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화. 간도
태월이 비무장 지대의 지뢰 작업 진행을 지켜보고 있을 때 위성 전화가 연속해서 울렸다.
“뭐? 국경 지역 전투? 위화도?”
아카가 보내온 위성 사진으로는 가벼운 전투가 아닌 걸로 보였다.
위화도는 신의주에 속한 압록강 하류에 있는 하중도로 면적은 11.2㎢다.
태월은 곧바로 김정은에게 연락하였고 사태 파악에 집중했다.
“뭐?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위성에 의해 감지된 것이라 국경부대에서 평양까지 올라오는 정보보다 빨랐던 탓이다.
태월에 의해 상황을 파악한 평양은 특수부대부터 출동시켰다.
그리고 6시간 후 총격전에 이어 포탄까지 날아다녔다.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까지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태월은 서울 시장의 선거에 나서지 않았고 연임을 포기했기에, 30 중반을 넘어선 대한민국의 기업인일 뿐이다.
또한 민한당의 총재 자리도 내놓았고, 명예총재로만 존재했다.
그래서 비무장 지대에서 지켜보는 상황이다.
“특사?”
그런데 남한 측 특사로 태월이 추대되어버렸다.
태월 자신도 국경지대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기에 거절하진 않았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특사치고는 모양새가 묘하다.
휴머노이드 로봇 500기를 태운 수송기들이, 일제히 압록강의 위화도 방면으로 날아간 것이다.
“지뢰 제거 작업 일정에 차질이 생겼군.”
“지금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그게 소감 전부입니까?”
특별사절로 불리는 특사는 정부 수립 이후 3번째 있는 일이었다.
통상의 외교사절과는 다른 의미를 가졌다.
그는 태월을 보필하기 위해 보내온 공무원인데, 서울 시장 시절의 비서관 중 하나이기도 했다.
“전쟁이 그리 쉽게 일어나진 않아. 어쨌든 가보면 알겠지.”
“그런데 호위 병력이라고만 하셔서 정부에서 허락은 했지만.”
“인원 제한 같은 건 없었잖아? 허가 다 해놓고 또 뭐라는 거야?”
“아닙니다.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죠.”
엉뚱한 태월의 행동에 윤 비서는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책임질 일도 아니기에 어깨만 으쓱였다.
태월은 착륙 이후 곧바로 평양에서 건너온 리병혁을 만났다.
“어? 이제 경협 단장은 그만둔 거야?”
“네, 이곳 사태를 책임지는 임무를 새로 부여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승진도 했네?”
별이 두 개인 북한군 투스타다.
한국군은 소장이라고 부르지만, 북한군은 상장 아래인 중장이라고 칭한다.
“저와 함께 앞으로 다니시면 됩니다.”
“붙게 된 문제가 뭐였어?”
“저쪽에 문제가 좀 있습니다. 중국이 분열되면서 애매해진 세력들이 있습니다. 간도 쪽입니다. 요령성과 길림성이 특히 그렇습니다.”
“간도?”
“요령성에서 국경을 접한 곳이 서간도고 조선족 자치주인 길림성이 동간도입니다.”
흔히 한국에서 말하는 간도는 동간도, 즉 북간도를 뜻한다.
만주 일부분이며, 한민족과도 역사적으로 이어진 곳이다.
“독립을 원하던 지역이 아니었는데, 뭐가 문제지?”
“중국 정부의 차별이 심했습니다. 지원되는 부분이 줄어들기 시작했고요. 남한에서 북한으로 많은 물자가 지원되니, 그걸 뺏으려고 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즉, 중국 정부의 결정은 아니었다?”
“네, 그렇습니다.”
태월은 리병혁의 말에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30분 가까이 뭔가를 고민하던 태월은 리병혁에게 고개를 돌렸다.
“조선족 자치주 쪽은 어때?”
“뭐가 말입니까?”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나 도발 같은 거.”
“조선족 자치주가 조금 위험하긴 합니다. 다른 의미가 아니라 인구 때문입니다.”
“인구?”
“조선족 자치주가 유지되려면 그 거주 인구의 30%가 조선족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20%도 불안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자치주의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조선족의 많은 이들이 중국의 경제특구나 한국으로 빠져나갔다.
그게 이어지다 보니, 존속 한계 인구가 부족해진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그럼 그쪽도 국경 마찰이 종종 생기겠네?”
“네, 요즘 와서 더 그렇긴 합니다만, 크게 번지는 일은 없습니다.”
“크게 키워봐!”
“네?”
“원래 간도가 우리 땅이기도 했었지?”
“네, 만주 전체까지도 그런 적 있었지요.”
“당장 만주를 아우를 수는 없고 그건 후세가 고민해야 할 일이야. 어쨌든 이참에 서간도와 동간도를 먹어버리자고! 두 곳 다 도발하면 전쟁 분위기가 될 거고 명분도 딱 좋잖아? ”
“아, 지도자 동지도 좋아하겠는데요?”
“이와 관련해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지.”
태월은 위성 전화기를 꺼내 김정은과 통화를 시작했다.
과거의 독재자 영혼이 아니기에 태월의 말에 오로지 찬성을 표할 뿐이다.
“리병혁! 자네에게 전권을 맡길 거야. 이 일에 대해 책임질 계급이 문제 되니, 바로 상장으로 승진시킨다고 하네?”
“크, 고속 승진이 이어지는군요.”
일주일 후 군사령관의 직책을 맡게 된 리병혁은, 예하 부대에 전시 대기 명령을 내렸다.
그 사이에 압록강에 이어 두만강까지 전운이 감돌았다.
중국의 훈춘시 쪽의 국경 군사도발을 피하지 않고 맞받아친 것이다.
총성이 오가고 중형화기까지 동원하는 사태로 번졌다.
“이에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으로서, 인민을 위해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중국과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그의 전쟁 선언에 세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당황하였고,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북한은 바로 다음 날 곧바로 진격을 시작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온 특사였다.
자신이 전쟁 상황의 피해를 줄이겠다며 현장에서 감독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 나를 공격하네? 이봐 호위병! 저쪽을 날려버려!”
500기의 로봇을 전쟁터에 호위로 데려왔고, 자신의 주변에 총알 하나라도 날아오면 곧바로 공격해버렸다.
그러다 보니 중국군에서도 반격을 하게 되었고, 태월의 호위병과 전투가 이어졌다.
“아, 우리 쪽 피해가 생기기 시작하네. 지원 병력을 불러야겠군.”
사실 탱크의 포격 정도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외장 강도로 버틸 수 있었다.
혼자 오버한 태월은 나머지 휴머노이드 500기와 초대형 로봇 2기까지 수송해왔다.
선봉장 2기를 앞세운 태월은, 반격하는 적들은 무시하고 탱크와 대포들만 작살 내버렸다.
로봇 1천 기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총에 맞아도 끄떡없는 몸빵을 뽐냈다.
그리고는 항복을 유도했다.
선봉장 2기는 점프로 비행편대를 작살 내고는 전진 속도를 높였다.
북한군의 빠른 행동에 비해 중국 중앙정부의 대응이 너무 느렸다.
중국인민해방군 북부전구는 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 내몽고, 산둥성의 5개 성급 지방정부를 책임지고 있었다.
북한군 12군단이 발 빠르게 요령성의 안동과 관전을 점령해버렸다.
특수부대들은 길림성의 훈춘, 왕청과 연길까지 진격하였다.
태월과 로봇들이 하는 일은 요상한 핑계를 대면서 무기고를 파괴하고, 중국군에게 무력감을 만들어주는 일에 집중하였다.
그러면서 포로들을 무한정 늘려나갔다.
그즈음 남한과의 대치에 몰려있던 모든 병력이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이동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곧바로 요령성과 길림성에 투입되었다.
“여긴가?”
“네, 그렇습니다.”
태월은 중국 북부전구의 사령부가 위치한 곳에, 포로로 잡았던 자로 변신해서 이곳에 왔다.
요동성의 선양에 있는 사령부였다.
이곳의 사령부에는 12명의 주요 인물이 회의하고 있었다.
사령관에 해당하는 사령원인 상장과 정치위원이고 동일 계급의 상장이 제일 높다.
그 아래 중장으로는 부사령원, 부정치위원, 연합참모부 참모장, 합동작전 사령부 정치공작부 주임이 있었다.
북부 군구는 육군으로는 제78, 제79, 제80 집단군을 거느렸다.
해군으로는 북해함대 사령부가 있었고, 공군으로는 인민해방군 공군 북부전구가 있다.
태월의 주변으론 20명의 중국군이 대기했다.
이들은 태월에 의해 소생된 자들이다.
이곳에 주요 지휘관들이 모인다는 정보에 태월이 오게 된 것이다.
그중 한 명은 중앙정부에서 온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제79 집단군 소속이다. 급한 일이니 비켜! 네놈 따위에게 일일이 거론할 일이 아니야. 비키지 않으면 바로 쏘겠다!”
“헉, 아, 알겠습니다.”
소장의 계급을 단 태월을, 일개 병사가 막을 일은 아니었다.
주변에 드러난 몇 명의 계급들만 해도 위압감을 주었기에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사령부 입구 초소에 있던 자들은 순식간에 기습해서 전부 기절시켰다.
그리고는 유유히 사령부 안으로 진입하였다.
너무도 당당했기에 그들을 의심하는 자들은 없었다.
“들어가면 바로 시작해. 굳이 죽일 필요는 없고 기절만 시켜!”
“네!”
20명 중 10명은 특수부대 소속의 정예병이었다.
회의장 안에 있는 나이 든 지휘관들이 이들의 무력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철컥!
문이 열리고 총을 든 태월 일행이 들어섰다.
“헛! 누, 누구냐?”
“전부 꼼짝하지 마! 허튼 움직임만 보여도 바로 쏴버려!”
“네!”
그사이 날랜 특수 부대병들이 지휘관들을 기절시켰다.
그리고 그들을 모두 공간 배낭 안으로 입고시키는 태월이다.
“음, 긴장감이 좋았는데, 아주 아쉽네. 전부 나가서 문밖을 경계하도록!”
“네, 마스터!”
***
-찰칵! 찰칵!
“이에 우리 중국인민해방군 북부전구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 무조건 항복을 합니다. 이 시간부터 북부전구에 속하는 모든 부대는 무기를 내려놓습니다.”
“이것은 중앙정부의 결정입니까?”
“그건 내가 대신 답하겠소. 중앙당 정치국 상무위원 짱젠화요.”
급히 초대된 외신 기자 20명이 전부였던 발표회장이다.
그러나 이들로 인해 세계 각국은 경악을 내질렀다.
아무리 중국이 작아졌다 해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릴 거라고 보지 않아서다.
더구나 한 달도 되지 않아 북부전구가 항복을 해버렸다.
요령성과 길림성에 이어 북부전구가 맡고 있던 나머지 3개의 성도 빠르게 정복해버렸다.
그리고 북한군은 최소 병력만을 남기고 전부 진군했다.
이에 놀란 중국 정부는 UN에 중재를 청했다.
북부전구의 황당한 항복에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북한군의 진격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
그리고 자신들의 땅에서 전쟁했다가는 모든 경제시설이 쑥대밭이 될 게 뻔한 일이다.
설혹 전력을 다해 물리친다고 해도, 전쟁을 지속시킬 여력이 없었다.
더구나 당서열 3위였던 정치국 상무위원이, 중앙정부를 대신해서 항복을 인정하는 인터뷰도 해버렸다.
이에 중국 정부는 그 인터뷰가 협박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상황은 점점 더 중국에게 불리해져 갔다.
그 와중에 지병을 가지고 있던 총서기가 정신적 충격이 겹쳐 쓰러져버렸다.
급히 다음 서열이 바통을 받아 회담장에 나서게 되었다.
“점령된 5개의 성급 중에서 요령성과 길림성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토로 인정합니다. 나머지 3개의 성급에서는 한 달 내로 물러나는 것이, 이번 전쟁은 종전 합의입니다. 또한 전쟁배상금은 없으며, 요령성과 길림성의 모든 정부 자원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소유가 되었습니다. 45일간 UN 감시단이 체류하게 될 것입니다.”
간략했지만,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다.
길지 않은 2개월의 전쟁은 그렇게 끝이 났고, 한반도의 땅은 간도까지 포함돼버렸다.
이로써 한반도보다 더 큰 땅이 생겨난 것이다.
대한민국이 당장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훗날을 생각하면 엄청난 일이었다.
국민들의 60%는 환호했지만, 40%는 북한이 커졌다며 불안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