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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22화 (222/250)

222화. 가족 섬 여행

상급신이 남긴 혼원공으로, 태월 일행은 4대 원소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었다.

태월은 혼원공을 아카에게 풀어놓았다.

“오호, 4대 원소뿐만 아니라 모든 기운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거잖아. 어떻게 보면 태월의 문신과 흡사한 부분이네?”

태월의 문신도 오염된 영혼을 알아서 정화해 기운을 축적하는 방식이었고.

“산모인 아샤와 아진이 혼원공을 익혔으니, 아이들이 각각의 4대 원소별로 태어나진 않을 거 같아.”

“더 안전하게 가려면, 산모가 출산 때까지 혼원공에 매진해야 해. 그곳 신의 섭리가 그 4대 원소의 연못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도 커.”

“혼원공을 익힌 자가 그 4대 원소를 흡수할 거라고 본 건가? 그건 전혀 다른 인연이었는데. 내 생각엔 그곳 신은 이방인에게 친절하지 않을 거 같아.”

태월은 그 세상에서 자신이 느낀 걸 이야기했다.

“또 다른 신이 남긴 혼원공을 생각 못 했을 수도 있겠지. 결국 태어나 봐야 알겠네.”

아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태월이다.

태월은 태아의 기운을 느껴보려 해도, 혼원공이 그걸 방해하고 있었다.

억지로 하면 가능하긴 하지만, 그건 산모나 태아에게 안 좋은 일이 될 거라 봤다.

태월과 아카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샤와 아진이 고개를 끄덕여준다.

자신들은 생각도 못 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아샤는 그렇다 쳐도 아진은 어떻게 설명하려고?”

“혼난다 해도 어쩔 수 있나? 홍대 엄마는 이해하실 수 있을 거고.”

“압구정 아버님이 전에 아진을 더 좋아했잖아. 태월은 모르겠지만, 그때 끝까지 밀지 못한 이유가 그거였어. 아진이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신 거야.”

“그랬었구나. 나도 그렇게 여겼었으니. 이젠 정면 돌파해야지. 그래야 태어날 아이들도 떳떳해지지 않겠어?”

“그런데 많이 놀라시겠다. 아진이 아이를 낳는 것보다 한 번에 넷이나 생긴다는 게 일반적인 게 아니잖아.”

태월이 보기에 출산일도 거의 같은 날일 거로 예측됐다.

모르는 이가 봤으면 네쌍둥이를 낳은 걸로 알 수도 있다.

“일단 부모님부터 뵙고 다른 이야기도 해줄게.”

“아! 그 법술과 법술 가루? 현대 과학으론 꼭 회로판 의미 같기도 하던데.”

“응? 회로판?”

아카의 말에 아이디어가 퍼뜩 떠오르는 태월이다.

“어. 그럼 판에 법술 가루로 법술을 부적처럼 그리고 회로판으로 찍어내면 대량 생산도 가능해지네?”

“오빠! 그 이야긴 나중에 하고 어서 가요. 아진 언니의 심장이 콩닥거린단 말이에요.”

아샤와 아진은 영혼의 공유가 몇 번 일어나서인지, 근처에 있으면 서로의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아진의 마음을 알기에 태월은 말을 멈추고 집으로 연락을 취했다.

다행히 태월과 아샤 그리고 아진이 온다는 소식에, 홍대 식구들마저 압구정에 와 있었다.

“어서 와라!”

“네, 잘 계셨지요?”

박승철이 조민희보다 앞서서 문을 열어준다.

“호호, 우리 아들 새까맣게 탔네?”

“어서 와, 아들! 너희도 어서 오고.”

“오빠! 왜 이렇게 늦었어?”

태월이 현관 앞에 서 있었기에, 뒤에 있는 여인들 셋은 얼굴만 보인 것이다.

“안녕들 하셨어요?”

“저희도 왔어요.”

“어머, 아카도 왔네? 진짜 오랜만에 보네? 들어와.”

비로소 아샤와 아진이 현관 안으로 들어서면서, 그녀들의 부푼 배를 보게 된 가족들이다.

“어? 너희 임신했니? 그것도 둘 다?”

“이건 생각도 못한 귀환이네. 미리 말이라도 해주든가. 간 떨어지겠어.”

“흠흠, 좀 이상해지긴 했지만, 보긴 좋네. 뭐.”

“당신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동생! 애들 현관에 그만 세워두고 안으로 들어오게 해. 더구나 만삭 같은데 조심해야지.”

“그, 그래야죠. 안으로 들어들 오너라.”

거실에 둘러앉게 된 가족들이다.

설희만 주방을 오가며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다들 아샤와 아진의 배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진이 죄인도 아닌데 불편하게 뭐 하시는 거예요? 일단, 식사하면서 이야기하죠. 음식 다 식겠어요.”

웬일인지 설희가 나서서 어른들을 진정시켰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언니도 도와줘요.”

조민희가 일어서더니 후다닥 주방으로 갔다.

뒤따라 홍미연도 일어서더니 묘한 표정을 짓는다.

조민희나 박승철은 모르겠지만, 아샤와 아진에게서 신의 기운 같은 게 풍겨서다.

박승철만 어색한지 흠흠거리는 걸 몇 번 했을 뿐이다.

“엥? 그런 오지에 신비한 샘물이 있었단 말이야? 어머, 한 바가지 퍼오지, 그랬니?”

“정신 차렸을 때는 몸에 다 흡수되어 버렸어요. 그런 후에 아진의 몸이 변해 버렸고요. 물론, 아샤도 몸이 더 좋아졌어요.”

“그러고 보니 둘의 피부에 광채가 은은히 흐르네. 몸뿐만 아니라 피부도 엄청나게 좋아지나 보다. 게다가 이 머릿결 좀 봐.”

연락이 끊긴 지 6개월이었고, 여행을 떠난 건 그보다 두 달 전이었다.

그러니 시간대로 보면 지금 임신 개월 수가 딱 맞는 셈이다.

“뭐, 손주들이 생긴다는데 뭐라 할 게 없긴 하네. 단지 남의 이목이 좀 신경 쓰이긴 해도 옛날엔 흔했던 일인데 뭐. 너희도 주눅 들지 말아. 이 아빠는 좋기만 하다.”

“그래, 동생도 편하게 생각해. 인제 와서 뭘 어쩌겠어?”

“어휴, 언니 말이 맞네요. 그런데 갑자기 애 둘이 생긴다니 미리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

“저, 저기! 엄마? 둘이 아니에요.”

“뭐? 누가 쌍둥이라도 뱄니? 누군데?”

조민희가 눈을 크게 뜨더니 아샤와 아진을 쳐다봤다.

“넷이에요. 아샤와 아진 둘 다 쌍둥이네요. 그 샘물이 그렇게 만든 거 같아요.”

“어머머, 넷이라고?”

“하하하, 완전 대박이네.”

“제대로 확인은 되었고?”

“네, 공항 도착 후 종합병원에서 아이들 건강 검진부터 했거든요. 넷은 사실이에요.”

“산모도 돌봐야 하니 우리 집에서 지내는 게 어때?”

“둘은 그 샘물로 인해 누가 돌볼 필요까진 없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배우게 된 호흡법이 있는데, 아이들에게로 넘어간 기운도 산모가 다스려줘야 하거든요. 그래서 당분간 둘은 그 일에 매진할 거예요.”

“어? 진짜? 언니 저 말 맞아요?”

조민희는 홍미연이 그런 것에 깊은 공부가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응, 그 기운에 맞는 호흡법이 있다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인내해야지. 그게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굉장한 도움이 될 거야.”

손주들에게 좋은 일이라는데 말릴 이유가 없는 조민희다.

“그럼 어디에 가 있으려고?”

“기운이 좋은 시골이 적당할 거 같아요.”

“어디? 생각해둔 데라도 있니?”

“이제 찾아봐야죠. 정 안되면 관악산에 가보려고요.”

홍미연은 잠시 생각을 떠올리더니,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상대방과 몇 마디 통화하고 나서는 태월을 돌아본다.

“섬이 하나 있어. 모든 걸 포용하고 정화하는 물의 기운이 깊게 서린 곳이지. 선조 중에 한 분이 그곳을 매입했었는데, 제대로 기운을 다스릴 줄 아는 이가 없어 방치된 곳이야. 설희를 훗날 보내려 했지만, 설희가 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넘쳐나거든.”

“저도 섬을 가지고 있지만, 그 정도까진 아니었어요. 물의 기운이라 좋네요. 관악산이 불의 기운이라 좀 망설였거든요. 그 호흡법은 모든 걸 받아들이긴 하지만, 태아인 아이들에겐 양수 느낌을 주는 물의 기운이 더 나을 거예요.”

“그곳에 헬기장이 있어. 급할 땐 헬기로 이동해도 되잖아. 뭐, 당연히 선착장도 만들어져있고.”

“사람이 아예 없나요?”

“해양 관련 연구시설로 위장해놔서 누가 오고 가진 않아.”

“언니? 거길 보내면 우리가 자주 못 보잖아요!”

“엄마? 아이들에게 남은 40일이 중요해. 태어나면 실컷 볼 건데 좀 참아요.”

“그럼, 아이들을 여기서 기를 거지?”

“호호, 동생이 욕심이 과하네. 넷을 어찌 돌보려고? 회사 일도 굉장히 바쁜 몸이잖아. 내가 그나마 시간 여유가 많은데?”

“그래도 시간을 최대한 낼 거예요. 둘은 나도 가능해요.”

“작은 엄마? 그러지 말고 큰 집을 사서 다 같이 살까? 그럼 아이들에게도 좋을 거고요. 우리도 편하잖아요?”

아샤와 아진이 있음에도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태월 식구들이다.

그 애틋한 마음을 알기에 태월은 굳이 나서진 않았다.

아샤와 아진도 별 불만 없기에 그들이 하는 일을 지켜볼 뿐이다.

태월은 새벽까지 아카에게 이계의 법술에 관련된 정보를 정리해 그녀에게 조사를 맡겼다.

그리고 그녀는 아침에 미국으로 돌아갔고, 태월의 식구들은 모두 모여 그 섬으로 휴가를 갔다.

급히 떠나게 된 일정이지만, 다들 하는 일을 무작정 미뤄버리는 것을 당연시했다.

TW 그룹 회장의 개인 헬기가 날아올랐다.

“와, 여기 정말 좋네요. 휴양지에 온 느낌이 나요. 육지에서 헬기로 20분이네요. 이 섬은 원래 사람이 없었나요?”

“고속정을 타도 그 정도면 오거든. 교통입지는 꽤 좋은 곳이지. 원래 이곳은 물이 나오지 않기에 무인도였어. 그러다 선조 하나가 물의 기운을 찾아내서 뚫은 거야. 섬은 그리 크지 않아. 면적이야 십만 평 정도 되지만, 전부 절벽이거나 암석이고 사용 가능한 면적은 이만 평에 불과하지.”

태월의 말에 홍미연이 섬에 관해 설명을 해줬다.

고개를 끄덕이던 태월은 비로소 생각나는 게 있었다.

“그런데 연희는 어디 갔어요?”

성연희라는 죽은 여자의 몸에 구미호의 영혼이 들어갔었다.

지금 그 연희를 묻는 것이다.

“응, 국토 순례라는 게 있는데, 거기에 참가하고 있어. 앞으로 보름은 더 있어야 돌아올 거야. 네 소식을 듣고 이곳에 오려고 하는 걸 내가 말렸다.”

“잘하셨어요. 금방 또 볼 건데요. 그런데 다들 어디로 간 거예요?”

“호호, 집부터 구경한다고 들어갔어. 우리도 들어가 볼까?”

홍미연을 따라 들어간 연구소는 내부가 전혀 달랐다.

연구실은 절반도 되지 않았고, 관련 없는 널찍한 석벽으로 만든 특이한 주택이 이어졌다.

염분을 생각해 나무를 쓰지 않고 석재를 이용해 지은 이층집이었다.

연구소 겉면도 녹이 슬지 않는 금속으로 입혀져 있다.

동으로 겹쳐 만든 동판들이 외벽이었다.

“오, 여기 창문을 여니 바닷바람이 상쾌하게 들어차요. 2층 창에서 본 풍경이 참 아름다워요.”

“호호, 그 창문 아래 손잡이 보이지? 그거 밀어 봐!”

홍미연의 말에 아샤가 손잡이를 옆으로 밀어보았다.

-쿠르륵!

창문틀이 밀려나며 3m 폭의 발코니가 생겨났다.

“그 반대편에도 손잡이 있잖아.”

“아, 멋져요.”

아진은 그 반대편의 창틀을 밀며 감탄사를 뱉는다.

6m의 발코니가 2층에 생겨난 것이다.

원래는 임산부인지라 1층을 써야 했지만, 그녀들은 건강했기에 2층으로 배정되었다.

1층에선 음식을 하느라 다들 바빴다.

임산부라는 이유로 아샤와 아진은 2층에서 쉬는 중이다.

발코니가 된 곳에 나란히 기대앉아서 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어? 루루가 두 마리네? 뭘 하는 거지?”

그녀들의 시야에 이상한 장면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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