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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99화 (199/250)

199화. 습격

태월이 생각하기에 관한 성정의 노인이었다.

“치안대가 가만히 있나요?”

“뒷배경이 만만치 않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신고를 당했지만 무혐의로 나왔고, 그 손님은 강도 혐의로 오히려 조사받았습니다.”

“그래도 가봅시다. 건들지만 않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네, 깎으려 하거나 말장난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는 합니다.”

결국 달라는 대로 주거나 아무 소리 하지 말란 소리였다.

로빈이 안내한 대로 따라가니 기이한 기운이 퍼져있는 장소가 나왔다.

‘혹시 이 사람도 법술가 아닐까?’

“여기입니다. 전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 노인과는 별로 말 섞고 싶지 않아서요.”

“그럼 저 위에 있는 그 찻집에서 기다리세요. 여기 계시면 괜히 조급해지거든요.”

“아하,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용무 마치면 거기로 오십시오.”

고개를 끄덕여준 태월은 일행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딸랑!

이곳 세상엔 대부분의 상점에 저런 종을 부착해놨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기에 안을 살피고 있는데, 누군가 고개를 내민다.

“누구시오?”

“물건 구경 온 손님입니다.”

“흠, 그래요? 거참 이쁜 샥시들을 데리고 다니네. 어서 구했나 몰러. 나도 좀 알려주구려.”

팔찌를 하나씩 준 상태여서 얼굴이 변신이 되었는데, 약간의 미모는 남아 있었다.

조금 이쁜 정도의 외모 상태다.

“구한 건 아니고요. 제 아내들입니다.”

“복이 미어터져 부렸군. 변신 팔찌란 걸 찼는데도 그 정도면 대단하겠군.”

“헙!”

“아, 놀라진 말게나. 그 팔찌가 허접해서 내가 알아본 게 아니라, 나도 그걸 가지고 있어서 안다네. 팔찌라도 제작자마다 다 달라서 실제론 알아챌 사람 드물걸세.”

“아, 다행이네요. 그런데 무얼 하시기에 목소리만 들려줍니까?”

“잠시 기다리게. 뭘 만드느라 몸을 움직일 수 없네. 그동안 구경이나 하고 있게나.”

“네, 눈으로만 보고 있겠습니다.”

태월 일행은 가게 안이 잘 정리된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안쪽으로 갈수록 그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

태월은 마침 생각난 게 있어서 안경을 꺼내 끼었다.

기운들이 뭉쳐진 것도 있었고, 아예 없는 것도 있었다.

기운이 강한 몇 개의 물건을 안경의 단계를 이용하여 살펴보게 되었다.

어지러이 널려있던 구석에서 찾은 물건이다.

‘이 팔찌는 뭐지? 3단계를 해도 투시가 안 되네? 그리고 저 봉같이 생긴 것도 그렇고.’

기운이 강한 4개의 물건 중에 두 개는 투시가 되는데 나머지 두 개는 아예 되지 않았다.

‘이건 활 같은데 활시위도 있고. 그리고 요건 장갑이고. 세트 같기도 한데.’

활이라고 짐작된 물건을 투시하면 금속이 나타났다.

하얀색인데 겉은 회색으로 변색 되어 있다.

장갑의 재질은 투시로 보면 동물 가죽이긴 했다.

“오! 제대로 된 물건을 알아내는군. 어? 인제 보니 그 안경!”

태월이 뒤돌아보니 80은 거뜬히 넘어 보이는 마른 체형의 노인이었다.

“하하, 안녕하세요. 코벡 상점에서 추천하기에 들렀습니다.”

“에잉, 그 짠돌이가 소개했구먼. 나 그 안경 교환하고 나서도 얼마나 찜찜했는데, 여기에 써먹는 손님이 생겼네.”

“아, 죄송합니다. 바로 벗겠습니다.”

“뭘? 이미 다 봐놓고 인제 와서? 걍 써도 돼. 손님 외엔 그 안경 끼는 사람 없을 테니 더는 문제 없을 거야.”

“네, 네.”

“그거 활이야. 그런데 일반인이 쓰면 활을 당기기 힘들어. 천하장사쯤 되어야 할걸?”

“만져봐도 됩니까?”

“그럼, 그럼. 당겨봐도 되네. 당겨지지도 않겠지만 말이야.”

허락을 받은 태월은 손에 힘을 주고 활시위를 걸었는데, 상당한 힘이 요구되었다.

“여자 둘을 데리고 다닐 만하네? 그래도 걸 순 있어도 당기긴 어려울걸?”

태월은 힘을 써서 당겨보았지만, 영감의 말대로 당겨지진 않았다.

‘혹시 이거 힘으로만 해선 안 되는 거 아닐까? 영혼 에너지를 써봐야겠군.’

“저 이거 당겨서 망가지면 어떡합니까?”

“허허허, 당기지도 못하면서 그걸 망가뜨린다고? 그거 보기보단 굉장하게 단단하거든? 대장간에서도 못 녹여. 쓰지 못할 기물이라 생각해서 그 귀한 금속이라도 빼놓으려 했었거든. 뭐 부러져도 좋으니 열심히 해보게.”

태월은 왼손에서 영혼 에너지를 끌어모아 활을 당겨보았다.

-휘잉!

“헛!”

태월의 에너지에 반응하여 활이 당겨졌다.

그에 그 영감의 눈은 커져 버렸다.

태월은 이왕 힘을 낸 김에 더 집중해 본다.

-휘이잉!

거의 반 접힐 듯이 완전히 당겨졌고 활의 강도와 탄성은 대단했다.

그 정도면 금속 활이라고 해도 부러져야 할 각도였는데, 윙윙거릴 뿐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허! 임자가 나타난 거군. 아무 생각 없이 녹였다면 큰일 날 뻔했어. 저 장갑까지 해서 1천 골드를 내! 아무리 주인 자격이 생겼다 해도 그 값어치는 최소한 해야지. 금속만 뽑아내도 그 정도는 받을 수 있었거든? 활값으로 800골드, 장갑값으로 200골드야! 뭐 불만 있어?”

“하하! 아닙니다. 그 정도의 가치는 넘어 보이네요. 아, 그런데 이 두 개는 뭡니까? 투시도 안 되던데.”

“그걸 알면 내가 저리 구석에 놔뒀겠어? 그 안경 있을 때 나도 해보니 안 보였지.”

‘아, 혹시?’

태월은 눈에 영혼 에너지를 모아서 다시 투시해 보았다.

그런데 약간의 효력은 있는지 3단계에서 희미하게까진 보였다.

그래도 깊은 투시는 되지 않기에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팔찌의 용도는 나도 정확히 몰라. 그러나 저 봉의 용도는 내가 대충 파악했지. 보이는 그대로 무기야. 단순히 힘만 써서 휘두르면 그냥 몽둥이일 뿐이지만 말이야. 파악한 거라고 하긴 창피하지. 하여간 무기는 맞을 거야.”

태월은 에너지를 쓰기 전에 미리 가격부터 정하고 싶었다

정체를 드러낸 무기를 싸게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건 뭐, 관상용으로 잘 닦아두면 괜찮겠네요. 문양도 이쁘고요.”

“험험, 골동품으로 본다면 괜찮지. 최소한 천 년 이상 묵은 물건이잖아.”

“하하, 골동품으론 역시나 좋겠네요. 그럼 얼마에 살 수 있을까요?”

“하나에 백 골드씩 줘. 나도 매입가라는 게 있잖아? 비록 감정엔 실패했지만 말이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결국 태월은 4개의 물건을 전부 매입하게 되었다.

그 외 다른 골동품들을 둘러보았지만, 특별히 관심을 끌만 한 건 없었다.

그냥 인사하고 나오려는데 영감이 태월을 다시 불렀다.

“이건 사실 유물이라기보단 특별 제작이 된 것인데, 그 활에 어울릴 거야.”

“화살통이네요? 그것도 파는 건가요?”

“이거 단순한 게 아니야. 일종의 공간 확장이 되어 있는데, 화살이 천 개 정도 들어가거든? 그리고 위치를 지정해주면 자동으로 장전돼버려.”

“네?”

공간 확장이야 태월도 가지고 있기에 별로 놀랍진 않지만, 자동 장전은 처음 듣는 소리였다.

“자네 아까 보니 이상한 기운을 쓰던데 그걸 이용해봐. 이 화살통을 등이나 어깨에 메고 나서 위치 지정하는 해야 할 곳을 정하면 돼. 말로는 이해 못 할 수 있으니 일단 해봐!”

영감이 주는 화살통을 어깨에 메고 있으니, 불투명한 선이 생성되었다.

그 선을 에너지로 움직여 활의 장전 위치에 놓으니, 두 번 연속 깜빡 후에 불투명한 선이 사라졌다.

그리고 활의 시위에 화살이 등장했다.

일종의 근접 거리긴 하지만 공간이동 형태다.

‘오, 이거 대단한데? 이런 것도 되나 보네. 생각할수록 이곳 세상의 법술은 남다르네.’

“호, 역시 기운을 다스릴 줄 아는군. 그런데 그거 흔한 게 아니야. 아주 특별한 거지. 자네도 느꼈지만, 공간이동이란 게 법술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분야야. 그나마 그게 최근 법술가 하나가 완성한 실험작이야. 다른 데 가서는 구경도 못 할걸? 그리고 이젠 또 못 만들게 되었어.”

“어? 아니 왜요? 이미 만들어 본 건데?”

“그거 불과 50cm 이내로 공간이동 된 거잖아. 그걸 욕심내서 긴 거리를 실험하다가 몸이 분리되어 버려 죽었어.”

“헉! 아니 왜 그런 무모한.”

“이 화살통 만든다고 가진 재산을 다 털었거든. 그러니 실험 성과를 더 내고 싶었던 거지. 나야 받을 채무가 있었는데, 그 후손이 이걸 대신 주더라고. 뭐 그 애매한 연구 일지도 팔려고 왔던데, 안 산다는데도 막무가내였어. 그래서 화살통만 받기 미안해서, 일지를 1골드나 주고 샀지만. 일지야 다른 법술가에게 팔면 되는 거 아닌가. 특이한 연구 하는 놈들은 아마 살 거야.”

태월은 화살통도 마음에 들었지만, 그 연구 일지도 탐이 났다.

처음에는 영감이 법술가인지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화살통은 또 얼마나 드려야?”

“흠, 자꾸 줄줄이 파는 것 같아 괜히 쑥스럽구먼. 이건 이문 안 붙이고 내 빚만큼만 받겠네. 300골드야. 다른 사람이었다면 500은 불렀을 거네.”

“네, 그럼, 그 일지는요? 2골드쯤 되나요?”

“오, 알아서 이문 챙겨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지. 좋네! 두 가지 해서 302골드!”

“감사합니다. 다음에 다시 한번 들르겠습니다. 물건이 들어오는 시기가 따로 있나요?”

“한 달에 한 번 들여와. 매달 말일쯤 오게나.”

“네, 그때 뵙겠습니다.”

태월 일행은 로빈이 기다리는 찻집으로 들어가 가볍게 차를 마셨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시내를 구경하면서 관광을 즐기게 되었다.

얼굴까지 바꾼 덕에 시선을 피할 수 있어서 여유로운 쇼핑을 하게 된 태월 일행이다.

저녁 즈음이 될 무렵 그녀들의 관광은 끝났고, 그곳은 번화가와 한참 떨어진 장소였다.

관광을 다니다 보니 한적한 곳까지 오게 된 것이다.

“로빈 경! 지금부터 조심하셔야 합니다.”

“네? 그게 무슨?”

-쉬이익! 핑핑!

태월의 위기 감지 능력으로 인해 로빈에게 주의를 줬지만, 그는 멀뚱히 있다가 날아온 화살을 맞고는 쓰러졌다.

로빈은 태월과는 거리가 5m 이상 떨어졌었다. 아샤와 아진을 보호해야 해야 하는 입장에선 로빈까지 커버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금도 수십 발의 화살들이 날아와 태월을 노리고 있다.

“웬 놈들이냐?”

태월은 급히 공간 배낭에서 여우 요괴들이 입었던 갑주를 꺼내 아샤와 아진에게 던져 주고는 자신은 변신 스카프를 둘렀다.

그리고 언월도를 꺼내 휘두르며 화살을 쳐내기 바빴다.

화살의 목표가 태월에게 집중되었기에 자신은 갑주를 입을 시간도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스카프의 효능으로 인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으니 다행인 셈이다.

‘루루! 빨리 이쪽으로 날아와! 일행이 공격당하고 있어.’

아리랑은 합방 중이고 루루는 숲을 쏘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근처에 없던 관계로 루루를 호출한 것이다.

‘헛, 바로 갈게요.’

5분도 안 걸려 루루가 커다란 날개를 휘젓더니 암습자들을 향해 불덩이를 날렸다.

‘야! 불은 위험해. 산불을 일으킬 생각이야?’

‘아차차!’

‘그냥 몇 명인지만 파악하고 그들을 이쪽으로 몰고 와!’

적들이 숨은 곳은 숲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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