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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91화 (191/250)

191화. 2-4 요새

태월은 경비의 저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문을 개방하고 있지 않나요?”

“개방한 건 맞습니다. 그리고 내부의 공원과 제1 운동장까지도 개방되었고요. 다만, 동물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일반 동물이 아닌데요?”

“아, 펫이란 말씀이군요. 그럼, 증명패를 제출하시면 됩니다.”

애완동물도 펫이긴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건 사냥꾼을 보조하는 의미의 동물이다.

태월이 경비의 요구에 따라 신분패를 내밀자, 그의 눈이 커졌다.

“헉, 수호 동물도 있습니까?”

“저기 하얀 고양이가 백호입니다만?”

“잠, 잠시만요.”

개교 이래 수호 동물이 아카데미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교무처에까지 연락하며 기어이 교직원까지 불러내는 경비직원이었다.

“환영합니다. 수호 동물의 동행을 환영합니다. 교무처의 해리스입니다. 좀 미진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아닙니다. 과해서 오히려 얼떨떨합니다.”

왕국에는 두 마리밖에 없다고 알려진 수호 동물이다.

거기다가 백호는 이 세계에서 카이샤 제국에만 있을 뿐이다.

요괴 사냥대의 대장까지 출현했고, 거기다 수호 동물까지 갖춘 태월 일행에게 교무처 직원 해리스는 아카데미 안내에 최선을 다했다.

“학생들은 안 보이는군요?”

“방학이라서 다들 고향으로 갔을 겁니다. 다음 달이나 돼야 돌아올 거고요.”

“입학 원서는 언제까지 제출해야 합니까?”

“어? 여기 누가 입학하나요?”

“저희 셋요.”

“네? 이미 사냥팀인데 여길 입학한다고요?”

“왜요? 그러면 안 되나요?”

해리스가 보기엔 좀 이상한 팀이었다.

이미 완성된 팀일 터인데 굳이 법술을 배울 필요가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태월은 사냥에 쓰려는 목적도 있지만, 훗날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법술을 배우고자 함이다.

지구로 돌아가는 게 젤 급선무이지만, 영혼 에너지를 채우는 것이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었다.

과거엔 수십만의 영혼 에너지를 모으기도 했었고, 신격을 지닌 요괴들을 흡수했었다.

이곳의 신격 요괴를 잡으려면, 그 바탕이 되는 영혼 에너지가 어느 정도 채워져야 한다.

이제 모인 게 겨우 공간 배낭을 열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요괴의 종류나 등급은 이곳 아카데미에서도 알고 있다니, 정보를 최대한 모아야겠지. 이곳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좋은 자리를 맡을 수 있다고 했으니 오히려 나을 거야. 지구에서야 아카가 알아서 잘 다독여주겠지? 영혼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건 스스로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아카와 아루 그리고 아쿠의 영혼을 느끼고 있으니, 다를 바가 없을 거고.’

태월은 부디 아카가 지혜롭게 잘 대처해주길 바랐다.

“아닙니다. 굳이 입학시험까지 볼 필요는 없고 특례로 바로 입학이 가능할 겁니다. 수호 동물까지 있는 수호 사냥대 아닙니까!”

사냥대에 이상한 이름까지 붙이는 해리스다.

그나마 특례입학이 가능하다는 것에, 태월은 오늘 온 보람을 느꼈다.

“그럼 온 김에 입학 수속도 바로 가능한가요?”

“음, 며칠 후에 하셔야 하지만, 바쁘실 테니 제가 책임지고 처리하겠습니다.”

“일반 직원이 아니셨나 보네요?”

“하하, 제가 제2처장 대리입니다. 척 봐도 표가 나지 않나요? 지금 처리해 드릴까요?”

“하하, 네 그럼 고맙지요. 감사합니다.”

태월 일행은 교무처 처장 대리를 따라 제2 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가 알려 주는 대로 누락 없이 빈 곳을 채워나갔다.

사냥대에 쓰인 기록을 그대로 쓰는 것이기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네! 이제 서류는 다 되었습니다. 신분증 복사만 해두면 끝입니다.”

“혹시 근교에 요괴 사냥할 곳이 있습니까?”

“있긴 하지만 그곳은 대치 중인 곳입니다. 저희가 연락해두면 자리야 마련해주겠지만, 안전은 책임지지 못합니다.”

“불리하다 싶으면 바로 후퇴할 것이니, 위급상황까지는 가지 않습니다. 연락해주시겠습니까?”

“음, 밀리고 있는 곳을 도우시면 되겠군요. 코제크! 전선 쪽 매를 불러!”

교무처 직원은 신분증 복사가 끝이 나자, 간단한 편지를 쓰더니 호각을 불었다.

그 소리에 호응해서 나타난 것은 작은 매였다.

매의 발에 편지를 넣은 대나무 통을 매단 후 날려 보냈다.

태월 일행이 그 매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자, 부연 설명을 해주는 직원이다.

“전선 쪽으로 가게 되는 매입니다. 매마다 가야 할 장소가 정해져 있지요. 두 시간 내로 연락이 올 겁니다.”

코제크란 직원의 말이 끝나자, 해리스가 뒤를 이었다.

“흠흠, 그동안 학교 내부를 구경시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끼리 해도 되는데요? 안 바쁘신가요?”

“여기가 보기보다 넓습니다. 처음 오는 분들은 다 헤매거든요. 제가 오늘 일직이라서 한가한지라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지요.”

태월 일행도 헤매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의 안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태월 일행이 보기엔 러시아 국립대학 시절의 분위기를 다시 느끼는 그런 시간일 뿐이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떠났던 매가 돌아왔다.

“제2-4 지역이 제일 약세입니다. 그곳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어떻습니까?”

“거기가 어디죠?”

해리스는 지도를 가져와서 한 곳을 가리켰다.

“이곳입니다. 마차를 타고 오셨다고 하니, 2-4 요새로 가자고 하면 될 겁니다. 거기 요새장인 하이타 연대장을 찾으시면 됩니다. 한 시간 정도 거리인데 정말로 가실 생각입니까?”

“저희가 사냥대 아닙니까? 당연히 그런 일이야 원래 하는 일이지요. 그럼 다음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디 몸 건강히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태월 일행은 아카데미를 나와 마차 대기소로 향했다.

“여깁니다! 어찌 일은 다 마치셨나요?”

“추가 요금을 지급할 테니, 2-4 요새로 가주세요. 문제는 없지요?”

“하하, 물론입니다. 요괴 지역 빼곤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마차는 해리스의 말대로 한 시간 정도를 달렸고, 성벽이 10m가량 솟아난 골짜기의 성 앞에 당도했다.

“이곳이 2-4 요새입니다. 안으로 들어갈까요?”

“와본 적 있는 모양입니다. 요새장을 봬야 한다던데요?”

“아, 하이타 님을 뵈러 가시는군요. 제가 그 위치를 알고 있습니다. 신분패만 준비해주세요.”

마부는 요새의 경비와 인사를 나누더니, 뒤쪽을 가리켰다.

태월은 일행의 신분증과 교무처에서 받은 소개장을 내밀었다.

“흠, 이상은 없군요.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여기 마부를 따라가시면, 바로 뵐 수 있을 겁니다.”

마차는 성문을 통과했고 요새장이 있는 장소로 이동 중이었다.

그런데 목적지로 가까이 갈수록 태월은 소란스러움을 느꼈는데, 종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슈카캉! 슈악! 쾅!

불붙은 돌덩어리가 벽면과 성벽을 때리고 있었다.

“성벽 쪽에 물을 부어! 하킴 소대! 뭘 하고 있나?”

“넵! 바로 진화하겠습니다. 저쪽에서 코끼리 부대까지 동원하는 바람에 진화팀 인원이 부족합니다.”

“지원팀에게 바로 연락해서 나서라고 해! 그들의 공격이 이거 하나뿐일 리가 없는데?”

“네! 연대장님! 그리고 참모부에서 조사 중이니 바로 보고가 올라올 겁니다.”

부관의 말에 하이타 연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던 중 고개를 들었는데,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부관! 저게 뭐지?”

“헉! 코끼리 부대가 또 있었나 봅니다. 어? 저, 저건 돌덩어리 대신 요괴?”

“제길! 비상종을 쳐!”

-땡땡땡! 땡땡땡! 땡땡땡!

태월이 들은 소리가 이 비상종 소리였다.

“오빠?”

“마부? 마차 세워요! 그리고 그대는 이대로 돌아가기 바랍니다.”

“아, 알겠습니다. 하필 반격을 당할 때 오게 되었군요.”

태월은 그에게 작은 주머니를 던져주고는 아리랑을 쳐다봤다.

백묘 상태인 아리랑이 마차에서 뛰어내리며 커다란 백호 상태로 돌아왔다.

그 위를 일행들이 올라탔다.

“헉!”

마부의 놀람을 뒤로하고 태월은 외쳤다.

“가자!”

쏜살같이 내달리는 아리랑은 요괴들이 쏟아져 오는 곳이 나타나자 그대로 몸통 박치기를 해버렸다.

-키에엑!

“산개! 각자 쓸어버려!”

아샤와 아진이 채찍을 꺼내자 그 채찍이 루루가 불을 붙여준다.

그녀들은 아리랑의 등에서 뛰어내려 요괴 무리를 향해 휘둘러댔다.

그리고 루루도 하늘로 떠올라 무차별 불덩어리를 내갈긴다.

급박해진 상황인지라 루루도 본체로 돌아와 있었다.

타인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저, 저들은 누구지?”

“그, 글쎄요. 혹시 아카데미에서 보낸다던 그 사냥대 아닐까요?”

“그들 수호 동물이?”

“아! 맞네! 백호! 그런데 저기 붉은 자이언트 독수리도 수호 동물 같은데요?”

“그건 나중에 확인하고 일단 흩어지려는 곳부터 막아!”

태월은 언월도를 꺼내 아리랑과 함께 요괴 무리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안은 태월이, 밖은 아샤와 아진이 그리고 흩어지는 적은 루루의 공격을 받았다.

“크악! 이것들은 어디서 나타난 거야?”

“부부장님! 수호 동물까지 거느린 사냥대 같습니다.”

“그런 사냥대가 여길 왜 와? 쿠자하에서 온 정보에는 이런 말이 없었잖아!”

표범 머리를 하고 있는 요괴가 불덩어리를 회피하며, 갑작스러운 사태를 해결하려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태월은 요괴의 목을 잘라내며 주변을 돌아보다 그 표범 머리를 발견했다.

“오! 저놈 뿔도 달렸어! 비록 하나지만 말이야! 저놈부터 잡자!”

중급 요괴하나를 발견한 태월은 아리랑에게 신호를 보냈다.

순간 90도의 방향으로 몸을 튼 아리랑은 요괴들의 몸을 짓밟으며 내달렸다.

멀지도 않은 불과 10m의 거리였기에 순식간에 도달했다.

“헉! 왜 나에게?”

“이거 주려고!”

태월의 언월도가 공간을 가로지르며 표범 머리에 도달했다.

표범 머리는 가까스로 몸을 돌려 절단되는 걸 피했지만, 입을 벌린 백호의 아가리는 피하지 못했다.

-크가각! 크악!

요괴의 덩치보다 5배는 더 큰 백호인지라, 표범 머리 정도는 한입에 들어갔다.

태월은 왼손을 들어 표범 머리를 삼켜보려 했지만, 영혼만 삼켜져 에너지만 늘 뿐이다.

‘아직은 과거처럼 한 번에 삼켜지진 않는군. 에너지가 더 늘어나야 가능할 거 같네.’

그나마 영혼 에너지가 축적되기에 그것에만 만족해야 했다.

태월 일행이 그날 잡은 요괴의 수만 200마리 정도가 되었다.

그 외 요새군이 잡은 숫자가 20마리 정도다.

태월은 그 사이를 다니며 영혼 에너지를 흡수하였고, 타인들이 보기엔 확인 사살하는 것으로 보였다.

“와! 드디어 다 잡았다!”

“이번엔 식겁했어! 정면 돌진만 하던 놈들이 이런 꾀를 내다니!”

태월 일행이 아니었다면 굉장한 피해를 봤을 요새였다.

“감사드리오! 난 이곳 2-4 요새를 맡고 있는 하이타 연대장이오!”

“안녕하십니까? 쿠자하 법술 아카데미를 통해 오게 된 라온 사냥대입니다.”

“아! 역시 그분들이 맞군요. 백호를 보고 긴가민가했습니다. 숫자 파악은 이미 되었습니다. 이곳 정리는 병사들에게 맡기고 안으로 들어가시죠.”

“그러죠!”

“어? 그런데 저 붉은 새는 왜 저리로 갑니까? 일행 아닙니까?”

태월도 알지 못할 행동을 루루가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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