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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29화 (229/250)

229화. 후쿠시마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5분이 시작이었다.

그 시각에 일본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370km 떨어진, 도호쿠 지방의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그로 인한 15m에 달하는 쓰나미가 도호쿠 지방을 강타한 것이다.

이 상황에 의해 진앙지로부터 인접한 해변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제2 원자력 발전소, 오나가와 원자력 발전소, 도카이 원자력 발전소 등 4개 원자력 발전소 부지가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중 운전 중이던 11기가 강진을 감지하며 자동으로 정지되었다.

사고가 났음을 위성을 통해 알게 된 아카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가, 곧바로 일본의 후쿠오카 방재센터를 해킹하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낸 것이다.

그 내용을 지금 태월이 보고받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는 어찌 된 거야?”

“다른 원전의 피해는 아직 집계 중이지만, 제일 심각한 것은 제1 원전이야.”

“지금 일본 정부에서 우리 쪽으로 긴급 통화를 요청하고 있어. 일단 받아 볼게. 루가? 나에게로 연락을 돌려!”

“네! 마스터!”

러시아의 화산 지대에 있던 불의 정령 일곱이 태월에게 귀속된 적이 있었다.

2년 반 전 러시아로 잠시 다녀왔던 이유가 이들 때문이었다.

아루에게 현실 적응 교육을 받고 있던 일곱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러시아에서 발생한 대학교 기숙사 화재에 20명가량이 숨을 거둔 사건이 있었다.

아루에게 연락을 받은 태월은 급히 러시아로 떠났고, 그곳에 안치된 시신 중에서 불의 친화력이 높은 일곱을 가려내었다.

아루와 아쿠처럼 인간화되려면 요괴의 재능을 주어 변신을 시키면 되지만, 태월에겐 남아 있는 게 당시에 없었다.

인간에게 직접 정령체를 안착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는데, 두 가지가 합쳐지니 가능해졌다.

그 두 가지는 이계에서 배운 법술과 중급신의 격이 해답이 되었다.

지금 태월의 11층 상황실에 있는 일곱이 그들이다.

그중 첫째가 루가고 그다음이 루나, 루다, 루라, 루마, 루바, 루사였다.

이들은 20살에서 25살 사이로 나이가 다양했는데, 25살의 몸에 안착한 것이 루가다.

“바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도쿄전력의 마쓰이입니다.”

‘일본 정부도 아니고 웬 도쿄전력?’

태월은 도쿄전력이란 말에 루나에게 손짓했다.

상황실 전면의 대형 모니터에 도쿄전력에 대한 정보가 주르르 올라왔다.

1883년에 설립된 도쿄전등이 전신이다.

1951년에 창립한 민영 전력 회사이며, 아시아 최대 그리고 세계 4위 규모의 회사였다.

일본 간토 지방(도쿄, 가나가와, 지바, 사이타마, 이바라키, 군마, 도치기)과 야마나시, 시즈오카현 일부에 대한 전력 공급을 담당한다.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운영사는 도쿄전력이었다.

“정부도 아니고 민간 기업이 무슨 일입니까?”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후쿠시마 제1 원전은 저희 책임이라서 연락드렸습니다. 빠른 봉합이 가능하겠습니까? 뭐 아주 급한 건 아니고요.”

‘이놈이 간을 보나? 방사능 유출이 된 거로 보이는데 급한 게 아니다?’

“급하지 않다니 다행입니다. 저희가 지금 추진하는 일이 있어서 바쁘거든요. 다음에 연락 바랍니다!”

-뚝!

태월이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은 후,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설계도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십 분도 안 되어 같은 곳에서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번호로 보면 조금 전의 도쿄전력입니다.”

“30분간 음성 안내 전화로 돌려. 그리고 아카의 채널을 열어.”

“네, 마스터!”

“아카? 일본의 정부도 아니고 도쿄전력이란 곳에서 전화가 왔었어. 급하진 않다고 하더라.”

“호호,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냥 바쁘다고 끊었지.”

“호호호, 잘했어. 날로 먹으려 덤비는 거네.”

“슈퍼컴퓨터의 추정 피해액은?”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빠른 대처가 된다면 5조엔! 뒤늦은 대처가 된다면 50조엔! 우리나라 돈으로는 50조거나 500조쯤이지. 빠른 대처라 할지라도 방출된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만 최소 10년 이상은 걸릴 거야. 그리고 해체 작업만 해도 10년은 걸릴걸. 거기다 추측이지만 토양에서는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까지 나올 거라고 봐.”

“체르노빌과 비교하면?”

“제대로 된 대처가 되지 못하면, 체르노빌과 동급인 7등급 사고가 될 거야.”

“그럼, 우리가 뛰어들면 후쿠오카 일대의 100년 이상을 되돌려 주는 거네. 그와 관련된 경제도 복구될 것이고. 엄청나네.”

“우리도 당장 뛰어들 수는 없어. 냉각기가 멈춘 지금은, 원자로의 온도가 계속 올라갈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부터 식혀야 할 텐데. 아니면 아직 냉각수가 남아 있으려나?”

“도쿄전력이나 일본 정부가 바보가 아닌 담에야 원자로를 식히겠지.”

이때까지도 태월과 아카는 이 사태에 대해 낙관하고 있었다.

도쿄전력에서도 30분이 지나자 전화도 더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추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하루가 지나버렸다.

12일 오전 10시가 되자 또다시 전화가 울려댄다.

‘도쿄전력입니다! 급한 일이 끝나셨습니까? 이제 저희 쪽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다짜고짜 그리 말하면 어떻게 합니까? 원자로의 냉각은 된 상태인가요?”

원자로의 냉각만 유지된다면 방사능 유출 문제는 해결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BTR미러클에서는 필요에 따라 봉합만 하면 되는 것이다.

‘네, 거의 잘되고 있습니다. 1억엔 정도면 가능하겠습니까?’

원자로만 안정적이라면 그 이하도 가능할 터이다.

“뭐, 원자로 이상이 아니라면 괜찮을 듯하네요.”

‘그럼, 빠르게 와주시겠습니까? 일단 진행부터 하지요!’

“여기가 구멍가게도 아니잖습니까? 어쨌거나 담당자를 보낼 테니,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계약서부터 작성하셔야죠.”

태월은 오형석 지부장에게 일러 그에 맞는 전문가를 일본에 급파하였는데, 일본 도착 시간이 오후 5시였다.

그리고 밤 10시경에 상황실로 보고가 올라왔다.

“뭐? 원자로 3기가 각각 방사능 누출?”

‘냉각수가 모두 증발하면서 노심 온도가 1,200도까지 치솟았고, 그로 인해 방호벽들이 녹았습니다.’

“헐, 방호벽이 녹았으면 연료봉이 있던 지르코늄 온도도 그 정도 되었을 거고, 결국 수소 폭발까지 이어졌단 소리네?”

지르코늄 온도가 1.200도였다면, 물과 산화 반응을 일으키며 수소 가스가 생성되어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맞, 맞습니다.’

“이것들 미친 것들이네? 뭐 한다고 그걸 안 식혀? 바닷물을 끌어와서 원자로를 식히면 되잖아!”

‘바닷물엔 소금을 비롯한 각종 불순물이 있어서, 원자로에 넣게 되면 그 원자로는 폐기 처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망설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하, 단단히 미쳤네? 원자력 사고의 피해가 천문학적일 건데, 원자로 아끼려고 멍청히 있었다고? 진짜 정신 나갔군.”

태월의 생각과는 달리 도쿄전력은 다른 생각이 있었다.

원자로가 운이 좋아 무사했다면 원전을 보존하며 사고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원자로가 문제 되어 방사능이 유출된다고 쳐도, 초반에 미러클로 막아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즉, 원자로를 아끼려고 모험을 한 것이다.

“이 자식들 원자로 1기 가격이 5조는 될 건데, 결국 3대인 15조가 아까워서 사고를 쳤네. 아니지. 폐기 처분 후 다시 설치하는 걸로 하면 배 이상은 들겠군. 30조가 아니라 연관 피해로 보면 10배는 더 날리겠다.”

괜히 혼자서 열을 올리는 태월이다.

“3기에서 흘러나오는 실시간 방사능 수치 파악하고, 우리가 작업 들어갈 시간까지의 유출량도 포함되어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일단 내가 오형석 지부장과 가볼 테니, 매뉴얼대로 비용 청구해요! 얼토당토않은 소릴 하면 뒤로 물러나 있고요.”

한국까지 피해가 오면 골치 아파진다.

그전에 막기는 막겠지만, 그렇다고 일본에 그냥 퍼줄 생각은 없었다.

수익의 절반을 지구를 살리기 위해 쓰이지만, 지속적으로 들어갈 돈은 천문학적 액수다.

***

“하하, 10억엔?”

“처음에 우리에게 제시한 금액이 1억 엔이었는데, 그래서 열 배나 주는 거라고 합니다.”

“미친 것들이, 진짜! 그땐 원자로가 멀쩡하다고 했었고, 방사능 유출도 없다고 해서 그런 거잖아! 아, 팀장에게 하는 말이 아니에요.”

“네,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체르노빌에서 얼마나 받았는데 저런 소릴 해? 구 팀장! 오 지부장! 오늘은 쉬고 내일 점심경에 봅시다. 누굴 좀 만나야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형석은 태월이 과거부터 일본에 자주 들락거렸다는 것을 알기에 말리지는 않았다.

꽤 고위 정치권 인사와 인연이 깊다는 것도 들은 적이 있었다.

태월은 그들과 헤어져 사토 유마에게 연락을 취했다.

사토 유마는 5년 전에 민주진보당이라는 신당을 창당하였다.

현재는 중의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요괴였던 사토리가 변한 게 사토 유마다.

태월에게 몇 가지 재능을 추가로 받아 이제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도 겸했다.

그러다 보니 5년 만에 자민당에 이어 제2정당으로서 추격하는 모양새다.

말 그대로 중의원 500명 중 155명이 속해있는 제1야당인 셈이다.

자민당은 205석으로 불과 50석의 차이였다.

매년 갈수록 간격이 좁혀지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어때? 소식을 들으니 잘하고 있다던데.”

“생각보다 더뎌서 좀 답답한 면도 있습니다. 마스터가 원하는 목표에 부족함이 있습니다.”

“일반 기업도 아니고 정치권이란 게 국민의 표에 좌우되니 그럴 수밖에 없어.”

“그런데 후쿠시마는 어떻습니까? 내각정보조사실에서 듣기론 숨기는 게 있다가 일이 커진 모양이던데요.”

“맞아. 원자로 아끼려다가 결국 방사능이 샜어. 일을 망쳐놓고는 아직도 돈 아끼려고 간을 보고 있지. 아마 하루하루 지날수록 처리 비용은 점점 늘어날 거야.”

“소탐대실이군요. 도쿄전력이 감사받을 수밖에 없겠는데요.”

“방사능 유출은 별로 걱정 안 되나 보네?”

“그거야 마스터께서 처리하시겠지요.”

“그렇긴 한데 입맛대로 움직일 생각은 없어. 서로 정당한 거래가 아니면 선례를 남기게 되잖아? 물론 한국까지 피해가 가기 전에 해결할 생각이지만.”

“방사능 처리가 늦어질수록 피해 확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겠죠. 혹시 그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자료는 없습니까? 저희가 가진 정보보단 신뢰성이 높을 거 같아서요.”

“그러잖아도 그걸 주려고 보자고 한 거야. RAON 그룹에 인공지능 슈퍼컴퓨터가 있는 건 알지? 수만 건의 실험자료와 연구자료를 통합해서 뽑아낸 오차범위 5%의 예측자료야. 물론 변수까지 고려한 거지.”

태월은 서류 가방을 통째로 사토 유마에게 건넸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런데 적정한 비용은 얼마가 됩니까?”

“흠, 낼 아침이 되면 1조 엔이 넘어갈 거야.”

“도쿄전력에선 얼마를 불렀습니까?”

“10억 엔이라던데?”

“기가 차는군요.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이러다 한 달만 지나도 열 배는 넘어가겠습니다.”

“그래도 빨리 처리하는 게 낫겠지?”

“아닙니다. 당장 추가 인명 피해만 없다면 늦춰야 합니다.”

“뭐?”

사토 유마의 말에 태월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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