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27화 (227/250)

227화. 미러클의 변화

태월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서른 살밖에 안 된 태월이, BTR미러클이란 신생기업의 선장이란 소개에 웅성거림이 생기긴 했다.

“안녕하십니까? BTR미러클을 맡게 된 자이언트 문입니다. 지금부터 미러클에 대해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태월은 일반인에게 신상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기에 영어식 이름을 밝혔다.

자이언트 문이라고 하니, 일반인이 보기엔 문씨 성을 가진 한국계로 착각하게 돼버렸다.

또한 태월의 얼굴에도 변화가 있었는데, 변신 가면을 이용한 약간의 변형을 꾀했다.

단상 쪽의 조명이 꺼지며 뒤쪽으로 보름달이 떠오른다.

그 보름달의 겉면은 벌집 구조를 보이며 빙글빙글 돌고 있다.

투명디스플레이와 3차원 홀로그램 영상이었다.

태월이 손을 가져가 터치를 하자 보름달 가운데에 글이 떠오른다.

미러클A

산업단지가 공간에 나타나며 어두운 회색빛의 하늘이 그곳을 덮고 있다.

빙글빙글 돌던 미러클A가 산업단지의 공간으로 날아갔다.

그래프와 타이머가 한쪽 면에 나타나더니 빠른 속도로 진행 결과를 보여준다.

100일이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공기의 질을 표시했다.

위험 공기인 분진의 농도 1.5mg/㎥를 훨씬 초과하던 수치가, 0.8∼1.5mg/㎥로 좁혀지더니 허용 공기인 0.3∼0.8mg/㎥로 변했다.

그리고 3달이란 시간이 지났을 무렵, 청정공기의 분진 농도를 뜻하는 0.3mg/㎥ 이하인 0.28mg/㎥를 보이며 깜박이고 있다.

산업단지 공기의 질이 숲속에 근접해졌다.

“사기다!”

환경단체 소속 신문사 기자인 파엘라는,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생각하던 말을 밖으로 내뱉었다.

저런 식으로 대기오염이 사라질 리가 없다고 여긴 탓이다.

태월은 파엘라를 향해 입술에 검지를 대어 조용히 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 번째 보름달은 미러클S라고 표기되어 있었는데, 그 옆으로 오랫동안 미군 주둔기지로 쓰던 군부대가 나타났다.

그 부지는 다이옥신, 벤젠, 페놀, 납, 구리 등 발암물질과 중금속 오염도가 심각한 곳이다.

토양 조사가 시작되고 그 결과가 도표로 떠오른다.

그곳으로 다시 미러클S가 날아가더니 100일간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 후로도 보름달은 계속 떴고, 폐수로 덮인 호수와 유조선 침몰로 바다를 덮은 기름층 그리고 방사능으로 덮인 체르노빌 지역이 떠올랐다.

그리고 정화되는 예측 화면을 보여주며 수치를 표시했다.

더불어 실제 테스트가 시작된 호수와 남태평양 바다, 그리고 체르노빌의 현장 모습이 실시간으로 송출되었다.

기존의 설명회와 차별화된 것은 아카가 만든 슈퍼 인공지능 컴퓨터 덕이다.

3D 홀로그램으로 진행되었고, 참가자들의 시선을 그대로 빨아당겼다.

현재의 기술을 아득히 뛰어넘는 제품 설명회였다.

끝날 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날 저녁 전 세계 TV 뉴스는 미러클에 대한 소식으로 도배되었다.

“문의는 많이 오는데 아직도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 본격적인 판매는 100일 후 예정이지만.”

“다른 것도 대단하지만, 방사능을 그리 쉽게 제거한다는 걸 믿지 못하는 거지. 결국 체르노빌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걸 보고 덤벼들겠지.”

“미국 정부에서 보자고 하는데, 그건 아카가 대리인으로 처리해줘. 굳이 내가 봐서 좋은 것도 없잖아.”

“그렇게 할게. 유럽 쪽도 내가 컨트롤 할 테니까, 태월은 아시아와 러시아를 맡아. 다들 지켜보는 상황일 테니 당장은 주문이 없을 거야.”

태월의 말에 아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인다.

“오케이! 비축분이 여유가 없으니 잘된 일이긴 해. 남태평양 기름 유출 때문에 급하게 서두른 감도 있었고. 그런데 미러클 문의만큼이나 3D 홀로그램 문의가 많은 게 황당하네.”

“호호, 그거야 쓰임이 많잖아.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 업계도 그렇고, 시뮬레이션 작업으로는 최적이지. 그렇지만 그걸 굳이 풀 이유가 없잖아? 그 안에 들어간 기술을 이해시키려면 지금 과학 수준으로서는 무리야.”

몇 대 정도의 주문 제작이면 몰라도 대량생산은 불가능한 상태다.

또 아카가 매달려야 가능한 일이기에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미러클O를 위한 인원 확보는 문제없지?”

미러클O는 해양오염 중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는 제품이다.

그렇기에 잘못하면 공격무기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산유국의 매장된 오일에 미러클O로 공격한다면, 엄청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물질이 돼버린다.

그렇기에 미러클O만은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기름띠 제거 작업을 BTR미러클에서 수주를 받아 직접 진행해야 한다.

“이번에 인수한 오일펜스 기업의 경험과 인력이 우리와 합쳐지니, 시행착오는 없을 거야. 그런데 미러클R 판매를 요구하는 곳들이 있어서 문제야.”

“그건 안 될 말이지. 미러클R이 핵실험을 돕는 역할이 되어선 절대 안 돼.”

미러클R은 방사능의 흡수와 반감기를 가속화시킨다.

보통 방사능 물질의 위험성을 체크할 때는 반감기를 기준으로 삼았다.

반감기라는 것은 자연 상태에서 방사능 물질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뜻한다.

그런데 핵실험 후 생기는 방사능을 쉽게 제거할 수 있게 되면, 오히려 핵의 사용을 부채질할 수가 있다.

현재의 핵발전소는 핵융합발전소로 방향을 바꿔나가고 있다.

핵탄두의 소재인 플로토늄 239의 경우 반감기가 무려 2만4천 년이다.

그에 비해 핵융합발전소에서 쓰이는 핵심 원료인, 삼중수소에 포함된 방사능의 반감기는 13년 정도다.

반감기의 수치로만 보면 덜 위험해 보이겠지만, 실제로 삼중수소가 인체에 흡수되면 신체는 물처럼 인식해 버린다.

그러므로 인체조직이나 세포에 결합이 되어 오히려 인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버린다.

당장 유해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만큼 유해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체르노빌을 덮은 방사능은 세슘-137, 스트론튬-90, 아메리슘-241, 플루토늄-238, 플루토늄-239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 플루토늄 입자는 그중 가장 독성이 강한데, 세슘-137보다 250배가량 유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3개국에서 보상금을 받을 걸 그랬나?”

“왜? 체르노빌 땅이 마음에 안 들어?”

여기서 3개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벨라루스다.

러시아는 구소련시절의 원전사고를 명분상 책임져야 했고, 벨라루스는 위험한 체르노빌과 가까이 있기에 함께 묶인 것이다.

벨라루스는 체르노빌의 원전사고로 인해 국토의 20%가 방사능에 오염된 상태다.

“키예프 북쪽에 있는 프리피야트 강과 드니프로 강까지 우리가 정화시켜야 해. 지역이 넓어 만만하지 않아.”

5만의 인구가 있던 프리피야트가 지금은 무인 도시가 된 상태다.

과거 5백만이 살던 체르노빌의 면적만 해도 서울시의 약 100배 정도다.

“그래도 100년 무상 임대보단 절반의 크기를 대가로 받은 게 더 좋다고 봐.”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어차피 쓰지 못할 땅이었고, 위험요소마저 제거되기에 미래로 볼 때 훨씬 이익이라고 봤다.

또 그에 대해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 그에 걸맞은 보상도 받기로 했으니, 우크라이나에게도 나쁘지 않았다.

국민들에게도 체르노빌은 악몽의 대지였기에 대대적인 반대 시위 같은 건 없었다.

“몇 년 정도는 농업회사에 맡겨 밀을 심어야겠어. 그래야 땅도 안정화될 테니까.”

“수자원이 풍부한 곳이니 괜찮은 계획이긴 해.”

이곳은 예전부터 밀의 곡창지대이기도 했다.

두 시간 정도를 더 대화 나눈 태월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행기 시간이 다 되었네. 또 봐.”

“부사장에게 맡기고 한국 바로 내려가려고?”

“생산공장이 한국에 있으니 나야 거기 있는 게 낫지.”

“이곳은 같은 건물에 있으니, 바빠지면 우리가 업무 지원할게.”

“나야, 땡큐지. 연락 자주 할게.”

***

태월은 미국에 온 김에 장난감 매장에 들러 거의 휩쓸다시피 사버렸다.

공항에서는 면세점을 털 생각이었다.

양은 많아도 공간 배낭으로 인해 출입국문제는 없을 터였다.

인천공항의 출국장으로 나간 태월은, 삼십여 명의 기자들이 기다리는 곳을 태연히 지나갔다.

나오면서 변신 가면을 쓴지라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기다리던 기자들은 시간만 허비한 채 허탕을 치고 말았지만.

“아빠? 그거 사 왔어?”

“그럼, 우리 공주님 건데 당연히 챙겼지.”

“아빠! 나는?”

“아이고, 깜빡했네.”

“으아아! 나 이제 아빠랑 안 논다!”

“하하, 농담이야 농담! 다들 이리로 와. 줄을 서시오!”

“우와, 아빠! 건담 한정판 사 온 거지?”

이 재미에 매장 하나를 휩쓴 것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걸 두 개씩 적으라 했었는데, 그걸 풀려는 것이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다양한 걸 요구하는 게 많아지다 보니, 미리 확보하는 게 필요했었다.

특히나 두 딸은 디즈니랜드 광팬이다.

그리고 큰애와 막내는 건담 프라모델에 껌벅 죽는다.

그 나이에 비하면 조금 이른 셈이다.

둘이 겨우 2분 차이로 태어났는데, 첫째와 넷째가 돼버렸으니 가끔 웃음이 나올 때가 있는 태월이다.

태월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부사장 토마스가 있기에, 태월은 한국에서 여유 있게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비록 미러클의 개선을 위해 연구소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때도 많았지만.

지상파에서는 정기적으로 체르노빌과 남태평양을 보여주는 시간을 가졌다.

신문에서도 사설과 논평이 많아지는 상황이다.

TV 화면에서는 오염이 제거되는 모습이 나오는데, 방사능 같은 경우는 줄어든 수치를 표시해주기도 했다.

한 달 정도가 더 지나야만 완전한 성과가 나오지만, 벌써 미국에 있는 BTR미러클 본사는 전화에 시달리는 중이다.

국가대표단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었다.

100일이 거의 다가오는 시점에서 BTR미러클은 사업방식을 바꿔버렸다.

미러클을 다른 의도로 쓰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이자, 판매가 아닌 수주형식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미러클의 용도에 따른 5개의 방재 전문부서를 산하에 두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세계 곳곳에 지사를 설립했다.

미국과 러시아에는 이미 지사가 존재했기에, 나머지는 대륙별로 지사를 두었다.

아시아지사는 한국에 설립하였다.

그로 인해 중국과 일본의 불만이 터져 나왔으나 태월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초반이라 인력과 생산물량의 한계가 있기에 원한다고 바로 진행되지도 않을 일이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오형석입니다.”

“하하, 이야긴 들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오형석은 TW 그룹의 환경건설 사업단에 있던 단장이었다.

미러클 사업 이전에 TW에서도 미래에 중점이 될 친환경적 건설 분야를 준비하고 있었다.

토양정화, 광해방지, 반출정화, 토양제염, 하천 정화사업을 이미 시행하고 있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BTR미러클 아시아 지부장 겸 한국 지사장으로 자리를 바꿔탄 것이다.

“부탁은 제가 드려야 하는 거로 압니다만. 그런데 직원 모집은 원안대로 진행할까요?”

“네, 3일 후부터 4대 일간지 광고가 나갈 것입니다. 본사 예정표는 보셨을 거고, 이제부터는 오형석 지부장이 세부 계획을 짜셔야 합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데 밖이 왜 이리 시끄럽죠?”

“아, 저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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