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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41화 (241/250)

241화. 보위사령부 리병혁

말캉에겐 변신에 대비해 북한 사투리 교육도 시켰다.

정령들을 동원할 수도 있었으나, 인원이 많으면 오히려 눈에 띄기에 단출하게 떠나는 것이다.

말캉은 무소음 소형 잠수정으로 변한 상태다.

황해를 거쳐 운전군 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령강을 끼고 박천을 지나 룡흥리에 도착하였다.

시간은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곳에서 리병혁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 태천을 지나 남산리를 넘어가면, 구성시에 도착한다.

‘저놈인가? 건방지게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네. 아니면 긴장되어 저러나? 5만 달러나 처먹을 놈이 밥값은 해야지.’

태월이 그에게 라이트를 세 번 연속 비추자, 주변을 다시 한번 두리번거리고는 다가왔다.

덩치는 평범했고 나이는 40대 후반으로 보였다.

“흠흠, 반갑습네다. 큰곰이오!”

“반갑습니다. 백호입니다.”

“곰과 호랑이는 민족의 신수 아니겠습네까? 일단 준비한 것부터 합세다!”

아리랑이 들으면 좋아할 말이다.

의도적인지 조금 가벼운 말투를 쓰고 있었다.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큰곰이란 소개에 하마터면 웃을 뻔하였다.

태월은 손에든 가방을 내밀어 그에게 건넸다.

가방의 지퍼를 여니 100달러짜리 5묶음이 들어있었다.

“하하! 어드랬던 시언스렙습네다. 동무! 날래날래 갑세다.”

태월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아카의 말대로 그의 영혼은 오염도가 심했다.

아마 꽤 많은 사람을 벼랑으로 밀어 넣었을 것이다.

그가 돌아서자 태월의 왼손이 앞으로 내밀어졌다.

-슈악! 꿀꺽! 컥!

영혼의 오염이 심하지 않았다면, 그냥 윈윈으로 끝냈을 것이다.

이런 자는 이대로 두면 더 많은 피해자만 양산할 뿐이다.

출발 시간이 30분 이상은 늦어지겠지만, 충분히 기다려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문신이 그의 영혼과 몸을 뱉어냈다.

쓰러진 그의 입에 영혼의 구슬을 물렸다.

“흠,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네. 이제 정신이 좀 드나? 내가 누군지 알겠어?”

“영혼의 주인이십네다.”

“부를 땐 마스터라고 불러.”

“네, 알겠습네다.”

“넌 새로 태어났고, 그 몸의 영혼은 사라졌어. 네가 가진 기억은 그 몸에 남아 있던 기억이야. 어떤 놈이야?”

“결코 좋은 놈은 아닌 거로 느껴집네다.”

“오늘 할 일은 기억에 흡수돼 있어?”

“네, 쇄수룩 선명합네다.”

태월은 리병혁과 진행에 관해 의견을 나눈 뒤, 태천을 향해 차를 몰아갔다.

풀숲에 숨어있던 말캉이 북한군으로 변해, 리병혁이 가져온 차량의 운전을 맡았다.

태월도 공간 배낭에서 준비해온 군복을 꺼내 북한군 소좌로 변신했다.

“어, 호께 정확합네다. 같은 부대 출신 같습네다.”

아카의 정보가 그만큼 정확하기에 실수가 없는 것이다.

남산리를 넘어 구성시에 도착한 일행은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목표로 정한 곳으로 넘어갔다.

“저곳입네다. 저기 있는 동무가, 핵무기 보관소를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는 두 명 중 한 명입네다.”

“그와는 안면이 있나?”

“이 육신의 주인이 저 동무와 두 번 정도 만난 적이 있습네다. 계급도 같지 않습네까?”

“불러낼 수만 있으면 된다.”

“그 정도는 고저 직발로 불러내겠습네다.”

“바로 가려고?”

“걸씨 다녀오겠습네다.”

원래의 성격이 그런 것인지, 후다닥 해치우는 모양새다.

그의 뒤를 운전병인 말캉이가 뒤따랐다.

2층 주택인데 외진 곳치고는 잘 지어져 있었다.

대문 앞에 다가선 리병혁은 벨을 부지런히 눌렀다.

늘 부대에 있는 자인지라, 셋째 주 토요일이 한 달에 한 번 있는 휴식일이다.

그리고 이곳이 특별관리되는 그의 관사다.

“누구십니까?”

“내래, 보위사령부 상좌 리병혁이야! 안에 김판수 동무래 있네? 잠시 나와보라 하기요!”

“일단 전해는 보겠습니다.”

그런 그를 말캉이 힐끗 쳐다본다.

휴식을 방해하는 일이 없게 해야 했지만, 보위사령부라는 말에 부관은 토를 달 수 없었다.

7분 정도가 흐르자 대문이 열렸다.

그리고 김판수라고 불리는 자가 모습을 보였다.

평복에서 군복으로 빠르게 갈아입었는지, 옷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리병혁과 김판수는 그리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다.

괜히 사소한 일에 트집잡히고 싶지 않은 김판수다.

“김판수 동무! 오랜만이우다.”

“하하, 그렇습네다. 그런데 어인일이십네까?”

“동무의 가시아바지가 잡혀왔시다!”

“아, 아니 어인 일입네까?”

“내래, 도움을 주려 이러는 거 아이겠소? 따라 오기오!”

김판수는 자신의 장인이 잡혀갔다는 소리에 가슴이 덜컥했다.

일반 안전원 정도야 말 한마디로 찍어 누르지만, 상대는 보위사령부 상좌다.

비록 자신도 같은 계급이고 임무 자체가 상당한 요직이지만, 이건 또 다른 경우였다.

“그럽세다!”

김판수는 앞장선 리병혁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랐다.

가타부타 말없이 차량은 출발했다.

그리고 외곽으로 돌아가던 중에 축 늘어지는 김판수다.

그리고 태월의 왼손이 그를 바꿔놓았다.

리병혁에게 했던 교육을 다시 한 태월은 말캉이를 김판수의 부관으로 변신시켰다.

그리고 핵무기가 보관된 장소로 이동을 했다.

“김판수!”

“네, 마스터!”

“같이 가서 핵무기를 무력화시켜!”

“알겠습네다! 책임지고 깡통으로 만들고 오겠습네다.”

태월이 공간 배낭에서 철제가방 3개를 꺼내놓았다.

예상보다 북한군의 핵무기가 많았기에 하나를 더 꺼낸 것이다.

한 손에 가방을 든 김판수의 뒤를, 양손에 가방 든 말캉이가 뒤따랐다.

그리고 그날 핵무기의 깡통 만들기 작전은 소리 없이 진행되었다.

나흘이면 완전히 깡통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달 후, 어수선한 세계의 상황이 정돈되기도 전에 폭탄이 하나 더 터졌다.

30명의 용병이 TV 방송에 나온 것이다.

“우리가 미러클XR을 탈취한 건 사실이다. 우리의 예하 부대에서 진행한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BTR 회장의 가족 납치 및 미러클XR 탈취에 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 뉴스에 우리가 보도되자, 그들은 발을 빼버림과 동시에 우리를 처단하려 했다. 어차피 우리는 국가를 이기지 못한다. 이제 우리가 숨을 곳도 없으며, 마지막으로 인류에게 좋은 일 하나 하자는 생각에 미친 것이다. 우린 이 시간 이후 자폭으로 그동안 저지른 살인에 대한 죄를 씻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를 도와 핵무기 제거에 몰래 힘을 써준, 각국 내부자의 인류애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사주한 국가를 발표한다. 중국 정부와 중국 최대기업 둘! 우리 4개 팀은 이들로부터 의뢰받았다. 중국은 자기들이 유일한 핵보유국이길 원했다.”

실시간 방송이 끝날 무렵, 그들은 자폭을 감행했다.

이로써 세상이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

진실은 30%에 불과했으며, 나머진 거짓이었다.

실제 사주를 했던 몇몇 정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으며, 그들마저도 이제는 중국을 성토했다.

세상의 모든 포문은 중국을 향했다.

핵무기도 사라진 중국은 그냥 땅이 큰 나라일 뿐이었다.

UN 결의에 의해 중국의 상임이사국 자리는 해임되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상하이방이 있는 상하이가 독립을 선언한다.

그 뒤 한 달 후 티베트가 독립은 선언했다.

그때까지도 중국은 최대한 단속하려 군대를 움직였지만, 그것은 오히려 도화선이 되었다.

몽골에 이어 동투르키스탄과 대만, 홍콩이 줄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경제를 선도하던 2대 도시 중 남은 광저우마저, 상하이의 영향을 받아 독립을 해버렸다.

중국을 규탄하는 각국의 정부에서 그들에게 힘을 보태준 탓이다.

“하하, 핵에 이어 중국의 분리라니. 이거 생각보다 성과가 너무 과했네.”

“그들은 잘 있어?”

“전부 얼굴을 고쳤고, 새로운 신분도 얻었으니 그곳에서 잘살게 될 거야.”

“대중들은 몰라도 각국 정부는 그들의 고백을 믿지 않을걸.”

“그들에겐 진실이 중요하진 않아. 현재도 핵이 사라진 것과 중국이 와해된 것에,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바쁠걸?”

“오, 태월이도 이제 세상 보는 시야가 커졌네? 아직 우리가 의심을 받긴 하지만, 증거도 없는데 어쩌겠어? 그건 그렇고 이제 뭘 할 거야?”

“아직 지구를 되살리는 일은 한참 남았어. 그 일에 박차를 가해야지.”

“호호, 이거 노벨평화상과 노벨물리학상, 노벨화학상 그리고 노벨경제학상 4가지는 태월이 타야 하는 거 아냐?”

“후후, 싱겁기는. 그게 나에게 중요한가?”

“모르지,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니.”

이젠 어느 정도 밝혀지고 있는 상태지만, 러시아의 BATR, 미국의 RAON과 BTR, 한국의 TW.

본사의 설립지는 다르지만, 전부 다국적기업이며 연합체였다.

그리고 연합체 최대 주주는 박태월이란 게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자랑스럽다라. 나 스스로는 아직 모르겠다.”

“그 외 하고픈 일은?”

“그림 정도?”

“아, 맞다 그게 있었지. 이왕 지구를 살리는 일을 하는 거, 사람의 마음을 살리는 걸 남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나중에 다시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은 해봤었어. 조금 더 나이 든 후쯤?”

“그런데 그거 알아?”

“뭘?”

“전에 그 중국 기자 있지? 헛소리하던.”

“아, 맞아. 있긴 했지. 그런데 그게 왜?”

“중국에서 교통사고로 죽었다더라.”

“누군가 쓸데없는 짓을 했군. 그거 때문에 중국이 표적이 된 게 아닌데 말이야.”

“그런데 생각보다 핵무기가 많아서 국민들이 꽤 놀랐을 듯해.”

러시아는 약 8,500개의 핵탄두를 보유 중이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핵탄두가 7,400개였지만, 그중 퇴역 핵탄두가 2,750개고 현재 보유 중인 건 4,650기다.

프랑스와 영국은 300개와 225개의 핵탄두가 있으며 3, 5위였다.

중국은 핵탄두 250개로 영국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핵무기 보유국들의 이익을 위해 핵 확산 금지 조약 자체가 해제되었다.

그에 따라 UN이 주관하는 핵 금지 조약이 새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핵무기 공식 보유국으로 편재된 기존의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5개국이 의미가 없어졌다.

UN의 투표에 의해 새로운 상임이사국이 세워졌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은 같았지만, 중국의 자리에 한국이 들어와 버렸다.

일본과 독일도 후보에 올랐지만,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나라였기에 득표수가 적었다.

이때부터 러시아는 유럽이 아닌 아시아로 분류되었다.

실제 러시아의 절반이 넘는 땅이 아시아권에 걸쳐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미국은 최강국에 속했지만, 과거와 같은 힘은 없어졌다.

“상임이사국은 이제 아시아인 러시아와 한국 그리고 유럽의 영국과 프랑스 미주를 대표하는 미국 이렇게 나뉘어버렸네.”

아카의 말에 태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중동과 아프리카가 자체에 후보지가 안 나왔다는 것도 의외야.”

“중동은 BTR의 에너지 혁명에 의해 반쯤 힘을 잃었어. 아프리카야 아직 경제성장 자체가 약하니 그런 거고. 한국이 된 건 BTR을 중심으로 미국 RAON과 러시아 BATR가 전방위 로비를 한 덕분인 거고.”

“그거 때문인지 여당과 야당에서 동시에 접촉이 왔어. 입후보하자던데?”

“어머, 국회의원 후보?”

“응. 그리고 서울시장.”

“호호, 대통령은 헌법에 의해 만 40세 이상이니 안 되지만,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은 만 25세 이상이니 가능은 하겠네. 해보려고?”

“2003년 5월 한·미 정상 회담에서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한 미군기지를 모두 평택, 오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잖아. 지금 일부 이전이 되었고 곧 완료될 상황이야. 그곳을 제대로 꾸며볼 기회가 되잖아?”

“어머!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입후보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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