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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21화 (221/250)

221화. 한국으로

20분 정도를 살피다 돌아온 루루다.

“우리가 있었던 그 천년 요괴 무덤 입구가 파손되었고 동굴이 무너져내렸어요. 아마 그래서 가까운 이쪽으로 안전하게 온 거 같아요.”

“헐, 위험했었구나. 다행히 법술 장치가 한몫을 해냈네?”

이중 안전장치가 작동된 걸로 보였다.

“그럼, 여기도 이시즈치산?”

“네, 시코쿠의 이시즈치산이 맞고요. 우리가 왔던 곳과는 반대쪽이네요.”

“흠, 그래서 낯설면서도 익숙했군. 그런데 누구 짓이지? 하마터면 우리가 갇힐 뻔했잖아.”

지금 와서 당장 알 수 있는 일이 아닌지라 태월은 위성전화기부터 켰다.

제일 먼저 아카에게 걸려고 했다.

그녀가 태월의 주변 상황을 컨트롤하고 있었기에 소식을 알아야 한다.

-띠리릭! 띠리릭!

“어? 켜자마자? 아카? 으헉, 소리 좀 지르지 마!”

아카가 조금 흥분한 상태서 태월에게 따지고 있었다.

웬만해서는 냉정을 유지하는 그녀 성격인데, 이번에 태월이 시공간으로 사라져버린 것은 그녀 또한 충격이었다.

결국 아카의 20분간 아카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고, 4시간 후 전용기를 타고 한국으로 넘어오기로 했다.

영혼이 연결된 아루와 아쿠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태월의 지구 귀환을 알아차렸다.

먼저 걸려온 전화부터 받다 보니 정작 부모님에게는 안부 전화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압구정과 홍대 부모님은 울기까지 하였다.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향하는 시간임에도 모두가 태월 일행을 찾았다.

“우리가 오지 탐험으로 간 것으로 되어 다행이려나. 그래도 세월이 많이 흐르진 않았네. 문신의 예측대로, 다행히 시공간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적용되었어. 겨우 6개월 흘렀다잖아.”

“어? 그럼 우리 애들은 여행 떠나기 전부터 임신한 거로 되는 거네? 으아 창피해.”

볼록해진 배를 만지던 아샤가 눈썹을 찡그리며 태월을 본다.

“일일이 그걸 따지고 들 사람은 없을 거야.”

“그런데 어느 선까지 이야길 할 건데요?”

정령들은 태월 일행의 상황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다.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은 부모님이었다.

“압구정 부모님은 오지 탐험 간 거로 해야지. 그리고 홍대 엄마는 눈치를 챘을 거야. 단순하지 않은 일이라고.”

“공항까지 바로 가야 하는데 배를 타야 하려나?”

“오빠? 바다를 건너 루루를 타고 가면 안 돼?”

“하하, 일본 해상자위대의 레이다에 걸릴걸? 더구나 비행기라면 몰라도 새라니?”

태월과 아샤가 이야기 중에 말캉이 꿈틀거린다.

“비행기가 뭐죠?”

태월은 말캉이 이 세상에 살아가려면 많은 걸 배워야 함을 인지했다.

그래서 일단 비행기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귀속된 영혼을 통해 전송해주었다.

중급신의 격을 얻으니 이게 가능해진 것이다.

“저기 제가 루루를 변형시키면 어떨까요?”

“어? 변형이라니?”

“루루의 몸에 제 몸을 융화하면 경비행기 정도로 보이게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바로 한국으로는 갈 수 없어. 우리의 출입국 기록이 남아 있거든. 그리고 경비행기라도 공항에 내릴 수도 없고.”

“가까운 오사카 간사이공항을 이용하면 되겠네요?”

시코쿠의 바다로 넘어간 태월은 보트를 꺼내 오사카 방향으로 이동했다.

새벽의 시간을 이용한지라 몰래 진입도 가능했다.

정상적인 교통편을 이용하지 않은 탓에, 오히려 길을 헤매기도 해서 시간은 더 걸린 셈이다.

그 후 오사카를 거쳐 간사이 공항에 다다른 태월 일행은, 대한 항공을 타고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비행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코쿠에서 간사이 공항까지 가는 길에서 거의 반나절을 소모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서 이륙한 아카의 전용기와 불과 한 시간의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아카 언니부터 만나는 거야?”

“그러는 게 낫겠지. 아이들 문제도 논의하고.”

1시간 후 아카의 전용기가 간사이 공항에 내려섰고, 태월 일행과 아카의 반년 만의 해후가 이루어졌다.

아샤와 아진을 껴안아 주던 아카가, 자신의 배에 먼저 닿는 그녀들의 볼록한 배를 보고 피식 웃는다.

그리고 태월을 빤히 쳐다본다.

“어제 임신 이야길 듣고 나서 여길 오는 동안 많이 생각해봤는데, 너무 무모했어. 태아에게도 시공간의 격차가 적용되는 거잖아!”

“그래서 출산 전에 어떻게든 오려 한 거야.”

“그게 잘못된 거지. 출산 후에 오든가 하는 게 더 안전한 거지.”

“음, 그래도 아이는 지구에서 낳고 싶었어. 더구나 우릴 추적하는 중상급 신이 있었다니까? 간발의 차이로 우리가 위기를 넘겨 귀환한 거야.”

“아, 천만다행이네. 일단 아이들부터 검사하는 게 어떨까?”

“오늘 길에도 몇 번 청진기로 태아 상태는 확인해봤어. 활발하고 건강해 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정밀검사는 해야겠지.”

“그런데 아샤의 배가 조금 더 큰 거 같은데?”

“그건 그런데, 실은 둘 다 쌍둥이야.”

“헛, 그럼 이번에 애가 넷이나 되는 거야?”

“그렇긴 한데,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어떤?”

“그 세상의 영향인지 애들이 남매 쌍둥이야. 그런데 아기집이 하나야. 특이하게 일란성이야.”

“어? 보통 남매 쌍둥이는 이란성쌍둥이잖아?”

“이론상으론 일란성 남매 쌍둥이가 존재할 수 있긴 해. 그런데 이론일 뿐 실제는 희박한 일이거든. 뭐 흔히 이란성이라 여겨, 정밀검사를 하지 않았던 탓에 모르고 넘겼을 거야. 그래서 알려진 예가 없는 거고.”

“부모님은 몇 시에 오시는데?”

“일본에서 나올 때의 시간을 가늠 못 해서 도착하면 바로 들른다고 했어.”

“그럼, 바로 병원부터 가자. 아이들 상황이 더 중요한 거 아니겠어?”

한국 내 TW가 급성장함에 따라 재계서열의 판도가 많이 달라졌다.

TW가 재단으로 있는 종합병원도 있는 상태다.

“하하, 첫 손님으로 말로만 듣던 이사님을 뵙기는 처음입니다. 의사시라고 들었는데. 그리고 이분은?”

““제가 좀 한량에 가까워서요. 한국에 오래 있지를 못했네요. 그리고 이분은 TW의 대주주 중 하나인 미국 RAON그룹의 회장이시죠.”

아카의 빛나는 외모보다 더 놀란 건 그녀의 신분이었다.

RAON의 이름은 국제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기업으로, 세계 기업 순위 열 손가락 안에 진입 중인 곳이다.

“제가 보호자로서 온 것이니 비밀엄수를 부탁합니다. 빠른 검사 가능하겠죠?”

아카의 분위기에 눌려 다른 걸 묻지도 못한 의사다.

“물, 물론이지요. 들어오라고 하십시오.”

“전 잠시 일이 있어서 자릴 비우겠습니다. 그동안 여기 박 이사가 대리 역할을 할 것입니다.”

“네, 일 보고 오십시오.”

아카가 밖으로 나가자, 태월은 대기실에 있던 아샤와 아진을 불렀다.

둘을 아내라고 했다간 뒷소문이 날 수 있다.

그래서 손님이라고 둘러댄 것이다.

둘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선글라스까지 낀 상태다.

“흠, 이사님도 아시는 분들인가 보네요. 외국분도 계시고.”

태월이 데리고 오는 행동에서 친숙함이 보였기에 하는 말이다.

두 여자가 모자와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었지만, 드러난 얼굴 부위만 보아도 굉장한 미인이란 생각을 해보는 산부인과 최형규 과장이었다.

‘영화배우라도 되나? 입을 잘못 놀렸다간 옷 벗게 되겠군.’

“빠른 검사 부탁합니다.”

“음, 한 분은 한국분 같은데 의료 보험증이 있으신가요?”

의사가 요구하는 걸 들어줬다간, 아샤와 아진의 정체가 들통나고 만다.

“둘 다 외국인입니다. 제가 시간도 없고 하니 급행으로 부탁합니다.”

태월이 접수처로 가서 절차를 밟지 않은 탓에 최형규도 둘의 신분을 몰랐다.

그러나 RAON그룹 회장과 재단 이사장의 외아들인 태월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태월이 내민 여권이 있기에 그걸 토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과거에 간혹 쓰던 아카가 만들어준 이중 여권으로, 둘 다 러시아 국민으로 되어있다.

그렇게 검사는 진행되었고 점심시간이 끝났을 무렵 결과까지 나왔다.

“여길 와서 좀 보시죠?”

태월이 의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기에, 초음파 사진 및 각종 검사 결과를 내보였다.

“음, 역시나 일란성이군요.”

“네, 그런데 정확지는 않지만, 일란성임에도 남매로 보입니다. 특이한 게 두 분 다 같더군요? 몇 번이나 확인해보면서 놀랐습니다. 학계에서 놀랄 일입니다.”

“학계요? 간이 크시네요. RAON 그룹이 맘만 먹으면 과장님은 한국을 떠나야 할걸요? 그보다 엄수 위반에 대해 감당할 자신은 있고요?”

“그, 그게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건 아닙니다. 제가 설마 감당 못 할 짓까지 저지를 젊은 철부지는 아니잖습니까?”

“이 검사 자료는 제게 다 주시고, 오늘 검사한 모든 기록은 파기하십시오. 혹여 재조사하여 남은 게 있다면 화를 부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온 것에 대한 기억도 지우시고요.”

태월은 아내가 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보다, 자신의 아이들이 의학계에 알려져 토론 대상이 되는 걸 막고자 함이다.

재벌 2세의 여자가 둘이란 게 특별한 이슈 거리도 되지 않는 시대다.

입에 오르내리면 다시 러시아로 가면 되는 일이라 태월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자신의 추측이 일치하자, 아샤와 아진을 데리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 다가오며 태월 일행을 태웠다.

“어땠어?”

“결과는 추측대로야. 예정일도 40일쯤 남은 거 같아.”

“그 세상은 쌍둥이가 흔해?”

“그, 글쎄. 주변에 쌍둥이는 별로 안 보였는데?”

“경황이 없어서 뒤로 미루고 있었는데, 아진은 어떻게 임신이 가능해진 거야? 특별한 무슨 일이 있었어?”

“긴 세월 4대 원소가 축적된 곳이 있어. 그게 혼돈이 작용하여서 섞일 수도 있나 봐. 어긋난 것에 대해 원상복구가 되는 효능도 있었나 보더라. 그 세계에서는 그런 학설도 있었다고 하고.”

“그럼 그걸 아진이 흡수했단 거야?”

“실제론 우리들 전부 나눠서 흡수한 거지만, 그걸로도 차고 넘쳤거든.”

“그 외 별다른 상황은?”

“요괴 처치야 지구에서도 하던 일이니, 특별할 것도 없는 거고.”

“음, 아무래도 그 사대 원소와 아이들이 관련된 거 같은데? 에이 설마 아니겠지.”

“뭐? 그게 말이 돼? 아진이 치유되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 행운일 뿐이야. 설마? 아이가 넷인 이유가 4대 원소와 연관된다고 본 거야?”

“아, 아니야. 갑자기 웬 정색을 하고 그래. 그냥 문득 떠오른 망상일 뿐이야.”

태월의 굳어진 표정을 보던 아카는 굳이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설혹 그렇다 해도 그게 왜 문제인 것 같은 표정인데?”

아카의 이어진 말에 태월은 대답하기 애매해졌다.

“그냥 뭔가 그 세계와 엮인 것 같잖아. 난 내가 모르는 일들이 일어나는 건 원치 않아.”

“음, 편하게 생각하면 어떨까? 사람에게도 다양한 기운이 있잖아? 그래서 한의학에도 사상체질이나 음양오행도 있는 거고.”

아카의 말에 잠시 생각에 빠져드는 태월이다.

그리고 뭔가를 떠올린 태월은 소리를 질렀다.

“아! 맞다! 혼원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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