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09화 (209/250)

209화. 납치된 그녀들

태월은 일행을 데리고 그곳으로 조용히 이동했다.

‘흠, 웬 사람들이지? 모험가 복장인데?’

그들은 총 6명이었는데, 남자 넷에 여자 둘이었다.

“여기 조사하던 학자 중 하나가 내 삼촌인 건 다들 알잖아?”

“알지!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있는 거 아냐?”

“분명히 숨겨진 공간이 있을 거라 했어. 첫 발견자 하나가 사라졌었다 했잖아. 더구나 공간의 신이 만든 장소야. 그러니 그게 가능할 수 있단 소리잖아?”

“그 소린 그만하고! 그래서 어떻게 찾을 건데? 벌써 우리가 들어온 지 반나절이야! 계속 빙빙 도는 느낌만 들고 진척이 없잖아.”

“횃불 잘 비추면서 찾아봐! 공간의 신을 의미하는 어떤 문양이 있을 가능성이 커!”

남자의 말에 여자 하나가 성질을 내고 있었다.

‘허, 꽤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있네? 그런데 어쩌냐? 설혹 발견한다 해도 이미 텅 비었는데. 괜히 미안해지는군.’

태월은 인기척을 내려다가 그만두었다.

괜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 거다.

태월의 생각이 전해지자 일행도 찬성했다.

그리고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인기척을 죽여 동굴을 빠져나왔다.

태월은 주변의 산맥에서 쉬고 있던 루루에게 연락을 하여 내려오게 했다.

태월 일행은 청풍을 소환하여 등에 타고 하늘을 날았다.

“호호, 이번 보물 탐험도 대성공이야!”

“흠, 괜히 칼리타 아들에게 미안해지는데?”

“결과로 보면 그렇긴 하네. 에이 어차피 그 사람은 평생 찾을 수 없었을 거야.”

“그래도 찜찜해. 아, 그렇게 하면 되겠네. 여기 신전을 찾아낸 후 그 산맥을 국가로부터 매입했잖아. 그걸 내가 다시 사면 되겠네. 프리미엄도 덧붙여서 말이야.”

결국 태월은 쓸데없는 땅을 소유하게 되었다.

칼리타의 아들에게 3만 골드나 퍼주었다.

그 덕에 칼리타는 반년간 고생하면 될 15,000골드의 빚만 남게 되었다.

나름 양심을 지킨 태월이다.

태월 일행의 법술 아카데미 입학은 꽤 소문이 났다.

단순하게만 봐도 세습 백작이면 굉장히 바쁜 몸인데 한가하게 아카데미를 다녀서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백작의 아내인 두 미녀에 대한 소문이다.

실제로 그 둘을 보게 된 남자들은 대놓고 나서진 못하고 몰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특급 사냥대 대장인 백작을 상대로 도발했다간, 결투로 인해 삶을 마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엇입니까?”

“공간의 신이란 자가 남긴 책자야. 내 팔에 있는 팔찌에 관해 적은 걸로 보여. 고문서 해독 전문가를 알아봐 줄 수 있나?”

“그건 제가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제 식객 중에 최고의 고문서학자가 있거든요. 그리고 제가 이걸 해야 문제가 없을 겁니다. 다음 대 황제가 될 나에게서 욕심을 부리진 못할 테니까요.”

신화급 유물에 관련된 책자이기에 1황자가 덮어쓰려는 것이다.

“그럼, 해독이 끝나면 나에게 전해줘.”

“네, 알겠습니다. 다른 분부는 없으신지요?”

“응, 별다른 건 없어.”

“동생은 만나보셨습니까?”

“아, 황녀를 보긴 했어. 가볍게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지만.”

“네, 제가 부담 주지 말라고 일러두긴 했습니다.”

“바쁠 테니 난 이만 가도록 하지.”

“네, 마스터!”

1황자와 개인적으로 따로 만난 상황이기에 서로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태월은 책자를 넘기고 1황자의 안가에서 나왔다.

황궁은 분위기는 1황자가 개과천선 혹은 뒤늦게 철이 들었다는 소문이 나 있었다.

황제도 자신의 큰아들이 제정신을 차린 듯하자, 조금 더 지켜본 후에 황태자로 책봉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급해진 것은 2황자였다.

“코리아 백작이 형님을 만났다 이거지?”

“네, 그렇습니다. 크로우에서 안가를 감시하던 차에 우연히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변경백에 아카데미 학생이라니, 참 이상한 놈이야. 인제 와서 법술을 배워 어디다 써먹겠단 거야? 그런데 그 여자들은 빈틈이 없더냐?”

“에구, 황자님 유부녀는 신경 끄십시오. 황자비께서 아시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아주 중요한 시기에 분란이 될 소지는 남기지 마시길 바랍니다.”

“누가 그걸 몰라? 밤마다 생각이 나서 그래. 아유 미치겠네. 이거 혹시 상사병 아닐까?”

“그, 글쎄요.”

2황자의 심복인 쿠카이가 보기에도 얼굴이 누렇게 뜬 것이 심력 소모가 많아 보였다.

그렇다고 그걸 인정했다가는 자신의 고생길이 훤하다.

‘이 자식은 내 심복이란 놈이 나보단 내 처의 눈치를 더 본단 말이야. 이놈 혹시 이중 첩자 아니야?’

자기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는 심복을 원망하다 보니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크로우 애들을 직접 만나야겠어.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딨다고 그래. 후후 그년들을 안을 수 있을 거야. 그 정도는 되어야 황제의 아내감이 되지 않겠어? 변방의 백작 아내보단 그걸 더 원할 거야. 여자란 게 다 허영 덩어리잖아?’

2황자는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를 정도로 영악한 면이 있었으나, 아샤와 아진을 보고 나서는 많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태월 일행의 아카데미 생활은, 집과 도서관 그리고 학교 수업과 개인과외 수업까지 빡빡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영지에서 올라오는 보고 자료도 살펴야 했기에 태월은 더욱 바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겨울 방학이 찾아왔다.

태월 일행은 이틀 후 영지로 내려갈 생각이라, 그동안은 수도 몽탁에서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제 이대로 반년만 지나면 조기 졸업이 가능할 정도로 학업에 매진한 그녀들이다.

태월이 1황자를 만나러 간 사이에, 아샤와 아진은 시내 관광 겸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흐흐, 2황자가 보너스를 두둑이 준비해야겠군. 은밀하게 우리 팀을 가동하도록 해.”

“네, 팀장님!”

크로우에는 4개의 팀이 있었고, 그중 2팀장이 2황자를 만났었다.

2팀의 총인원은 24명이었고, 외부에 나가 있는 인원을 빼고 나면 동원 가능한 인원이 절반은 되었다.

몽탁의 거리를 그런 12명이 돌아가며 은밀히 움직이게 되었다.

“호호, 여기 유랑극단이란 곳도 꽤 재미있네. 지루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연극과 노래 그리고 묘기를 본 건 좋은데, 여배우들이 너무 적나라한 거 아니야? 고급스럽지 않아.”

“그렇긴 해. 그런데 저들의 수입 중 절반이 저렇게 얻는다고 하던데? 귀족과의 하룻밤 봉사료가 꽤 짭짤한가 봐. 우리도 오늘 하루는 오빠랑 저렇게 놀아볼까?”

음탕한 연극을 본 기분이 든 아진이지만 아샤의 말에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아진의 반응에, 아샤는 기분이 좋은지 그녀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출출한데 뭐라도 좀 먹어야겠어.”

“언니, 아까 오던 길에 있던 그 집으로 가보자. 분위기가 꽤 좋아 보이던데.”

“뭐, 나쁘진 않아 보였어.”

아샤와 아진은 5분 거리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그녀들이 그곳에 도착하고 나서 음식을 주문했고, 30분이 지나서야 요리가 나왔다.

“어? 좀 전에 있던 점원은 어디 간 건가요?”

“아, 별채에 VIP 손님이 오셔서 그곳 접대를 맡았습니다.”

“흠, 향이 좋네요.”

“맛있게 드셨으면 합니다.”

“일단 먹어보고 말해드리죠.”

아샤와 아진이 수프를 곁들인 고기 훈제 요리를 먹는 동안, 그 점원은 멀리 떨어져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아샤는 그 상황을 알긴 했지만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들의 외모 때문에 그런 상황은 자주 접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과 같은 부류라고만 생각했다.

‘아, 어젯밤을 설쳐서 그런 건가? 꽤 졸리네. 방학이 시작되어 긴장이 풀어진 탓이려나. 에이 아진 언니도 있으니 잠시 졸아야겠다.’

그런데 그 생각은 아진 또한 하고 있었다.

그녀도 졸렸기에 눈을 끔뻑거리다가 아샤만 믿고 잠이 들었다.

‘으흐흐, 요괴들도 잠이 드는 그런 약에 여자 둘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래도 꽤 버텼네? 보통은 1분 만에 다 잠드는데.’

아샤와 아진이 먹은 것이 독이었다면, 몸 스스로 해독 작용이 일어났을 것이다.

몇 번에 걸친 몸의 정화와 탈태는 그녀들에게 그런 효능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지금 음식에 섞인 성분은 단순한 강력 수면제였을 뿐이다.

‘크, 진짜 이쁘긴 이쁘네. 그런데 한 명만 해도 성공인데 두 명이라니? 이거 보너스가 두 배 이상은 되겠지?’

새로운 사내 셋이 나타나더니 그 점원과 힘을 합쳐 여자들을 뒷문으로 빼돌렸다.

그들이 떠난 곳의 VIP룸엔 주인과 점원 그리고 주방장까지 전부 쓰러져 있었다.

태월은 1황자에게 유물인 팔찌의 해석본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좀 전부터 아진과의 텔레파시가 되지 않았다.

아샤에게도 해봤는데, 그녀가 소생한 영혼이 아니지만 텔레파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아진과의 영혼 공유 이후부터 가능해졌었다.

그런데 역시나 아샤에게도 연락이 없다.

‘대체 무슨 일이지?’

불안감이 든 태월은 1황자에게 요청을 했고, 마지막 연락 장소였던 유랑극단에서부터 탐문을 시작했다.

워낙 몸매가 눈에 띄는 둘인지라 들어간 식당까지 알아냈다.

“헉, 여기 VIP룸에 셋이 죽어 있습니다.”

“어떤 놈들이지? 살인에 납치까지?”

1황자가 보낸 수도 경비대장은 처음에 단순하게 코리아 백작이 오버한다고 여겼었다.

대낮에 번화가에서의 납치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사건을 추적하다가 이곳에 와서야 심각성을 깨달았다.

1황자가 특별히 주지하는 변경백인 코리아 백작이다.

그의 아내 둘이 대낮에 납치된 건 운 탓으로 돌릴 수 없게 되었다.

“잠깐, 자리를 비워주세요.”

“네? 사건 현장은 저희가 맡게 되는 게 원칙인데요?”

“뭐! 원칙? 지금 그따위 원칙을 내 앞에서 내세우는 거요? 내 아내들이 위험해졌어!”

코리아 백작의 불타는 눈동자를 대면하게 된 경비대장은 온몸이 불에 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의 요구대로 병사를 뒤로 물리고 자신도 룸에서 빠져나왔다.

‘특급 사냥대장이니 어쩌면 우리보다 추적이나 단서 포착이 뛰어날 수도 있겠네. 에구, 대체 어떤 놈들이야? 잡히면 평생 불구로 만들어 버리겠어!’

태월은 죽은 자들의 영혼을 이용하려는 생각이다.

그 시각 아샤와 아진을 납치한 자들은 수도의 외곽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넷 중의 한 명은 어디론가 가버렸고 마차엔 셋만 타고 있었다.

“와, 이 여자들 미모도 대단하지만, 속살이 엄청나!”

“야! 최상품에 손을 댔다간 제명에 살지 못할 텐데? 간덩이가 부었냐? 무려 황제 후보가 지시한 일이야! 너만 죽게 될 거 같아?”

“아, 그게…. 이거 보라고 나도 그냥 있으려 했는데, 보는 거 정도는 괜찮잖아? 표도 안 나니. 그런데 봐봐! 속옷을 둘 다 안 입었어!”

“커헙! 백작 부인들이라며?”

“너도 동하지? 드레스만 위로 걷은 상태로 목적지까지만 가면 되잖아! 너도 옆으로 와서 앉아! 살짝 만져보는 거야 괜찮잖아.”

마부 역할을 하는 이는 안에서 내는 소리는 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부가 알지 못하는 상황이 공중에서 벌어지고 있었는데, 루루가 마차를 뒤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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