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화. 남북 경협단
여당의 회의장은 난장판이다.
기껏 여당과 서울시장 통합까지 했더니, 그 결과가 아니 함만 못한 상황에 부닥쳤다.
거기다 소장파들이 빠져나감으로써 웃긴 소리로 경로당이 된 셈이다.
그건 여당이나 야당이나 같았지만 말이다.
“서울시장이 당총재를 겸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음, 그건 우리가 할 말이 아닌듯합니다. 공화당 시절에는 대통령이 당총재를 겸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때고 지금은 시대가 다르지 않습니까?”
“남의 당 일에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닙니다. 앞으로 정국이 애매해졌습니다.”
민화당이 여야의 소장파들을 데려오면서 제3당이 되었는데, 문제는 여당이 41% 의석이 되었다는 게 문제다.
제1 야당은 33%, 민화당이 30%였다.
태월이 사람을 고를 때 꼭 정의로운 사람만 고른 게 아니다.
그 본심이 어쨌든 당이 목표로 하는 곳에 이를 사람이면 되었다.
그리고 그의 재력이 머뭇거리던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정치 활동에 돈은 하나의 힘이다.
“우리가 야당이나 민화당과 손잡는다는 것도 당의 목표와는 너무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민화당이 야당과 손잡아 버리면 우리가 밀려납니다. 우리로선 위기의 상황입니다.”
“일단은 야당과 민화당이 협력관계가 되지 못하게 해야겠습니다. 야당의 소장파로 있었던 의원 중 몇의 약점을 언론에 흘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부도덕한 당으로 보이게 인식되는 것도 좋지요. 그럼 그렇게 추진해봅시다.”
이틀 후 신문에 민화당 소속의 두 의원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훗,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네. 루나! 부동산 투기를 한 의원들 기록을 전부 추려봐. 이참에 제대로 날려보자고!”
“네, 마스터!”
미국 CIA에 있는 자료부터 시작하여, 국정원의 내부자료까지 이미 접수한 인공지능 슈퍼컴이다.
소소한 투기는 제외하자, 오랫동안 정치를 해온 3선, 4선 의원들 절반이 걸려들었다.
그리고 그걸 그대로 언론에 터트렸다.
방송국까지 소유한 TW 그룹이다.
민화당 소속 의원의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자, 국민들의 여론은 이들을 조사해야 한다는 쪽으로 집중되었다.
그걸 여당 쪽에서도 기자회견까지 내며 과하게 특검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가 점점 달아올랐고, 특검에 대한 열망이 검찰을 움직였다.
그 타임에 중진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뒤따라 튀어나왔다.
여당 의원 65명, 야당 의원 34명의 자료가 공개되었다.
국회의원 300인 중에 99명의 자료였으니, 의원 1/3이나 되는 엄청난 숫자였다.
그와 동시에 여당에서 거론되던 특검 인사들의 부동산 비리도 같이 나와버렸다.
이에 깜짝 놀란 검찰에서는 여론을 의식해, 비교적 깨끗하고 소신 있는 인원으로 특검을 구성하겠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여당이 원했던 방식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거기다가 교묘한 부동산 3법을 의제에 상정하려던 것까지 다 드러나 버렸다.
민화당을 공격하려다 오히려 뒤가 물린 여당이다.
‘큭큭, 난리가 났네. 뭐, 제대로 된 특검으로 가게 해줘야지.’
“시장님!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여기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체 컨소시엄 명단입니다.”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하시고요. 평양 방문 일정에 대해 정부에서는 별다른 말이 없습니까?”
“정부 관계자 둘이 포함된 방문단이기에 그들도 차마 반대하진 못했습니다.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잖습니까?”
“넣어달라고 해서 넣어줬으니, 더는 헛소리를 못하는 거지요. 경협방문단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오늘 일정은 더 없습니까?”
“네,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최 비서관도 이만 퇴근하세요.”
태월은 서울시장 공약대로 실천하는 중이다.
용산 주한미군 기지의 땅에 들어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 설계도는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에 의해 검토까지 끝난 상황이다.
두 회사에서는 관련자들을 오래전에 입국시켰고, 오염된 토지에 대해선 이미 BTR미러클에서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퇴근 후 BTR 상황실로 이동한 태월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더지와 키토를 만났다.
“키토? 표정이 밝은 거 보니, 뭘 좀 찾아냈나 보네?”
“호호, 아빠는 역시 눈치가 빠르셔. 리튬도 찾아내고, 구리도 찾아냈어요. 아 그리고 석유가 묻힌 곳도 알아냈고요.”
석유 이야기에 태월은 잠시 고민했다.
청정지구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지만, 석유는 에너지로만 쓰이는 게 아니다.
수많은 공산품의 재료가 되기도 했다.
“일단 그 석유는 매장량부터 조사하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주변 일대를 매입하기로 하자. 아직 꺼낼 일은 아닌 거 같고.”
“아빠! 샘플과 조사자료는 전부 루가가 가지고 있어요.”
“그래, 셋이 고생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에서 자원 공동개발하는 거 들었지?”
“뭐, 그거 때문에 귀환시킨 거 아녔어요? 그런데 나도 쉬고 싶다고요!”
“그래, 이번에 고생한 BTR자원개발 직원들도 열흘간 휴가를 주기로 했어. 그러니 너희도 열심히 놀다가 와.”
“우와! 휴가다!”
“아, 그리고 누굴 소개해 주마. 아떼 들어와!”
만세를 부르다 말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꼬마 아이를 보게 된 키토다.
“어? 정령이네? 우와, 너무 귀엽다! 쪽쪽!”
“놔, 놔라, 이것아! 요괴 따위가 나에게 이러다니. 얘 좀 말려줘요!”
“어머? 얘라니? 너 누나에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누가 누나야? 나이는 내가 더 많을걸?”
세월로 따지고 보면 키토가 더 어리긴 했다.
그러나 외형으로 보면 당연히 아떼가 어리다.
“새로이 영혼이 정립된 거로 보면 키토가 누나가 맞다!”
이대로 두면 정리가 되지 않을 듯해, 태월이 나서서 서열을 정해준다.
“으, 이건 너무 불공평해!”
“인간 세상은 원래 외형에 따라 기준을 잡는 편이거든. 어쩔 수 없어. 그럼 처음부터 어른이 됐어야지.”
“이잇, 굳이 외형적으로 성장할 필요가 없어서 그랬단 말이야.”
“아빠! 그런데 얘는 헬멧이랑 곡괭이는 왜 들고 있어?”
“땅의 정령이긴 한데, 좀 특별한 경우라고 여기면 돼. 지내다 보면 알게 될 거야. 어쨌든 북한을 갈 때 같이 가게 될 거야. 그때까지 같이 지내도록 해.”
“오호홋, 난 좋아요.”
옆에 있던 더지가 가까이 다가오자, 아떼가 곡괭이를 들어 올린다.
“음, 반갑다 친구! 난 더지라고 해.”
“그, 그래. 넌 그래도 제정신이구나. 내가 조금 손해지만, 까짓거 친구 하도록 하자. 난 아떼야.”
더지까지 나서서 형이라고 했다면, 아떼가 곡괭이를 휘둘렀을 분위기다.
더지가 앞장서서 휴가를 즐기러 나가자, 그 뒤를 아떼가 따라간다.
키토가 아떼의 손을 잡으려 하자, 툭 쳐버리고 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야! 나도 그럼 친구 할게! 그럼 되지?”
“그, 그래. 무르기 없기다!”
“알았다니까! 이제 손잡아도 되지?”
키토가 손을 다시 잡자, 밀치지는 않는 아떼다.
그렇게 그들은 소란만 피우고 건물을 벗어났다.
태월은 루가를 불러 그에게서 탐색 정보들을 건네받았다.
“흠, 원전은 마라도 남쪽 끝에서 2km 거리고, 리튬 매장지는 거기서 또 2km군. 한 줄로 이어졌네. 우연이라고 봐야 하나?”
“매장량까진 정확히 모릅니다. 다만 키토의 말에 의하면 꽤 양이 된다고 봐야죠.”
마라도는 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는 섬이다.
서귀포시에 소속되어 있으며, 인구는 100명 정도가 전부인 섬이다.
행정구역상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리다.
“당장 개발을 하진 않아도 이곳은 우리가 가지도록 하지. 소문나지 않게 마라도 남쪽 부분을 매입해야겠군.”
“마라도 남쪽에는 특별한 시설이 없습니다. 당연히 선착장도 없고요.”
“흠, 그게 더 좋은 일이군.”
태월은 BTR자원개발(주)의 명의로 매입하기로 하고 서귀포시로 전문인력을 보냈다.
일종의 해양자원 개발 연구단지를 세우겠다는 명목이다.
그리고 일차적으로 리튬 해저 광산을 세울 생각이다.
리튬 광산은 마라도에서 남쪽으로 4km 지역이므로, 당연히 원유매장지가 BTR의 영역에 들어오게 된다.
그날부터 BTR자원개발의 인력을 확충하고 회사 규모를 키우도록 지시했다.
“아빠! 나 어때?”
“헐, 시커멓게 태웠네. 탄광에서 뒹굴다 왔냐?”
“어머, 아빠? 보기보다 센스가 없으시다. 이건 선탠이잖아!”
“시커먼 건 그렇다 치고, 아떼는 왜 어른이 됐어? 무슨 일이래?”
“자꾸 사람들이 머릴 쓰다듬잖아. 그래서 변신을 키웠징.”
“흠, 북한으로 보낼 때 아이 외형이면 좀 문제가 되긴 하지. 아주! 잘했어. 러시아 신분증은 다시 신청해야겠군. 아떼는 러시아 BATR에서 파견한 기술자로 하자고.”
이틀 후 경협방문단은 언론의 취재 열기에 휘말렸고, 시간이 지나 그들은 판문점을 유유히 통과했다.
경협 대표는 서울시장인 태월이 맡고 있으며, 평양으로 향하였다.
평양 시내로 들어서자 길가에는 시민들이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평양에 오신 것을 환영합네다!”
“대대적인 환영에 감사를 드립니다.”
평양시 책임비서라는 직책을 가진 자인데, 남한으로 따지면 평양시장이다.
그 뒤를 따라 화동들이 남한에서 온 방문단 일행에게 일일이 꽃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었다.
그 장면이 남북한 TV 채널에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첫날은 만찬회로 남북공연단이 함께했다.
그리고 두 번째 날은 자원 공동개발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으며, 사흘째 되는 날은 황해남도 청단군에 있는 덕달광산으로 향했다.
이곳은 북한의 중요한 희토류 광산으로, 이곳에 묻힌 2억 톤의 희토류 중 2천만 톤이 생산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그곳에 들러 일주일간 조사하였고, 그에 대한 협의가 광산의 임시사무소에서 진행되었다.
전례가 없던 파격적인 방식이다.
“태양광 발전소를요?”
남한에도 영천 지역에 900kwp급 경북 영천 태양광 발전소와 998kwp급 서광 솔라 태양광 발전소 그리고 748kwp급 죽암 태양광 발전소가 있다.
“우리에겐 희토류보다 전기가 더 절실합니다. 원래는 중국도 같은 조건으로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중국이 저리되지 않았습니까?”
평양 책임비서 대신 이 일의 전권을 맡은 북한 측 경협단장 리병혁이 표준말로 협의에 임하고 있었다.
요즘 김정은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그이기에, 말투에 대해 시비 거는 북한 측 인사는 없었다.
미국인을 만나면 영어를 쓰는 게 당연하듯이, 남한 사람을 만나면 그들의 표준말을 써주는 게 외교 예의라고 우기는 리병혁이다.
“특별히 남한만을 위한 조건이 아니라니, 오히려 마음의 부담이 없어 좋습니다. BTR에서 그걸 맡아보겠습니다. 인력은 북한 노동자를 쓰도록 하죠.”
리병혁의 말대로 이 시기엔 북한의 전력난이 상당히 심각한 상태였다.
그리고 나머지 자원들에 대해서는 그에 걸맞은 식량과 맞바꾸기로 협정이 진행되었다.
“어, 그런데 저기 포클레인을 움직이는 기사는 어디서 눈에 익습니다?”
“하하, 아직 눈치를 못 채셨군요. 내려가 보셔도 됩니다.”
태월은 고개를 갸웃하며 광산 쪽으로 내려갔다.
“어?”
뒤따라온 남한 측 방송 카메라에 그 장면이 고스란히 잡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