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28화 (228/250)

228화. 미러클의 확산

태월이 있는 곳은 BTR미러클 아시아지부 겸 한국 지사가 있는 마포구의 지하 3층 지상 11층짜리 건물이었다.

11층짜리 건물을 인수한 후 그걸 통째로 BTR미러클 건물로 쓰고 있었다.

주차장은 지하 2층과 3층에 있으며, 지하 1층은 직원들 복지 및 편의 시설들이 들어가 있다.

지상 11층은 태월의 개인 연구소와 TW, RAON, BATR를 연결해 놓은 위성 상황실이다.

이곳에서 보안이 제일 엄격한 곳이 11층인 것이다.

태월이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곳은, 10층에 있는 오형석의 집무실이었다.

외부에서 볼 때, 11층에 관한 정보는 안내되지 않고 있다.

외부용 엘리베이터는 10층까지였고, 태월 단독으로 쓰는 내부관계자용 11층 엘리베이터가 별도로 있다.

“중국에서 방한한 경제대표단입니다.”

“그들이 왜 여기에 있죠? 정부청사로 가거나 전경련으로 가야지.”

“겉으론 그렇지만 실제는 미러클 때문에 온 것입니다.”

“의뢰하러 온 것인가요?”

“두 가지 목적으로 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나는 중국 지사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뢰입니다.”

BTR미러클은 모든 나라에 지사를 두진 않는다.

그만한 영역이 되어야 인력 배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아시아지부가 마련된 상태인지라 타국의 지사를 아직 정하지 않고 있었다.

기술자 파견은 전부 한국에서 이뤄질 것이고, 현지에서는 현장 인력만 요구되는 방식이다.

그걸 위해 TW에서는 미러클 개발 중기부터 대대적으로 방재 기술자 양성소를 운영해왔다.

“의뢰는 타당하면 받으면 될 일이고, 지사는 시간을 기다리면 정해질 것인데.”

“묘하게 베이징과 상하이가 동시에 설립 제안을 해왔습니다.”

베이징은 중앙정부에서 미는 것이고 상하이는 상하이방이라는 중국 4대 세력 중 하나가 있는 곳이다.

상하이방은 정치 이념보다는 경제에 이념을 두고, 중국을 상하이처럼 발전된 모습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상하이방 출신인 장쩌민 주석이, 2002년 후진타오에게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직을 넘기고 2003년 3월에는 국가주석마저 넘겼다.

10년간 이어지던 장쩌민의 상하이방 시대가 끝났고, 후진타오의 공청단 시대가 시작된다.

장쩌민의 퇴임에 따라 상하이방의 영향력은 점차 감소하였다.

중국의 경제력에 커다란 힘이 되어준 상하이의 공을 깎아내렸고, 상하이방은 차별된 대우를 받으며 몰락의 길로 유도되고 있었다.

“오 지부장의 생각은?”

“중국 자체가 크니 두 군데 설립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베이징보다는 상하이의 조건이 훨씬 좋긴 합니다만, 수도라는 타이틀이 있는 베이징을 무시할 수가 없죠.”

“흠,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랍니다. 올 초 슈퍼컴퓨터에 작성된 중국 관련 미래를 보면, 중국은 이대로 가면 미국을 넘어섭니다. 동북공정도 문제지만, 한반도에도 결코 이롭지 못한 일이죠. 이러다간 중국의 기침 한 번에도 한반도가 휘둘릴 겁니다.”

대중국 무역이 너무 편향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 건에 대해서는 하루만 더 생각해봅시다. 러시아의 BATR와 미국의 RAON에게도 의견을 물어야 할 거 같네요. 두 군데서 제시한 조건은 어떤 거죠?.”

오형석은 서류철에서 서류 몇 장을 꺼내 태월에게 넘겨주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는 잘 진행되고 있나요?”

“이미 1년 반 이상이 지난 시점이라 아쉬움이 큽니다만, 투입된 미러클O가 제대로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태월이 미러클O를 완성한 시기는 2009년 6월이었다.

2007년 12월에 발생한 태안의 기름유출 사고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가, 완성 후에 마무리 식으로 투입된 것이다.

그래서 태안에 투입된 것에 대해 해외 언론은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남태평양의 기름 유출 사고는 시기가 맞아떨어져, 처음부터 방재 작업을 진행했었다.

태월은 11층으로 올라와 인공위성 통신을 이용하여, 아카와 아쿠를 불러내고 의견을 교환했다.

“내 생각엔 중국의 북경보다는 상하이를 키워주는 게 더 좋겠어.”

“이유는?”

“일반적이라면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이 맞는 말이지만, 상하이방을 밀어주는 게 옳다고 봐.”

“저도 아카 언니 의견에 찬성이에요.”

“중국 내부의 대립을 꾀하자는 건가?”

“그걸 시작으로 중앙정부의 힘과 대치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해. 상하이방이면 딱 적당하고.”

“하긴, 내 생각에도 중국이 소련처럼 여러 개의 나라로 분리가 되는 게 낫다고 봐. 그들의 행태로 보면, 이대로는 인류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지.”

“중국의 7대 군구 중에서 상하이방을 밀어줄 곳은 난징군구와 광저우 군구야.”

“난징군구야 상하이가 관할이니 그럴 수 있지만, 광저우군구는 왜?”

“상하이나 광저우는 중국의 최대 경제 도시들이야. 그런데 중앙정부가 중국에 끼친 공로를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차별하는 곳이지.”

“2개 군구로 나머지 5개 군구를 상대할 수 있나?”

“베이징군구는 수도를 방어해야 하지. 나머지 4대 군구인 선양군구, 지난군구, 청두군구, 란저우군구는 다른 나라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서 전력을 다하지 못해.”

“조건도 상하이가 월등하니 그렇게 하지. 일단 불씨를 살려주는 게 낫겠지.”

“어떤 조건인데 아직 그걸 못 물어봤네.”

“외국인 부동산 투자 제한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보니, 눈치 안 보고 팍 질렀어. 상하이 중심가에 있는 22층 빌딩 하나를 시세의 절반가로 넘기기로 했어. 그리고 공장에 관해서는 50년 무료 임대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건 무시하기로 했지.”

전부 컨트롤이 가능한 한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 내부에 공장을 두다간 어찌 될지 알 수가 없기에 불안했다.

“22층이면 지사로는 너무 크잖아?”

“10개 층만 사용하고 나머지 12개 층은 임대 사업을 하지 뭐. 그 수익이면 중국지사가 활동하는 데 충분한 경비를 충족시켜 줄 거야.”

“러시아에서도 중국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거든. BATR와 한배를 탄 정치세력이 있으니, 그걸 이용해 볼게. 분리 독립을 몰래 뒤에서 지원해주는 방식이면 좋을 거 같아.”

“RAON에서도 간접적으로 돕도록 하지.”

3개국 회의는 간단히 끝났다.

태월은 다음 날 오형석을 불러 결정된 내용을 알렸다.

“조건이 우월한 상하이로 임원 회의가 결정이 났어요. 한 국가엔 하나의 지사만 들어갑니다.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세요.”

태월은 누구에게도 정치적인 내용을 알려줘선 안 되기에, 조건만 따졌다는 식으로 정리해줬다.

“일본 쪽은 어떻게 처리합니까?”

“그쪽도 여러 곳에서 들어왔나요?”

“네, 세 군데서 들어왔습니다.”

내밀은 서류를 보던 태월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

“오사카에서도 들어왔네요?”

“네, 그렇지만 조건은 제일 안 좋습니다.”

“흠, 단기간으로 보면 그렇지만, 장기적으론 나쁘지 않네요. 우리가 땅을 확보하는 데 돈 절약할 필요는 없잖아요? 세수도 이 정도면 세 곳 중에 제일 나은 거고요.”

억지로 끼워 맞춰 주는 태월이다.

오사카의 이쿠노구는 일본에서 재일 교포가 제일 많이 거주하는 곳이고 한인촌도 있었다.

“여기 오사카의 이쿠노구에 건물 하나를 매입하세요. 가능하면 규모가 10층 이상이어야 합니다.”

“네, 오사카의 이쿠노구 지역이라면 한인회를 통해 알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나머지 지역은 오 지부장이 결정해서 진행하도록 하세요.”

중국과 일본은 민감한 곳이라 태월이 나섰지만, 다른 나라까지 관여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적의 지역으로 선별해보겠습니다.”

“흠, 더 이상의 안건은 없는 듯하니, 같이 식사라도 하러 갑시다. 거기 횟집이 좋겠군요.”

“네, 전에 갔던 그곳으로 예약을 하겠습니다.”

***

한국의 미러클 공장은 군포시에 위치해 있다.

임야를 낀 대지를 매입하였는데 대지의 면적이 170,000㎡ 정도고 뒤쪽 임야는 330,000㎡다.

대지 51,425평에 임야는 10만 평 정도 되는 곳이다.

침입의 한쪽을 틀어막으려는 의도가 있는 위치 선정이었다.

과거 TW에서 IMF 시기에 매물로 나왔던 곳을 저렴하게 사놨던 곳이다.

그동안 컨테이너 물류창고로 이용하던 곳을 완전히 비우고 공장을 새롭게 지은 것이다.

하늘에서 보면 공장들 위치가 오각형의 별 모양으로 되어 있는 6개의 공장이었다.

별을 이루는 5개의 공장은 미러클의 5가지 제품을 제작 완성하는 곳이다.

그중 가운데에 위치한 공장은 미러클 제품의 중앙에 들어갈 핵심부품이 생산되는 곳으로 미러클 타워라고 불렀다.

모든 보안의 중심은 바로 이곳 미러클 타워였다.

그곳에서는 인조 법술 가루를 이용한 법술 기판이 제작되며, 미러클의 마법은 이곳에 숨어있다.

RAON의 기술로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 가동되는 중이다.

그걸 위해 소형 인공지능 컴퓨터가 미국에서 극비리에 이곳으로 이동되었다.

“어때요?”

“하하, 지부장이지만 이곳은 처음 견학합니다. 다른 분들은 보셨나요?”

“한국에서는 TW 회장님 외엔 들어와 본 적이 없지요.”

“어? 그럼 공장장도 이곳을 모릅니까?”

“타워가 무슨 일을 하는지야 알지만, 이곳은 공장 소속이 아닙니다. 연구소 소속이지요. 그리고 제가 연구소 소장을 겸하잖아요?”

인공지능의 관여된 일이라 굳이 사람이 필요가 없었다.

공장과의 협력은 컴퓨터를 통해 소통되는지라, 종류별 주문량이나 작업시간 그리고 추가 물량과 문제점 등은 그때그때 바로 접수되었다.

지금까지 타워의 업무능력에 문제가 된 적도 없다.

그래서 공장장도 다른 생각을 갖지 않는 것이다.

연구소 산하의 특별부서에서 공장으로 납품하는 방식을 택했다.

별 모양의 한쪽 축씩 감당하는 구조라서, 공장과 타워가 맞닿는 곳에서 컨테이너 벨트를 통해 물류 이동이 일어났다.

그러니 외부에서는 접근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하하, 침입 시도는 사실 두 번이 있었습니다.”

“허, 정말입니까?”

“걱정하진 마세요. 이곳은 특수부대가 침입해도 자체방어가 가능합니다. 인공위성의 도움도 받거든요.”

“RAON의 인공위성이군요.”

“네, 잘 아시네요. 첨단 방어시설까지 완비된지라 이곳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본격적으로 지사들의 설립이 3달 만에 마무리되었다.

그전에 의뢰 들어왔던 곳은 직접 조사를 하여 그에 맞는 비용을 제시했고, 대부분은 받아들여졌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퍼주는 식이 아닌 미래 가치를 따져서 비용을 메긴 것이다.

이곳에서 얻은 이익의 절반을 지구환경을 살리는 데 재투자될 것이다.

그린피스와의 상호협약식을 가질 정도로 BTR미러클은 환경 분야에서 거목이 되어갔다.

그렇게 일 년여가 흐르던 어느 날 옆 나라에서 재앙이 터졌다.

“일본에서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통제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태월은 입에 넣던 숟가락을 내던지고 급히 엘리베이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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