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경매 준비
지구에서도 하급신은 진짜 신이라고 부르긴 뭐했다.
여기도 특급 요괴로 불리는 거 보면, 수준이 비슷하리라 여기는 태월이다.
그리고 두 시간이 지나 이동 중간에 관을 꺼내 보았는데, 역시나 죽어있었다.
태월은 서둘러 하급신의 영혼을 문신에 흡수시켰다.
그렇게 되자 하급신의 격이 새로 생겨났다.
“오빠! 이 하급신의 몸이 소멸하기 전에 뿔부터 자르죠? 무려 1만 골드짜리예요. 뿔이 증거가 맞긴 하겠죠?”
“글쎄, 이곳 하급신은 소멸하는 것 같지 않더라. 그러니 특급 요괴라고도 하는 거겠지. 진짜 소멸하는 거면 관에서 꺼냈을 때 바로 소멸이 시작되었을 거야.”
“그럼 혹시 모르니 통째로 가져가죠. 뭐.”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관에 넣은 후 입고를 시켜버렸다.
그리고 저녁 무렵 요새에 비로소 도착했다.
“헉, 오, 오셨습니까?”
요새 경비병이 태월 일행의 등장에 다급히 놀란다.
그리고는 동료를 시켜 하이타 연대장에게 사냥대의 무사 귀환을 보고하게 했다.
막사 쪽으로 가는 길에 하이타를 만나게 된 태월이다.
“하하! 역시나 무사하셨군요.”
“들어가서 이야길 잠시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증거품도 좀 가져왔거든요.”
“오, 진짜로 그들의 뒤를 쫓았군요. 굉장하십니다.”
태월에게 칭송을 하면서 지휘실로 안내를 하는 요새장 하이타다.
이번에는 아샤와 아진도 함께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다들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이곳 요새가 생긴 이래로 오늘 같은 대승은 없었기 때문이다.
다들 들떠있는 분위기가 한눈에 보였다.
태월은 몇 개의 자루를 꺼내 하이타의 부관 앞에 올렸다.
“이건 늑대 요괴 왼쪽 귀 200개입니다.”
“와우! 엄청납니다. 하급이니 20골드.”
“이쪽 건 불 요괴 80마리 증거품이고요.”
“하하, 다 쓸어버렸군요. 8골드네요.”
“이건 그쪽에 몰래 와 있던 중상급 요괴 셋의 뿔 6개입니다. 여우 요괴더군요. 특전대 단장들이라던데. 10골드씩 30골드네요.”
“헉! 그 셋요? 부부일 건데.”
“맞습니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이 그들을 잡고 얻은 노획물이죠.”
지휘관들이 태월 일행의 옷을 살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 셋으로 인해 엄청난 희생자가 생겼었죠. 그래서 각국에서 현상금도 따로 걸었네요.”
“오, 듣기 좋은 말이군요. 현상금은 어느 정도나?”
“다 합치면 5만 골드 정도 될 겁니다.”
하급신 다섯 마리를 잡은 격이었다.
태월의 입가가 위로 쭉 올라갔다.
“흠흠, 그리고 잠시 공간을 만들어주세요. 공간 가방에 넣어두었습니다.”
회의실 테이블을 부관이 치워주자, 태월이 그곳으로 관을 출고시켰다.
“어? 웬 관입니까?”
“늑대 요괴 본거지로 잠입했는데, 하급신 하나가 있더라고요. 죽을 위기를 넘기고 때려잡을 수 있었습니다.”
자는 걸 넣어왔다고 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생고생한 척 티를 내는 중이다.
“하, 하급신요? 진짭니까?”
“확인해보시면 되지요. 뿔만 자르려다가 통째로 관에 넣어 온 것입니다만?”
입 벌리고 있는 부관을 제치고 하이타 연대장이 관을 열었다.
-삐걱!
“헉, 암부르쉴라!”
“엇, 이 하급신은 10년 전에 싸우다 실종되었었는데, 그곳에 있었군요!”
다른 이들도 관 주변으로 몰려들며 그 안을 확인했다.
연대장의 말대로 그 하급신이 맞았고, 뿔만 봐도 반투명한 것이 특급 요괴인 것이다.
“아, 이거 정신을 못 차리겠군요. 인간 종족이 하급신을 잡아본 것은, 최근이 무려 백 년 전입니다. 하하, 요새의 경사입니다.”
요새와 상관없이 잡은 일이지만, 태월은 공과가 필요 없었다.
“저도 하급신은 처음 잡았지만, 원래 뿔만 잘라오면 되는 것입니까?”
“네, 그렇긴 합니다만, 결과가 많이 다릅니다. 하급신의 사체가 보통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연구할 게 아주 많은 보물덩어리지요.”
“그럼 사체도 포상금을 주겠네요?”
“이 존재도 현상금이 걸린 상태지요. 비록 그게 십 년 전이지만요. 아직 그게 해제되었다는 이야긴 못 들었고요. 그리고 사체는 음….”
하이타는 하급신의 사체가 굉장히 비싸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뭐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공간 가방에 넣어두면 보존되지 않습니까?”
“하하, 그럼요. 그렇지요. 어쨌든 그건 더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현상금은….”
눈치 빠른 부관이 서류철을 뒤적이며 필요 항목을 찾아 하이타에게 내밀었다.
“하하, 제국들이 걸었던 건데 총 15만 골드입니다.”
태월의 입가가 더 올라갔다.
“참고로 요괴 포상금과 달리 현상금은 세금을 떼지 않습니다.”
“호오, 아주 좋군요.”
오늘 현상금으로만 20만 골드를 벌게 된 태월이다.
그 후 태월은 늑대 요괴의 본거지 위치와 병력 그리고 무장 상태를 세세히 적어줬다.
자신이 이곳 요새에서 해야 할 일들이 이젠 거의 없는 셈이다.
이곳 세상은 태월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양쪽 진영이 끝장을 보자고 덤비는 것이 아니라, 전투는 벌이지만 전쟁까지는 가지 않는 걸 택하는 현실이다.
위험 속에서도 평화가 공존하는 그런 세상이었다.
상위 신들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드러난 표면으로는 그러했다.
지구에서나 이곳에서나 하급 신은 신의 명칭만 있을 뿐 신전 하나 없는 등급일 뿐이다.
“정말 가시는 겁니까?”
“하하, 아시다시피 저희는 사냥대입니다. 사냥할 게 없으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이틀이지만 잘 지내다가 갑니다.”
다음 날 아침에 태월이 하이타 연대장과 나누는 대화였다.
“하급 신의 사체는 제국 쪽에서 제일 높은 가격을 쳐줄 겁니다. 그래도 최고는 경매가 아니겠습니까? 세 제국과 몇몇 왕국까지 침을 흘릴 것입니다. 아는 몇몇 곳에 정보를 흘려놓았고, 쿠자하의 경매회사에 제 친우가 있습니다. 양심적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상대를 속이진 않습니다. 적당하게 서로 이득을 보는 가치관을 따르고 있죠. 이미 연락해 두었으니 찾아가시면 됩니다. 그의 이름은 보르타입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이 태월에겐 더 낫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쉬워하는 하이타 요새장을 뒤로하고 태월 일행은 마차를 타고 도시로 향했다.
전에 타고 왔던 그 마차인데, 하이타 요새장이 전서응을 통해 대기시켜 놓았다.
“이틀간 무용담이 엄청났습니다. 저도 그 덕분에 술집에서 술 좀 거하게 얻어먹었지요. 하하, 하급 신이라뇨! 더구나 그 여우 요괴 3인방은 소문만 들었습니다.”
“소식이 빠르네요. 그런데 혹시 경매회사에서 일하는 보르타란 분을 아시나요?”
“어? 보르타 경매회사라고 있긴 합니다. 거기 사장이 보르타 씨지요.”
“에구, 하이타 연대장이 꼭 직원처럼 말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분 평판은 어떻습니까?”
“인정이 넘치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주 철저한 사람이지요. 자신에게 칼을 들이미는 사람은 끝까지 추적해서 끝장을 봅니다.”
“뭐, 사업적으로는 나쁘지 않네요.”
“따지면 그렇다고 봐야 하죠. 인간미가 부족한 냉혈한이라서 문제인 거죠. 에구, 제가 말실수를 했네요. 혹 그분을 보더라도 제가 한 말은 잊어주세요. 저 쫓겨날지도 모릅니다.”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오히려 성실한 분이라고 덕담 한마디 해주겠습니다.”
“흐흐, 그런 건 대환영입니다.”
쿠자하에 입성한 태월 일행을 태운 마차는 보르타 경매회사 앞에서 멈추었다.
“여기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귀한 분들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네, 잘 가세요, 하디크 씨!”
하디크는 100년 전 이후로 하급 신을 처치한 사냥대를 모신 마부였다는걸, 대대손손 자랑하며 살 생각이었다.
더구나 사냥대 대장의 친필 사인도 받았고, 두둑한 보너스도 따로 받았다.
“보르타 씨는 안에 계신가요?”
“약속이 되어 있나요?”
“2-4 요새의 하이타 요새장이 연락해놓았다고 합니다.”
“헛, 혹시! 라온 사냥대입니까?”
“네, 맞습니다.”
태월의 대답이 끝나자, 데스크에 있던 직원 중 하나가 부리나케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남은 직원은 태월 일행을 vip 상담실로 안내한다.
차 석 잔과 견과류를 내왔는데, 육포와 견과류는 백묘와 빨간 새로 변한 아리랑과 루루의 간식이었다.
그런 세세한 것까지 하이타를 통해 보르타 씨에게 전달된 것이다.
‘하이타 씨가 먼저 말했을 리는 없고, 보르타 씨의 사업 테크닉이겠군. 그런데 아샤는 이런 복장이 좋은가? 방어구를 아직도 입고 있네. 음, 그러고 보니 나도 안 갈아입고 있었네.’
태월의 생각과 달리 아샤와 아진은 그 복장을 ‘라온 사냥대’의 유니폼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겉보기와 달리 상당히 편했다.
신의 유물이기에 기능과 편리성을 함께 갖춘 것이다.
“루루! 발 안 떼?”
루루가 아샤의 맨살 허벅지에 올라서서 간식을 먹고 있었다.
“나 발톱 안으로 쏙 넣고 있거든요? 긁진 않잖아요.”
“너 가만 있는 게 아니라 발 두 개를 교대로 힘을 주잖아!”
“닿는 느낌이 좋아서 그래요. 어제의 전우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죠.”
“너 혹시 뭘 느끼는 거 아니야? 새가 좀 이상하네? 관음증에다 스킨십까지 즐기네.”
“만지는 게 아니라 밟는 거거든요?”
“발로 만지는 거잖아!”
둘이 또 투덕거리고 있었다.
아샤와 아진이 서 있을 때도 치마가 짧은데, 의자에 앉으니 심하게 짧게 된다.
더구나 둘은 속옷도 입지 않는 여인들이다.
다리를 모으고 있는 습관이 아니었다면, 벗은 거와 다를 바가 없었을 복장이다.
그런데 루루가 그 위에서 둠칫둠칫하고 있으니 아샤가 수상히 여긴 것이다.
“저희, 회사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이 도시에 국제적으로 경매를 치를 곳이 이곳밖에 없잖습니까?”
“음, 사실 한 군데 더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저희가 인지도에서는 상위에 있습니다.”
“그건 몰랐네요. 어쨌든 잘 부탁합니다.”
“실망스럽진 않을 겁니다.”
보르타는 태월과 법술로 제작된 계약서라는 걸 작성했고, 경매 날짜를 정했다.
경매 수수료는 낙찰가의 5%로 정해졌다.
보통은 10%였지만 거액의 금액이 오고 갈 것이라 봤기에 특별대우를 한 것이다.
그리고 열흘 후 경매가 시작되었다.
그 사이에 태월 일행은 두 곳의 요괴 은신처를 기습해서 짭짤한 성과를 올렸다.
중급 두 마리를 처치함으로써 영혼 에너지가 예상보다 빨리 모이고 있었다.
“예상대로 3개의 제국이 참가하였고, 11개의 왕국도 입성했습니다.”
“그 먼 나라들이 어떻게 이리 빨리 오죠?”
아샤가 궁금했는지 담당자를 쳐다보았다.
“펫이 있잖습니까? 전투에는 직접 참여 못 하지만, 수송용으로는 쓰이고 있습니다. 보유하신 신조보다도 크기가 세 배 정도는 됩니다.”
루루가 조금 더 성장했기에, 사람 한 명 정도는 태울 크기가 되었다.
그것에 세 배라면 5명 정도는 태운다는 뜻이다.
몇 가지 재확인 절차가 끝나고 태월이 사체를 넘겨주었다.
그들이 가진 공간 가방에 하급 신의 사체가 이전되었다.
그리고 두 시간 후 경매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