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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15화 (215/250)

215화. 조기 졸업

같은 하급신이라면 흡수 시 큰 도움이 되겠지만, 중급이 하급 하나 먹는다고 효능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어필만 잘하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콜라코다.

해치려 하지 않았다는 걸 밝히려는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더 나쁜 짓이었다.

“나한테는 그걸 해독해줄 빠른 방법이 없는데?”

“저기 책장 끝 하단에 푸른색 약병이 있습니다. 그걸 가지러 가도 되겠습니까?”

“어? 그래? 약속 지킬 거지? 그럼, 내가 가져다주지!”

“가, 감사합니다!”

콜라코가 알려준 곳을 찾아 열어보니 그의 말대로 푸른 약병이 두 개나 있었다.

그 안에는 병당 100개 정도의 알약이 들어 있다.

‘이게 왜 이리 많아? 해독제가 이 정도면 마취약은 얼마나 된단 거야?’

“해독약이 너무 많잖아? 수상한데 살려주지 말까? 마취약들은 어디 있지?”

자꾸 정신이 흐트러지는 중이었기에, 길게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뒤, 뒤편 책장 젤 하단에….”

이번엔 붉은색 약병 4개가 나왔다.

“너! 이거 가지고 뭔 짓 했어? 똑바로 말하면 생각해볼게. 웬만하면 내가 다 이해해. 우리가 그리 착한 신은 아니잖아?”

“그, 그렇지요. 초대하거나 방문하면.”

“그게 몇인데?”

“성공한 지 몇 년 안 돼서….”

“그래서 몇?”

“아홉입니다.”

아홉이나 된다는 소리에 태월의 입가가 올라갔다.

이 한 놈을 잡으면 10명이나 되는 하급신 에너지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론이야 그렇지, 100% 완벽히 흡수하는 건 아니라서 7명쯤으로 봐야 했다.

‘아차, 이건 문신에 쓸 게 아니지. 쩝 아깝네. 뭐, 그렇다고 해도 하급신의 중간급은 되니 아진과 아샤에게는 도움이 클 거야.’

어차피 졸업 때까진 이 세상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속도라면 오래 걸리지 않아,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태월은 생각했다.

‘임신까지 했으니, 혼원공이 큰 도움이 될 거야. 산모나 아이에게도.’

지금 상태에서도 차고 넘치는 산모들의 최상위 체질과 건강인데, 아빠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

반년쯤은 더 걸리는 것은 산모들을 위한 투자라고 여겼다.

“이거 약효가 얼마나 가지?”

“3급신 기준으로 10분입니다.”

10초 안에도 죽일 수 있는 시간인데, 10분이라니 엄청난 약효다.

“일반 요괴는?”

“4시간입니다.”

“이 정도 수량이면 몇 년도 안 가 중급이 됐겠어. 참 잔머리는 끝내줘.”

태월을 빈정거림에 변명하려 했지만, 콜라코는 더 버티기 힘들었다.

수마가 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저, 저를….”

저 말을 끝으로 콜라코는 잠이 빠져버렸다.

“아이고, 그러면서 나에겐 단순한 수면제? 어디서 구라야?”

뒤통수를 냅다 갈겨줬지만, 깨어나진 않았다.

태월은 일행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경계병 요괴 하나쯤이야 한 방에 보내버리는 아리랑이다.

아샤와 아진이, 태월이 있는 방에 도착해서 본 건 뻗어 자는 하급신이었다.

“얘는 뭔데 여기서 자?”

“우리의 목표물이야!”

“엥? 오빠가 수면제 먹였어?”

“아니, 나에게 먹이려 하기에 잔을 바꿔치기했지. 그래서 저리된 거야.”

수면제에 트라우마가 있는 아샤다.

자고 있는 콜라코를 발로 걷어찼다.

-빠각!

그 단단한 정강이뼈가 나갔는데도 안 깨어났다.

“우와, 이 약효 엄청나게 강하네요.”

“이런 하급신은 10분이래.”

“헐, 대단해!”

“이제 준비해!”

아진이 받아야 할 것은 단순히 영혼 에너지 하나가 아니다.

신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받아낼 생각이다.

그래야 영혼의 격과 기운의 격이 조화를 이루어, 완전한 격이 생겨난다.

과거 문신에게 하급신의 격이 처음 생겼을 때 알게 된 지식이었다.

태월은 콜라코의 옷을 다 벗긴 후 눕히고는 그의 배를 갈랐다.

그리고 심장을 적출해 냉장 보관했다.

콜라코는 잠든 상태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몸속을 뒤져 기운이 응축된 호두알만 한 구슬을 찾아냈다.

그걸 입에 문 태월이 후반부 호흡법으로 흡수해 나갔다.

비릿한 걸 느낄 감각도 버렸다.

오로지 정신을 집중해, 입속에 들어온 구슬의 기운을 흡수해 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왼손바닥은 아진의 오른손바닥에 맞댄다.

“언니도 혼원공 시작해!”

아진도 알몸이 되었다.

아샤가 옆에서 태월에게 들었던 방식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태월이 후반부 혼원공으로 완벽하게 빨아들이는 기운은, 단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왼손으로 가게 했다.

문신을 통과하며 기운이 정화되고, 정화된 기운이 손바닥을 통해 아진의 손바닥으로 이동되었다.

구슬의 흡수가 끝나자, 바로 심장을 씹어 삼켰다.

비위가 뒤틀렸지만, 감각 통제를 빠르게 하며 그걸 머릿속에 지워버렸다.

그리고 내단 구슬과 다른 역할을 할 심장의 기운을 혼원공으로 흡수해갔다.

그렇게 시작한 흡수와 전이는 6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고생했어! 이제 마지막이 남았어. 준비해.”

태월이 문신을 움직여 콜라코의 영혼을 삼켜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정화된 영혼의 격이 튀어나오며, 아진의 영혼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영혼의 격과 이미 자리 잡은 기운의 격이 서로 융합하기 시작한다.

“문신도 격을 얻었을 때, 한동안 잠을 잤는데. 아진은 얼마가 걸릴지 알 수가 없네.”

태월은 아진을 팔찌에 있는 살아 숨 쉴 수 있는 마을로 입고시켰다.

동시에 아리랑도 그곳으로 보냈다.

아리랑이 그녀의 몸을 지켜줄 것이다.

“어쩔 수 없어! 우리가 루루를 타고 공중 이동하게 되면, 아진의 융합에 방해를 주게 돼!”

“알아. 알고는 있지만, 언니를 그곳에 있게 해야 하니 마음이 아파!”

“수도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야. 이게 우리에겐 최선이야.”

태월은 콜라코의 동굴에 있는 서적들을 전부 공간 배낭으로 이동시켰다.

“루루! 이제 출발해! 최선을 다해 고속으로 날아보자!”

루루는 태월과 아샤를 태우고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선의 속도를 선택했다.

그 덕분인지 영지에서도 이틀이나 벗어난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12시간 만에 수도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쉬지 않고 날았던지라, 도착 후 루루는 곧바로 잠에 빠져버렸다.

“언니를 이곳에 눕히면 되겠다.”

아진과 아리랑을 출고시킨 후 그녀의 몸 상태를 살펴보았는데, 다행히 문제는 없었다.

“휴, 별일 없어서 다행이야. 출고 때 조마조마했는데, 몸에 문제가 전혀 없다니 진짜 다행이야.”

“그런데 물수건으로라도 닦아줘야 하지 않을까?”

“안 돼! 그 작은 손길에도 영향을 줄 수가 있어.”

그리고 3일이 지나도 아진은 깨어나지 않았다.

이럴 때 억지로 깨우면 큰 변고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개학이 시작되었다.

“첫날이니 긴 수업은 없을 거야. 방학 전에 미리 수강 신청도 끝냈으니 별다른 것도 없고.”

아리랑과 루루가 그녀의 신변을 지키고 있으니, 문제가 없는 셈이다.

급하면 텔레파시로 태월에게 연락이 올 것이고, 그가 올 때까지만 버텨주면 되는 것이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기에 현실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에도 아진은 깨어나지 않았다.

학교의 첫 수업일 때 집중마저 깨졌다.

조퇴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아진에게서 텔레파시가 왔다.

‘오빠! 나 이제 일어났어! 몸이 너무 개운해.’

“하하하! 진짜 다행이야! 바로 갈게!”

텔레파시로 온 것인데, 너무 기쁜 나머지 입을 열어버린 것이다.

“만세! 언니다! 언니야!”

“어? 라온 학생! 아나스타샤 학생!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수업 중에 통신을 걸면 안 됩니다.”

아카데미에서도 꽤 강직한 교수인 주시르가 태월과 아샤를 나무라고 있었다.

태월이 비록 황실에서 주목받는 백작이긴 하지만, 이곳은 엄연히 아카데미고 태월은 학생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내가 의식불명이었다가 이제 깨어났거든요. 예의에 어긋나지만 바로 조퇴하겠습니다.”

“흠흠, 뭐 그렇다면야 그런 경우는 예외가 되지요. 다녀오도록 하세요.”

태월의 아내 중 하나인 아진이 이틀째 결석 중인 걸 꽤 많은 학생과 교수가 알고 있었다.

옆자리에 있던 아샤의 손을 잡고 빠르게 강의실을 벗어났다.

마차를 타고 가도 될 일이지만, 아카데미 정문을 지나자마자 청풍을 소환했다.

그리고 곧바로 등에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언니!”

저택의 정원에 나와 있는 아진을 보고, 루루가 땅에 닿기도 전에 아샤는 공중에서 뛰어내렸다.

부리나케 아진을 얼싸안고 앞뒤를 살펴본다.

“어머, 너 조심해! 너 임산부야 임산부!”

“에이, 낭떠러지에서 굴러떨어져도 배 속 아기는 멀쩡할걸? 우리 몸을 몰라서 그래?”

“그래도 조심해!”

“알았어. 언니 몸은 어때?”

“응, 아주 좋아! 최상의 컨디션이야. 활력이 넘친다기보단, 뭐든지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야.”

“아진아, 고생했다.”

태월이 아진과 아샤를 동시에 껴안았다.

“아니에요. 괜히 저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죠?”

“괜찮아. 땡땡이쳤더니, 시간은 널널해졌네. 뭐부터 할까?”

“우리 외식해요!”

“좋아! 오늘 다들 뚱뚱이가 되어서 돌아오는 거야!”

“야호! 돼지가 되자!”

“풉, 넌 아무리 먹어도 그리될 리가 없잖아!”

“그건 언니도 마찬가지잖아. 그래도 과식하면 배 볼록이 되긴 해.”

그날 태월과 그녀들은 수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먹방을 찍기 시작했다.

마음고생에 대한 스트레스를 다 날려 보내려는 것이다.

그날 밤 아진은 아샤와 영혼 공유를 시작했다.

이번이 3번째 공유다.

그녀들의 입맞춤은 오래 이어졌다.

태월은 저러다가 둘의 입술에 경련이 일어날 거라고 봤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고, 한 시간 후에 서로 몽롱한 표정으로 입술을 떼어냈다.

“어떻게 되었어?”

태월은 조바심이 일어 입술이 바짝 타는 걸 느꼈다.

“실패했어!”

아샤가 먼저 이야길 꺼냈다.

“헛, 어휴, 그게 되는 게 아니었구나. 할 수 없지. 아샤야 힘내자!”

태월이 아샤를 꼭 안고 다독이던 중에, 뒤쪽에서 웃음 터지는 소리가 났다.

“풉! 아샤! 그만해. 오빠가 화낼 거야.”

태월이 아샤의 얼굴에 바짝 얼굴을 들이밀더니, 인상을 구긴 채 빤히 쳐다봤다.

“미, 미안해 오빠! 사실 성공했어. 그냥 장난쳐보려 한 거야.”

“푸하하! 진짜 성공이야? 이야! 신난다!”

“......”

태월은 아샤가 자신을 속인 게 화나지 않았다.

성공했다는 그 말 자체에 감격의 환호를 질러댈 뿐이다.

잠시 후 셋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만세 삼창을 했다.

집안의 하녀들과 집사가 놀라서 올라왔지만, 태월의 손짓으로 별일 아닌 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날은 셋이서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었다.

다음 날부터는 아카데미의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혼원공의 후반부를 익히는 데 집중했다.

수업만 듣는 처지인데도, 혼원공의 후반부는 대단한 역할을 해주었다.

집중력과 관찰력, 분석력, 암기력, 예측력이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렇게 그들은 6개월의 시간을 보냈고, 조기 졸업하는 학생들이 되었다.

“축하합니다. 코리아 백작!”

“감사합니다. 황태자, 전하!”

황태자가 된 1황자를 필두로 3황자와 황녀들의 축하 인사를 나누는 태월 일행이다.

2황자는 근신 중이었고 그의 계파는 약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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