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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5일 목요일.
가까운 시일 내에 리모델링 공사가 예정되어 있는 여의도 KBC 별관.
오늘은 KBC 여의도 별관에서 뮤직뱅크, 통칭 뮤뱅이라고 불리는 방송 프로그램의 사전 녹화가 있는 날이다.
수많은 팬들과 연예계 관련 기자들이 뮤뱅 무대에 출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가수들을 보려고 새벽부터 모였다.
고가(高價)를 자랑하는 마치 대포 같아 보이는 고배율 카메라와 고화질 촬영기기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오전 9시경 새까만 색상의 고급스러운 스타크래프트 밴 한대가 출입구 입구에 조용히 정차하였다.
잠시 후 밴의 문이 열리며 잘생기고 훤칠한 젊은이들이 핏이 딱 떨어지는 슈트를 멋지게 차려입고 차에서 차례대로 내린다.
- 수빈. 경빈. 성빈. 마빈. 케빈. 로빈.
총 6명으로 결성된 보이 그룹인 BBG가 모습을 보였다.
[BBG]. 정식 명칭인 [브리티시 보이스 그룹]을 줄여서 BBG라고 부른다.
얼핏 들으면 치킨집 이름 같지만 사실은 현재 인기 절정의 보이 그룹이다.
국내 3대 기획사로 꼽히는 YK에서 2년 전 야심 차게 선보였던 아이돌 그룹이다.
YK 수장으로 있는 김성만 사장이 영국에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던 케빈, 로빈, 마빈을 직접 스카우트 한 다음, 당시에 YK 연습생으로 있던 수빈, 경빈, 성빈을 합류시켜 전격적으로 출범한 아이돌 보이 그룹이다.
2년 전 발표한 데뷔 싱글 [브리티시 보이스 뱅!]이 빅 히트를 치면서 팬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렸다.
그 후 연달아 발표한 2번의 싱글 [롤러코스터 보이], [너와 함께 런던 나이트]가 차례대로 히트하여 인기몰이를 하면서 팬덤을 급속히 넓혔다.
이번에 팬들의 많은 관심 속에서 새롭게 발표한 싱글 [급작스러운 러브 모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현재 여러 음원차트에서 상위권에 안착하는 등 국내 아이돌 그룹 중 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름 인정을 받고 있는 인기그룹이다.
그런 탑 그룹 BBG가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여성 팬들의 환호성과 감탄성이 울린다.
아침부터 플래시가 터지며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대는 소리가 들린다.
- 찰칵 찰칵
BBG 리더인 수빈이 팬들에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맨 앞에서 걸어가고 그 뒤에 5명이 따라서 손을 흔들며 걸어갔다.
- BBG 너무 잘생겼다!!
- BBG 사랑해요!!
- 수빈 오빠. 여기 좀 봐주세요~
- 로빈~ 사랑해요!!
- 수빈. 옷 입은 게 너무 멋있어요~
- 성빈 오빠가 제일 잘생겼어요~
BBG는 자신들을 환호하는 팬들의 아우성을 뒤로하고 뮤뱅 스튜디오 입구 문을 열고 들어갔다.
팬들에게는 BBG가 한 팀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YK 내부에서는 BBG를 두 팀으로 분류하여 관리한다.
한 팀은 음악적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영국 팀으로 원래부터 밴드를 하며 음악 활동을 하고 있던 세 사람 마빈, 케빈, 로빈이다.
- 마빈: 원래 영국에서 활동하던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보컬을 담당하였고, 지금도 미성(美聲)을 자랑하며 BBG에서 메인 보컬을 맡고 있다.
- 케빈: 밴드에서 드럼을 치며 작사를 담당했고 지금은 서브 보컬을 맡고 있다. BBG가 발표한 싱글 히트곡 중에 [롤러코스터 보이]란 곡은 케빈이 직접 작사한 곡이다.
- 로빈: 밴드에서 키보드를 치며 작곡을 담당했고 지금은 서브 보컬과 랩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다. BBG가 발표한 싱글 히트곡 중에 [너와 함께 런던 나이트]란 곡은 로빈이 직접 작곡한 곡이다.
또 다른 한 팀은 비주얼 파트와 댄스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 팀으로 연습생 출신인 이들은 외모와 댄스 그리고 랩을 담당하고 있다.
- 수빈: BBG 멤버 여섯 명 중 가장 외모가 훌륭하며 댄스를 잘 추고 대외적으로 리더를 맞고 있다. 노래 실력은 보통으로 센터에서 리드 보컬을 맡고 있다.
- 경빈: 외모도 뛰어나지만 랩을 가장 잘하며 춤실력도 뛰어나다. BBG에서 메인 래퍼를 맡고 있으며 발표된 싱글곡에 담겨 있는 대부분의 랩을 직접 자작했다.
- 성빈: 외모도 수려하지만 댄스를 가장 잘 추며 안무까지 직접 짤 수 있다. BBG에서 서브 보컬을 맡고 있고 [롤러코스터 보이]에서 유행한 롤러코스터 춤 안무를 직접 짰다.
YK에서 무슨 이유인지 밝히지는 않아서 베일에 싸여 있지만, BBG가 두 팀으로 나누어서 정산을 각각 따로 한다는 건 가요계 바닥에서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이다.
추측하기론 YK 김성만 사장이 영국에서 스카우트할 때 암묵적으로 약속한 계약 조건 때문이라는 설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일반인이나 팬들은 모르지만 가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BBG 팀 내에서 두 팀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서, 조만간 해체를 하거나 아니면 두 팀으로 나누어 활동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뮤직뱅크 스튜디오 부조정실.
뮤직뱅크 프로그램의 녹화 및 생방을 진두지휘하는 곳이다.
2층 높이의 조정실은 방음장치를 한 창을 통해 스튜디오를 한눈에 잘 살펴 볼수 있게 설계되어 있는 구조다.
조정실 안에는 각종 녹음 장치와 재생장치가 가득 들어차 있고 수많은 모니터들이 설치되어 있어 가끔씩 견학하러 오는 사람들을 질리게 만든다.
여기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주조정실로 보내어지고 이를 주조정실에서 송신소 및 네트국으로 송출하여 전국으로 전파를 타게 된다.
뮤직뱅크 부조정실의 실장인 김성태 실장이 스튜디오로 입장하는 BBG를 발견하고 조정실 의자에 앉아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에휴. 골칫덩이들이 들어오는군.. 오늘은 좀 조용히 넘어가려나."
얼마 전 KBC 공채에 합격하고 3월에 새로 입사하여 뮤직뱅크로 발령받은 신입 최영미 피디가 지나가다가 그 말을 들었다.
그 말에 깜짝 놀란 최피디는 차마 실장에게는 물어보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나이가 네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짧은 시간 내에 부쩍 친해진 부조정실 엔지니어 기사인 김영철 기사를 발견하였다.
BBG가 데뷔할 때부터 팀의 리더이자 여섯 명 중 가장 잘생긴 수빈의 열성팬인 최피디는 궁금증을 참지 못해 김영철 기사에게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김기사님. BBG가 골칫덩이들인가요? 전 처음 들어보는데?"
"음? 최피디는 몰랐나? 이 바닥에선 유명한데...."
"그런가요? 제가 신입이라서."
"흠. 재들이 영국 출신 애들이랑 한국 출신 애들이랑 심심하면 편갈라서 싸우잖아. 음악적 견해 차이로 싸울 때도 있지만 그건 가끔이고.. 주로 감정싸움이지."
"무슨 감정싸움을? 평소에는 멤버들끼리 되게 친해 보이던데요."
"주로 리더인 수빈이가 원인이지. 애가 하도 싸가지가 없어서. 양아치 같은 새끼지.."
수빈의 열성팬이었던 최피디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톤이 올라갔다.
"네에?? 수빈이가 양아치라고요??"
조정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최피디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