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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25화 (225/250)

225화. 백일잔치

태월이 뒤를 돌아보니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의 청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 있다.

그의 옆에는 짧은 치마를 걸친 여자 둘이 대문 안으로 보이는 집의 겉면을 훑고 있다.

“넌 누구지?”

“네가 박태월이면 난 최태식인데?”

‘최태식? 누구더라.’

“내가 태월이 맞긴 한데?”

“오! 진짜였어? 아하하 반갑다, 그림 천재!”

반갑다고 손바닥을 내밀기에 태월은 그 손을 툭 밀어버렸다.

“그니까 누구냐니까?”

“아까 말했잖아. 최태식이라고. 구정초등학교 다닐 때 내가 이 옆집에 살았었잖아. 넌 이 귀신 나오는 집을 산 후 천도재라는 걸 했었고.”

“아, 너 그때 엄마랑 다시 와서 음식 먹고 갔던 애?”

“그래, 맛은 있었어. 한동안 여긴 방치하다시피 하더니 다시 이사 온 건가? 아니다, 네 엄마가 우리가 팔았던 옆집을 다시 사서 뭘 지으려고 했던 거 같은데.”

“자세히도 아네. 넌 이 동네에서 쭉 살고 있었나 보네?”

“나야 압구정 토박이지. 넌 외국 갔다고만 이야기 들었는데, 다시 한국으로 온 건가?”

“그래, 돌아온 지 얼마 되진 않았어.”

태월은 그리 친했던 기억이 없는 최태식과 대화를 이어가는 자신이 신기했다.

월반을 주로 하다 보니 한국에서 또래 친구를 사귀어본 경험이 없는 태월이다.

“오빠? 학교 친구야?”

“응, 초등학교.”

“안녕하세요? 전 태식이 오빠 여자친구 예진이고요. 여긴 제 친구 희선이에요.”

“안녕하세요. 희선이에요.”

“아, 네 안녕하세요. 박태월입니다.”

인사하는 분위기가 되었기에 얼떨결에 태월도 화답하게 되었다.

“태월 오빠 집이신 거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서 집 외부만 구경해도 되나요? 다른 실례는 안 할게요.”

“보다시피 지금 가구들이 들어오는 중이라.”

“걸리적거리지 않게 겉 구경만 할게요. 안 되나요, 오빠?”

가구를 놓을 위치를 지정해줘야 하기에 바쁜 태월이다.

일일이 말을 받아 주다간 오늘 일에 지장을 줄 듯해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어휴, 이 여자 왜 이리 끈질겨? 안으로 안 들어온다고 하니 크게 상관없겠지?’

태월이 최태식을 빤히 보자, 딴청을 부리는 그다.

여자친구가 그를 끌고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그 뒤를 따라 희선이란 여자도 들어오고.

“사장님! 이건 어디에 놓을까요?”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는 가구점 직원의 말에 태월은 그리로 향했다.

“호호, 역시 남자들은 우리 미모에 다들 껌뻑 넘어간다니까? 오빠도 봤지?”

“어, 그, 그렇지.”

“그런데 오빠 친구는 애인이 있어?”

“글쎄? 그런데 왜?”

“오빠 친구 돈도 많은 거 같은데, 여기 희선이도 외롭잖아!”

“어머, 나 또 상처 주긴 싫은데….”

바람을 타고 태월의 귀에까지 들리는 그들만의 자뻑 대화다.

한 시간 정도 걸려 1층 배치를 마치고 나자, 점심시간이 다가온 상태다.

오후에 2층의 가구들이 들어올 예정인데, 2층 자체가 2개 층으로 된 복층이었다.

과거엔 그곳에 3층에 가까운 다락방이 있었다.

“오빠? 점심을 야외서 먹을까?”

“응, 가볍게 먹으면 되겠네. 아이들은 전부 자?”

“좀 먹더니 다들 자고 있어. 두 시간 정도 있어야 깨어날 거야.”

특이한 건 아이들이 상당히 규칙적이란 거였다.

잘 때도 거의 동시에 자고 일어날 때도 함께했다.

갓난아기들치고는 손이 덜 가는 중이다.

아이들 넷은 방 하나에서 같이 재우고 있다.

하급신의 격을 가진 이후로는 기운을 잘 다스리는 아샤와 아진인지라, 생각보다 양육이 힘들진 않았다.

배고플 때와 용변을 봤을 때만 칭얼댈 뿐, 그 외엔 늘 생글거리는 아이들이다.

보모는 두지 않은 상태고 대신 가정부와 요리사는 따로 두었다.

“아주머니! 우린 야외서 먹을게요. 콩국수로 준비해주세요.”

“네, 사모님.”

오늘 처음 출근한 상태인지라 요리사도 헷갈렸다.

사모님이라고 부를 사람이 둘이나 되지 않는가.

조민희의 집에 있는 집사가 일단 아는 요리사를 데리고 온 것이다.

정식 채용은 열흘 정도를 더 지켜본 후 결정하기로 한 상태다.

부모님들은 전부 외출 상태고 설희마저 스케줄 때문에 나갔을 시간이다.

“화이트는 어디 간 거야? 설희가 없을 땐 루루나 아리랑과 놀더니.”

“그게 노는 건가? 꼬봉 짓을 하고 다니던데.”

격이 다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지금은 아리랑과 루루 그리고 삽살개들만 보였다.

화사한 원피스를 입은 두 여인 중간에 태월이 걸어가고 있다.

아이를 낳은 지 한 달도 채 안 되었지만, 아샤와 아진의 몸은 가슴이 조금 더 커진 것 외엔 예전의 몸으로 돌아와 있다.

둘은 모유를 반년간은 먹일 생각이었다.

정원 쪽의 야외 그늘로 가는 중에 아샤가 태월을 돌아본다.

“오빠? 저 사람들 누구야? 외부인이 대문을 통과하진 못할 텐데?”

20m의 거리에 그들이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아, 아직도 여기 있었네? 집만 둘러보고 알아서 나간 줄 알았는데?”

“누군데?”

“내가 여기 압구정에 어릴 때 있었거든. 그때 요 옆집에 살던 초등학교 동창이야. 홍대 엄마가 지금 살게 된 그 집 말이야.”

“어? 오빠가 연락하는 동창 친구도 있었어?”

“글쎄. 오전에 대문 앞에서 아는 척하길래. 나도 잊고 있었어. 여자 둘은 여친이랑 친구라더라.”

식사할 자리에 손님이 앉아 있으니 난감해진 태월이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아진이 나서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잖아도 눈에 확 띄는 여자 둘이, 태월과 나타나기에 눈이 커지던 최태식이다.

아진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입까지 다물지 못했다.

그건 예진과 희선도 마찬가지다.

“안녕하세요?”

“안, 안녕하세요.”

태식의 여친 예진이란 여자만 조금 정신이 들었는지 아진의 인사를 받았다.

“태월 오빠의 동창이라고 하던데, 점심은 했나요? 저희는 콩국수 먹을 건데, 콩국수 좋아하세요?”

“네, 네네.”

“조, 좋아해요.”

“저, 저도요.”

아진은 폰을 꺼내 들었다.

“아주머니? 여기 야외 그늘에 손님 세 분이 더 있네요. 네, 부탁해요.”

야외 그늘은 넓었기에 6명이 앉는다고 해도 여유가 있다.

부모님들과 설희까지 앉아야 하는 자리이기에, 그만큼 널찍한 테이블이다.

“집은 잘 구경했나요?”

“아, 너, 너무 멋져요. 그래서 지금까지 못 나가고 여기에 있게 된….”

태월의 말에 예진이란 여자가 대답한다.

“식사는 하고 그때 가시면 돼요. 조금 후에는 부모님도 오시거든요.”

“네, 감사합니다.”

아샤가 나서서 정리를 해줬다.

유창한 한국어에 태식 일행의 눈이 커진다.

그러자 태식이 머뭇거리며 태월을 응시한다.

“왜?”

“이 두 분은 누구신지?”

태월이 곤란할 것 같기에 아진이 나섰다.

“가족입니다.”

아내가 둘이란 걸 밝혀선 곤란한 일이 생긴다.

이들로 인해 이 동네에 소문이 확 퍼질 거 같았기 때문이다.

좀 건성으로 보이는 소개였지만 기분 나빠 하지 않는 셋이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던 중에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어? 오늘 오전에 나간 거 아니었어?”

“아, 내일로 연기되었어. 말해준다는 게 깜빡했네. 그런데 손님이 왔었어?”

설희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말 등에서 내려서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었다.

“아, 초등 동창이야. 우연히 집 앞에서 보게 된 거고.”

“어? 서, 설마! 스, 스노우?”

엉거주춤 일어서며 더듬거리는 최태식이다.

설희는 과거와 달리 자신을 굳이 감추며 살지 않는다.

“아하, 오빠 친구시구나? 동생 설희예요.”

“어? 태월이랑 가족인가 보죠?”

“모르셨어요? 제가 친동생이거든요. 비록 쌍둥이지만요.”

이 순간에도 예진과 희선은 눈을 껌뻑이고 있다.

이 집안의 여자들은 딴 세상의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와! 그림 천재에 노래 천재! 예술가 집안이군요. 호, 혹시 사인도 한 장 될까요?”

“호호, 그럼요. 식사 후에 해드릴게요.”

그 사이에 아진은 요리사에게 일러 콩국수 하나를 더 추가했다.

식사를 하는 중에 예진이 눈치를 보더니 태월에게 묻는다.

“결혼은 안 하셨나 봐요?”

“하하, 애 아빠랍니다.”

“아, 그, 그러시구나.”

예진이 보기에 이 집은 세 곳이 연결된 대저택이었다.

뒤쪽은 아직 꾸며지지 않았지만, 압구정동에서 천여 평의 부지에 이런 주택이 있는 건 처음 보았다.

친구 희선이를 소개해주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자신이 더 욕심났다.

‘그런데 애 아빠라니.’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콩물을 들이켜는 중이다.

그들은 돌아갔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스노우의 가족이 이곳에 산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그림 천재와 노래 천재가 오누이였다는 이야기까지 생겨났지만, 그거까지 믿는 사람은 없었다.

***

“아들? 어떻게 할 거야?”

“음, 애매하긴 하네요. 그렇게 하는 게 과연 최선일까요?”

아이들의 출생신고를 아직도 하지 않고 있었다.

호적상 올려야 하는데 생모를 누구로 하느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결정을 못 하고 있던 차에 홍미연이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편법이긴 한데, 하나를 전처로 만들고 재혼한 걸로 하는 게 어때? 그럼 아이들 입장에선 넌 계속 아빠였고, 엄마들도 엄마가 되는 거잖니.”

“음, 엄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요?”

박승철과 조민희에게 태월의 시선이 닿았다.

“아빠는 너희 셋의 결정을 존중하마.”

“어차피 최선은 없어. 차선만 있는 거지. 난 언니의 제안, 그것이 좋은 거 같아.”

“그럼, 셋이 다시 의논해 볼게요.”

결국 태월은 원점으로 돌아와 아샤와 아진에게 돌아갔다.

“제 의견은 같아요. 원래 아샤가 약혼자였잖아요? 그럼 제가 전처가 되고 아샤랑 재혼한 거로 해야 한다고 봐요.”

“난 반대로 생각하는데요. 제가 약혼자였으니 결혼까지 한 거와 같아요. 그 후에 재혼한 거면 아진 언니랑 한 거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들 보기에도 그게 덜 이상하잖아요?”

둘 다 반씩은 맞는 말이었다.

“둘 다 어느 쪽으로 되든 후회는 안 해?”

“호호, 우리는 영혼의 동반자야. 어느 쪽이든 같을 뿐인데. 남들 시선은 안 중요해. 오빠, 바보 같아!”

결국 셋도 원점이 되는 바람에 전체 가족 비밀 투표까지 가게 되었다.

자신의 소견을 다시 이야기하게 된 아샤와 아진이다.

그리고 투표 결과는 4:3으로 아진이 전처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크면 대외적으로 아진을 큰엄마 아샤를 작은엄마라 부르게 될 것이다.

물론 평소엔 엄마라고 둘을 부르겠지만.

그렇게 해서 약간의 편법이 동원된 가족관계가 등록되었다.

아진과의 결혼 신고부터 했고, 얼마 후 합의 이혼 그리고 재혼까지 일사천리였다.

아이들의 백일잔치는 가족들만 참여했으나, 돌잔치는 크게 벌여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도 참여했다.

오랜만에 서로 만나니 다들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아카를 비롯하여 아루, 아쿠, 아샤, 아진, 안드레이, 라리사, 사토 유마, 연희, 아웬 등등 거의 다 모인 것이다.

거기에 요괴 합성으로 태어난 키토까지 7살 복장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처음 보는지라 소개를 해줘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거기다가 전국을 통일한 황소파의 보스까지 잠시 인사를 드린 후 떠나갔다.

박승철과 조민희의 눈에는 생소한 이들도 눈에 띄었지만, 같은 가족들이라기에 반가이 맞아주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아샤가 태월을 급히 찾았다.

“오빠? 아이들 배꼽 아래에 이상한 기호들이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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