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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20화 (220/250)

220화. 시공간 이동

그 글을 다 읽은 태월은 눈을 껌뻑였다.

“나와는 다른 방식이야. 요괴들의 기운과 영혼을 정화하여 영기로 바꾼 후,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냈어. 무려 10만 마리의 요괴가 등급과 관계없이 희생되었네.”

“이 신전이 누굴 모신 곳이길래 그 정도가 가능해요?”

“여길 봐. 신의 이름이 쓰인 곳이 지워져 있지. 이곳을 지키던 자가 숨기길 원했단 거지. 그리고 이 생명체를 깨우려면, 최소 2급신의 능력은 있어야 해. 그게 아니면 깨운 후에 오히려 잡아 먹히나 봐.”

“아, 그래서 이놈들 회장 파가 당장 손을 대지 못했던 거네요.”

“하여간 무시무시한 놈이네. 하급신 정도는 먹잇감이란 소리니.”

“그래도 그냥 두고 가기는 아깝잖아요.”

“결계가 풀릴 때까지 우리도 여기 있어야 하고, 그 사이에 중급신의 격을 얻은 문신이 깨어나면 되는 거지. 귀속만 되면 최강의 든든한 우군이잖아?”

“그건 그렇죠. 그런데 그동안 뭘 하죠?”

“이곳도 둘러본 후 밖으로 나가자고. 하급신들의 전리품은 수거도 안 했잖아.”

부서진 무기나 갑옷도 있지만, 온전한 것도 꽤 남아 있었다.

누가 주워갈 일도 없기에 그대로 방치한 것이다.

태월 일행은 신전의 여기저기를 둘러보았지만, 손을 탄 듯 비어 있을 뿐이다.

“회장 파에서 털었나 본데요? 석상들 외엔 남은 게 없네.”

“모르지. 그들 이전에 이미 비어 있었을지도.”

“벽화도 부분부분 의도적으로 훼손시켰어요. 뭘 숨기려고 그랬을까요?”

태월도 알 수 없는 부분이라 주변만 다시 훑어볼 뿐이다.

지하에서 올라와 흩어진 것들을 주워 모았다.

“제대로 된 건 육신과 같이 대부분 도깨비가 꿀꺽했는데? 무기 3개와 방어복 1벌이 전부야. 그 외는 금이 간 상태로 복원도 안 된 거 보면, 변변한 물건은 아니었단 거고. 이런 건 됐고, 떨어진 가방이나 더 찾아보자.”

하급신이니 그들도 공간 가방 정도는 소지했을 것이다.

1시간 정도를 더 수색한 후에 다시 모였다.

“호호호, 난 그래도 공간 가방을 5개나 주웠는데? 열리는 거 보면 신화급은 하나도 없단 소리겠지만.”

“어머, 아샤가 수확이 젤 크네? 난 3개야.”

“어? 오빠는 왜 하나야?”

“후훗, 난 하나긴 해도! 신화급을 주웠지. 이 가방은 부회장이란 요괴가 가지고 있던 거야.”

“어? 신화 급이면 잠긴 거잖아? 본인 외엔 못 여는 거 아녔어?”

“못 열지. 그러나! 격이 더 높으면 열 수 있을 거라 봐.”

“최소한 한 개 정도의 가방은 가지고 있다고 보면, 가방 4개쯤은 문신이 먹은 거네요.”

이 신전에서는 더는 특별한 걸 기대할 수 없기에, 일행은 사흘간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남는 시간엔 혼원공으로 기운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신전의 결계가 드디어 풀렸다.

아리랑과 루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흘 만의 해후라서 아샤와 아진은 그 둘과 부비부비를 하고 있다.

“오빠? 어떻게 할 거야?”

“음, 문신이 깨어날 줄 알았더니 아직이네. 이틀만 더 기다려보자. 내버려 두기도, 또다시 오기도 그렇잖아?”

태월의 말이 틀리지 않기에 일행은 떠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틀을 더 있어야 했는데, 다행히 마지막 날 밤에 문신에게서 반응이 왔다.

태월의 왼 손목에서 한순간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태월의 왼 손목에 팔찌가 드러났다.

“오, 팔찌로 바뀌었네. 격이 오른 걸 축하해!”

“흠흠, 원래부터 팔찌 모습이었고, 필요에 의해 문신화 된 것이라고.”

“이제 대화도 가능하게 된 건가?”

“특별한 경우 외엔 가능은 하겠지만, 텔레파시로 하는 게 더 편하다고.”

“일단 밀린 일부터 처리해야겠는데.”

“무슨 일? 가방이라면 내가 4개를 가지고 있는데. 그 외에 잡다한 것도 있고.”

태월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것들을 내뱉었다.

일단 토해냈기에 아샤가 그걸 전부 자신의 가방에 넣어버렸다.

“그게 아니고 다른 일이야.”

“어떤?”

태월은 지하에 있는 인공생명체에 대해 상황 그대로를 전했다.

지하로 들어가게 된 태월은 반투명한 젤리 덩어리 앞에 서게 되었다.

“흠, 처음 보는 물질이군.”

“석판에 쓰인 내용으로 봐도 이 세상에서도 처음으로 만들어졌다고 나와.”

“어떤 신이기에 이런 걸 만들었을까?”

“이거 깨우는 거 괜찮으려나?”

“그 신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을 거 같음. 다른 세상에서 넘어온 이방인에게 귀속이 될 수 있다는 걸 몰랐을 것임. 이놈이 하급신의 기운보다는 훨씬 강하긴 한데, 그래 봤자 현재의 나보다는 약함! 그리고 쓰인 방법대로 할 필요는 없다고 봄!”

팔찌의 상태에서 문신의 상태로 다시 변하더니, 도깨비가 튀어나와 석판 자체를 통째로 삼켰다.

신이 요구한 절차에 따라 깨우지 않고, 늘 하던 방식으로 귀속하려는 것이다.

-슈악! 꿀꺽! 끼에엑!

이상한 괴음을 내며 발버둥 쳤지만, 반투명 대형 젤리는 깨어나 정신 차릴 사이도 없이 그대로 삼켜졌다.

“이 방식이 과연 이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 모르겠네. 에이, 망가지면 말지 뭐. 원래 노력해서 생긴 것도 아닌데.”

“오빠? 이제 끝난 거야?”

“그래, 일단 이곳을 떠나자. 오래 있어 봐야 좋을 게 없을 듯해.”

신의 간섭이 신경 쓰이는 태월이다.

루루를 타고 일행은 영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틀이 더 지나서야 문신이 반응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삼켜져 있던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우웨엑! 터텅!

튀어나온 그것은 반투명 푸른빛이 도는 지름 80cm 크기의 공이었다.

“알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뭐야? 말캉말캉!”

아샤가 다가와 그 공의 겉면을 쿡쿡 눌러본다.

태월은 그 생명체를 빤히 응시하다가 텔레파시를 보냈다.

‘내 말이 들리냐?’

‘들, 들려요.’

‘내가 누군지 알겠어?’

‘주, 주인님이요!’

귀속되었음이 재확인되자 입가에 미소를 그리는 태월이다.

“네 정체를 말해봐. 어떤 생명체지?”

텔레파시를 끄고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저를 누군가 만들었는데, 아주 많은 영혼과 기운 그리고 세월이 소요되었어요. 큰 특징은 어떤 형체로든 변형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요괴나 인간 그리고 다른 동물들과 다양한 물체로도.”

“흠, 변신 로봇이잖아? 쓰임에 대해선 뭐 천천히 알아가면 되겠지. 이제 네 이름을 정해 주마. 네 이름은!”

“오빠? 뭐로 지으려고?”

“말캉말캉하다며? 말캉으로!”

“으아, 오빠 너무 성의 없다. 차라리 체인저로 해.”

“체인저도 딱딱해 보이니 스페인어로 하면 어때요? 깜비오!”

보고 있던 아진까지 나섰다.

“그냥 귀엽기도 하잖아? 말캉으로 하자.”

태월이 말캉을 다시 입에 올리자, 반투명의 공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제 이 생명체의 이름은 아카식 레코드에 말캉으로 기록되었다.

“에구, 끝나버렸네. 너무해!”

“이름 짓는다고 시간을 또 허비할 수 없잖아. 지구로 하루빨리 돌아가야 할 거 아냐. 지금도 늦은 거야.”

“언제 갈 건데요?”

그에 대한 답변은 팔찌에서 나왔다.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도 한 달 정도는 걸린다.”

태월은 팔찌의 답변에 공간 배낭에서 군용 무전기처럼 생긴 시공간 이동 장치를 꺼냈다.

“그게 뭐지?”

“이게 바로 지구에서 넘어왔던 요괴가 사용했던 시공간 이동 장치야. 이걸 쓰면 어떻게 돼?”

“오, 용케도 그걸 찾아냈네? 잘만 이용하면 시간 단축은 물론이고 또 올 수도 있을걸? 그런데 단순한 신이 아니었나 보네. 그도 중급신 정도는 되었단 소리잖아.”

“그랬으면 망가지지도 않았을걸? 완전한 격을 가지진 못했다고 봐야지. 이걸 쓰면 얼마나 단축될까?”

“시공간 좌표의 구성을 새로 할 필요가 없으니, 열흘 정도면 될 거 같네.”

“헛, 시간이 촉박하네.”

“뭐가 촉박해요? 웬만히 돈 되는 건 다 가방 속에 넣어뒀잖아요.”

“지구에 없는 것들도 모아야 할 거 아니야. 특히 법술 가루가 더 필요해.”

지구로 돌아가면 새로운 합금을 시도해보고픈 태월이다.

유한한 법술 가루보단 그걸 토대로 인조 법술 가루를 만들어보고픈 욕심이 생긴 상태다.

결국 새로 생긴 14개의 공간 가방을 이용해 최대한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수도로 날아간 일행은 일주일간을 그걸 모으는 데 힘썼다.

덕분에 법술 가루가 일시적으로 품귀현상을 빚게 되었다.

그사이 태월은 황태자를 비롯해서 3황자와도 만났으며, 출산을 고향에서 하기로 했다는 구실을 댔다.

또한 라도르에 대한 정산도 받을 수 있었다.

영지로 내려와 대리 영주에게 긴 여행을 하는 동안 관리를 부탁하였다.

비로소 떠날 준비를 마치게 된 태월이다.

출산 예정일이 두 달도 남지 않았고, 아샤와 아진의 배는 점점 불러오는 상태였다.

떠나는 전날이기에 영주관에서는 만찬을 벌이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태월은 아샤와 아진이 잠든 곳까지 와서는 뻗어버렸다.

“오빠! 이제 가야 할 시간이야. 얼른 씻어요!”

“어? 벌써 아침이야?”

“점심때거든요? 어서 씻고 나와요.”

그런데 그때 팔찌가 다급한 반응을 했다.

“그냥 이대로 짐부터 챙겨! 나보다 강한 자가 이곳 방향으로 오는 게 느껴져!”

“호, 혹시?”

“지금은 말보단 행동이 필요해. 이대로라면 한 시간 내로 당도하게 될 거야.”

태월 일행은 후다닥 일어나 공간 가방들을 챙겼다.

그리고 빠진 것이 없나 재차 살펴보며, 루루를 타고 산기슭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곳에 이동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10분도 안 남았어. 간섭받기 전에 떠나야 해!”

“준비는 끝났어. 이제 시작해.”

이동 장치의 전원이 켜지고 주변에 설치해 놓은 법술 장치 4대가 호응을 해왔다.

굳이 필요치 않지만 보다 나은 안전을 위해 보강해 놓은 것이다.

빛이 사방에서 뿌려지며 태월 일행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1분 후에 그곳엔 재로 남겨진 가루들만 흩날리고 있었다.

5분 후 검은 그림자가 그곳을 뒤덮더니 그 속에서 누군가 튀어나온다.

“허, 간발의 차이로 놓쳤군. 이놈들 대체 누구지? 어떤 시공으로 도망친 거야!”

그 자신이 시공간에 대해선 해박하지 않았기에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또 오면 그때 잡아들여 주마! 감히 내가 맡겼던 물건까지 털어가다니!”

알 수 없는 이야길 하던 그 존재도 잠시 서성이더니 사라졌다.

***

태월 일행이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고 있다.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껍기도 했다.

“둘 다 몸은 괜찮아?”

“전 괜찮아요. 아기가 발로 차는 거야 늘 있던 일인데요.”

“언니! 나도 괜찮아.”

“여긴 그 천년 요괴의 무덤이 아니라 다른 곳 같은데요?”

아진의 말에 태월도 주변을 살폈다.

확실히 다른 곳이었다.

태월도 영문을 몰라 팔찌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반응이 없었다.

“루루! 한 바퀴 돌아봐! 설마 지구가 아닌 건 아니겠지?”

“익숙하긴 한 거 보니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아진의 말에 불안감이 좀 가시긴 했지만, 확실해야 했다.

루루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더니 길게 선회를 하며 날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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