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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19화 (219/250)

219화. 기이한 유물

태월 일행은 그들을 반기는 몇몇에만 손을 흔들어준 뒤 구석진 쪽에 자리를 잡았다.

“아니, 천하의 술꾼 테이루드가 왜 이리 조용해? 무슨 일이라도 있나?”

“아침까지 마셔서 그래. 과음했더니 나도 속이 안 좋다고!”

태월이 대신 나서서 대답해주었다.

“호, 라파로가 언제부터 테이루드의 대변자가 되었지? 별일이군.”

태월이 그에 대해 대답하지 않은 채 딴짓하자, 말을 걸었던 자가 더는 흥미를 잃었는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에이, 까칠하게 왜 그래? 그건 그렇고 테이루드가 가진 술이 어떤 거야? 설마 다 마신 건 아니겠지?”

처음에 만났던 자와 가볍게 술자리를 가졌고, 그들 이후에 다른 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요괴들로 구성된 악단 하나가 하급신들을 위해 악기를 연주 중이다.

그런 상황이 지나갈 무렵 흰옷을 입은 여성체 하나가 단상에 오른다.

“이번에 회장은 오지 못했어. 부회장인 내가 오늘 모임을 주도해야 하니, 다들 이해해줘.

회장이 있어야 토론이 될 건데, 어쩔 수 없으니 이번엔 생략하자고! 그리고 우리에게 형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 이대로 즐기다 가면 되는 거잖아? 아 오늘 처음 나온 동료들도 몇 있던데, 저 뒤쪽 하얀색 건물엔 출입 금지야! 자! 그럼, 신나게 놀아보자고!”

음악이 바뀌고 템포가 빠른 연주가 시작되었다.

절반쯤은 그 자리에 있고 나머진 일어서서 춤을 추고 있다.

‘꼭 하는 짓은 인간 종족과 다를 바가 없네. 그런데, 저 하얀 건물이 뭐였었지? 중요한 게 아닌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저렇게 대충 말하면 새로 온 자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나? 흥미가 생겨 더 들어갈 거 같은데.”

“어이, 그들도 기본은 알 거야. 당연히 유적 통제실을 손댈 리가 없잖아? 10년 전에 술 취한 무지한 놈 하나가 들어갔다가, 유적이 닫히는 바람에 사흘간 우리도 갇혀 있었다고! 신도 갇힐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자신도 갇히는 멍청한 짓을 누가 하겠어? 설마 그런 또라이가 또 있으려고.”

“그래도 경비라도 세워야 하는 거 아냐?”

“저 악사들을 시킬까? 우릴 제지할 사람은 같은 수준의 우리밖에 없잖아. 누가 이 즐거운 날에 경비를 자초해?”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이들이 한창 취했을 새벽 시간을 기회로 봤다.

대부분이 권능을 억제한 후 술자리를 즐기는 분위기다.

일부 소수만이 권능을 그대로 지닌 채 있을 뿐이다.

태월이 꺼내 놓은 술에 이곳에 올 때 처음 만났던 키카로의 눈이 커졌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른 이들이 끼면 양이 줄어들기에 태월 일행을 데리고 나무 뒤쪽에 자리 잡았다.

새벽녘이 되자 대부분이 술에 취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음, 이상한데? 권능을 해제하지 않은 자들이 따로 모이네? 뭐라도 있는 건가?’

태월은 키카로를 돌아봤다.

취기가 올랐는지 졸린 눈을 하고 있던 그다.

“키카로? 저들은 누구야? 왜 모여있지?”

태월의 말에 눈을 껌뻑이던 키카로는, 나무 뒤로 다가와 태월이 바라보던 방향을 관찰했다.

“어? 저들은 부회장파인데? 왜 모였지? 음, 수상한데?”

태월의 기억에 없는 일이기에 어깨만 으쓱여줬다.

일행을 제외한 13명 중 절반 가까운 6명이나 모인 것이다.

“저, 저놈 중 하나가 흰 건물로 향하잖아.”

키카로가 목소리를 더욱 낮추며 조심스레 말을 한다.

“말려야 하는 거 아냐? 갇혀버린다며?”

“아, 막기엔 이미 늦었어. 이거 상황이 심각하네. 취한 자들을 전부 깨워야겠어. 자네도 도와주게.”

원래 태월이 흰 건물로 잠입할 계획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혼란은 태월이 바라던 일이다.

태월 일행과 키카로가 나무 뒤에서 튀어나오며, 큰소리를 질러댔다.

“부회장 파가 통제실로 향했어! 다들 일어나서 전투준비를 해!”

키카로가 원한 건 쓰러진 자들을 깨우려는 것이지, 전투준비를 위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태월의 말도 틀리지 않기에 굳이 말리진 않았다.

“뭐! 통제실로 누가 갔다고?”

“치타샤가 들어갔어! 그리고 부회장파 전원이 권능을 유지한 채 모여있다고!”

-쉬이익! 큭! 컥! 커억! 켁!

일이 꼬였다는 걸 깨달았는지, 부회장파에서 선공을 가했다.

태월 일행까지 합치면 16명이고, 자신들은 그중 겨우 6명이 전부였다.

그러기에 숫자를 줄이려는 것이다.

취해서 쓰러져 그때까지도 권능의 제어를 풀지 않은 넷이,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해버렸다.

남은 자는 6대 6인 상황이 되었다.

-쿠르릉! 구구궁! 쿠궁!

그 순간 유적지 전체가 흔들리며, 유형의 투명 벽이 땅에서 솟아났다.

이 투명한 벽은 사흘 후에나 해지될 것이다.

“저 저, 미친 새끼들이 진짜! 너희 왜 이러는 거야? 같이 죽자는 거냐?”

“몰라서 묻나? 이곳 지하에 묻힌 유물을 우리만 몰랐잖아! 따돌린 건 너희들이고, 결국 나중엔 각개격파로 우릴 공격했을 거야.”

태월은 더 큰 혼란을 원했기에 앞으로 나섰다.

“혹시? 오늘 회장이 이곳에 못 온 이유가? 그를 소멸시켰나? 그래서 흡수했겠군? 부회장이 다른 이들보다 좀 강해졌던데?”

“헉! 설마 저 미친 것들이?”

실제로는 회장을 함정에 빠트려 못 오게 했을 뿐 소멸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분위기는 이미 부회장 파의 지금 짓거리로 인해, 강해지기 위해 동료를 흡수하려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쓰러진 넷은 아직 죽지 않은 상태다.

부회장 파는 포로로 잡아 항복을 유도할 계획이었다.

결국 회장 파들이 모여 권능을 뿌리며, 대치 국면을 만들어냈다.

“으아! 저 또라이 라파로 때문에 엉망이 되었어! 저놈부터 잡아!”

그러나 태월은 일행을 데리고 목숨을 잃은 하급신 쪽으로 달렸다.

그리로 달려나가며 공간 배낭에서 연막탄을 꺼내 던져버렸다.

“헉! 이게 뭐야? 저놈 던진 게 뭐기에 앞이 안 보여?”

권능을 집중하면 그걸 뚫어 볼 수는 있지만, 대치 상황에서 집중할 여유는 그들에게 없었다.

그리고 언월도를 꺼내 사방으로 탄월을 날렸다.

“헉! 저것들이 공격한다! 다들 반격해!”

잘 보이지 않는 상태기에 그들의 혼란은 더 커졌다.

그 틈에 태월은 왼손의 문신을 이용하여, 넷을 차례로 삼켜버렸다.

“이 자식들이 쓰러진 동료를 빼돌리고 있어!”

“이, 이것들이! 결국! 흡수할 생각이 맞았군!”

하급신 간의 흡수는 곧바로 되지 않는다.

그들도 최소 반나절은 걸려야 가능한 일이었다.

연막을 뚫고 권능의 시선이 훑고 지나가자, 쓰러진 자들이 사라졌음을 알게 된 것이다.

태월 일행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음모를 꾸민 건 부회장 파였다.

그러니 모든 초점이 부회장 파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군이라고 여기는 동료를 의심할 수도 없는 분위기다.

두 파벌 간의 전투는 살벌했으며, 흡수당하지 않으려는 회장 파는 전력을 다했다.

결국 시간이 점점 흐르자 상잔하는 자들이 생겨났다.

아샤와 아진은 공격에 적극적이지도 않았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전투 진영을 복잡하게 만들어버렸다.

이곳에 모인 자 중에 일대일로는 태월이 가장 강했기에, 의도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건 어렵지 않았다.

“너희구나! 교묘하게 혼란을 키운 자들이.”

한 시간이 지나 서 있는 자는 부회장인 여성 체 하나였다.

그것도 서 있을 힘이 부족해 다리를 떨고 있는 상태다.

아샤와 아진은 슬쩍슬쩍 돌아다니며,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힘을 소모시켜 버렸다.

“그러게. 눈치가 너무 느렸잖아?”

“라파로? 넌 라파로가 아니지? 그의 권능과는 많이 달라!”

“글쎄, 그게 중요한 일인가? 잘 가라!”

태월의 말이 끝나자 그녀의 양쪽으로 채찍이 날아오며 몸을 묶어버린다.

그리고 태월의 왼손이 앞으로 쭉 펴졌다.

-슈악! 커억!

반항할 틈도 없이 도깨비에 먹혀버렸다.

그리고 쓰러져 헐떡거리며 태월 일행을 노려보는 자들도, 도깨비가 날아다니며 그들을 눈앞에서 사라지게 했다.

처음 보는 괴사에 그들의 눈은 커졌지만, 저항은 미미했다.

-우우웅!

문신이 울어대고 있었다.

그리고는 빛을 잠시 내뿜더니 조용해졌다.

“얘 또 잠에 빠졌나 보네. 이제 깨어나면 중급신의 격을 가지겠군.”

이미 경험했던 터라 불안해하지는 않는 태월 일행이다.

“오빠! 우리 이제 사흘간은 여기서 꼼짝 마라며? 밖에 있는 아리랑과 루루가 심심해하겠네.”

“시간상으론 그때까지도 문신은 안 깨어날 거야. 자연적으로 해제될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럼, 뭐 하고 있으려고?”

“지하 유물? 그거 보러 갈까?”

“아, 맞다! 그게 있었지.”

이곳에서 삼켜진 하급 신들의 기억이, 아직까진 태월에게 이전되지 않은 상태다.

그렇기에 지하 유물에 대한 정보는 태월도 몰랐다.

부회장 파의 추측과는 달리 회장 파의 측근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너무 손쉽게 이들을 없애 버렸네요.”

“하하, 어부지리인 셈이지. 설마 이들이 반목하고 있었을 줄이야. 신들이란 것이, 어찌 인간들과 다를 바가 없나 몰라.”

“지구의 하급 신도 대부분 그냥 요괴 중에 강한 자일 뿐이지. 도를 얻어 깨달음을 가진 자가 아니었잖아요.”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일행을 데리고 주변을 탐색했다.

잠에 빠진 문신의 안정을 위해 영혼 에너지를 제대로 쓸 수 없는 태월이다.

미약하게 흩뿌리며 땅속을 탐지해나가고 있다.

결국 지하 입구를 발견한 것은 반나절이 지난 오후 무렵이었다.

“참나, 설마 했는데, 이 흰 건물의 바닥 쪽이었네. 그래서 여길 못 오게 떠들고 다녔던 거군.”

통제실의 의심 가는 몇 군데 장치를 누르다 보니, 벽면 하나가 옆으로 움직이며 지하 입구를 보여준다.

“이제 든든히 먹고 아래로 내려가자. 뭐로 할까?”

“돼지고기 김치찌개!”

“오, 군침 도는데?”

태월은 공간 배낭에 있던 식자재들을 꺼냈다.

아샤와 아진의 요리가 시작되었다.

코를 벌름거리고 침을 꿀꺽 삼키는 태월이다.

그리고 그들의 식사가 이어졌다.

“자, 출발하자고!”

“호호, 또 보물 탐험이다!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 초! 나쁜 짓을 하면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아샤의 날아라 슈퍼보드다.

아이들의 양치질 소리에서 따왔다는 애니메이션 주제가의 앞 소절이다.

길게 이어진 계단을 내려서자 새로운 공간이 보인다.

문이 열려 있었는데, 이곳의 함정을 회장 파가 이미 해제해놨다.

“이상하네. 해제 다 했으면 이 유물을 빠르게 회수하지, 왜 더 기다린 걸까?”

“오늘 부회장 파가 일을 벌인 이유와 연관되지 않을까요?”

아진의 말이 일리 있어 보이기에 태월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안으로 진입한 일행은 석판 위에 놓인 사방 1m 크기의 함을 보았다.

그 안에는 반투명한 무엇인가가 일렁이고 있다.

“어? 이게 뭘까요? 혹시 유물?”

태월은 정체를 알 수 없는지라, 주변을 천천히 관찰했다.

그리고 발견한 석판 옆으로 쓰인 글자들.

“흠, 이거 인공으로 만든 생명체라는데?”

“클론? 호문클루스?”

“아니, 그거랑은 전혀 다른 거야.”

태월은 글을 내용을 마저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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