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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08화 (208/250)

208화. 숨겨진 공간 너머

잠시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일행을 돌아봤다.

“글쎄, 정상적으론 찾지 못할지도. 마지막으로 신격으로 올라선 문신을 이용해 시험해야겠어. 그냥 가버리면 두고두고 미련이 남을 것 같아. 숨겨진 공간이 있다면 그곳에 머무는 영혼이 있을 수 있어.”

“어떻게 하려고요?”

“내가 가진 최고의 무기!”

“아! 영혼 찾는 영혼 에너지!”

아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태월이다.

꽤 모인 영혼 에너지를 문신에게서 가져와 동굴 전체를 돌며 뿌려댔다.

40분 정도를 돌았을 때 미약한 에너지 반응이 잡혔다.

“차, 찾았다. 영혼의 흔적이 다른 공간에서 잡혔어!”

꽤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기에 태월도 벅찬 상황이었다.

다행히 소진하기 전에 발견했기에 태월은 환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벽을 더듬은 태월은 그곳에서 음각으로 새겨진 한 글자를 눌렀다.

횃불을 들고 다닌지라 동굴 벽이 보이긴 했지만, 이곳은 눈에 띄지 않는 위치이기에 발견할 수 없는 곳이다.

숨겨진 문을 연 것도 아닌데, 태월의 몸이 갑자기 사라진다.

“어? 오빠! 어디야?”

‘어? 갑자기 새로운 공간으로 내가 이동되었어.’

‘어떻게 들어간 건데?’

‘내가 더듬던 곳을 살펴봐. 거기에 암호 같은 글자 하나가 새겨져 있어. 그걸 누르면 이렇게 이동되는 것 같아.’

‘응, 아진 언니랑 들어갈게.’

아샤는 아진의 손을 잡고 태월이 알려준 방법을 시도해봤다.

당연히 아리랑은 품에 안겨있다.

“우와! 우리도 들어왔어!”

“하하, 바로 되나 보네. 다행이야.”

“여기에 귀신이 있나?”

“저쪽 너머로 흔적이 이어져 있어. 따라와.”

태월은 일행을 데리고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스무 걸음 정도 걸었을 때, 태월이 발을 멈추었다.

“어이! 거기 숨은 거, 다 알거든? 나와 봐.”

“...”

“참나, 믿지를 않네. 서로 힘 빼지 말자고!”

“정말 날 볼 수 있다고?”

귀신 하나가 고개를 내밀더니 몸을 완전히 드러냈다.

모험가 복장을 한 귀신이었는데,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너 혹시 이름이 쿠비르?”

태월이 칼리타의 아들이 말한 그자가 아닌가 싶어서 이름을 말해본다.

“헛, 내 이름을 어찌 알지?”

“칼리타의 아들이 알려주던데? 네가 갑자기 실종되었다고.”

“실종이라니? 난 내 발로 여길 온 거야.”

“스스로 온 건데 왜 죽었지?”

“함정을 피했는데 그게 이중이었어. 너무 흥분해서 망친 거지.”

“지금도 그게 작동되나?”

“아니 내가 죽을 때 그것도 소진됐어. 이젠 안전해. 요 앞으로 쭉 가면 히든 신전의 입구가 나와! 너희는 행운을 거머쥔 거야! 빨리 서두르라고!”

쿠비르가 태월 일행을 종용하자 피식하고 웃어주는 태월이다.

“그런데 여긴 어떤 신전이지? 무엇이 있길래 몰래 이곳에 온 거야?”

“죽어가는 어떤 사내를 구해줬는데 지도를 주더군. 여긴 최상위 신인, 공간의 신 하라하라의 신전이지. 그의 유물은 공간에 관계된 것이야. 어때? 확 느껴지지?”

“신들은 거의 공간 가방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그들이 가진 것과 뭐가 다르지?”

“훗, 신들이라고 공간 확장 가방을 다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공간의 신에게 그만한 대가를 건네고 소유하게 된 거야. 신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군. 그리고 제일 좋은 것들은 당연히 주지 않지. 다른 신들이 가진 공간 가방과는 비교되지 않는단 뜻이야. 그리고 아주 특별한 것이 있다고 전해져. 나도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그런데 정말 죽어가는 사람을 구했나?”

“하하, 글쎄. 그게 갑자기 왜 궁금한데?”

“죽어서도 정신을 못 차렸군.”

왼팔을 쭉 내밀자 도깨비가 쿠비르의 영혼을 향해 쏘아 져갔다.

-슈악! 헉! 크악!

“오빠? 왜 갑자기?”

“지금부터 조심해. 숨겨진 함정이 있을 거야.”

“아, 그럼 저 귀신이 거짓을 말한 거네?”

“자기가 죽은 이유는 진실이겠지. 단지 함정이 없다는 건 거짓인 거고. 아마 우리도 죽기를 바란 것 같아.”

태월은 쿠비르의 영혼 색이 진한 회색빛인 걸 보고 가차 없이 삼켜버린 것이다.

태월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일행은 태월이 보관해둔 여우 요괴에게서 빼앗은 유물 갑옷을 걸쳤다.

태월은 기감을 확장하고 기운을 뿌리면서 위장된 벽과 바닥을 확인해갔다.

-덜컹! 슉! 픽픽! 탱탱!

함정이 하나가 아니라 몇 가지 더 있었다.

피한 곳도 있었지만, 화살이 날아와 갑옷과 부딪치기도 했다.

신이 남긴 유물이라서인지 화살 공격 따위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쿠비르가 여길 몸으로 통과하지 않아서 자신도 몰랐군. 내가 밟은 바닥만 밟도록 해.”

그 후에도 세 번의 함정이 있었지만, 태월 일행에게 상처를 입힐 만한 상황은 생기지 않았다.

“여기가 공간의 신전이라 이거지? 하나의 마을 같은데?”

태월의 말대로 신전은 마을을 하나 옮겨 놓은 듯한 특이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영혼의 흔적은 없었다.

유골들은 발견되었으나, 혼백이 남아 있진 않았다.

“공간의 신을 모시던 신도들이었나 보네.”

“오빠! 저기 큰 건물로 가봐요. 거기가 신전처럼 보이네요.”

신전 안에 마을이 생성되어 있고, 그 안에 진짜 신전이 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땅속에 마을이 존재한다는 게 이상하네. 저기 하늘도 있잖아? 살아있는 동물이 하나도 없지만 말이야.”

“땅속인 것에 비해 공기는 맑은 것 같아요. 호흡하는 데도 전혀 이상이 없네요.”

“계곡이 무너지고 갇히면서 살아있는 것들을 식량으로 삼았나 보네. 사람들이 죽은 후에도 씨앗으로 남는 것들만 이렇게 살아있어.”

태월은 땅에 있는 흙냄새를 맡으면서 길게 자란 풀 하나를 뽑았다.

나무들과 풀벌레도 존재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는데, 강물 속에서 반투명한 물고기들이 몰려다니고 있었다.

“이것들도 소량의 알에 의해 지금껏 번식해서 늘어난 거겠지?”

“물고기들이 아름다워요. 지구에서 보던 종류는 아니라 신기하네요.”

아샤와 아진은 다리 위에서 물고기 떼를 한참이나 구경했다.

그 후 일행은 다리를 건너 신전으로 추측되는 건물로 들어갔다.

20m는 되어 보이는 높이의, 돌로 쌓아 만든 성곽 같은 건물이다.

내부의 원형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최상층에 재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 석상이 공간의 신인가? 인간과 요괴를 섞은 듯한 분위기군. 혼혈인가?”

외형은 분명 사람이 맞으나 꼬리가 달려있었다.

석상 앞의 재단까지 다가간 태월은, 그 위에 놓인 함을 열었다.

본능의 경고가 울리지 않기에 위험 요소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이한 문양이 새겨진 5cm 폭의 팔찌 하나가 놓여있었다.

“설마 이게 공간 가방 역할인가?”

그리고 그 바닥에는 처음 보는 글자로 된 작은 책자가 하나 있다.

“이 책에 이 물건의 설명이 있겠군.”

책을 살피던 태월은, 그곳에 남아 있던 팔찌 그림을 보고 그렇게 유추한 것이다.

여성이 차기엔 어울리지 않아 보여서 태월은 자신의 오른 손목에 그것을 찼다.

그 외엔 별다른 것이 없기에, 신전의 다른 방들을 조사하고 다녔다.

“어머, 다른 방들은 별것 없던데, 여기가 보물창고인가 봐.”

“호호, 대박이야!”

태월은 보물보단 그 너머로 보이는, 투명 유리함에 담긴 회색빛과 분홍빛 가방 두 개에 관심을 보였다.

“저게 바로 신화급 가방인가 보네?”

“마차 20대는 거뜬히 들어간다는 그 가방?”

“공간의 신이 만든 게 그것일 테니 말이야. 아, 아니지! 쿠비르가 말한 게 사실이라면 그 공간보다 더 클 거 같아.”

유리함을 열고, 특별한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듯한 두 가방을 꺼냈다.

크기는 가로세로 45cm 정도로, 숄더백 같은 형태다.

가방에도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태월이 차고 있는 팔찌에 있던 것과 유사하다.

“이 가방들은 아샤와 아진이 하나씩 가지면 되겠어. 주인 인식 기능이 있다고 하니 이 열쇠 구멍처럼 생긴 곳에 피를 떨어뜨려 봐.”

“그 정도로 공간이 크다면 오빠가 가지면 되잖아요? 지금 있는 배낭을 차라리 우리가 쓰면 될 건데.”

“모양 자체도 꼭 여성용 같이 생겼잖아. 그리고 난 이 팔찌가 더 특별할 거 같아. 어서 해봐. 너무 오래 여기 있어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아.”

태월이 마음을 이미 굳힌 듯하여, 아샤와 아진은 더는 고집 피울 수 없었다.

에도르에게 들었던 기억이 났기에 가방에 난 구멍에 피를 떨어뜨릴 생각을 한 것이다.

취향에 따라 아샤는 분홍빛을 택했고, 아진은 무난한 회색빛을 원했다.

둘이 그 열쇠 구멍 같은 곳에 바늘로 피를 한 방울 내어 떨어뜨린다.

그리고 순간 빛이 뿜어져 나오다가 사라졌단 사라졌다.

“오빠? 이제 된 거 같아. 머릿속으로 연상하면 된다고 했지?”

“응, 공간 가방은 다 그렇잖아.”

“호호, 그럼 내가 다 담을게.”

아샤는 앞으로 나서서, 마차 5개 분량은 될 거 같은 보물 더미를 가방 속에 입고시켜버렸다.

처음엔 실패했으나 몇 번 반복하자 실수 없이 입고시켰다.

그 후 남은 방들도 들어가 봤지만 별다른 건 없었다.

다만 서재 한 곳을 찾아내어 그곳의 책을 아진이 전부 담았다는 게 다를 뿐이다.

“아, 아쉽네. 언제 또 여길 올 수 있을까?”

“이런 경치야 이곳 세상에선 드문 게 아니잖아. 아까 그 물고기가 젤 기억에 남을 뿐.”

태월은 두 여자를 데리고 공간 이동되었던 그 지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신전의 입구 밖으로 나왔을 때, 황당한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태월도 그 마을을 뒤돌아봤을 뿐이다.

그런데 마을이 갑자기 통째로 사라지며, 빛으로 변하더니 태월의 팔찌에 들어가 버렸다.

“헉! 이게 뭐야? 설마 마을이 이 안에?”

단순한 공간 가방 형식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것들과 하늘과 땅 그리고 강물까지 그대로 들어간 것이다.

현재로는 재확인이 필요한 일이기에, 태월은 마을이 원래대로 돌아가길 속으로 빌었다.

그러자 팔찌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마을이 있던 텅 빈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공간이 다시 원래의 마을 그대로 재현되었다.

“우와, 공간의 신이 만든 특별한 게 바로 이 팔찌였나 봐요. 공간 전체가 살아서 담기다니 너무 놀랍네요.”

아진의 품에 졸고 있던 고양이 모습의 아리랑도 이번엔 놀랐는지, 눈이 커져 있었다.

“엄청난 물건이군. 최상위 신이라더니 그럴 만하네.”

“실제 마을들도 여기에 추가로 들어갈까?”

“글쎄, 설마 그 정도가 되려고. 아까 그 책을 해독해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거 같네. 그리고 그건 불가능할 거야. 창조신이 있다면 그걸 두고 볼 리가 없잖아?”

태월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럴 거라고 여겨졌다.

신전 입구로 다시 넘어간 태월은 마을을 다시 팔찌 속으로 회수했다.

“어차피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야. 다른 곳에서 번영하는 게 더 나을 거야.”

나름 정당성을 부여하고 태월은 공간 이동되었던 곳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같은 문양이 새겨진 곳이 있었고, 그걸 누르자 태월의 신체와 접촉된 일행 전부가 이동되었다.

그런데 태월의 기감에 사람들이 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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