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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26화 (226/250)

226화. 미러클 출시

아샤의 말에 태월이 아이들 방으로 급히 갔다.

아진이 아이들을 배를 걷어 보인다.

아샤의 말대로였다.

“헐, 이거 물, 불, 바람, 땅 이거 4대 원소잖아?”

아샤가 말한 것은 기호가 아니라 신들이 쓰던 고대어였다.

아샤와 아진도 요괴 언어는 알지만, 고대어까진 몰랐다.

“혼원공으로도 완전히 합치지 못했나 보네.”

“아직 수련 기간이 짧은 탓도 있겠지. 영후는 물, 영린이는 불, 영주는 바람, 영진이는 땅이네.”

“애들에게 해가 되진 않으려나?”

태월은 아이들의 몸에 영혼 에너지를 넣어서 그 상황을 체크 했다.

4대 원소에 해당하는 기운이 아이들에 따라 다르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혼원공을 믿는 수밖엔 없어. 아직까진 걱정할 정도는 아닌 거 같아.”

“휴, 다행이네요. 아깐 너무 놀랐어요.”

“언니, 땀 좀 닦아.”

“그런데 왜 하필 1년이 된 날에 나타났을까?”

“이거 1년마다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니겠죠?”

“글쎄, 지나 봐야 알 수 있겠지.”

당장 태월이 어찌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결과는 지켜보기로 했다.

태월과 아샤 그리고 아진은 하루 3시간씩 꾸준히 혼원공을 수련해나갔다.

수련 외의 시간엔 인조 법술가루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매진했다.

그렇게 1년의 세월이 또 흘러갔다.

그런데 아이들의 배꼽 아래 문자는, 몸이 자라는 만큼만 크기가 커졌고 선명도는 올라갔다.

“이거 사라지지는 않을 거 같네. 다행히 아이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치진 않고 있어.”

보통의 아이들이 돌 무렵부터 걸음마를 시작하고 두 살 정도만 되면 잘 걷는 편이다.

당연히 태월의 아이들도 지금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1층을 쏘다니고 있다.

언어발달도 빨라서 제법 세련된 어휘를 구사하기도 한다.

“아빠! 오늘도 일하러 가?”

“그래, 대신 빨리 오도록 할게.”

“올 때 양갱을 사와!”

둘째 영린이는 특히나 양갱을 좋아했다.

“오, 벌써 다 먹었어?”

“아빠, 난 피자!”

셋째 영주는 피자를 특히나 좋아하는데, 머리는 이제 완전히 노랗다.

자기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금발이다.

다른 아이들이 흑발인 것에 비해 특이하게 셋째의 모발 색만 그런 것이다.

바람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종종 금발이 홀로 휘날리기도 했다.

밖으로 나가면 영주는 염색한 걸로 오해받는다.

아이들 넷 중에 아샤가 낳은 영후와 영주는 자세히 보면 혼혈의 느낌도 있다.

그러나 다른 혼혈과는 달리, 한국인 중에 서구식으로 생긴 외모라 인식될 뿐이다.

그리고 유난히 아샤를 많이 빼닮았다.

“영후와 영진이는 또 말 타러 간 건가?”

원래 말이 한 마리뿐이었는데, 말캉이가 말로 변해서 지내고 있다.

원래 있던 말도 요괴 합성으로 생긴 화이트였다.

“응, 둘이 같이 갔어.”

점심을 먹으러 들어 온 태월이었기에 식사 후 다시 연구소로 넘어갔다.

연구소는 집 밖이 아니라 태월의 집 지하에 있다.

그래서 사실 양갱이나 피자를 구해오려면 태월이 따로 나갔다 와야 했다.

두 딸의 뺨에 뽀뽀를 해준 태월은 지하로 내려갔다.

연구도 꽤 많이 진척되어 벌써 인조 법술 가루에 쓰일 5가지는 발견해냈다.

앞으로 2가지 정도만 더 채우면 기본 법술 가루의 조합이 완성된다.

같이 공부한 아샤와 아진의 도움도 컸기에 이 정도의 성과가 나온 것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광물질부터 화학품까지 1만 가지가 넘는 재료들을 테스트해야 했다.

법술을 배운 사람들이라곤 셋이 전부이기에 연구원들에게 맡길 수도 없었다.

연구에 몰두한 태월은 1년의 세월을 다시 보냈다.

중간에 잠시 러시아를 다녀오긴 했었지만.

“오빠! 축하해!”

“하하, 그래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호호, 3년 정도면 봐줄 만하잖아요.”

“어느 분야로 쓸 생각이에요?”

“산업의 발달로는 쓰지 않을 생각이야. 성능이 더 좋아질 수야 있지만, 단지 돈을 더 벌 뿐이잖아. 우리에게 돈은 충분하잖아?”

“그럼 어떤 쪽을?”

“현재의 산업발전으로 인해 병든 지구를 구하는 쪽이 좋을 듯해. 그게 신의 섭리에도 긍정적 시너지를 줄 거고. 그래야 이계에 영향을 받은 우리 아이들을, 지구의 존재가 보듬어주지 않겠어?”

“산업발전의 부작용이라면 오염이나 공해 같은 건가요?”

“그것도 포함되겠지. 그리고 테스트하다 알게 된 건데, 법술 가루는 지구에서 정화 쪽으로 효능이 더 탁월해. 자정작용 기능이 놀라울 정도야. 어쩌면 이계와 이곳이 다른 환경이라서 더 그런 거 같기도 해.”

“마지막 물질이 일라이트잖아.”

“한국이 세계 매장량 1위인 줄 나도 처음 알았네. 충북 영동에 대량 매장되었다니 그곳을 가봐야겠어.”

일라이트는 대표적인 천연 점토 광물질이며, 다공성 견운모 미네랄로 정의된다.

1937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일리노이 주립대학의 Grim 박사 등이 일라이트(illite)라 명명하고 결정구조를 식별해 냈다.

일라이트는 그 자체에서 음이온을 발생하고, 인체에 유익한 원적외선을 다른 물질에 비해 많은 양을 방사한다.

그리고 모든 악취와 분진, gas, 세균까지 흡착 탈취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세계 매장량의 90%가 한국에 존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을 1985년에 발견하게 된다.

매장량은 5억 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월이 만들려는 것은 7가지의 재료를 법술 가루 재질로 변형 가공한 후, 그걸 이용해 법술 기기를 회로기판처럼 찍어내려는 것이다.

“물질 특허를 낼 거예요?”

“아니, 어차피 우리 외엔 법술 원리를 이해 못 해. 이해도 못 하는데, 그걸 특허 원리로 쓸 수 없잖아. 분해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카피한다 해서 작동이 되지도 않아. 다만 상표권과 의장등록은 해야겠지. 엉터리 카피 상품 때문에 문제 생겨선 안 되니.”

태월이 말한 의장등록은 옛 이름이며 정확한 명칭은 디자인권이다.

“호호, 그럼 오늘은 우리만의 축하주를 한잔해요.”

“그럴까? 법술 가루만 완성된 것이기에 아직 제대로 된 완성은 아니지.”

“그래도 절반 이상은 이룬 거잖아요.”

“거의 70% 성과쯤은 되겠네. 다 완성되면 가족 전부 부르고 오늘은 조촐하게 하자.”

“아진 언니랑 같이 준비할게요. 고래 고기도 조금 썰어 올게요.”

“훗, 난 그거 잡아서 넣어둔 걸 전혀 몰랐다니까. 하여간 루루도 꽤 웃긴 놈이야.”

태월과 아샤가 1층으로 올라오자,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온다.

“아빠! 오늘은 왜 이리 일찍 퇴근했어?”

제일 앞선 영주가 발끝을 세워 태월에게 매달린다.

“우리 공주님들 보고 싶어서 조퇴했지.”

“진짜? 와! 신난다.”

“아빠, 나는?”

막내인 영진이도 태월에게 달라붙었다.

넷 중에 애교는 셋째인 영주가 제일이다.

가끔 하는 짓을 보면 아샤의 느낌이 물씬 난다.

영후는 첫째라서 그런지 조용한 편인데, 그게 물의 기운 때문에 더 그럴 거로 짐작했다.

젤 활달한 건 둘째인 영린인데, 불의 기운 때문이다.

막내는 장난꾸러기이긴 하지만, 성격은 제일 털털했다.

엄마인 아샤와 아진이 영혼 공유가 되어서인지, 이들 넷도 다툼이 없고 서로를 한 몸처럼 여겼다.

아샤와 아진은 음식 준비를 하느라 바빴고, 요리사가 오히려 보조를 맡고 있었다.

가정부는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장난감을 치우느라 바삐 돌아다녔다.

그날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일곱의 가족은 참으로 단란했다.

***

“이사님! 일라이트 광산은 4곳인데, 그중 제일 매장량이 두 곳을 매입했습니다.”

“아직은 초기 개발이라서 쉽게 매입이 되었군요.”

“활용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거라서 본격적인 사업으로는 가지 못하고 있어서입니다. 약간의 웃돈을 제시하니 계약이 빠르게 성사되었습니다.”

계약서를 대충 훑어본 태월은 TW 산하의 연구소로 직행했다.

인조 법술 가루를 완성한 지 석 달 만에 법술기기의 설계까지 마친 상태였다.

오늘은 그 시제품이 나오는 날이기에 다들 태월을 기다리고 있었다.

“파란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하하, 그럼 이제 시작합니다.”

버튼을 누르자 공장의 기계들이 일제히 활동을 개시했다.

오늘 나오는 물량은 500개 정도로 샘플 용도다.

한 바퀴 돌고 나면 하나가 완성되는데, 그 모양이 60cm 지름의 납작한 쟁반 형태에 그 표면은 벌집 구조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쟁반 형태의 가운데에 기이한 문양들이 회로처럼 붙어있고, 코팅되었는지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제품의 이름은 미러클로 지었다.

미러클의 세부 제품명은 다시 5가지로 나뉘었다.

바다에 뜬 기름띠를 정화하는 미러클O.

물을 정화하는 미러클W

방사능을 제거하는 미러클R.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미러클A.

오염된 땅을 정화하는 미러클S.

오늘 만든 시제품이 미러클R이다.

5일에 걸쳐 5가지 제품을 전부 완성한 TW는 샘플 완성과 동시에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였다.

한국의 TW그룹과 미국의 RAON그룹, 러시아 BATR가 합자로 BTR미러클이라는 신생기업을 설립하였다.

그리고 사흘 후 미국에서 상품설명회를 열었다.

BTR미러클의 대표는 태월이 맡았다.

“전 세계 언론들이 다 모인 거 같네.”

“우리가 얻은 정보로만 보면, 세상이 뒤집힐 진짜 기적 아니겠어?”

“말 그대로 미러클이지. 상품 이름도 그렇고 말이야.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절반이 넘는 기자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에서도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군.”

체르노빌 원전의 사고는 1986년 4월 26일에 일어난 구소련 연방의 유산이다.

현재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행정구역에 들어가지만, 러시아가 외면할 수 없는 곳이다.

이 유출된 방사능이 점점 바닥을 뚫고 내려가면 결국 대수층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진다.

서부 러시아의 식수원인 드네프르강이 오염되는 순간, 러시아는 다시 한번 악몽에 빠져야 한다.

플로토늄 같은 경우 반감기가 거듭 되도 2만4천 년이 지나야 해결이 된다.

우라늄 235 원상태로 되려면 80만 년 가까이 걸린다는 학설도 있었다.

체르노빌에 석관을 이용해 덮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것도 아직 시행을 못 하고 있다.

인력도 필요로 하는데, 많은 목숨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 현장에도 보내졌다고 하던데.”

“방사능에 이어 기름층까지? 전혀 다른 물질인데?”

“다섯 가지의 제품이 선보인다고 하더군. 그중 두 가지가 이번 테스트에 쓰이나 보던데.”

흩어진 정보들이 기자단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RAON그룹에서 약간의 정보를 흘렸기에 이들이 그나마 알게 된 것이다.

발표 시간이 되어가자 단상으로 몇몇 사람들이 모습을 보였다.

태월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얼굴이 알려진 RAON그룹의 총수인 아카도 보인다.

TW를 맡은 조민희나 BATR의 아쿠는 오늘 오지 않았다.

그중 BATR의 아쿠는 현재 체르노빌 쪽에 나가 있는 상태다.

관계자들이 들어서자 웅성거림이 멈추고 사회자의 소개가 이어졌다.

그리고 태월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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