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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42화 (242/250)

242화. 두 번째 북한 방문

용산 미군기지의 면적은 304만6천㎡로, 평으로 하면 92만 평이 넘는다.

여의도 면적인 87만 평보다 조금 큰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기름유출 사고가 심각한 곳이며, 토지 오염지역이다.

미국의 자체 발표에 의하면 토지 정화 비용으로 200억이 든다고 했지만, 실제는 1,000억이 드는 걸 축소한 것이다.

완전한 미군기지 이전은 두 가지 이유로 늦춰지고 있었다.

하나는 미군의 욕심이었는데, 헬기장이나 대사관 그리고 일부 군사시설을 이곳에 두고 싶어서다.

다른 하나는 환경 정화 비용 문제로 미군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다.

미군이 그곳을 완전히 떠나기 전에, 그 비용을 청구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그런데 BTR에서 맡으면 그 비용쯤은 별 게 아니게 된다.

“벌써, 4월 2일이야 시간이 되겠어?”

“이번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일은 5월 15일부터 이틀간이야. 43일이나 남았잖아?”

“호호, 남들은 작년 말부터 자신을 드러냈는데, 간도 참 크네. 정당에 들어가려고?”

“뭐, 당에 들어가면 지원이야 받겠지만, 의미가 없잖아요? 무소속이 남 눈치 안 봐도 되고 속 편하죠.”

“다른 후보들 공약은 어때?”

“후보들의 중심공략 3가지를 보면 비슷하기도 함. 정희준 후보는 지하철 안전 및 공기 질 개선. 좋은 투자를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 모두가 따뜻한 서울 만들기로 노인요양시설 및 직장 어린이집 확대.”

“다른 후보는 어떻길래?”

“현 시장인 박원석은 도시 안전 예산 2조 원 추가 확보 및 지하철 노후 차량 전면 교체. 5대 창조 경제거점 및 3대 아시아 지식기반 허브 구축. 공공임대주택 8만 호 공급 및 소형주택 20만 호 공급지원. 둘을 비교해보면, 박 후보의 공약이 구체성에서는 정 후보를 앞지르지만, 가치성과 현실성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

“오! 그거 이번에 보내준 AI 인공지능 컴퓨터의 평가인가?”

“하하, 그렇지! 하여간 잘 쓰는 중이야.”

태월이 서울시장을 하려는 건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정치인이란 속성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고, 개인 사욕을 채우기 위한 발판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민은 정치를 불신하고, 정치는 국민을 단순한 표밭으로만 인지하며 따로 노는 중이다.

더 나은 미래의 한국을 위해, 그걸 한 번쯤은 바꿔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UN의 상임이사국에 걸맞은 국가의 수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약은 비슷하게 할 거야?”

“하하, 남처럼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잖아? 도토리 키재기가 될 수야 없지. 곧 정리해서 알려줄게.”

“호호! 기대하고 있을게.”

태월은 3일간 상황실에 있는 AI 인공지능 컴퓨터를 이용하여,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카에게 제일 먼저 내용을 전했다.

“어머, 이 항목은 대통령 공약사항 아니야? 서울시장이 이런 걸 왜 공약해? 뭐, 다른 건 실현 가능하지만.”

태월이 아카에게 보여준 메인 공약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여의도보다 더 넓은 용산 미군기지의 땅에 세계 테마파크의 두 강자인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동시에 유치하겠다는 공략이었다.

그로 인해 고용인원이 상근직 5천 명에 비상근직 2만 명의 일자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5년에 걸친 공사 기간을 통해 일자리 10만 명을 만들어 내는 플랜이다.

두 번째가 바로 아카가 놀란 그 내용이다.

서울과 평양의 경제협력을 이루고, 그걸 통해 휴전상태를 벗어나 종전선언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보위사령부 대좌 리병혁을 끌어 올릴 생각이야. 그리고 이미 손을 써놨잖아.”

“아, 돈을 그리 써대서 대좌에 진급했다더니. 그런데 겨우 대좌계급으로 뭘 할 수 있는데?”

“경제협력단을 만들 것인데, 북한에서 받을 것은 광물이야. 그중 희토류가 메인이지. 합작 개발을 할까 해.”

희토류는 화학적으로 안정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하는 희유금속의 한 종류다.

희토류는 하나의 광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17개의 원소를 가리키는 용어다.

이들 원소는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적어서 매우 희귀하다.

합금이나 촉매제, 영구자석, 레이저 소자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세계 최대 매장국은 중국의 4,400만 톤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외국 매체를 통해, 북한에는 전 세계 매장량의 두 배 정도인 2억 1천600만 톤이 매장되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신문에 난 건 나도 봤는데, 그건 진실이 아니잖아?”

“응, 알아. 진실은 4,800만 톤이지. 그래도 매장량 세계 1위인 중국보다 많잖아.”

“그렇긴 하지. 그런데 그거랑 리병혁이 무슨 상관인데?”

“돈을 좀 보냈어. 일단은 그걸로 유명무실했던 경협 단의 북한 측 단장을 맡을 거야. 내부적으로 모양새가 필요하니 소장 계급으로 진급할 거고.”

북한군 소장은 대한민국 별 하나인 준장과 같은 계급이다.

“얼마나 보냈길래 그렇게 파격적이야?”

“2억 달러!”

“흠, 뇌물로 쓸만했네. 최고위층으로 갔겠군. 그런데 그런 액수를 오히려 의심하지 않을까?”

“북한의 친중파 자금을 빼돌린 걸로 했어.”

“훗, 하긴 리병혁도 친중파이긴 했지.”

“리병혁이 김정은을 두 번 만났어.”

“오, 돈의 위력이군. 그래서?”

“리병혁으로 잠시 변신한 후에 김정은을 소생시켜야겠어.”

“아, 그래서 남북경협과 종전을?”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대한민국에도 좋진 않아. 하나하나 순서를 밟아야지.”

태월은 아카와의 화상통화를 끝내고 어머니인 조민희를 만났다.

자신의 출마 이유를 밝히면서, 한국에서 입지를 다져온 TW그룹 전략기획실의 인재를 빌려왔다.

그들을 이용해 선거본부를 차리게 하였다.

“호호, 엄마는 대환영이야. 너무 외국으로 겉돌기만 해서 아쉬웠거든.”

“잘 부탁드려요. 제가 며칠 자리를 비워야 할 거 같아요.”

“그래, 어련히 이유가 있어서겠지. 선거본부는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와!”

“네, 그냥 누구를 만나러 가는 것일 뿐이에요.”

아들이 김정은을 만나러 간다고 하면, 기겁하고 반대했을 조민희다.

태월은 그날 밤에 말캉만 대동한 채, 스텔스 모드로 황해의 바닷속을 가로질렀다.

북한의 최대 항만인 남포항을 통과해 평양으로 가는 경로였다.

남포항에서는 리병혁이 대기하고 있었다.

“마스터!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내가 하나? 말캉이가 다 했지. 내가 지시한 것은?”

“김정은과 내일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내가 다칠 일이 없다는 건 본인도 잘 알잖아? 그런데 대역이 나오진 않겠지?”

“처음 볼 때만 대역이었고, 두 번째는 본인이 맞았습니다. 제가 전부를 바쳐 맹목적 충성을 보이니, 마음을 놓은 거 같습니다.”

리병혁도 이제는 곧잘 서울말을 구사한다.

남한의 드라마를 매일 본다더니, 꽤 노력한 모양새였다.

태월과의 위성 통화 때 어색하던 어투가 많이 사라진 상태다.

남북 경협 때를 대비해 깜짝 이벤트로 쓸, 서울 말투를 배운 것이다.

“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서 다행이군. 그를 만나기 전까지만 내가 부관 역할을 하겠어.”

“네, 알겠습니다.”

“하하, 말투가 아주 자연스러운데?”

“하루 5시간씩 연습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그의 부관이던 자로 변신을 해버렸다.

그리고 말캉은 운전병으로 변해 리병혁의 차를 몰았다.

일행은 곧바로 평양으로 향했는데, 중간중간의 검문소는 방해받지 않고 통과되었다.

별을 달고 나니 자질구레한 일은 생기지 않는 것이다.

“거리를 두지 마시고, 이제 바짝 따라오십시오.”

“그렇게 하지.”

표를 내진 않았지만, 살짝 긴장되는 태월이다.

리병혁이 향한 곳은 유럽의 별장처럼 생긴 건물이었다.

입구로 다가서니 군관 하나가 그에게 인사를 한다.

이미 출입 약속을 확인해서인지, 대문이 열렸다.

리병혁의 신호에 말캉이 차를 움직여 열린 대문을 통과했다.

두 번째 관문도 보였으나 그 또한 통과되었다.

“이제 안내 군관이 나올 겁니다. 그를 따라가시면 됩니다.”

“알았어. 그럼 잠시 쉬고 있도록 해.”

태월은 리병혁을 팔찌 공간 속으로 입고를 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리병혁으로 변신하여 차에서 내렸다.

몇 걸음을 걷자, 리병혁의 말대로 군관 하나가 뛰어온다.

“안녕하십네까? 저를 따라 오시라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여주는 리병혁으로 변한 태월이다.

군관을 따라가니 여러 개의 방이 딸린 곳이 나왔다.

그중 세 번째의 방을 노크하더니 문을 열어준다.

태월이 안으로 들어서자, TV에서 종종 보이던 키 작은 뚱보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하하, 단장! 오느라고 수고했어요.”

그의 말투는 듣던 대로 북한식 말투가 아니었다.

평양식에 서울식이 살짝 가미된 그런 어투다.

“수고랄 거까진 없었습니다.”

“오, 남한말을 꽤 연습한다고 하더니, 거의 비슷하게 들리오.”

“감사합니다.”

“흠, 그런데 억양이?”

조금 이상함을 느꼈는지 살짝 고개를 갸웃한다.

“어? 저 창문에!”

뒤쪽으로 난 창문을 태월이 가리키자, 무의식적으로 뒤를 쳐다보는 그다.

그 순간 태월의 왼손이 움직였다.

-슈악! 컥! 꿀꺽!

“영혼이 오염된 건 어쩔 수 없군.”

문신이 뱉어내길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꽤 애매한 시간이었는데, 결국 염려대로 꼬여버렸다.

손님 접대를 위해 비서인듯한 여성 하나가 차를 내온 것이다.

결국 태월은 그녀를 급습하여 기절시켜버렸다.

영혼의 오염이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문신을 사용하진 못했다.

팔찌의 공간에서 공간 배낭을 꺼내 그녀를 입고시켰다.

“쩝, 괜히 미안해지네. 어쩔 수 없는 건가.”

10분 후 그녀를 꺼내 함께 나온 영혼의 구슬을 입에 물렸다.

20분쯤 지나 그녀가 눈을 뜨는 사이, 문신이 그를 토해냈다.

그에게도 입에 영혼의 구슬을 물렸다.

그 사이 태월은 팔찌 안에 있던 리병혁을 출고시켰다.

오늘의 만남은 1시간이 예정된 일이다.

다음 일정이 또 있기에 다른 이가 찾아올 확률도 존재했다.

다행히 그녀가 먼저 정신을 차렸고, 자신의 상황을 태월을 통해 인지했다.

“아, 마스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음 일정은 리병철 동지와 한 시간 동안 술을 한잔하려 했습니다.”

“오호, 그랬었군. 마스터! 번거로운 일이 안 생겨서 다행입니다.”

리병혁이 그녀의 말에 응대하고 있다.

“안에 들어가 보니 어땠어?”

“외국 관광 다녀온 느낌입니다.”

머리를 긁적이는 리병혁이다.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좀 당황했었다.

그런데 20분이 더 지나 김정은의 몸은 깨어났지만, 눈을 뜨지 않았다.

“어? 얘는 왜 이래?”

“마스터! 김정은 동지는 심장에 문제가 있습니다. 꽤 수치가 높은 지방간과 고혈압이고요.”

비서의 말에 태월은 청진기를 꺼내, 그를 체크했다.

“헐, 건강이 안 좋다는 소린 들었지만, 이 정도까지였다니. 숨소리가 가쁘네. 주치의가 근처에 있나?”

“네, 항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아, 이거 몸에 문제 생겨서 죽으면 큰일인데….”

육신의 문제가 크다면, 태월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졸지에 난감해진 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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