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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02화 (202/250)

202화. 영지로

황제는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구먼! 사냥대의 능력을 인정하여 최전방의 지역을 봉토로 삼지. 새로운 변경백이군. 동북쪽 지역의 가이토 후작이 맡은 곳이면 적당하겠어. 가이토 후작의 직계 후손이 전부 사라져서 임시책임자가 내려가 있잖아? 그곳으로 하지.”

황제의 말에 누구도 뒷말을 붙일 수 없었다.

이미 뱉어버린 결정이며 중립을 지키던 가이토 후작의 빈자리기에, 그리 큰 반발이 생기진 않았다.

황제는 시간을 끌 생각이 없는지, 그 자리에서 작위수여까지 바로 해버렸다.

임명장은 다음 날 받게 되겠지만 말이다.

파격적으로 진행되었고, 태월 또한 정신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일이 끝난 후에야 3황자를 따로 만날 수 있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래야 했습니까? 중앙에 계셔도 되는 일인데요.”

“하하, 우린 사냥대입니다. 봉작이란 추가 사항이 생겼지만, 결국 요괴를 상대하는 일이 더 편합니다. 더 많은 요괴를 효율적으로 맞이하고자, 봉작도 응한 겁니다.”

“아, 아니 그렇다고 해도요.”

“혹시 1황자 쪽 때문에 신경 쓰는 것이죠? 3황자님은 황제가 되고 싶으십니까?”

“아닙니다. 배다른 형제가 황제가 된다면, 전 오래 살지 못합니다. 살기 위해 세력을 키우려 한 것이고요.”

태월은 3황자 호타이를 잠시 응시하더니 그에게 진실을 조금 바꿔 전했다.

“오늘 1황자의 발언으로 제가 백작이 되었습니다. 좀 이상하지요?”

“그 때문에 결국 변방으로 내몰린 거잖습니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저희가 당한 겁니다.”

“하하, 그게 그렇지 않아요. 1황자와는 이미 대화가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헛,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오래된 요괴의 장난이 있었습니다. 1황자의 어린 시절 즈음에 뇌 속에 요괴가 못된 짓을 해놨더군요. 그래서 그걸 정상으로 돌려놨습니다. 제 부인 중 하나가 그걸 파악하고 복원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아, 진짜입니까? 좀 황당하네요.”

“그걸 고쳐줬더니 타인을 오해하고 미워하는 못된 습성이 사라졌습니다. 거기에다 신성한 기운까지 전했습니다. 그동안 저지른 일에 대해 깊은 반성의 시간을 가졌었고요.”

“아, 그래서 1황자 쪽이 며칠 조용했었군요. 그쪽에서 일하는 하녀 하나가, 1황자가 좀 이상해졌다는 이야길 전하긴 했습니다. 성격이 확 바뀌었다고요.”

“이 내용은 3황자님만 알고 계세요. 그리고 앞으론 3황자를 괴롭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아마 황제가 된다면 성군이 될 것입니다.”

태월의 말을 믿기엔 너무 충격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저렇게 장담까지 하니, 최악의 일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품어 보는 호타이다.

결국 태월은 그 의심마저 거둬주고자 다음 날 1황자를 3황자의 거처로 오게 했다.

“허, 형님이 여긴 어인 일로?”

“과거의 일은 진심으로 내가 사과하지. 내가 못된 병에 걸렸었어. 믿어주길 바라네.”

“진짜 어리둥절하네요. 진심이라면 정말 좋겠습니다.”

“당장 안 믿겠지만 날 지켜봐 주게. 여기, 라온 백작 앞에서 맹세하겠네. 나 추타이는 동생 호타이를 내 혈육으로 여기고,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을 것을 주신이신 카와의 이름 앞에 맹세하네.”

주신 카와는 이곳 귀족들 대부분이 믿는 신이다.

그래서 그걸 걸고 하는 맹세를 어기면, 신벌을 받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좋, 좋습니다. 믿어보겠습니다.”

“호타이! 고맙네!”

추타이가 호타이를 포옹하며 등을 두드렸다.

“그리고 미안하다. 호타이!”

“정신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니 다행입니다.”

둘이 대화를 나눌 기회를 잠시 따로 준 태월은 일행의 짐을 배낭에 전부 넣었다.

3황자와 함께 입궁하여 귀족 등록원에서 발부해준 작위 증서와 인장 반지를 받아왔다.

“아참, 1황자에게서 풍조 봉인구를 선물로 받았는데, 이거 어떻게 진행하죠?”

“풍조요? 허, 대단한 선물이네요. 그게 형님에게 있었나 보네요. 그런데 그걸 아무도 몰랐네요.”

“있긴 했는데,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종속시키지 않았다네요.”

“아, 어릴 때 얼핏 느끼긴 했는데, 그게 그런 거였군요. 어쨌든 봉인구는 해제법이 간단합니다. 주인의 기운을 주입하면 봉인구가 반응을 합니다.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요.”

“어? 그럼 기운을 아무나 다 다루나 보죠?”

“그렇지 않습니다. 운 좋아서 봉인구를 소유한다고 해도, 기운을 다루지 못하는 일반인은 실패하지요. 사실, 속성 펫을 운 좋다고 봉인시키진 못하지만요.”

“그럼, 바로 해봐도 되겠군요.”

넓은 공터 쪽으로 이동한 태월은 품에서 봉인 구슬을 꺼내 들었다.

“오, 금빛 풍조군요.”

봉인 구슬이 금빛을 띠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하는 말이었다.

“금빛 풍조가 나오나 보네요?”

“대부분은 봉인 구슬 빛을 따라가죠. 풍조 자체가 희귀한지라, 전부를 알지 못합니다. 거기다 금풍조는 마지막으로 십여 년 전에 나타났었단 이야기를 풍문으로만 들었을 뿐이죠. 전체를 통틀어 두세 마리가 전부일 겁니다.”

태월은 잠시 생각하다 자신이 가진 영혼의 에너지를 그 속으로 들여보냈다.

‘어, 이놈 봐라? 계속 빨아들이네? 헐, 힘들게 모았는데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이래?’

중간에 멈추려 했지만, 그랬다간 실패해서 영혼 에너지만 날릴 것 같아 그에 응해주었다.

20여 분간 봉인 구슬이 빛을 내며 에너지를 빨아들이자, 3황자도 의아했는지 태월과 봉인구를 교대로 쳐다볼 뿐이다.

-촤라락! 슈우웅!

봉인구가 열리며 커다란 새가 날갯짓하며 떠오른다.

“어? 머리와 등 깃털과 꼬리 깃털 그리고 다리가 금빛이고 다른 부위는 전부 푸른빛이네요? 날개도 투톤이네요. 굉장히 화려하고 멋집니다.”

“주인의 기운을 그렇게 가져가더니, 이런 색이 되었나 보네요. 제 기운이 푸른 빛이거든요.”

“아, 역시나!”

풍조는 몸을 낮춰 하강하더니 태월에게 다가왔다.

“이제 종속시키시면 됩니다. 이름을 지어주는 걸로 간단히 끝납니다.”

“네 이름은 앞으로 청풍이다. 나와 함께 긴 세월을 함께 하자구나.”

푸른빛이 순간적으로 풍조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이곳 세상에서도 아카식 레코드가 입력되는군. 원래 이런 건가?’

청풍이라 이름 지어진 풍조가 부리를 태월의 몸에 비벼댔다.

태월은 주먹보다 더 큰 풍조의 눈을 보며 피식 웃더니, 머리 깃털을 쓰다듬어주었다.

“덕분에 빠르게 갈 수 있게 되었네요. 루루랑 비교해보니 이놈이 더 크군요. 한 5명은 탈 수 있으려나?”

“네, 일반 이동 펫이 3명 정도니, 이 풍조는 그쯤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로 가실 생각이군요?”

“며칠 제대로 사냥을 못 했더니 좀이 쑤십니다. 그리고 현지에 내려가서 해야 할 일도 많을 듯하고요.”

“그곳에 인맥이 없으시니, 집사 하나와 하녀 넷 그리고 행정 관리 셋에 기사 다섯을 보내겠습니다. 당연히 로빈도 그 속에 포함됩니다.”

“아니, 그렇게까지 보내면 여긴 어쩌고요?”

“하하, 큰형님에 대한 경계를 어느 정도 풀게 되었으니, 인원이 부족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기도 합니다. 이제 그들은 저보단 라온 백작에게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기사가 쉽게 주군을 바꿉니까?”

“아직 저에게 충성 맹세를 하지 않고 의탁 중이던 자유 기사로 선별한 상태입니다. 아, 물론 로빈이 심복이긴 하지만, 아바마마가 보내준 기사였습니다. 주인이 바뀐다고 해도 로빈은 불만이 없을 겁니다. 오히려 넌지시 떠보니 더 좋아하던데요?”

영혼이 귀속된지라 로빈의 반응은 당연하다.

“그럼,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신세만 지고 갑니다.”

“신세로 따지면 제가 오히려 몇 배는 더 본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마음 편히 하고픈 일을 하고 지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타라한 왕국의 에도르와 브랜드 라도르의 카이샤 판권을 제가 받았잖습니까? 그거도 키워야 하고요.”

“아, 그렇지요. 제 집사였던 마틴의 가족을 바로 제 영지로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이미 조치 취했습니다. 수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영지로 가게 될 것입니다.”

이동해야 할 숫자는 늘어나서 30여 명이나 되었다.

기사들은 홀로 움직이던 자들만 있었고 하녀 또한 가족과 떨어지는 걸 어려워하지 않았다.

다만 집사와 행정 관리들은 가족들이 있기에 전체 인원이 불어났다.

결국 태월은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집사와 행정관 2명, 하녀 1명, 기사 1명을 선발해 루루와 청풍에 나눠탔다.

나머지 인원은 로빈이 책임지고 마차를 이용해 육로로 이동하기로 했다.

태월의 선발대는 빠르게 날아 9시간 만에 복동쪽에 있는 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에 30분 정도를 땅에 내려 쉰 것까지 포함한 시간이었다.

육로로 이동 중인 로빈의 후발대는 일주일은 걸려야 도착할 것이다.

“저기가 가이토 본성입니다. 아, 이젠 코리아 성이라고 불리겠군요.”

이곳에서 봉토나 성의 이름은 그곳에 정착하는 세습 영주의 성을 따랐다.

태월은 귀족 명부에 등재할 때, 성을 코리아라고 지었다.

그래서 태월은 귀족 등재원에 라온 코리아로 올라있다.

그렇다고 지역명이 자주 바뀌는 건 아니었다.

세습 귀족이다 보니 최소 100년 이상은 그 지명이 변하는 경우가 드물다.

또 아샤와 아진도 함께 등재되었는데, 아타스타샤 코리아와 아진 코리아로 적혀졌다.

결혼 후에는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게 이곳의 관습이다.

성에 있던 병사들이 하늘을 쳐다보며 수군거리고 있었고, 임시 통치를 맡고 있던 폴포리 자작에게 즉각 보고가 들어갔다.

“무슨 일이지? 공중 펫이 온다는 이야긴 없었는데? 변고라도 생긴 건가?”

태월의 청풍과 루루가 너무 빨리 오는 바람에 수도에서 보낸 장거리 파발이 도착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거리까지는 매를 통해 소식을 전하지만, 장거리 지역은 여러 변수가 있기에 육로를 통해 파발을 보낸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올수록 단순한 연락을 위한 행차가 아닌 것을 알게 된 폴포리다.

그렇다고 습격을 위한 병력도 아니었다.

폴포리는 병사에게 명해 착륙할 곳을 정한 후 깃발을 흔들게 하였다.

“반갑습니다. 여기 1황자와 3황자님은 서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황제 폐하의 신임장도 포함되어있고요.”

대표 행정관 하나가 폴포리에게 편지와 공문서를 내밀었다.

황제가 내린 신임장부터 확인하기 위해 품속에서 인식기를 꺼내 진위를 감지했다.

“음, 위조는 아니군요.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상대가 1급 행정관이긴 하지만, 황제의 공문서를 들고 온 자다.

자신이 자작이라고 하나 함부로 그를 하대할 수 없는 일이다.

“아, 이 새가 풍조인가 보네요. 역시 빠릅니다. 그리고 저 붉은 새는?”

“백작님의 수호 동물이지요.”

“아! 수도에 백호가 나타났다는 말은 들었는데, 다른 분도 있었군요.”

“이곳을 맡게 될 라온 백작님이 그 백호와 피닉스 둘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헛,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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