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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12화 (212/250)

212화. 탄월

태월은 이번에도 손쉽게 해결되리라 여겼다.

방심한 그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본 것이다.

그런데 열린 창으로 내민 왼손에 이상한 감각이 느껴져서 태월은 급하게 당겼다.

끈적거리며 물컹한 무언가가 불쾌함을 주며 태월의 왼손을 감고 역으로 당기고 있다.

‘헉, 이게 뭐야?’

태월은 창문 사이로 고개를 낮춰 저항하는 대상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헉, 저 요괴의 혀잖아? 으, 징그러워.’

이젠 들킨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이 부딪쳐야 했다.

태월이 텔레파시로 일행들을 불러들였다.

덕분에 3급신 저택의 경계를 서던 요괴가 순식간에 아리랑에게 목숨을 잃었다.

대기하고 있던 아리랑이 진입하며, 아샤와 아진과 더불어 태월의 옆으로 뛰어올랐다.

동시에 하늘에 떠 있던 루루가 저택 전체로 불덩이를 날려댔다.

루루의 불 공격은 아군이 영향을 받지 않기에 자유로웠고, 2층에 있던 3급신 요괴 둘은 불타는 집안에서 인상을 쓰고 있었다.

“웬 놈들이냐?”

포리사가 옷을 걸쳐 입으며 큰 소리를 냈다.

3급신씩이나 돼서 부하들을 모으려고 목소리를 키운 건 아니었다.

어차피 불을 보고 달려올 터인지라, 말 그대로 자신들을 공격한 자들이 누군지 궁금했다.

“아, 조용히 그냥 잡혀서 먹힐 것이지, 귀찮게 만드네.”

태월이 2층 창을 통째로 뜯어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일행이 진입한다.

여우 요괴에게서 얻은 유물 방어구로 갈아입은 복장에 얼굴도 인간으로 돌아온 상태다.

“어? 인간 종족? 너희가 여길 어떻게?”

“어떻게라니? 우린 요괴 사냥대거든? 그러니 당연히 잡으러 온 거지.”

“우리 말을 할 줄 안다고? 어디서 배운 거지?”

“그런 건 사업상 비밀이야. 아리랑! 저놈 상대해봐. 수준을 좀 봐야겠다.”

아리랑이 번개처럼 포리사를 향해 뛰어들었고, 태월은 느긋하게 포란에게 걸어갔다.

루루와 싸움을 붙일 마음도 있었지만, 원거리 공격이 주특기인 루루에겐 제약이 많은 곳이다.

“쯔, 혀를 잘라 버리려 했는데 아깝군.”

루루의 불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다른 일행이 있음을 감지한 포란이 혀를 빠르게 회수한 것이다.

태월은 손에 든 언월도를 빙빙 돌리고 있었다.

“네깟 인간 종족 따위야!”

포란의 손톱이 길어지며 칼날처럼 변했다.

그리고는 태월을 향해 휘두르는데, 반달 모양의 빛무리가 그곳에서 튀어나온다.

‘헛, 기운을 만들어 쏘아대네. 나도 시도했었지만, 방법을 몰라 구현하지 못했는데. 대단하네. 포리사보다 윗급 같은데?’

태월은 몸을 뒤집으며 간신히 피해냈다.

그러나 휘어지며 들어오는 반월이 태월의 등판을 스치며 지나갔다.

‘큭! 가볍지 않은데?’

언월도로 정면으로 부딪쳐보려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것이다.

언월도가 부러진다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포란이라는 3급신의 공격이 심상치 않자, 아샤와 아진이 채찍으로 좌우에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태월도 합세하여 그녀들에게 몰릴 공격을 분산시켰다.

정면과 좌우측에서 동시 공격이 들어오자, 포란도 정신이 없었다.

정면에 있는 태월에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날카롭게 날아오는 채찍에 정신이 없는 3급신 포란이다.

“비겁하게 셋이서 덤비냐?”

“응! 빨리 끝내야 하거든! 나도 좀 아프다.”

태월 혼자선 오래 걸렸을 상대였고, 지진 않더라도 더 큰 부상까지 염두에 둬야 할 상대였다.

얼핏 본 아리랑의 상황에서 포리사보다 포란이 더 강하다는 걸 실감 중이다.

반월의 강기 공격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했고, 그 틈에 아진의 채찍이 포란의 왼 손목을 묶어버렸다.

그걸 풀어내려고 오른손을 움직이려는데, 아샤의 채찍이 날아와 그 손마저 휘어 감는다.

양손이 일시적으로 봉쇄당하자 태월에게 몸이 노출되어버렸다.

언월도가 날아들어 목을 향해 휘어지자, 다급한 포란이 머리에 난 뿔에 기운을 모았다.

하급신의 기운이 모인 뿔과 영혼 에너지가 집약된 언월도가 부딪치며 폭발음을 발생시켰다.

연달아 세 번의 칼질과 세 번의 폭음이 일어났다.

-쾅! 쾅! 쾅!

언월도가 부서졌고 포란의 뿔도 부러져 버렸다.

태월의 오른손에선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아샤와 아진이 양쪽에서 포란의 손목을 잡아 묶어 줄다리기 중인 상태다.

그 상태서 뿔이 부러진 충격에 휘청이는 포란을 향해 태월의 왼손이 움직였다.

-슈악! 끄윽! 꿀꺽!

하급신 격인 문신의 도깨비가 동급인 포란을 집어삼켰다.

“캬아악! 안 돼!”

폭음소리에 잠시 고개 돌렸던 포리사는 비명과 같은 괴음을 냈다.

한눈판 대가로 포리사의 옆구리는 아리랑에게 처박혔다.

그의 몸이 허공을 날아오를 때, 채찍들이 날아올라 그의 목을 휘감아 조였다.

쓰러지며 채찍을 벗어내려 힘쓰던 그에게 태월의 왼손이 번개같이 움직였다.

-슈악! 컥! 꿀꺽!

포리사마저 문신이 삼키고 나자, 태월의 몸이 휘청거렸다.

“오빠! 괜찮아?”

아진이 재빠르게 쓰러지는 태월의 몸을 감싸 안았고, 아샤가 태월을 급히 부른다.

“괜, 괜찮아. 포란이 생각보단 강했어. 난 조금 쉬면 될 거야.”

“부상부터 치료해!”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아리랑의 등에 매달아둔 공간 배낭에서 구급약품 상자와 담요를 출고시켰다.

아진과 아샤는 바닥에 담요를 깔았고, 태월을 그곳에 앉게 했다.

손의 파편들부터 제거한 후 소독에 이어 연고를 발랐다.

그리고 태월의 방어구를 벗기고 소독을 한 후 등의 상처를 꿰맸다.

태월의 몸 복구 능력으로 보면 시간이 걸릴 뿐 어차피 나을 상처들이다.

“휴, 다행히 내부엔 심각한 이상이 없어.”

“그런데 그 반월 공격이 신의 유물인 갑옷을 가를 정도가 되다니?”

“어? 그럼 훼손된 거야?”

“아니요. 원형복구가 되려는 모양새예요.”

갑옷의 갈라진 등 쪽 부위가 조금씩 색이 변하며 어떤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태월을 측면으로 눕힌 후 쉬게 한 아샤와 아진은 몸을 일으켰다.

건물 외형은 다 타고 내부는 온통 그을음으로 남은 3급신의 저택이었다.

“오빠, 일단 몸이 불편할 테니 움직이진 마세요. 밖에 몰려오는 요괴들은 우리가 충분히 대처할 수 있어요.”

“그래, 루루가 있으니 건물 자체로는 못 들어올 거야.”

아리랑을 선두로 아진과 아샤가 건물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전투를 벌이는 사이 태월의 문신이 무언가를 토해냈다.

-우웩! 툭! 채채챙!

작은 책자 하나와 열 개의 매미 날개 같은 칼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 이게 뭐지?”

문신의 배려인지 태월이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집어볼 수 있는 위치였다.

책자를 들어 글을 살폈는데, 요괴의 언어로 작성된 서책이었다.

글의 서문을 읽던 태월의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하하, 득템이군. 포란의 손톱이 아니라 기물이었어. 거기다 겹칠수록 더 강해진다니, 굉장하겠군. 그리고 더 중요한 게 이거네. 강기를 날릴 수 있는 기술! 이걸 뭐라 불러야 할까? 탄강? 음, 탄알처럼 쏘아 보낼 수 있으니. 그래, 탄강이라 해석하는 게 맞겠어.”

탄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술이, 후반부에 적혀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상급신의 전투 기술이라니, 포란이 강했던 이유가 이거였군.’

포란이 어디서 획득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세상으로 넘어와서 얻은 최고의 무력 기술이었다.

그 책자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던 태월은 일행의 돌아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비로소 몸을 일으켰다.

“어? 내가 이렇게 회복이 빨랐나?”

“오빠! 일어났어?”

일행의 겉모습은 여기저기 혈액과 분비물이 튀어 진흙 바닥을 뒹굴다 온 느낌이 났다.

“어떻게 되었어?”

“뭐,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결국 다 쓰러트렸어.”

“오래 걸렸다고? 조금 전에 나갔잖아?”

“어? 우리 지금 두 시간에 걸친 전투를 하고 온 건데? 그게 적어?”

“헙!”

두 시간씩이나 지났으니 태월의 몸 상태가 거동이 가능할 정도가 된 거다.

괜히 미안해진 태월이,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다 눈을 반짝였다.

“오빠! 괜찮으면 지금이라도 영혼 에너지를 회수해! 그냥 두면 아깝잖아?”

“그, 그래. 하나라도 더 모아야지.”

태월이 밖을 나와서 가까이서 살펴보니, 제대로 형체가 남은 요괴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죽기 전인지 죽은 후인지 모르지만, 겉이 타버린 것들이 너무 많았다.

루루의 개입으로 이런 상황이 온 것이다.

이젠 돈에 욕심이 그리 없기에 주변에 퍼져있는 영혼 에너지 흡수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아리랑이 웬일인지 태월의 뒤를 따르며 시신에서 귀와 뿔을 모으고 있었다.

루루도 눈치 보며 간간이 거들고 있다.

“너희 지금 뭐 하는 거야?”

“돈 모으고 있는데요?”

“어? 그게 왜 너희에게 필요한데?”

“2세를 낳고 나면 이곳에 남아야 할 애도 있을 테니, 그 애를 위한 양육비라고 할까?”

“헐, 무슨 황당한 소리야? 황실에서 알아서 하겠지. 설마 굶기겠냐?”

“그래도 의미는 다르잖아요?”

아리랑이 임신해서 그런지 이상한 쪽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루루가 아리랑을 돕는 이유는 아리랑에게 핀잔을 들어서다.

돈이 될 걸 많이 태웠으니, 미안해서 저렇게 돕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모았는데?”

“중급요괴의 뿔 11개, 하급 요괴 귀 1,550개 최하급 요괴는 아예 안 잘랐어요.”

하급 요괴 같은 경우는, 거의 3천 마리 정도 잡았기에 절반이 타도 그만큼 건진 것이다.

“210골드? 음 적지 않은 금액이긴 하네.”

한국 돈과 비교한다는 게 애매하지만, 그래도 21억이니 적은 게 아닌 건 맞다.

이곳의 골드는 거의 순금에 가까운, 손바닥 절반 크기의 금화다.

말 그대로 골드가 1천만 원어치 금이다.

금속도 귀한 곳이라, 태월은 바닥에 나뒹구는 요괴들 무기를 전부 회수해서 공간 배낭에 넣어버렸다.

이 중에는 철제 무기도 있지만, 합금 무기도 상당해서 가치가 높았다.

일부 갑옷만 회수하고, 나머진 전부 가죽에 철편을 댄 형태들이라 불 공격에 가치를 많이 상실해 입고는 하지 않았다.

“오빠? 이 중에 오빠 무기 될 만한 거 고르지? 언월도 대용으로 쓸 만한 것도 있던데.”

“언월도 전체가 파괴된 건 아니잖아. 몸체는 말짱해. 그리고 칼날 부분은 아주 좋은 게 생겼어.”

“어? 벌써 주운 거야?”

“하하, 그 포란이 쓰던 손톱 칼날이 본인 게 아니었어. 상급신의 무기였던 거야. 그리고 그 기술서도 얻었지. 굉장한 무력이 될 거야.”

“우와, 중급도 아닌 하급신 주제에 상급신의 기술을 썼다니, 뭔가 있나 보네.”

“격이 부족해서 제대로 쓰지 못했을 수 있어. 그 탄강이란 기술에 나도 제때 못 피하고 상처를 입었잖아.”

“그 반월을 날리던 그걸 탄강이라 불러요?”

태월과 아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진이 끼어들었다.

“의미가 그렇기에 내가 그 이름으로 정했어. 더 좋은 이름 있어?”

“음, 오빠 이름이 태월이니 그걸 탄월로 부르면 어떨까? 달을 쏘아 날리는 거잖아!”

“어머, 그게 더 어울린다. 아진 언니가 뭘 좀 아네! 큰 달이 반달을 막 날리는 거지!”

앞으로 태월의 대표 무력이 될 탄월이, 이곳에서 생겨났다.

“이제, 포리사의 비밀금고를 털러 가볼까?”

태월이 일행과 함께 저택으로 다시 들어갔다.

이곳을 나오기 전에 본, 그을린 벽 쪽 일부가 미묘하게 이질적이라 느꼈던 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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