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Prologue
조그만 들창 하나 없이 사방이 막혀 있는 널따란 석실.
별빛 하나 새어 들어오지 않는 밀폐된 어두컴컴한 방.
방 한가운데에는 돌로 된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었고, 탁자 한구석에는 작은 등잔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고요히 타오르는 등잔의 불꽃만이 탁자 주변을 가까스로 밝히고 있었다.
어슴푸레 보이는 사방 벽 쪽에는 수많은 서가가 줄지어 늘어섰고, 어림잡아도 몇 만권은 훌쩍 넘어 보이는 책들이 가득 꼽혀있다.
방 한가운데 위치한 열 명이 둘러앉아도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커다란 탁자 위에는 수많은 것들이 올려져 있다.
한쪽에는 사람 키에 맞먹는 서류 더미들과 각종 지도 및 세력도가 활짝 펼쳐져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팔괘(八卦)와 각종 수식들이 적혀 있는 진법도해와 의학 서적 등이 필기도구와 같이 비치되어 있다.
석실 안 어디선가 희미한 신음소리가 들린다.
등잔 불빛이 미치지 않는 어두컴컴한 탁자 아래에서 젊은 남자가 가슴을 쥐어뜯으며 애벌레처럼 꿈틀거린다.
피를 몇 번이나 토한 듯 남자의 앞섶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대로.. 진정 이대로 끝인가.. 덧없구나. 내 인생아.'
그때 석실의 문이 열리면서 바깥의 빛이 안으로 밀려온다.
수염이 긴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자가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면서 석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사람을 찾는 듯 석실 안을 두리번거리던 중년의 남자가 탁자 아래 쓰러져 있는 젊은 남자를 발견하고 경악했다.
"허억.. 군사(軍師)!!"
중년 남자는 한달음에 달려와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젊은 남자를 일으켜 안았다.
"군사! 군사! 제발 정신차리시오."
중년 남자의 목소리에 어렵사리 눈을 뜬 젊은 남자가 중년의 남자를 쳐다보며 슬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뒷일을.. 뒷일을 부탁합니다. 회주(會主)."
군사라고 불린 창백한 얼굴의 젊은 남자는 힘겹게 입을 열어 몇 마디 말을 남긴 후 고개를 떨구었다.
"군사!! 아아. 이 젊디젊은 나이에 요절이라니.. 진정 하늘도 무심하구려."
석실 안에서는 회주라 불린 중년 남자의 안타깝고 비통한 목소리만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