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화. 핵보유국의 혼란
어느 한적한 곳의 별장에서 쫓고 쫓기는 싸움이 벌어졌다.
두 여자가 아이들 넷을 보호하며 밖으로 빠져나가고, 그들을 쫓는 자들은 30명이나 되었다.
그런 아이들을 향해 누군가 총을 쏘아댔다.
그중 아이 하나가 총에 맞았는지 절뚝거리며 쓰러지자, 다른 아이들이 부축하며 뛰었다.
그 속에 있는 여인 둘과 아이들의 얼굴이 확대되었다.
매우 아름다운 여인 둘과 그녀들과 닮은 천사 같은 아이들이다.
여인 하나가 몸을 멈추더니 제일 앞으로 달려든 용병 셋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세 명이 몸을 구르며 간신히 피했으나, 뒤따라오는 자들과 몸이 엉켜버렸다.
그 순간 갑자기 헬기가 나타나며, 30명을 향해 화염방사기를 쏘아댔고 곧바로 연막탄을 터트렸다.
불길을 피해 몸을 굴린 그들은 앞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고, 아군과 적군이 뒤섞인 상태라 함부로 총을 쏘진 못했다.
3분 정도 후에 연막이 걷혔을 땐, 아이들과 여인 둘은 헬기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그들은 다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그 자리를 피했다.
대한민국 포탈과 전 세계 뉴스를 장악한 동영상 화면이었다.
그와 동시에 BTR의 박태월이 등장하면서, 가족들에게 총을 쏘고 납치하려 했다는 것에 불같은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용병을 보낸 자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응징할 것을 천명했다.
또한 BTR미러클의 제품들 상당수가 도난당하였으며,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대한민국의 모든 해상과 공항을 철저히 통제했지만, 그들을 찾을 순 없었다.
TW 산하의 종합병원에 태월의 가족들이 입원하고 있음이 드러났지만, 보안을 위해서 그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와! 봤어? 저거 영화를 찍은 거 같네.
-야! 위에 놈! 생각이 있는 거냐? 지금 BTR 회장의 가족에게 가한 테러잖아! 그것도 어린아이에게 총을 쏘다니!
-진짜 어느 나라 짓이야! 한국에서 빅터셀을 생산 못 하게 압박하려는 거잖아!
-야, 위에 둘 미안한데, 진짜 이쁘긴 이쁘다. 한국에 저런 미인들이 있었나? 아니구나 하나는 러시아나 동유럽?
-박태월 회장의 부인이라는데? 둘 중 누가 부인이야? 혹시 둘 다 부인 아닐까? 이거 불법 아님?
-야! 미친놈아 지금 그게 문제야?
-채찍을 저렇게 휘두르다니, 촤아악! 개쩔어!
-아이들이 너무 천사 같아요! 그런 천사에게 총을 쏘다니! 흑...
-다행히 관통상은 아니라고 함!
-음, 저 화면이 미국 RAON의 인공위성이 포착한 거라는데, 그래서 헬기가 빠르게 온 거 같아.
-총을 든 용병대보다 BTR의 경호대가 더 엄청나다. 30명의 프로 살귀들을 그대로 물 먹인 거 아냐?
-보복 오지겠는데? 이러다 전쟁 각?
한국의 포탈 댓글도 시끌시끌했다.
일주일 내내 세계 언론도 시끄러웠다.
“납치는 실패했지만, 대신 미러클XR이라는 신종 제품을 획득했습니다. 제가 거느린 2팀 부하들이 많이 당했습니다.”
서로 간에 잡힌다는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의 변장술이면 수배 중이어도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는 프로들이다.
“음, 희생은 안타깝지만, 결국 의뢰는 실패한 것 아니오?”
“미러클XR은 기존의 20배 위력을 가진 최종 업그레이드판입니다. 저희 말고도 3곳의 용병단이 탈취했지요. 그들이 그걸 어디에 쓸까요?”
“흠, 굉장한 제품이구려. 그런데 방사능 제거 작업에 뒷돈 좀 챙길 수 있긴 하지만, 대놓고 쓰지 못하는 물건 아니오? 우리가 비싸게 사주겠소!”
“요점을 아직 파악 못 하셨네. 우리가 획득한 이 제품의 수량이면 적어도 미국의 핵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헉! 그 정도의 성능을 가졌단 말이오?”
“우리가 헛소리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 그럼 하루만 시간을 주시오.”
“거부하겠습니다. 시간은 앞으로 12시간 후요! 그때까지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면 미국에 팔겠습니다.”
“이보시오! 의뢰는 우리가 했는데, 왜 그쪽에다가 그걸 준다는 거요.”
“우리가 받은 의뢰는 납치였습니다. 그러나 완료를 못 했으니, 계약 불이행으로 세 배의 금액을 지불하겠습니다.”
“지금 그깟 돈이 문제요?”
“대신 이걸 수락한다면, 과거보다 열 배의 금액은 받아야겠습니다. 단 이걸 완벽히 수행하려면, 정부에서 제대로 된 협조가 있어야 할 겁니다.”
“어디까지 가능하겠소?”
“당연히 핵무기 제거죠. 대신 정부에서도 제대로 된 협조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그곳에 접근하기 힘듭니다.”
“음, 좋소이다. 12시간 내로 답을 주겠소.”
12시간까지 기다릴 것도 없었다.
10시간이 지날 무렵 의뢰한 정부에서 급히 연락이 왔다.
“그곳에 고정연락책이 있는데, 결국 그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해야 가능할 거요.”
“그 정도의 희생 없이 세계 1강이 될 수가 있겠습니까?”
“30분 후 연락이 이메일로 갈 것이요. 돈은 그전 계좌로 보냈소이다. 확실하게만 처리해주시오. 그럼 보너스를 기대하실 수 있을게요. 그런데 그 다른 3팀은 그 물건을 어디에 쓰려는 거죠?”
“거긴 무지한 놈들이 많아서, 기껏해야 방사능 오염제거제로 암거래상에다 팔겠죠.”
“우리가 살 수는 없겠소?”
“불가! 그거까지 사게 되면 우리가 의심을 받게 됩니다.”
“음, 그건 그렇겠구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네 곳에서 동시에 일어났다.
태월에 의해 소생한 30명의 용병은 각자 맡은 임무를 가지고, 자신들에게 의뢰를 준 각국 정부와 거래를 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두 달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그 시각 각국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쾅!
“다시 말해 보시오! 핵탄두가 어쨌다고요?”
“우라늄의 성분이 변했습니다. 폭발 시 방사능 자체가 검출되지 않을 거라 합니다.”
“뭐라고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왜 그렇게 되었는데요? 설마! 저들도 우리와 같은 계획을? 아, 아니! 이중 삼중으로 접근을 막고 있었을 텐데! 일단, 그놈들부터 찾으세요!”
이 일은 한 곳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공식적 핵보유국인 미국,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 등 5개국과 비공식 핵보유국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3개국까지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이 일이 CNN을 통해 세계로 퍼져나갔다.
CNN 책임자들의 문책이 잇달았으나, 그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세계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8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개중에는 무질서를 걱정하는 정부도 있었으나, 일부에 불과했다.
그러는 와중에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일이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사실 냉전 종식 직후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핵무기 소유국이 되었다.
그리된 이유는 소련군의 핵무기 보관소가 우크라이나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있던 핵무기는 1990년대에 러시아에 인도한다는 협약이 이루어졌고, 모든 인도가 끝난 시점이 2012년이다.
바로 작년에 핵은 전부 넘어갔으나, 우크라이나 자체에도 대량의 우라늄이 매장되어 있었다.
태월은 그것마저 조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사 후 은밀히 핵무기로 제조되었다면, 그걸 포함해 매장된 우라늄도 분해할 생각이다.
그리고 비공개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허용되었다는 문제가 있었다.
미국은 주둔하는 곳에선 핵무기 보유를 반대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엔 미국이 주둔하지 않고 있다.
걸프 지역에서의 이라크 및 이란과 같은 국가들의 패권 부상을 저지한다는 차원에서, 미국은 강력한 이스라엘을 원했다.
이 같은 논리가 적용되어 이스라엘의 핵무장을 허용해준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위치한 서남아시아지역을 통해, 소련이 남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지역을 통해 소련이 인도양으로 진출하기가 쉽지 않았고, 인도와 파키스탄이 과학기술이 발전해 있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미국의 자원이 제한적이란 점에서 미국은 이곳 지역에 미군을 주둔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비동맹국이던 인도의 핵무장이 추진되자, 미국은 소련의 세력 팽창 저지를 위해 파키스탄을 핵무장 시키기로 했다.
미국에 의존적인 국가의 핵무장은 당근과 채찍을 통해 저지하지만, 적대국의 핵무장은 제재와 예방 공격을 통해 저지하는 방식이었다.
결론적으로 핵무기가 출현한 시점부터 오늘에 이르는 미국의 핵확산 전략은, 미국의 패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성격이었다.
핵보유국들이 일제히 당한 건 용병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변신이 가능한 정령들과 말캉의 도움이 컸다.
핵무기 보관소에 출입할 수 있는 관계자를 찾아내서 마취시킨 후 그로 위장한 것이다.
변신 능력은 단순히 외형만이 아니라, 홍채와 지문까지도 그대로 따왔다.
그러니 아무도 그들을 의심하지 못했다.
“북한은 조사되었어?”
“태월이 직접 가야 할 것 같아. 너무 폐쇄적이라 접근에 시간이 너무 걸려. 핵무기 시설에 출입 가능한 자를 소생시키는 게 빠를 거 같은데.”
“음, 그럼 그건 내가 직접 해볼게.”
그 와중에 태월은 천연덕스럽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결국 도난당한 것이 미러클R이었다는 소리입니까?”
“아닙니다. 미러클XR이라는 20배 성능이 확대된 방사능 제거제입니다.”
“방사능 오염만 제거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방사능을 유출하는 원인물질 또한, 제품을 집중시키면 제거가 됩니다.”
“그럼, 그걸 탈취한 용병들이 왜 핵보유국을 공격했을까요?”
“저도 그들에게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과거 같았으면 핵보유국이라는 이유로 각국이 눈치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전과 같지가 않았다.
즉 그 말은 RAON, BATR, BTR, TW기업이 공동대처하는 상황에서 BTR을 공격할 힘이 약화되어버렸다는 뜻이다.
거기다 일본의 여당이 된 민진당에서 BTR을 옹호하고 나섰다.
게다가 이들 4개 기업은 서로의 주식을 공유한 다국적기업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침묵을 지킬 뿐이다.
아카와 아쿠의 전방위적인 로비가 있어서다.
RAON의 기술이 가장 무서웠으며, 그들이 가진 무력이면 한 나라의 도시 하나를 날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RAON이 미국기업이라는 데 미국민은 오히려 안도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오히려 미국 정부는 난감한 실정이다.
RAON 또한 BTR의 2대 주주이기도 해서다.
태월은 북한으로 넘어가기 위한 작전을 아카와 계획했다.
“지금 핵무기 보관소가 어디지?”
“평안북도 구성시 용덕동이야.”
“평안남도와 경계인 운전군으로 해서 구성시로 가는 걸로 하지.”
“태월을 안내할 자는 보위사령부 상좌 리병혁이야. 지금은 평안북도에 내려와 있어.”
그전까지는 보위국이라고 칭했는데, 1994년 6군단 반란 사건을 적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에 1996에 보위국은 보위사령부로 승격되었다.
북한군은 위관급과 영관급이 남한과 다른 4계급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상좌라는 계급은 중령과 대령의 중간 계급이라 보면 된다.
상좌 위에는 대좌라는 계급이 있다.
“영혼의 색은 어떤데?”
“돈을 밝히는 자가 뻔하지 않겠어? 큰 의미를 둘 건 없는 위인이야.”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아카가 짜준 계획서를 한 번 더 숙지하고는, 말캉을 데리고 황해를 따라 북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