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96화 (196/250)

196화. 카이샤 제국으로

태월 일행은 2층의 vip실에서 경매 상황을 보게 되었다.

이 경매는 특별경매로 다른 경매 물품과 달리 단독으로 진행되었다.

경매회사의 사회자가 물품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시작가를 알렸는데 그 가격 자체도 대단했다.

“더 이상의 경매 물품 소개는 필요 없을 듯합니다. 시작가는 2만 골드입니다. 1천 골드 단위로 경매 진행합니다.”

특급인 하급 신의 보상금 두 배 가격으로 시작가가 매겨졌다.

하급 신의 사체가 투명한 관속에서 드러난 상태였다.

“2만 1천! 아 저기 2만 2천 나왔습니다!”

“2만 3천! 네 좋습니다! 2만 5천!”

“3만! 여우 가면 분이 4만!”

“오! 늑대 가면 분이 5만! 그 반대편 닭 가면 쓴 분이 6만! 뭐 이렇게 되면 천 단위는 의미 없어지네요. 만 단위로 가겠습니다.”

하급 신을 처치한 적은 백 년 전에도 있었지만, 온전한 사체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경매는 국가 간의 경쟁으로 인해 올라가더니, 중반이 넘어서자 왕국들은 포기를 하였다.

제국 간의 자존심 싸움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필요해서인지 몰라도, 최강 부국으로 알려진 카이샤 제국에서 온 자에게 낙찰이 되었다.

백호라는 수호 동물을 보유한 그 제국 이야기다.

“더는 없습니까? 70! 70만 골드입니다!”

40만 골드에서 고양이 가면이 갑자기 70만을 외친 것이다.

71만을 부른다 쳐도 80만을 불러서 경쟁자를 떨쳐버릴 고양이 가면의 위세다.

결국 고양이 가면 쪽으로 낙찰이 되었지만, 경쟁자들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는 분위기다.

“와! 오빠 굉장하다. 하급 신, 즉 특급 요괴 70명을 잡아야 생기는 돈인데!”

“사체가 중요했나 보네.”

“그런데 저 고양이 가면은 왜 자꾸 우리 쪽을 힐끗거리죠?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글쎄, 안경이 특이한 거 같기도 하고.”

태월의 예측대로 고양이 가면을 쓴 카이샤 제국의 3황자 호타이는 그녀들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쓴 안경이 법술가가 특별히 만든 기물이기 때문이다.

‘오, 저들이 그 소문의 사냥대인가 보네. 대단한 여자들인데? 황궁에서도 볼 수 없는 미녀들이군. 쩝! 벌써 유부녀라니!’

유일하게 황자 중에서도 독신인 호타이였다.

태월에게 안기다시피 앉아 있는 두 여자를 보는 그의 눈빛엔 욕정은 없었지만,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에게 70만이든 80만이든 가격이 중요하진 않았다.

그가 맡은 특별한 임무는 따로 있다.

태월은 경매가 끝나자 경매회사의 보르타라는 오너를 만나게 되었다.

“오늘 경매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뭐, 실감은 나지 않지만, 금액이 예상과는 다르네요. 좋았습니다.”

하급 신 처치의 보상이 1만 골드기에 태월은 사체 경매가 최대 10만 골드를 예상했었다.

골드라는 단위가 이곳 세상에서는 크기가 크면서도 순금에 가까웠기 때문에 가치가 높았다.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저희도 예상 밖의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낙찰자가 사냥대 분들을 만나길 원합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어? 저희를? 경매도 끝났는데 새삼스레.”

“경매 전부터 간곡히 요구해왔었습니다. 저희도 난감한 상태입니다. 만만한 뒷배경이 아니라서요.”

“어디길래요?”

“다른 경쟁자들도 아는 사항이니 비밀이랄 것도 없습니다. 카이샤 제국의 3황자입니다.”

“헐, 그 황자가 할 일도 없나 보네요.”

“저희가 본 예측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로 봅니다. 경매 물품과는 상관없는 일로요.”

“더 이상하네요. 그게 뭐죠?”

“수호 동물 백호요!”

“아!”

이제야 그 황자가 접견을 신청한 이유가 이해되었다.

‘이참에 아리랑도 짝이 생기는 게 낫겠지? 뭐 오래 있을 사이가 되진 않겠지만.’

루루에 비해 딴짓을 하지 않는 아리랑이지만, 가끔은 태월이 나누는 사랑을 훔쳐보기도 했던 아리랑이었다.

“뭐, 저희 백호도 혼자이니 나쁘진 않네요. 수락 의사를 전해주세요.”

“헛! 감사합니다. 은근히 압박이 심했거든요. 한숨 돌리겠네요.”

인간 종족의 최강 제국이니 타라한 왕국의 일개 회사 오너인 보르타가 부담이 컸을 건 당연했다.

그로부터 30분 후 태월 일행과 카이샤 제국의 삼황자 호타이가 접객실에서 대면하게 되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카이샤의 호타이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라온 사냥대의 라온입니다. 그리고 이쪽 둘은 제 아내들이고요.”

“안녕하세요. 아나스타샤입니다.”

“반갑습니다. 아진이라고 합니다.”

제법 정중한 예를 갖추는 호타이에게 태월 일행은 이름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

“남의 아내를 탐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은 처음 봐서 설레네요.”

“호호, 영광입니다.”

아샤가 대표로 감사 표시를 했다.

“옷차림이 굉장히 특이하군요? 어디서 만든 옷입니까?”

태월 일행이 입은 옷들은 방어구가 아닌 지구의 옷이었다.

특히나 아샤가 입은 옷은 투피스였는데 미니스커트다.

허벅지가 거의 다 드러나는 그런 옷이다.

이곳의 화류계에서도 입지 않을 그런 노출 패션이다.

“라도르라는 브랜드입니다. 아마 곧 출시가 될 예정으로 압니다.”

아진이 롱 드레스를 입은 상태서 대표로 대답을 하고 있다.

품이 넓은 흔한 이곳의 드레스가 아니었고 몸매가 드러나는 그런 타이트한 차림이었다.

호타이도 정상적인 남자였기에 그녀들의 노출에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태월 일행이야 흔한 경우기에 신경을 그리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라도르! 흠,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저희야 감사하죠.”

아샤가 살짝 고개까지 숙이며 응대를 해준다.

브랜드를 알리기엔 최고의 자리였다.

카이샤 제국의 황자가 소문을 내준다면 더는 바랄 게 없는 홍보 기회였다.

“흠흠, 일단 좋게 보입니다. 아 그리고 오늘 접견을 신청한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백호를 수호 동물로 두었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제국에도 같은 백호가 있다는 소식은 저희도 접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저희 제국으로 잠시 방문해주시면 합니다. 그만한 사례는 드리겠습니다.”

“짝을 지어서 후손을 보려는 것이겠죠?”

“그렇습니다. 수호 동물이란 게 일반 동물과 달라서 평생 같이 있진 못하잖습니까? 후손을 보는 게 최대 목표죠.”

“그럼 저희 수호 동물과 이야기 나눠보고 정하는 걸로 하죠.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될까요?”

사실 호타이를 만나기 전에 아리랑에게 의견을 묻긴 했었다.

아리랑이 딴청을 부리긴 했지만, 싫어하는 기색은 없었다.

‘지구에도 없던 짝이 생기는 판인데 말해 무엇하랴.’

다만 선뜻 응낙하면 모양새가 빠지기에 이렇게 뜸을 한 번 들여 보는 것이다.

태월 일행은 밖으로 나와 아리랑과 루루가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역시 예측대로 제국으로 가자고 하네! 이참에 카이샤란 곳을 다녀와 보자.”

“알아서 하세요.”

당사자인 아리랑이 하는 대답이다.

태월은 슬쩍 웃어주고는 아리랑과 루루에게 간식을 꺼내주었다.

“왜 내 짝은 안 찾아 주는데요?”

“우리가 짝 찾은 게 아니거든? 상대가 찾아온 거지. 제국으로 가면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겠지. 루루의 짝도 이번에 찾아볼게.”

“오! 고마워요! 짝 생기면 나도 꼭 자빠뜨릴 거야. 나의 불타는 밤을 가져보겠어!”

“어머, 새가 뭘 자빠뜨려? 하여간 얘는 변태라니까!”

“시끄러워요! 어제도 흥흥거렸으면서….”

“내가 언제!”

“흐응, 흥흥….”

아샤의 비음을 흉내 내면서 공중으로 솟구친다.

“야! 너 거기 안 서!”

아샤가 한쪽 신을 벗어서 루루에게 던졌다.

슬쩍 여유 있게 피하며 또 한 번 비음을 내보는 루루다.

그리고 태월 일행은 호타이 황자의 조건을 수락하며 카이샤 제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 전에 라도르 브랜드를 책임진 에도르를 소개해줬고, 그들끼리 한 시간 정도의 대화가 오고 갔었다.

루루의 덩치도 커졌기에 3명까지는 힘들지만, 두 명 정도는 태울 수 있었다.

최대한 몸을 키운 상태기에 그나마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아샤와 아진은 백묘로 변한 아리랑을 안고 루루의 등에 타고 날았다.

태월은 황자의 일행이 데려온 커다란 새 두 마리의 발목에 고정한 바구니 같은 틀에 끼어 타게 되었다.

“아, 이렇게 오신 거군요.”

“이런 용도로 쓰는 대형 펫을 각국에서 양산을 많이 해내죠. 편리하잖습니까?”

루루가 비록 이 새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태월이 보기엔 아주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유용해 보이네요.”

“그런데 저 새도 수호 동물인가 보네요?”

“어, 잘 아시네요?”

“하하, 펫은 변신을 하지 못하잖습니까? 누구나 아는 일인데요. 사냥대에 수호 동물이 둘인 건 처음 접하게 되네요.”

“뭐, 선조의 유산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얼렁뚱땅 대답하는 태월이다.

그렇게 태월과 호타이 일행은 중간에 쉬는 것까지 포함하여, 사흘 만에 카이샤 제국의 황궁 외곽에 들어설 수 있었다.

“제가 황자라고 해도 황궁에서는 날 수 없습니다. 따지지 않고 공격받게 되거든요.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만, 이것이 엄중한 규칙입니다.”

비행기 역할이라고 한다면 황궁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일행이 바닥에 착지하자 황궁 수비대가 마차를 끌고 왔다.

“일단 늦었으니, 제 궁에서 오늘 하루 쉬시고 내일은 아바마마를 뵈러 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태월 일행도 사흘간의 여정이 피곤하였기에, 호타이가 마련해준 장소에서 곯아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난 태월 일행은 황제를 보러 가는 자리이기에 예에 맞는 복장을 갖출 수밖에 없었다.

지구에서 입는 양복을 입은 태월과 롱 드레스를 새로 착용한 아샤와 아진이다.

두 여자는 역시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트한 롱드레스를 입었다.

거기에 아샤는 한술 더 떠서 좌측이 트인 드레스를 입은 상태다.

좀 아슬아슬한 면이 있었지만, 태월 일행 중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시종장만 안절부절못할 뿐이다.

“어전 회의가 끝났으니 지금 가시면 됩니다. 부황이 머무르는 궁으로 갈 것입니다. 아침 식사를 겸하는 자리이니 제대로 된 음식 맛을 보게 될 겁니다.”

사흘간 시간 대부분을 공중에서 보낸 처지라, 정상적인 음식은 거의 먹지 못했다.

배낭에도 음식들이 있긴 하지만, 완성된 요리는 다 먹어서 남은 게 없었다.

아침에 찾아온 삼황자 호타이를 따라 태월 일행은 마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황궁이 참 넓기도 하네. 역시 이곳에서 제일 큰 제국이라 이런 건가.’

무려 마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를 이동한 것이다.

물론 말들이 달리지 않고 걷다시피 해서 더 그런 것이었지만.

“삼황자님, 드십니다!”

밖에 나와 있던 시종 하나가 안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일행은 커다란 문 앞에 서게 되자. 저절로 문이 열렸다.

태월 일행은 삼황자 호타이의 행동을 따라 하며 나름 예를 보였다.

“하하! 귀한 분들이 오셨구먼. 반갑소이다. 이곳 카이샤를 다스리는 타쿠하샤요!”

하얀 수염을 기른 60대의 남자가 호탕하게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긴 테이블의 양쪽에 자리한 이들이 자신들을 소개했다.

거의 호의적이지만, 한 남자만은 태월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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