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화. 신비한 연못
태월의 명을 받은 발타이가 늑대 족을 집합시켰다.
그리고 도마뱀 족으로 인해 늑대 족 병사 하나가 죽었음을 거짓 증거로 만들었다.
이에 격분한 늑대 족은 흩어져있던 도마뱀 족 요괴들을 공격했다.
“죽어! 너희들이 감히 우리 동족을 몰래 살해해?”
“대체 무슨 헛소리들이야?”
“시끄러워! 평소에도 음흉하더니 끝까지 오리발이네. 야, 이거나 처먹어라!”
-쉬익!
“컥! 네, 네놈들이….”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은 죽어 나갔고, 변장한 태월까지 도움으로써 강자들마저 사라졌다.
특히나 도마뱀 족의 2위였던 경비대장의 목을 한칼에 날려버림으로써, 전투 분위기는 극과 극을 달렸다.
외부의 전투는 늑대 족 경비대장 발타이의 심복들이 지휘하고 있었다.
발타이는 태월과 함께 건물 안으로 진입했으며, 곧바로 문을 걸어 잠갔다.
그 뒤의 그림자 속에서 아샤와 아진 그리고 작아진 아리랑과 루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샤와 아진도 변신 팔찌를 이용해 늑대 족 요괴의 얼굴로 변한 상태다.
“컥! 네놈들이 우리를….”
“여기 있어서 모르나 본데? 너희들이 먼저 우릴 공격한 거야. 자 다들 이것들 쓸어버려!”
건물 내부에 있던 도마뱀 족들은 아샤와 아진의 합류로 쓸려나갔다.
30분 정도가 지나자 도마뱀 족은 한 명도 건물 안에 살아있질 않았다.
“너희는 전부 건물 입구에서 대기하도록 해!”
“네! 대장님!”
늑대 족들을 입구로 보낸 후, 발타이는 태월 일행을 데리고 동굴 안 연못으로 다가갔다.
연못은 원형의 형태였는데, 그 지름은 15m가 넘었다.
“이곳입니다. 저기 관이 보이시죠? 지금은 도마뱀 족의 3급신이 들어가 있네요.”
“호오, 연못의 기운이 대단하군. 일단 급한 것부터 해결하자고. 입고!”
-슈우욱!
태월은 연못에 잠겨 있는 관과 밖에 대기해놓은 관까지 배낭 속으로 입고시켰다.
치유를 위해 수면 중인 두 하급 신은, 잠든 상태로 관과 함께 사라졌다.
공간 배낭은 상급 신의 유물이기에 그 안에서 설혹 깨어난다 쳐도, 짧은 시간에 부수고 나올 수준은 되지 못했다.
“아, 기운이 차고 넘치는데? 다들 들어와.”
“저는 입구로 가 있겠습니다. 부하들을 다독여야 하거든요.”
“그래, 발타이! 수고해.”
“네! 마스터!”
“아, 그리고 너도 시간 나는 대로 이곳에서 기운을 흡수해. 얼마나 될진 모르겠지만.”
“네! 명대로 하겠습니다.”
발타이는 영혼이 정화되어서인지, 연못의 기운에 대해 별다른 욕심을 가지지 않았다.
마스터와 그의 일행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보람을 가질 뿐이다.
그렇게 발타이는 연못을 떠나 입구로 가버렸다.
“호호, 이제 이 이상한 얼굴 안 해도 되네.”
“오빠? 우리가 다 흡수할 수 있을까?”
“영혼 에너지는 아니지만, 우리의 신체를 강화하는 것엔 큰 도움이 될 거야. 다들 옷을 벗고 기운을 흡수해.”
“언니! 물의 빛깔들이 너무 환상적이야.”
“정말로 사대 원소가 다 녹아있는 것 같아. 느낌이 다양해. 온천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되네.”
“호호, 우리 또 피부미인이 되는 건가? 연못 물이 색색이 뒤엉겨 있어, 판타스틱해!”
아샤가 옷을 벗으며 아진과 떠들고 있다.
태월은 봉인 구슬 속에 있는 청풍도 꺼내서 합류시켰다.
가부좌를 튼 태월과 아샤 그리고 아진이다.
러시아에 있던 볼코프 늑대 족에게 배웠던 그 호흡법이었다.
아리랑과 루루 그리고 청풍도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기운의 흡수에 들어갔다.
‘음, 두 하급 신은 이곳에서 기운을 어느 정도 흡수했을까? 처음 상태를 모르니 알 수가 없네.’
태월은 다른 일행과 달리 호흡법에 집중하지 못했다.
곧 뱉어질 하급 신의 기운부터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웩! 툭! 툭!
관은 나오지 않고 두 하급 신의 사체만 뱉어졌다.
태월은 재빨리 두 하급 신의 영혼을 문신으로 삼켜버렸다.
-슈아악!
‘음, 굉장한데?’ 반년간 이 연못의 기운을 흡수했다더니, 장난이 아니네.‘
태월의 추측대로 두 하급 신은 거의 중급 신에 가까운 상태였다.
관 안에서 수면 중에 호흡의 곤란을 느껴 관을 부수고 튀어나왔지만, 주변은 암흑이었다.
그러다 자신 혼자가 아니란 걸 깨달았고, 영문도 모른 채 서로를 적으로 여겨 공격했다.
공기도 통하지 않은 곳에서 그러다 보니 오히려 몸속 산소만 낭비되었다.
싸운 지 불과 5분도 안 되어,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숨을 거뒀다.
뇌로 올라가는 산소가 부족했기에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아마 완전한 중급 신으로 바뀌었다면, 둘이 힘을 합쳐 이곳을 탈출할 방법을 모색했을 것이다.
‘흐으읍! 문신이 꿈틀대는군. 이번엔 깨어나려나? 그동안 난 이 연못의 기운이나 흡수해야겠네.’
이제야 태월도 일행들처럼 4대 원소의 기운 흡수에 들어갔다.
천운이 따른 행운에 최대한으로 집중에 들어간 일행들이다.
자신들은 몰랐지만, 무려 12시간 가까이 그곳에서 기운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허물이 벗겨지고 새살이 돋는 상황까지도 진행되었다.
그에 비해 세 동물은 장기와 뼛속까지 변화가 진행되었다.
그동안 발타이가 세 번이나 왔다 갔지만, 그것도 눈치 못 채고 세상을 잊은 그들이다.
4번째로 발타이가 왔을 땐, 연못의 물은 평범한 투명으로 바뀌어있었다.
발타이는 일행만큼의 행운은 누리지 못했지만, 그도 8시간 정도 흡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행도 더는 기운이 안 들어오는 걸 인지했는지, 한둘씩 눈을 뜬다.
“와우, 몸에 단전이 확장되면서 단단해졌어!”
“호호, 다들 성취가 컸나 보네. 나도 몇 배는 더 강해진 것 같아. 으악! 이게 뭐야? 웬 껍질이래?”
“어머, 나도 그러네. 이거 혹시 또 껍질을 벗은 거 같은데?”
뼈가 바뀌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 전부터 완성된 신체였기에 피부만 다시 바뀐 정도에 그친 것이다.
셋과 달리 아리랑과 루루 그리고 청풍은 외형적으로도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체격들도 커지고 빛깔 자체가 눈이 부실 정도로 광채가 나면서 선명해졌다.
“마스터! 이제 나가셔야 합니다. 너무 오래 있어서 동족들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면 부족장인 대장 둘이 돌아옵니다.”
“어? 우리가 얼마나 여기 있었길래 그런 생각을 해? 두세 시간 정도 아닌가?”
“아닙니다. 무려 16시간을 있으셨습니다.”
“헐, 그렇게까지 있었다니 황당하네.”
“어머, 우린 배도 안 고픈데? 언니는?”
“나도 고프진 않아. 아마 4대 원소의 기운이 공복까지도 채워준 건가 봐.”
“옷을 입고 이제 이곳을 빠져나가자!”
태월이 연못에서 나오며 옷부터 걸쳤다.
아샤와 아진도 복장을 갖췄고 루루와 아리랑은 다시 작아졌다.
청풍은 봉인 구슬로 다시 스며들었고.
“이쪽으로 가시면 다른 출구가 나옵니다. 반년 전에 폐쇄하긴 했지만, 바위만 밀어내면 다시 열립니다.”
“앞장서게!”
“네, 마스터!”
태월의 문신은 아직도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두 부족장을 상대할 수야 있으나, 문신의 힘을 빌릴 수 없었다.
동굴 깊숙이 더 들어가니 발타이의 말대로 5m쯤은 되는 바위가 길을 막고 있었다.
아리랑이 본체로 돌아와 힘을 쓰니 어렵지 않게 바위가 뒤로 밀린다.
그리고 그 바위는 10m나 더 민 후에야, 비워진 옆 공간 쪽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오, 빛이 새어 나오는 것 보니, 저기가 출구군! 그런데 발타이는 어쩔 거야?”
“전 이곳에 있겠습니다. 인간종족 진영에 가봐야 제가 할 일이 없잖습니까?”
“그럼 이곳에서 부족장이 되어봐. 그리고 훗날 요괴들의 수장이 되도록 노력하고. 새 삶은 그런 목표를 꿈꾸도록 해!”
“네! 마스터! 최대한 정진하겠습니다.”
발타이가 흡수한 지금의 기운으로도 부족장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여겼다.
발타이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준 태월은 일행과 함께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우와! 루루 대단하네! 이제 우리 다 태워도 끄떡없네?”
“저 이제 힘이 세졌어요. 5명 정도쯤도 거뜬히 태우고 날 수 있어요.”
“헐, 최소한 두세 배는 더 강해졌네.”
루루는 기분이 좋은지 일행들을 태우고 공중에서 느긋하게 날아갔다.
그렇게 태월 일행은 최전선을 거쳐 영주관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5일 후가 되어서야 문신이 깨어났다.
그동안 사냥은 아예 하지 못한 태월이다.
문신이 작동되어야 에너지를 모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제 깨어나나 보네?”
“그동안 오래 잠들었나 보네? 기운이 굉장해. 하급 신을 넘어 거의 중급 신에 육박해졌어. 격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말이야.”
“에이, 그럼 아직도 지구로는 못 넘어간단 소리잖아?”
“그렇긴 하지만 소식을 보낼 수는 있어!”
“헉! 정말이야?”
“에너지 소모는 좀 아깝긴 하지만, 가능은 해! 아카라고 했나? 그 영령에게는 이어질 거야. 같은 영혼의 에너지 주파수잖아. 그래도 자주는 못써! 충전해야 하거든!”
“하하하! 그것만 해도 어디야? 부모님도 걱정이 클 건데. 그리고 정령들도 그렇고.”
“그럼 첫 시작이니 일단 1분만 열어볼게! 의념을 1분간만 전해봐!”
문신에서 영혼 에너지가 태월의 머릿속으로 밀려왔다.
그리고는 구슬 같은 반투명 형체가 머리 위로 솟아오르더니 공중으로 쏘아졌다.
“어 저게 뭐야?”
“일종의 소형 위성이라 생각하면 될 거야. 지금 보낸 의념에 대한 답은 아카가 해 올 거야.”
솟구쳤던 구슬이 10분 후에 내려와 태월의 머릿속으로 사라졌다.
“와! 아카의 답변이 왔어! 몸 건강해서 다행이래. 어? 그런데 이상하네. 우리가 사라진 지 겨우 보름이라는데?”
“어머! 그거 이상하네.”
“흠, 시간의 축이 왜곡된 거군. 뭐 다행 아닌가? 안 그래 마스터?”
문신의 설명에 다행이다 싶은 태월이다.
그 정도면 부모님이 심각한 걱정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 그렇긴 하지. 아카가 현명하게 잘 대처해주고 있었네. 부모님들도 우리가 외지로 여행 떠난 줄 알고 있네. 핸드폰도 잘 안 터지는 곳으로 말이야.”
위성 전화기를 사용한다면 가능하지만, 그거까진 태월의 부모님들도 잘 모르고 있었다.
“또 보낼 수 없어?”
“안 돼! 이 상태로는 열흘에 한 번만 가능해!”
“그거라도 되니 다행이야. 어쨌든 우린 언제쯤 지구로 가게 될까?”
“지금 격으로 보면 중급 신 하나쯤은 흡수해야 할 거 같아. 하급 신으로 따지면 20마리 정도쯤? 흡수율 문제 때문이야.”
“중급 신에 다다랐다며?”
“나도 그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더라고. 그래서 중급 신의 중급은 되어야 안전 확보가 돼! 하급 신 격을 가지게 되니 제대로 계산되더라고!”
“어휴, 하급 신 20마리를 어디서 찾나? 몇 년 걸리는 거 아닐까? 중급 신은 근처에 없는 것 같던데. 요괴 본단으로 가기엔 무리가 있고.”
-똑똑!
“누구야? 들어와!”
“영주님,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손님으로 올 사람이 있었나?”
태월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영접실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