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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92화 (192/250)

192화. 요괴 은신처

루루가 향한 곳은 요새 건너편에 있는 요괴들 진영이다.

불붙은 돌덩어리를 쏘아대는 장소였는데, 코끼리들 사이에 요괴들이 있었다.

‘너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어? 저기 불의 요괴가 있어요.’

‘돌아와! 지금 욕심부리다간 집중 공격을 받게 돼!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안전이 더 중요해.’

‘그럼, 상황 체크만 하고 바로 갈게요.’

신수인 불새이긴 해도 상대의 정보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선 위험한 일이다.

마스터의 명이기에, 루루는 크게 선회를 하며 진영 파악만 하고는 요새로 돌아왔다.

“코끼리 부대가 좌우측으로 있는데, 각각 100마리 정도랍니다. 그리고 불의 요괴들이 우측에 80마리 정도 있고 늑대 요괴들이 1,000마리 정도라고 하네요.”

루루가 파악해 온 정보를 하이타 요새장에게 전하는 태월이다.

“아, 불 요괴 숫자가 좀 더 늘었군요. 속성 요괴들이 문제였던 것이지, 늑대 요괴들은 저희 병력으로도 충분합니다.”

“여기 병력이 얼마나 되길래요?”

“2천 명이죠. 늑대 요괴 하나와 싸우려면 인간 병력 3명이 합쳐야 하지만, 총공격 때도 전원이 쳐들어오진 않습니다. 그리고 방어가 공격보단 3배 정도 효율이 높지 않습니까?”

“요괴 쪽에서 전원 공격하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다 자라지 않은 어린 요괴들과 산모를 보호하려는 차원으로 파악했습니다. 역습에 대비한 안전장치 같은 거죠.”

“공중으로 넘어오는 요괴는 없나 보네요?”

“제일 위험한 요괴지만 이곳 요새 밖에선 없습니다. 국방부에서 넘어온 정보로는 다른 곳엔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이곳엔 없습니다. 그래도 늘 공중 공격에 대비는 해놓은 상태죠. 뭐 이번 공격은 예상외였지만.”

태월이 주변을 둘러보니 발리스타 같은 것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긴 했다.

“또 공격해 올 수 있겠네요?”

“저들의 병력이 그 정도로 많진 않아서 하루에 보통 한 번 정도만 공격합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서로 끝장을 봤겠지요. 긴 세월을 이런 식으로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전쟁이라기보단 전투를 벌이는 식으로 공존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번 공격에 병사 둘이 사망했네요?”

“네,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대승을 거뒀으니 그걸로 위안 삼아야죠. 사냥대 분들이 돕지 않았다면 백여 명은 사망했을 겁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태월은 하이타 연대장의 말을 대충 흘려 들으며, 사망한 병사를 관찰하고 있었다.

‘영혼이 역시나 없네. 요괴들이 영혼을 갈취하는 거였군.’

이곳 세상에 와서 아직까진 귀신을 본 적이 없는 태월이다.

다른 사망 병사도 역시나 영혼이 없었다.

“병사들의 장례는 어찌합니까?”

“육신만 남은 것이라서 화장을 합니다. 소지품만 가족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어? 영혼이 없는 걸 아시네요?”

“요괴와의 전투에서는 그렇게 된다는 걸 법술가들이 증명해줬거든요. 그 영혼을 흡수해서 성장에너지로 삼는 게 요괴라고 했습니다.”

법술 아카데미에서 알아낼 정보가 역시나 많은 것 같다고 태월은 생각했다.

화장하는 것까지 잠시 지켜보던 태월 일행은 하이타 연대장을 따라 지휘소로 들어갔다.

태월의 사냥대가 합류하면서 이번엔 수비가 아닌 기습공격을 하기로 작전이 바뀌었다.

“내일 저희는 불 요괴들을 처리하겠습니다. 그것만 하면 되나요?”

“네! 충분합니다. 다 해치웠으면 좋겠지만, 게릴라식 방법이 안전하지요.”

이 요새의 병력으로는 늑대 요괴들을 쓸어버릴 여력이 되지는 못했다.

적어도 오천의 병력은 넘어야 하는 일인데, 절반도 안 되는 숫자로는 꿈도 못 꿀 일이라는 게 지휘부의 생각이다.

태월도 내일 전투를 해봐야 알겠지만, 여력이 된다면 늑대 요괴들도 손 볼 생각이었다.

각 병력의 공격 시점에 대한 이야기까지 마친 후에야 태월 일행에게 숙소가 배정되었다.

이곳 병력의 대부분이 남성들인지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연대장의 막사 옆이었다.

아샤와 아진의 몸매는 드러났지만, 얼굴은 투구를 썼기에 자세히 보이진 않았다.

아카데미의 해리스가 빌려준 투구였다.

그걸 안 썼다면 이곳 병사들에게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몸매만으로도 웅성대던 병사들이었으니 말이다.

“지구나 여기나 군인들은 다 같은 거 같네.”

“노래라도 불러 줬어야 했나? 위문 공연 가면 그렇게 하던데.”

아진의 말에 아샤가 엉뚱한 소릴 하고 있다.

태월의 배낭 안에는 더 훌륭한 텐트가 있었지만, 그걸 쓰진 못할 주변 상황이다.

그러잖아도 눈에 띄는 일행인데 숙소까지 그리되면 괜한 심력 낭비가 이 요새에 생겨버린다.

다만 배낭에서 물통과 욕조를 구석에 꺼내놨을 뿐이다.

숙소도 두 개나 주려는 걸, 부부라는 이유로 하나만 배정받았다.

이곳 세상에서 일부다처인 귀족은 흔한 경우다.

“셋이 오늘은 그거 안 하세요?”

루루가 아샤에게 하는 말이다.

“우리가 뭘 했는데?”

“거시기요!”

“헐, 너 관음증이었어? 그럼 지금껏 눈으로 즐긴 거야?”

“동물은 즐기지 않아요. 그냥 번식 때문에 하는 것이죠. 그런데 아샤 님은 좋아서 흥흥거리기에 묻는 거예요.”

“컥! 흥흥이라니! 내가 언제?”

얼굴이 붉어진 아샤는 루루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루루 때문에 앞으로 옷도 못 벗겠네?”

“저도 옷은 안 입었는데요?”

“야! 사람하고 동물이 같냐?”

“사람도 동물이라던데요?”

둘이 투덕거리는 사이에 씻고 나온 태월과 아진이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웠다.

“앗! 언니 반칙이야. 나도 얼른 씻어야지.”

방금까지 루루와 싸우던 내용을 잊었는지 알몸으로 욕조로 들어가는 아샤다.

루루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녀를 지켜보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요새의 첫날밤은 지나갔다.

아침 일찍 일어난 태월 일행은 전투 복장으로 갈아입고 막사를 나섰다.

이 세상에 와서 사냥대가 입는다는 전투복을 태월은 구경도 못했다.

그래서 일행이 걸친 옷은 이곳 병사들과 같은 전투복 형태였다.

천을 안에 대고 겉은 갑주처럼 되어있는데, 하체를 움직이는 데는 불편함이 있었다.

태월이야 아리랑을 타고 언월도를 휘두르기에 문제는 없었지만, 아샤와 아진은 문제가 있긴 했다.

“이곳 오기 전에 방어구 파는 곳을 갔어야 했네. 어떤 게 있으려나.”

“지구의 RPG 게임에 보면 여전사 옷들이 이쁘던데.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

“그냥 위에만 입고 싸우셔도 될 건데요? 하의 실종 어때요?”

“야! 이 관음증! 너 또 이상한 소릴 할래? 너 어제도 훔쳐봤지?”

“제가요? 에이 설마요.”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밤새 몰래 보느라 눈이 빨개졌잖아.”

“어? 저 원래 눈이 빨간데요?”

“그런가? 깃털만 빨간 게 아니었어?”

사실 아샤의 짐작대로 원래 루루의 눈동자 색은 파랗다.

루루가 늘 공중에 떠서 돌아다니기에, 눈 색을 자세히 살펴본 적이 없는 아샤다.

“아샤! 쟤 눈은 원래 파랬어.”

“그렇지, 언니? 야 이 관음증아!”

아샤가 채찍을 꺼내 휘둘러오자 잽싸게 하늘로 올라가는 루루다.

“흥, 흐응!”

루루가 공중에 떠서 아샤의 비음 소리를 흉내 내고 있다.

“야! 안 내려와!”

오늘도 투덕대는 둘을 잠시 보던 태월은 픽 하고 웃어주고는 지휘부로 향했다.

태월만 작전 회의에 참여하기에 나머지 일행은 막사 근처에서 몸을 풀면 되었다.

“그럼 한 시간 후에 저희부터 기습하겠습니다. 바로 이동해서 시간을 맞추도록 하죠.”

“잘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해보는 공격이라서 흥분이 되네요. 그리고 어제 있었던 요괴 수당은 저희가 보유 중인 금괴로 대체해놨습니다. 언제든 찾아가시면 됩니다.”

이곳 요새에서도 요괴를 잡으면 국가에서 돈이 지급된다.

요새 유지 자금과 병사들 수당에도 그 비용이 사용되고 있었다.

증거물이 모이면 물자 수송 때 싣고가서 요괴 처치 수당을 받아오는 것이다.

“하하 그건 편리하군요. 나중에 더 합쳐지면 그때 찾겠습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태월은 일행이 기다리는 막사로 돌아가서 루루를 앞장세웠다.

아리랑의 위엔 태월과 아샤 그리고 아진이 타고 있다.

이른 아침이고 식사 타임을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이동 중에 간단한 육포만 씹었다.

“육포 맛은 이곳 세상이 더 나은 것 같아.”

“청정한 세상이라서 더 그런 거 같긴 해.”

“지구로 돌아갈 때 잔뜩 가지고 가야지.”

“그러려면 법술가가 만든 가방이 꼭 필요하겠네. 내 배낭은 지금 다른 걸로 가득 차 있으니. 흠, 돈을 많이 벌어야겠군.”

태월도 다른 무엇보다 그 가방이 제일 탐났다.

뭐 잘 배워서 직접 만들면 되겠지만, 그 정도 실력을 쌓을 수 있을지는 현재로는 장담할 수 없다.

50분 정도를 산을 우회하여 돌아가니, 요괴들의 은신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빠르고 신속하게 잠입이 가능한 건 아리랑의 몸놀림 때문이다.

일반 병사였으면 두 시간 이상 걸릴 거리였다.

루루가 몸의 크기를 최대한 줄여서 은신처를 둘러보며 상황 파악을 하고 있다.

‘불의 요괴 외에도 다른 요괴가 셋이나 있어. 생긴 게 여우인데? 계급이 높은가 봐. 뿔이 두 개나 달렸고 상석에 앉아 있어.’

‘얼, 여우 셋 다 뿔이 두 개라고?’

‘네, 마스터하고 같아.’

‘엥? 뭐가 같다는 거야?’

‘제일 상석에 앉은 여우가 수컷이고 양옆에 앉은 여우가 암컷이거든요.’

‘야야! 이 관음증! 이런 상황에서 그딴 소리가 왜 나와? 내가 동물이니? 암컷이 왜 나와.’

‘그럼, 식물인간인가요?’

태월이 텔레파시를 공유하고 있었기에 일행들도 듣고 있던 상태다.

발끈한 아샤가 루루를 노려봤다.

‘둘이 이제 그만해. 그런데 여우는 어제 없지 않았어?’

‘네, 전투가 끝난 후인 밤에 왔든지, 아니면 아침 일찍 온 거 같아요.’

‘갑자기 중상급 요괴 셋이나 나타나다니, 좀 부담되네.’

‘오빠, 어제 에너지 많이 흡수해서 문신이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실험은 안 해봤지만, 장담은 못 해. 그게 안 된다고 상정하고 싸워야 할 거야. 그거 믿다가 안 되면 오히려 위험해져.’

‘어? 여우가 한 마리 따로 나가네요? 저리로 가면 늑대 요괴들 방향인데?’

‘그놈부터 잡아야겠다. 그쪽에 합류하면 병사들이 엄청나게 죽겠군.’

태월 일행은 루루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신속히 따라갔다.

지구의 특수부대에서 쓰는 잠입술을 발휘하는 일행이다.

‘여우 요괴가 은신처에서 2km는 벗어났어. 그 정도면 본진에서도 모를 거야. 일단 더 달아나지 않게 붙잡아 둘게.’

루루가 증상급 요괴보단 상위 존재기에 그들에게 들키진 않았다.

-슉! 슈슛!

루루가 몸체를 키움과 동시에 불덩어리를 쏘아댔다.

여우 요괴의 진격 방향으로 날린 것이다.

깜짝 놀란 여우 요괴는 땅을 한 바퀴 굴러 피하더니 하늘을 쳐다봤다.

“헛! 어제 공격했다던 그 빨간 독수리?”

“네 눈엔 내가 독수리로만 보이냐? 어디서 헛소리야!”

의념으로 말소리를 내는 요괴들이라서 루루와 같은 언어방식이었다.

루루는 인정하진 않지만, 실제로도 독수리와 많이 닮긴 했다.

루루가 몇 방의 불덩어리를 더 날려대자, 신체 일부에 상처까지 입은 여우 요괴는 왔던 곳으로 도망을 택했다.

그 결과가 오히려 그 요괴를 위태롭게 했다.

태월 일행의 진격 방향과 같은 곳이다.

“헉!”

“우와! 저 옷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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