐 들렀다 가요."

"어디 갈 데가 있니? 알았다. 주소 불러봐라. 네비 찍고 가게.."

수빈은 강원도에서 수기집결진을 설치할 만한 장소를 탐문한 후 사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선 현재 회사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배우 1팀 박실장을 만나러 갔다.

"수빈아. 어서 와라. 바쁠 텐데 미리 말도 없이 어쩐 일이냐?"

"실장님께 급하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그래? 우리 수빈이가 급하다는데 당연히 내가 시간을 내서 들어봐야지."

잠시 후 수빈의 긴 이야기가 끝나자 박실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거 예삿일이 아니군. 너무 위험해.. 까닥하면 내 목이 떨어질 수도 있겠는걸. 수빈아. 넌 내가 어떻게 해주길 원하는 거냐?"

"실장님. 전 실장님이 무리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바라지 않고요. 그냥 실장님 선에서 해주실 수 있는 일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래? 그 정도라면.. 나도 도움을 줄 수 있겠지. 계획이 뭔가? 머리 좋은 네가 나름 짜놓은 계획이 있겠지?"

"일단 이 일을 전격적으로 공론화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런 다음 상대방을 밝은 곳으로 끌어내야겠죠. 그래야 마빈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습니다."

"이일을 어떻게 공론화 시킬 건데?"

"예능 프로에 나가서 터뜨릴 겁니다. 일단 뉴스나 예능 정보를 다루는 프로는 위험합니다. 상대방이 손을 쓸 수 있으니깐요. 토크 위주의 예능 프로도 혹시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냉장고를 처리해]라는 요리 관련 예능 프로를 골랐습니다."

"좋군.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그럼 내가 그 프로에 섭외를 해주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담당 피디와 촬영 내용과 비밀 엄수에 관한 협상은 제가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필요합니다."

"어떤 게 또 필요한가?"

"[냉장고를 처리해]가 일단 방영이 되고 나면 마빈의 출생에 관련된 의혹이 공론화될 조짐이 나타날 겁니다. 그러면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저쪽에서 급하게 손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럼 마빈이 위험해집니다."

"흠. 그럼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나?"

"마빈을 아무도 추적할 수 없는 곳으로 보내야 됩니다. 그래서 공론화가 완전히 되고 난 뒤에 다시 모습을 보이는 게 안전합니다. 그때는 이미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서 상대방도 함부로 손쓰기엔 부담이 클 테니까요."

"그렇겠군. 그럼 마빈을 어디로 보내야 되지?"

"오지(奧地)로 보내야죠. 어딘지 알고도 쫓아오기 힘든 곳으로요."

"오지?"

"[정글의 규칙] 프로그램에 섭외를 해주시죠. 날짜를 잘 계산해서 [냉장고를 처리해] 방연 전날 마빈이 한국을 뜰 수 있도록 해주시면 됩니다. [정글의 규칙] 촬영이 끝나고 나서 귀국하면 이미 마빈의 출생에 대한 공론화가 끝났을 겁니다."

"그렇지! 그 프로그램이면 상대방도 손을 쓰기가 힘들겠지. 아프리카나 아마존 같은 오지에 가있는 사람을 상대로 어떻게 손을 쓰겠나. 설혹 손을 쓰기 위해 사람을 급히 보낸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 눈에 쉽게 띄어서 금방 발각될걸세."

말을 끝낸 박실장이 수빈을 감탄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허어. 이제 겨우 22살짜리가 이런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고?"

"마지막으로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또 뭐가 있는건가?"

"마빈이 귀국하는 날 공항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수 있도록 잡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때 모든 사실관계를 정리해서 발표해야 이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마빈의 안전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아. 수빈군. 자네는 정말 무서운 사람일세."

"과찬이십니다. 그리고 말을 놓으시죠. 갑자기 왜 또.."

"아냐. 자네한테 이 정도 대접은 해줘야 되는 게 맞아. 수빈군. 혹시 나한테 불만 같은 거 있으면 미리미리 말해주게나. 행여나 자네랑 적대관계가 되어서 싸우기 싫으니깐.."

"...알겠습니다."

"그럼 이 계획에 문제점 같은 건 없는 건가?"

"문제점이 없는 완벽한 계획 따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있죠."

"흐음. 그럼 나에게 간단히 설명해주게나."

"첫째로 마빈이 프로그램에 섭외돼서 출연하고, 그걸 또 편집해서 방송될 때까지 적어도 보름은 족히 걸릴 겁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저쪽에서 무슨 수를 쓸지 모른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가 있나?"

"네. 한호 그룹 이영호 회장이 건강이 나빠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제가 이일을 급히 서두르는 것도 거기에 이유가 있습니다. 이회장이 죽기 전에 반드시 이일을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우리가 질 가능성이 높은 불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거기에 대한 해결책이 따로 있는가?"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특별한 해결책이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만 합니다. 제가 나름 신경을 계속 쓰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차피..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 아니겠습니까?"

"흠.."

"그리고 실장님께서 저에게 전해주셔야 될게 있습니다."

"뭘 말인가?"

그 뒤로도 한참 동안을 박실장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수빈은 박실장의 방을 나와 연습실로 내려가서 마빈과도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날 저녁 수빈은 집으로 돌아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 습관적으로 드럼 스틱으로 손바닥을 두드리면서 자신이 짠 계획을 점검하였다.

"아무리 좋은 계략도 결국 그걸 실행할 힘이 있느냐가 중요한데.. 현재 나에게 그 정도의 힘은 없단 말이지. 결국 이번 일을 잘 처리하려면 나의 힘을 최대한 빨리 키워야 되는 게 급선무야.."

잠시 천장을 쳐다본 후 수빈은 고민을 하였다.

"내가 가진 힘이란 건 결국 내가 연예인이라는 것과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것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연예인이 가지는 힘은 일조일석에 키울 수가 없단 말이지. 영화나 드라마를 찍는다고 해도 최소 몇 달은 걸릴 거고, 신곡을 발표하는 것도 아직 몇 달은 더 남았고.. 결국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힘을 키우려면 무공에 올인을 해야 된다는 건데.."

수빈은 자신의 내공을 증가시켜 무공 경지를 급격히 올릴만한 방법을 생각나는 데로 적어 보았다.

1) 수기집결진의 활용

2) 기가 충만한 약재 복용

3) 기가 충만한 곳에서의 수련

4) 제갈세가의 비동(秘洞) 확인

"이중에서 1번은 어느 정도 해결됐고 4번은 거의 가능성이 없을 거 같은데.. 이 세상이 평행 우주가 아니라면 내가 죽은 지 거의 600년이 지났으니깐.. 아직까지 세가의 비동이 온전히 남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되겠지."

수빈은 다시 스틱으로 손바닥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흠. 비동은 가능성이 낮으니깐 차후에 중국에 갈 기회가 생기면 확인하는 걸로 하고.. 연예인이란 놈이 강원도 산골짝에서 수련한답시고 몇 년 씩 처박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DMZ처럼 기가 충만한 곳에서의 수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깐 결국 남는 건 2번뿐이군. 내일이라도 약재시장에 나가서 둘러봐야겠는걸. 예전 세상처럼 기가 충만한 약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겠지."

이런저런 생각들을 마저 정리하고선 수빈은 공부를 하기 위해 서재로 걸어갔다.

다음 날 아침 수빈은 전국의 질 좋은 약재가 다 모인다는 제기동 약재시장을 찾아갔다.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깊이 눌러 쓴 수빈은 줄지어 늘어서 있는 약재상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뭐라도 하나 좀 건졌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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