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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200화 (200/250)

200화. 화근정리

루루는 쏘아대던 불덩이 대신 날갯짓으로 길옆의 숲을 휩쓸었다.

불의 속성을 조절하여 불이 번지는 걸 막고선 숨어 있던 자들에게만 불을 고정했다.

“으악! 뜨, 뜨거워!”

“뒹굴어 뒹굴란 말이야!”

복면을 쓴 7명의 사내가 길로 튀어나오며 바닥을 구른다.

그들을 향해 태월의 언월도가 번쩍거렸고, 아샤와 아진의 채찍이 날아들었다.

그 와중에도 그걸 방어하는 3명은 중상을 면했지만, 나머지 4명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가족들을 생각해!”

쓰러지지 않은 자 중에서 누군가 소릴 쳤다.

그러자 남은 자들이 무언가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걸 본 태월은 고민도 하지 않은 채, 왼손을 뻗었다.

-슈악!

오랜만에 문신이 제 기능을 발휘했다.

쓰러진 4명 외에 경상만 입어 무언가를 획책하려던 3명까지 삼켜버린 것이다.

“우와, 오빠! 도깨비가 정신 차렸나 봐.”

“기본 기능은 되는데, 대화를 나눌 레벨까진 안 올랐어. 그게 되어야 확실한 걸 알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죽은 자들이 없었는데, 왜 삼킨 거예요? 이들이 자결하려 했던 거죠?”

아진의 날카로운 질문이다.

그녀도 수상한 걸 느낀 것이다.

“다시 뱉어지면 알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독단을 삼킨 것 같았어.”

“우리가 이곳에 와서 누구에게 원한을 산 적이 없잖아요. 노상강도라고 보기엔 이상하네요.”

“강도가 실패했다고 독약을 삼키려 하진 않지. 복잡한 일이 아니길 바랄 뿐.”

태월은 쓰러진 로빈의 몸을 진찰했는데, 얼굴이 검어져 있었다.

“이놈들 화살에 독이 묻어 있었네. 이대로는 어차피 살지 못하겠어. 삼켜야겠군.”

왼손을 내밀자 로빈의 몸이 삼켜졌다.

10분 정도가 지나자 문신이 하나씩 뱉어낸다.

사체와 영혼 구슬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태월은 각자의 입에 영혼 구슬을 물려놓았다.

그동안 태월은 그들의 옷을 뒤져 봤지만, 별다른 건 없었다.

다만 예측대로 먼저 쓰러진 자들의 옷엔, 독약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단환과 구속 팔찌가 두 개 있었다.

그런데 이미 문신에 의해 정화되어 버린 탓에 확실한 건 이들이 깨어나야 알 수 있었다.

“끄으응!”

한둘씩 정신을 차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들이다.

“너희는 새로 태어난 영혼들이다. 뭔가 바뀐 느낌이 딱 들지? 내가 너에게 새 생명을 준 것이다.”

“그, 그렇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기억도….”

“그거야 새로 들어간 육신의 기억이 공유되어서 그래. 당분간 그 기억에 맞게 행동하도록 해. 그래야 남들이 수상하게 보지 않잖아? 무슨 말인지 알지? 그리고 난 마스터라고 부르면 된다! 그리고 로빈은 조금 후에 따로 이야길 하자.”

“네, 마스터!”

“네, 알겠습니다. 마스터!”

대화는 책임자라는 자와 나누고 있지만, 주변 6명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너희는 왜 대답이 없어?”

“네! 마스터!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날 공격하라 시킨 거지?”

“머릿속 기억으로는 1황자가 시킨 것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이가 툭 튀어나왔다.

“어? 그놈이 날 왜 죽이려 해?”

“심복하고 나누던 이야기가 기억에 있는데, 두 가지 이유였습니다.”

“그래? 이유가 뭐래?”

태월은 그가 왜 이러는지 꽤 궁금해졌다.

“하나는 수호 동물을 차지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건방져서 기분이 나빴다고 합니다.”

“아 그놈 소갈딱지네. 대화하기 싫어서 피해줬더니 그걸 건방지다 생각하네? 그런데 수호 동물은 왜?”

“지금 카이샤의 황제를 상징하는 것이 백호잖습니까? 그러니 같은 걸 가지고 싶었던 거죠.”

“어지간히 황제가 되고 싶었나 보네. 그런 정신 나간 놈이 황제가 되었다간 요괴와의 싸움에 도움되기는커녕, 국가 간의 전쟁을 벌이겠는데? 다른 나라가 자신의 비위를 안 맞추면 다 시비를 걸 거 아냐!”

기분이 떨떠름한 태월이다.

“기억 속의 그는 그럴 성정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너희는 어디 소속이야?”

“검은 달이라는 청부단체입니다.”

“넌 거기서 서열이 어찌 되는데? 이름은 뭐야?”

“제 육신의 기억으론 서열 3위쯤 됩니다. 프락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실패했을 때 왜 죽으려고 했어?”

“이번 일이 알려지면 1황자에게 징계가 생기기에, 심복이 제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있습니다.”

3황자의 손님 신분인데다가 백호의 짝을 데리고 있는 태월이다.

“계속 날 노리게 되겠는데? 그건 그렇고 너희는 어찌할 거야?”

“저희야 마스터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육신의 인연이야 가짜 인연 아니겠습니까?”

태월의 구라에 진짜로 그리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다.

“야, 그래도 새 생명이 되었는데, 이어진 인연도 우연이 아닌 게 되는 거야. 죄 없는 가족은 구해야 할 거 아냐!”

“음, 지금 생각 나는 게 있습니다. 검은 달의 마스터가 저를 일부러 지목했습니다. 단원들에게 신뢰를 받다 보니 그게 눈에 거슬렸던 것 같습니다.”

“참, 복잡하게도 얽혀버리네. 가족 구한다고 끝이 아니네.”

“죄송합니다!”

“새 영혼이 무슨 죄야? 다 그 못난 육신이 문제지. 그럼 네가 살려면 그 마스터란 자를 없애야 하네?”

“제가 그 단체를 이끌 마음은 없습니다. 스트레스받는 위치거든요. 그냥 그 검은 달 마스터를 저처럼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어휴, 그래야겠네. 그럼 이렇게 하자.”

태월은 프락과 그의 부하들을 가까이 오게 한 후, 작전을 짰다.

태월은 스카프와 가면을 사용해 그의 부하 중 하나로 변신했다.

그리고 아샤와 아진의 손목을 구속 팔찌로 채웠다.

“어? 기운의 흐름이 막히네.”

“언니, 그래서 이게 구속 팔찌인가 봐.”

“너희 넷은 아까 말한 지점으로 가서 대기하고 있도록 해. 절반은 싸우다 죽었다고 해야 의심을 안 할 거 아냐.”

로빈에게도 추가 설명을 해줬고, 그들 4명과 함께 가도록 지시했다.

앞장선 프락의 뒤를 따라 그들이 대기시켜 놓은 마차에 태월 일행이 올라탔다.

프락도 다친 척 왼쪽 팔에 피가 살짝 배어난 붕대를 감고 있다.

한 시간가량을 달려 또 다른 외곽 지역에 도착했다.

그곳은 농장처럼 보이는 곳이었는데, 꽤 거창해 보였다.

“진짜 농장은 맞아?”

“실제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오, 완벽한 위장이군.”

“이제부터 마스터는 언행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는 사소한 것까지 살피거든요.”

“알았어. 입을 꾹 다물고 있을게.”

프락의 뒤를 따라 여자들이 내렸고, 마차 뒤에서 관 하나를 내렸다.

그 관을 4명이 들더니 창고로 가져갔다.

지켜보던 안쪽에서 누군가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무리를 이끌고 나온 이가 있었다.

“오, 진짜로 성공했나 보네? 역시 프락답군. 언제나 확실하단 말이야! 단단히 치하하겠어.”

지켜보는 단원들이 있기에 프락을 칭찬하여 보스의 후덕함을 보이려고 하는 그였다.

“그렇지만 4명의 단원을 잃었습니다.”

“사냥대를 암습하는 일인데 그 정도는 양호한 거지. 프락의 탓이 아니야. 그런데 1황자의 이야기완 다른데? 최고의 미녀라더니 그거까진 아니잖아?”

아샤와 아진이 변신 팔찌를 꼈기에 지금은 흔한 미녀 정도로만 보였다.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뭐, 이 정도만 해도 이쁘긴 하지. 하여간 이 여자들만 데려다주면 다 끝나는 일이네. 그런데 그놈 시체는?”

“독이 너무 심해서 일단 관에 보관해서 창고에 두었습니다. 부패가 지독하거든요. 저도 현기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속이 아직도 매스껍고요.”

“독을 너무 많이 썼나 보네.”

“그래도 마스터가 확인해보셔야지요?”

“흠흠, 뭐 그렇긴 한데….”

“저를 따라오십시오.”

프락이 앞장을 서버리니 보스는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창고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둘이 문을 열어주었다.

프락과 보스가 들어가자 심복 둘이 따라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문을 지키던 자가 입을 막더니 피를 울컥 토해냈다.

“뭐, 뭐야?”

옆에 서 있던 이가 대신 대답했다.

“이번에 제조한 독이 너무 과했어. 시신을 관에 넣기만 했는데도 폐로 독이 침범하더군. 기운이 강하면 괜찮지만, 우리 같은 하수는 힘들어. 프락 님이나 마스터 정도는 되어야 멀쩡할걸?”

“음, 그럼 우리도 여기서 기다리지 뭐.”

“그래, 그러자고.”

그들이 창고 문밖에서 떠드는 사이에 안의 상황은 이미 끝나 있었다.

프락을 따라 들어온 보스에게 태월이 왼손을 쳐들었기 때문이다.

-슈악! 헛!

짧은 헛숨을 삼킨 그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십 분 정도를 지나자, 보스란 자가 뱉어졌다.

역시나 영혼 구슬을 입에 물려놓는 태월이다.

잠시 더 기다려 정신 차린 그에게 구라를 또 한 번 치는 태월이다.

“둘이 사이좋게 지내고 별도의 명이 있을 때까지 잘 있도록 해. 그리고 프락 가족도 알아서 데려다주고.”

“네, 마스터! 걱정하지 마십시오. 새 인생을 얻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호들갑은 그만 떨고 내가 여자들을 데리고 나갈 테니 다른 이들에겐 잘 설명해놔.”

“네, 마스터!”

“그리고 1황자는 내가 직접 상대할 테니, 더 이상은 관여하지 말도록 해. 작전은 이렇게 진행될 거야.”

1황자를 그들처럼 새 영혼으로 바꿔 놓는다는 식으로 간단히 설명해주는 태월이다.

프락을 따라 안에 들어갔던 보스가 나오고, 관을 지켰던 남자도 나왔다.

프락과 그 남자가 여자 둘을 데리고 마차를 타고 떠났지만, 다른 이들은 보스가 시킨 일로 알고 있을 뿐이다.

아샤와 아진은 이동 중에 변신 팔찌를 해제했다.

“나 이제 두 번째 포로가 되어보네.”

“호호, 아샤는 이게 재밌나 보네?”

“스릴 있잖아!”

“그런데 얼굴이 뻣뻣해. 우리가 슬픈 표정을 꼭 지어야 하나?”

“오빠! 표독스러워져야 더 실감 나는 거 아냐?”

“흠,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

“그럼, 이번엔 표독 컨셉으로 갈게. 1황자 놈도 째려보고 말이야.”

프락이 마차를 직접 몰고, 태월은 포로들을 지키는 수하 역할을 하는 중이다.

그 마차는 1시간 반을 달려서야 1황자 궁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미리 알려준 암호가 있었는지, 경비병의 암구호에 프락이 대답하는 식이었다.

궁의 문이 열리고 그 경비병은 안으로 들어가 기별을 넣었다.

그리고 빠른 걸음 소리가 태월 일행에게까지 들렸다.

“오, 정말이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안으로 들어갑시다. 그쪽도 레이디 분들을 조심히 모시고 따라오게.”

태월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는 남자였다.

그저 힐끗힐끗 두 여자를 쳐다보며 간간이 경탄성만 뱉을 뿐이다.

프락이 옆에서 재촉하자, 그제야 정신 차린 1황자의 심복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흠흠, 황자 저하! 맡기신 뻐꾸기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허, 정말인가? 진짜 그들은 끝내주게 처리하는군. 추가로 크게 상을 줘야겠어. 둘째 놈도 올가미 씌울 수 있겠군. 어서 들여라.”

프락과 함께 일행들이 들어서자, 의자에 앉아있던 1황자 추타이가 벌떡 일어났다.

“오, 이제 두 년이 내 소유가 되었구나. 아쉽지만 한 년은 보내야 하는군. 어휴, 아까워!”

-퍽! 퍽퍽! 빠각! 컥! 윽!

년이라는 소리에 아샤의 발이 추타이의 낭심을 차버렸다.

태월마저도 예상 못 한 일이기에 잠시 주춤거렸고, 심복이 화들짝 놀라 도망치려는 순간 아진의 그의 턱을 발로 차버렸다.

“에이씨! 왜 욕을 하고 지랄이야!”

이어 태월의 왼손이 내밀어졌고, 1황자와 심복이 문신에 삼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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