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화. 코벡 상점의 기물
태월의 놀람에 이해를 하는 표정의 여점원 코니다.
“다들 물어보시지만 사간 분은 손가락으로 꼽죠. 이걸 팔아도 저희 돈은 일부고요. 위탁하신 분들이 95%를 가져갑니다.”
5%가 가게 수입이라는 소린데 그것도 적은 돈이 아니었다.
운 좋게 팔리면 무려 500골드란 소린데 50억의 수익이다.
이곳 화폐는 순금에 가깝기에 100골드 이상은 국제 법술가 협회에서 보안 처리한 특수화폐로 거래한다.
그걸 은행에 가져가면 그 액수만큼 골드로 바꿔주는 것이다.
코니도 이 손님이 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이 가게에 온 이후로 팔린 걸 보지도 못했고, 십 년간 팔린 게 4개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것도 급한 돈이 필요한 위탁자가 30% 할인 급매 요청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구슬 하나 제작하는 데 10년이 걸리고 그 작업에 두 명의 귀한 법술가가 동원되어야 한다.
거기다가 그 기운의 채집을 돕는 일에 백여 명이 10년간 동원되는 일이다.
물론 황실에서 가져간 일도 있었지만, 웬만한 대형 사냥대에서도 감당하기 벅찬 액수였다.
“그런데 이런 고가의 물건을 대놓고 비치해도 되나요? 도둑이나 강도가 들면 어쩌려고요?”
“호호, 이 물건들은 보안시스템이 걸려있어요. 암호를 해체하지 않고 가져가는 순간 감전이 되어 죽거든요. 그리고 손대는 즉시 이곳 경비단에서 열 겹의 포위망이 구축된답니다. 그래서 점원인 저도 암호는 모릅니다. 그러니 강도가 와서 목숨을 위협한다 해서 가져가지 못한다는 걸 그들도 알죠.”
그러잖아도 이 구슬의 매대 주변에 흐르는 특별한 기운을 태월은 감지하고 있었다.
“그럼 사려고 해도 바로 구매하진 못하네요? 가격도 너무 과한 거 같고.”
“헉! 살 생각을 하셨어요?”
여점원 코니는 황당하다는 듯 태월을 쳐다봤다.
1만 골드란 금액은 공작가의 자제라도 함부로 말할 액수가 아니었다.
더구나 그걸 코니가 팔게 되면 자신에게도 판매 수익금의 10%가 수당으로 떨어진다.
그래서 적은 월급으로도 다른 가게 직원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저 구슬은 더욱 특별해서 판매 수익금이 500골드기에 자신은 50골드를 받게 된다.
태월의 계산법으로는 5억을 코니가 받게 되는 것이다.
“코, 코벡 사장님을 불러 드릴까요? 그러잖아도 출장 마치고 근처에서 쉬고 계시기에 바로도 가능합니다.”
코니의 입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일생일대의 행운이 자기에게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와달라고 하세요. 생각난 김에 흥정 좀 해보죠. 아무리 정찰제라고 해도 세상엔 예외 없는 규칙은 없잖아요?”
“그, 그렇겠지요.”
“가격만 잘 맞으면 3개쯤 살까 합니다.”
“세, 세상에….”
지구에서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기에 태월은 욕심이 났다.
공간 가방 외에도 욕심 나는 물건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가진 돈에 비하면 3개쯤은 거뜬히 사고도 여유 있는 태월의 재정 상황이다.
허둥대던 코니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사장 코벡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런 여자들만 옆에 없었다면, 몸으로라도 유혹했을 건데. 아유 아깝다. 대체 누굴까? 진짜 돈이 있긴 한 걸까? 아니면 저런 여자들 앞이라고 허세?’
태월 일행이 다른 물건들을 구경하는 사이에 법술가 코벡이 가게에 들어섰다.
손님이라곤 태월 일행밖에 없던 상황이라 직원에게 누구냐 물을 필요도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이곳의 법술가 코벡입니다.”
“하하, 안녕하세요. 법술가님을 직접 뵙기는 처음이네요.”
“성장의 구슬 구매 의향이 있으시다고요?”
“네, 정가로 사기엔 좀 과한 거 같네요. 아 물론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재정의 문제지요. 혹시 할인 이벤트는 없나요?”
“음, 위탁자분들에게 문의는 해보겠습니다만, 현재는 따로 요청하신 분이 없네요. 일단 연락해 보겠습니다.”
“만일 된다면 얼마까지 가능할까요?”
“급매로 내놓는 분이 있으시면 몰라도 최대는 20%까지가 있었습니다.”
수호 동물이 숫자가 많은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펫에게 먹이기엔 과한 구슬이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구슬의 판매가 저조했다.
그러다 보니 성장의 구슬 제작 법술가들도 이직을 하는 상황이다.
법술가끼리는 통신 방법이 따로 있는지, 수정구를 열어서 암호 통신을 했다.
모스 부호 같은 식으로 말이다.
1시간가량을 여러 곳에 통신을 한 코벡은 태월에게 돌아왔다.
“여기 있는 구슬 중에 절반쯤은 허락을 받았습니다. 지정해주시면 그 위탁자와 정식 할인 구매 약정서를 주고받게 됩니다.”
“어떤 건가요?”
코벡은 매대에 있던 구슬들 중에 4개의 매대 보안장치를 해제하더니 위로 올려놓는다.
“불의 속성 2개, 물의 속성 2개입니다. 다른 속성은 찾는 이도 드물지만, 만들기도 더 까다로워서 아직 승낙하지 않네요.”
다행히 태월이 찾는 건 충분했다.
“불 두 개와 물 하나요. 할인율은?”
“25%입니다. 그나마 최고치입니다.”
“22,500골드군요? 흠, 좋습니다.”
태월의 말에 코벡도 놀랐지만, 뒤에 있던 코니는 몸을 부르르 떨 정도였다.
‘헉! 세상에 그럼 내가 받는 돈이 112골드 50실버잖아? 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닌가?’
코벡 몰래 팔을 꼬집어 보다가 그 통증에 화들짝 놀라는 코니다.
사실 코니는 코백의 사촌 조카였는데, 가격들이 상당했기에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는 상점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삼촌이긴 하지만 서로 간에 공사는 잘 구별했다.
태월은 품에서 1만 골드짜리 특수화폐 두 개와 1천 골드짜리 특수화폐 두 개 그리고 100골드짜리 특수화폐 5개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코벡은 인식기에 대고 감별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정상 화폐가 맞습니다. 그럼 암호를 완전히 해제하겠습니다.”
3개의 구슬에 걸린 암호를 해제하는 데도 10분이나 걸렸다.
“해제되었습니다. 감사의 선물을 하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같이 계신 여자분들의 외모가 굉장하시더군요. 이목을 가리려 챙이 넓은 페도라를 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얼굴 변신 팔찌를 하나 드릴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가품이 아니라 정품 100골드짜리입니다.”
코벡이 번 돈이 무려 1천 골드가 넘는다.
그래서 이런 고객에겐 아낌없이 사은품을 주려는 그의 판매 전략이다.
“얼굴 변신요? 신체 변신도 있나요?”
“있긴 하지만 잘 안 팔려서 반품했습니다만. 요즘 신체 변신은 거의 안 팔립니다. 그 돈을 주고 체형 변신을 하기엔 과하잖습니까?”
“그럼, 얼굴 변신 팔찌를 하나 더 주세요.”
“하하, 알았습니다.”
“아, 아니다. 몇 개나 있나요?”
“서비스로 드리는 한 개를 빼면 4개가 더 있습니다.”
“그럼 전부 주세요.”
지구로 가져가면 써먹을 일이 많기에 사두려는 것이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저희 제국에서나 구할 수 있지, 왕국 같은 데서는 구하기 힘듭니다. 범죄자들이 나쁜 용도로 쓰기에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요. 그러나 카이샤 제국은 그런 범죄자들에게 휩쓸리지 않을 힘이 있거든요.”
“아하, 그렇군요. 전시한 것 외에 특별한 게 또 있나요?”
“투시 안경이 있습니다. 거리 제한이 있긴 한데 10m가 한계입니다. 투시 깊이는 3단계로 조절됩니다. 착용해 보시겠습니까?”
“네, 신기하네요.”
코벡이 금고를 열더니 안경 하나를 꺼내왔다.
“이건 왜 전시하지 않았나요?”
“사실 이건 저희가 제작한 게 아니라 유물로 나온 겁니다. 이것도 악용의 여지가 있기에 금하는 물건이지만, 추가 제작이 불가능한 물건인지라 VIP분들께나 팔 생각을 했던 거거든요. 그리고 얼굴 모양에 맞춰 안경 치수가 자동조절 됩니다. 복원기능도 있고, 시력 조절 기능도 있습니다. 가격은 좀 나갑니다만 마음에는 드시나요?”
태월이 보기엔 지구에서 쓰는 선글라스 모양이라 디자인도 괜찮아 보였다.
이곳의 유물은 신이 만든 것이기에 특별한 것이다.
태월은 테스트를 하기 위해 아샤를 쳐다보았다.
안경 코 받침 위에 톱니가 있었는데, 그걸 돌리면 투시 깊이가 정해진다.
‘1단계는 아샤의 알몸이 보이는군. 음, 2단계는 뼈와 장기의 겉면. 그리고 3단계는 뼛속과 장기 속이 보이는데? 이거 엄청난 물건이군. 병원에서 쓰는 엑스레이보다 더 뛰어난데? 이 버튼은 시력 용인가 보네. 요건 색이 변하는 걸 보니 선글라스 기능이고.’
“저, 저기 숙녀의 몸을 그렇게 보시면 안 됩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애인이 아니라 아내들이거든요. 그런데 코벡 님도 테스트해 보셨나 보네요?”
“네, 처음 들어왔을 때 매장에서 해봤지요.”
“여자 손님들에게요?”
“헉, 그럴 리가요. 손님에게 그럴 순 없죠.”
여점원 코니가 안경을 유심히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어! 삼촌? 그거 쓰고 전에 절 쳐다본 적 있죠?”
“무, 무슨 헛소리야?”
“그때 그 안경 같은데요?”
“그 안경은 보통 안경이잖아.”
“삼촌? 저 눈썰미가 특별하다고 여기서 일 시킨 거잖아요. 그때 그 안경 맞는데? 숙모에게 확 일러줄까 보다.”
“헉, 그걸 뭘 일러? 그리고 너는 내가 어릴 때 씻겨 가며 키웠어! 새삼스러울 게 어딨다고 그러냐. 성능을 알아야 팔 수 있으니 해본 거지. 그럼 손님에게 해야 했냐?”
“에이, 오늘 나도 부자 됐으니 한 번 봐줄게요. 다음엔 미리 말하고 안경 쓰세요.”
“뭘 미리 말해? 지금 이분이 사고 나면 없어지는 건데.”
웃기는 만담을 본 것 같은 사장과 점원 아니, 삼촌과 조카의 대화였다.
“저기, 이 안경은 얼마에 파시는 건가요?”
“1천 골드는 받아야겠습니다.”
태월의 생각으론 싼 건 아니지만, 이런 기물은 돈이 있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10%만 할인하시죠? 이렇게 많이 사게 된 건데.”
“삼촌! 그거 얼른 팔아. 또 나한테 써먹을 생각하지 말고.”
조카에게까지 들켰기에 더는 가지고 있기 힘들었다.
가끔 눈에 띄는 여자 손님이 오면 그걸 쓴 적도 있긴 했다.
“음, 좋,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팔면서도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얼굴 변신 팔찌 4개와 투시 안경까지 사게 된 태월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계산을 치렀다.
“진귀한 것들이 많았네요. 또 있나요?”
“음, 저희에겐 특별한 게 그게 전부입니다. 여기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영감 한 분이 하는 골동품 상점이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특별한 걸 사실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안경도 거기서 운 좋게 교환해 온 거거든요.”
“가게 이름이?”
“오라볼 상점입니다.”
태월은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하고는 가게를 나섰다.
“오래 기다리셨죠? 그러게 같이 들어가시면 되는데.”
“하하, 아닙니다. 거기 가면 제 눈만 커져서 밤잠을 못 이룰 겁니다. 이제 어디로 안내해드릴까요?”
“골목 안쪽에 오라볼 상점이라고 있다던데요? 아십니까?”
“흠, 거긴 안쪽이긴 하지만 거의 마지막에 있습니다. 괴팍한 노인네가 하고 있지요.”
“괴팍요?”
“맘에 안 들면 돈을 얼마를 준다 해도 팔지 않습니다. 말장난하는 손님 하나를 반병신 만들기도 했죠.”
“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