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화. 평화 협정 체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도 쓸 수 없는 상태다.
회기 중도 아니었거니와 살인 미수범과 동일정범인 교사범이기 때문이다.
의원 하나만 체포된 사건이었고 당은 몰랐다고 오리발 내밀었다.
그러나 그걸 믿는 국민은 적었다.
또한 최상국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좋아 선거 운동 중에도 당선을 전부 예감했다.
여론조사에서도 70%를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결국 최상국은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북한을요?”
“네, 가봅시다. 이미 준비는 되어있어요.”
“혹시 종전입니까?”
“당장은 아니지만, 예비과정은 필요한 법이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열흘 정도 지났을 때 태월이 찾아왔다.
태월이 서울 시장을 맡은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4년의 임기 중 약 14개월 정도가 남아 있을 뿐이다.
시장은 연임이 가능하지만, 태월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첫 길을 열어줬으니 그것이면 된다고 여겼다.
아이들도 쑥쑥 자라 벌써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임기 내에 서울 월드가 완공되겠군요.”
“하하, 지하 공간 공사가 난해했을 뿐이지.”
“기초를 과하게 했다는 소리까지 들은 정도니 그렇긴 하겠네요. 그래도 건설 완공 속도에 파견 기업들도 놀라고 있습니다. 7~8년 걸릴 공사를 절반으로 단축했으니까요.”
서울 월드는 태월이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 짓고 있는 테마파크를 뜻한다.
아떼와 더지까지 몰래 와서 협력해준 덕에, 난공사 부분은 무난히 해결되었다.
“남북 경협을 이제 국가적으로 진행하는 게 좋아. 그전 대통령 대행은 현상 유지에만 급급했는데 답답했어.”
“그런데 경협 지원의 대가로 북한 측 비무장 지대를 받으셨는데, 우리 쪽에서도 그만한 걸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북한이야 내가 땅값을 미리 치른 격이고, 사유지가 아닌 휴전선 쪽은 시세대로 내가 사도록 하지.”
“그 넓은 땅에 뭘 만드실 계획이신데요?”
“국제금융도시와 생태관광지.”
DMZ(비무장지대)는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2km이며, 넓이는 3억 평이고 서울의 1.64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남북의 민통선까지 더하면 무려 30억 평이나 된다.
서울시의 면적은 1억8천3백만 평이다.
민통선을 제외한 군인 민간인 할 것 없이, 출입 자체가 제한된 곳이 비무장 지대다.
남북한 국민들의 개인 사유권과도 관계가 없고, 남북한 정부에도 타격이 없는 땅이다.
“국제금융도시를요?”
“그곳은 동아시아 경제권의 중심에 해당하는 곳이 될 거야.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항공로를 개척하고, 전 세계로 취항하는 국제공항도 생겨야겠지. 이건 남북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도움이 되거든.”
“아, 남북한의 경제 성장에 막대한 도움을 주겠군요.”
“그것뿐이 아니지.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인력으로 국제금융도시를 짓는다면 그 경제효과가 상당해지지.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짓기에는 최적이야.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곳에 입주하게 될 거야. 또 평화의 상징이 되기도 하지.”
“이곳에 그걸 지으려면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RAON, BATR, TW, BTR. 이 4곳이면 각국의 정부를 움직일 수 있지. 한국에 영향을 직접 미치는 곳은 이제 미국, 러시아, 일본 그 정도잖아?”
“한반도 전체의 경제에 막대한 선순환 효과가 생기겠습니다.”
“당장은 남북한 정부가 개발할 자금이 없으니, 우리가 맡으려는 거야. 안 그러면 국채나 세금으로는 감당하지 못하게 돼버려.”
“그거 혹시 자연스럽게 남북교류가 되게 하고, 통일을 자연스레 하기 위한 교두보입니까?”
“그래야 통일 비용이 줄지 않겠어? 남북한 격차도 줄여야지.”
태월은 지하자원 공동개발의 주체인, BTR에서 걷어 들이는 수익금을 투자하여 남한 측 비무장 지대를 매입하였다.
토지가격은 민통선 내에서의 평균 토지 시세에 준했기에, 특혜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비무장 지대를 넘긴 그 자금으로 인해 국가채무를 상당히 갚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민통선 내의 땅 중에서도 비무장 지대와 근접한 사유지나 거래 가능한 토지는 전부 매입했다.
그로 인해 민통선 쪽 땅값이 들썩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매입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태월이 매입한 땅이 비무장 지대 3억 평과 북측 민통선 쪽 6억 평, 남측 민통선 쪽 3억 평이다.
총 12억 평을 매입한 셈이다.
2018년 새해가 되자,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의가 열렸다.
과거 같으면 긴장했을 일이지만, 지금은 서울과 평양 간 경협으로 왕래가 잦던 시기였다.
“반갑습니다.”
“직접 뵙기는 처음입니다. 오느라 노고 많으셨습니다.”
“하하, 노고는요? 금방이던데요.”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두 정상이었다.
“어떻습니까? 우리끼리의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필요하겠지요?”
“하하, 그게 좋겠습니다.”
“경협 단장만 남고, 잠시 다른 이들은 나가보라우!”
“지, 지도자 동지. 갑자기 이러시면?”
“나가보라면 나가봐! 알간? 다시 부를 때까지 편하게 기다리라우!”
“아, 알겠습네다.”
“우리 측도 경협 단장인 박 시장님만 남고 나가보시오!”
“네, 그러겠습니다.”
모여있던 자들이 모두 나가고 넷만 커다란 회의장에 남았다.
“마스터! 그동안 격조하셨습니다.”
“그러게. 바쁘다 보니 그리되었어. 앞으로 비무장 지대 개발을 하게 되면 자주 보게 되겠지.”
“오늘 종전을 선언하겠습니다.”
“그래, 시기도 적당히 무르익었지. 최 대통령은 기분이 어때?”
“오늘이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날이 되겠군요. 전 세계에 깜짝쇼를 보이는 셈이네요.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두 정상의 말에 태월 또한 감흥이 커졌다.
태월은 미리 작성해놓았던 종전선언문을 꺼내놓았다.
“두 정상이 사인하도록 하고 언론에 바로 발표해. 이런 건 시간 끌어서 좋을 게 없어. 종전선언 그 이후는 평화협정체결이야. 그러니 형식적이라도 노동당 대회를 열어서 표결하고, 남측은 남북공동선언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해.”
“알겠습니다.”
“숙지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수행 관료들에게 이 사실을 통지했고, 그들이 놀란 가운데에서도 묵묵히 다음 일정을 진행했다.
그리고 각국의 기자단들이 자리 잡고 있는 취재실로 가서, 둘은 손을 잡은 상태로 종전선언문을 낭독했다.
둘의 깜짝 선언에 기자단들도 놀란 얼굴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전 세계로 퍼졌다.
“와, 이번 대통령은 통도 크네. 종전선언이라니? 그런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왜 그러지?”
“6.25를 일으킨 무리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시위하던데?”
“헐,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쭉 통일 못 한다는 거잖아? 일부 꼰대들 생각이 문제네.”
“난, 경제적 효과만 따져도 무조건 종전해야 하고, 그 이후 10년 후쯤 통일해야 한다고 봐!”
대한민국 국민들의 종전에 생각은 다양했다.
그러나 찬성하는 여론이 더 높은 건 사실이다.
서울로 돌아간 최상국 대통령은 국회에 평화협정 체결에 관한 비준 발의를 했다.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미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민화당이기에 통과가 어려울 리가 없었다.
다만 두 달이라는 시간이 아까울 뿐이었다.
결국은 남북 양쪽에서 동의가 이뤄졌고, 평화협정체결문이 작성되었다.
당시 참전국인 미국과 UN에서도 이에 동의했다.
작아진 중국도 힘에 굴복해서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거대 기업들의 로비가 성공한 것이다.
“아빠! 오늘도 일찍 안 와?”
“하하, 영주가 아빠랑 놀고 싶은가 보다.”
셋째딸을 덜렁 들어 안고는 볼에 뽀뽀해주는 태월이다.
“응! 언니는 학원 간대!”
초등학교를 들어간 후부터 영후와 영진이는 남자아이들이 노는 놀이를 즐겼다.
그러다 보니 영린이와 영주가 어울렸다.
넷은 쌍둥이들이나 마찬가지였던지라, 서로 격 없이 지냈다.
그러나 주변인들의 눈도 있고 해서 지금은 언니 오빠라는 호칭도 곧잘 쓰고 있다.
“우리 공주님 무거워졌는데?”
“무슨 소리야? 나 아직 솜사탕인데.”
아이들은 한남동에 위치한 서울용산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래서 가족들 전체가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태월이 용산에서 일을 보는 경우가 많았던 탓도 있지만, 셋째딸 영주 때문이기도 했다.
엄마인 아샤를 닮아 금발에 파란 눈이다.
한국인 학교에 들어가면 시선이 과하게 집중되기에 아이들 전부를 국제학교에 입학시켰다.
그리고 아이 넷은 학교에서도 유명하다.
아빠의 능력 때문인지, 언어 능력이 특별했다.
7개 국어 정도는 이미 숙달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외모도 탁월해서 눈에 띄었다.
“우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솜사탕이네.”
“그런데 아빠! 나 화이트는 언제 와?”
“왜? 말 타려고?”
“응, 응!”
“요즘 화이트가 한가하니까. 조금 이따가 오라 할게.”
“아이, 신나!”
아이 넷 중 제일 활발한 셋째다.
그래서인지 활동적인 걸 좋아했다.
바람의 기운을 가진 아이여서 그럴 것이다.
태월은 아이 넷에게 이어진 이계의 그물이 많이 약해진 걸 느끼고 있다.
지구의 가호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리라.
‘흠, 지구의 청정을 위해 내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BTR미러클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는 핵융합발전소로 가기 위해 RAON과 BTR이 공동 연구 중이다.
사실 기본적인 연구는 끝났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더 나은 방법으로 개선 연구 중이다.
“그런데 언니는 무슨 학원에 다니는데?”
“댄스학원! 춤을 배운대요.”
“춤? 갑자기?”
“호호호, 고모가 부러운가 봐요.”
태월이 알기론 설희는 춤보단 노래에 더 탁월했다.
물론 무술을 오랫동안 해왔기에 몸놀림도 대단했지만.
그리고 넷 중에 노래는 영주가 제일 뛰어나다.
바람의 기운 때문인지 목소리가 시원하고 고음과 저음이 자유자재다.
태월의 가족은 외부에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러 알려고 하면 어느 정도의 정보야 찾을 수 있겠지만, 공개적인 행사에는 잘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인공지능 슈퍼컴이 태월 가족과 관련된 정보가 뜨면 곧바로 삭제하는 식이었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도 아이 넷의 정보는 학교장 외엔 몰랐다.
평화 협정 체결까지 마무리되고, 용산에 세계적인 테마파크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남북경협은 경제를 되살렸다.
다음 시장 선거가 다가왔지만 태월은 출마를 하지 않았다.
민화당의 총재이다 보니, 나중에라도 비례대표제에 의해 국회의원 자격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태월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요즘 태월이 하는 일은 다른 일이다.
“와, 넓긴 넓네요. 이곳의 지뢰를 다 제거해야 한다 이거죠?”
“인력으로는 너무 오래 걸리는 일이야. 지뢰 제거 운용 프로그램이 탑재된 로봇들이 알아서 할 거야.”
RAON의 기술에 의해 제작된 특수로봇 1천 기가 태월의 뒤로 도열해 있다.
성인 남성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그리고 그 뒤로는 일본 후쿠시마에 투입되었던 대형 로봇도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서 탐을 낼 만도 하네요?”
“위험한 일에 인간 대신 투입하기 위해 만든 것일 뿐, 그들의 욕심 따위에 부응할 생각은 없어.”
“이곳 공사가 다 끝나면요?”
“이 지역 경계병으로는 쓰이겠지.”
태월은 뒤를 돌아보며 한차례 휴머노이드를 훑어보며 입을 뗐다.
“자! 선봉장 앞으로!”
1천 기의 휴머노이드 앞으로 초대형 골렘 로봇 2기가 걸어왔다.
-쿵쿵! 쿵쿵쿵!
“전군 앞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국제금융도시 한백의 첫 삽을 푸게 되었다.
한백은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의미로 한반도를 아우른다는 뜻으로 지은 것이다.
그 시각 압록강 북쪽의 국경지대에서 수십 발의 총성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