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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84화 (184/250)

184화. 마을잔치

태월은 불안한 시선으로 수레의 바퀴를 쳐다봤다.

“가는 데까진 가봐야지. 가다가 부서지면 일일이 날라야 하는 곤경에 처하게 되겠지만.”

“오빠? 바퀴에 에너지를 두르면 어때?”

“오? 괜찮은 생각인데?”

태월이 쓰는 영혼 에너지는 푸른빛 에너지이며 회수할 수 있었다.

100%의 회수율까진 아니지만, 대부분을 회수해왔다.

일방적인 소모성이 아니었기에, 아샤가 권하는 것이다.

아샤의 조언에 따라 바퀴와 축을 에너지로 두르는 태월이다.

그리고 바퀴는 마을을 향해 구르기 시작했다.

“동물의 영혼에선 에너지를 못 얻나?”

“내가 인간이라서 그런지 인간의 영혼에서 나온 에너지가 적합한가 봐. 물론 강제로 동물에게서도 얻을 수 있겠지만, 효율은 그리 좋지 않았어. 요괴들은 오히려 효율이 더 좋긴 하지만.”

“최소의 격 이상은 되어야 한단 소리구나.”

수레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아샤와 아진도 걸어가는 중이다.

“호호, 그런데 아리랑은 좋겠다.”

힘을 쓰며 수레를 끌던 아리랑의 귀가 쫑긋거렷다.

“오빠가 그러는데, 카이샤 제국의 황제가 신수를 데리고 있대. 그런데 그 신수가 수컷 백호야. 어때? 확 당기지?”

아리랑의 꼬리가 위로 솟구쳐졌다.

기분이 좋을 때 저렇게 꼬리를 위로 올리기도 한다.

아리랑은 신수인 백호로서는 그 짝을 지구에서 찾지 못했었다.

“아유, 좋아하는 거봐라.”

“안 좋아했거든요?”

“그래? 그런데 꼬리는 왜 올라간 거야?”

수레를 끌고 가던 아리랑은 그제야 뒤를 돌아봤다.

자신도 모르게 치솟아 올라간 꼬리가 눈에 보인다.

“꼬, 꼬리가 고장 났나 봐요.”

“푸하하, 고장이래! 아이고 웃겨!”

아샤가 힘들게 끌고 있는 아리랑 옆에 서서,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저, 지금 힘들거든요? 저기 멀찍이 떨어져 있으세요.”

아샤와 아리랑의 만담을 지켜보는 사이, 어느덧 마을 입구 근처에 도달한 일행들이다.

목책에선 벌써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우와, 설마 저걸 다 사냥했다고? 아무리 수호 동물을 지닌 사냥꾼 팀이라고 해도 저 정도면 엄청나잖아.”

“야, 빨리 가서 대장님께 알려! 도와드려야지!”

입구 앞에 도달했을 즈음에 목책이 열리며, 자경 대장인 벡터가 무리를 이끌고 나왔다.

“와, 진짜 대단하십니다. 이게 대체 몇 마리입니까?”

“29마리네요. 곰 1마리, 멧돼지 5마리, 노루 3마리, 여우 3마리, 늑대 4마리, 토끼 6마리, 꿩 7마리.”

“이건 마을 잔치를 해도 충분하겠군요. 아 물론 말이 그렇지 그렇게 하잔 소리는 아닙니다.”

“절반만 우리가 가질 테니, 도축해서 나눠주도록 하세요. 다들 고깃국 노래를 부르던데.”

“하 핫, 정말이십니까? 아이고 감사합니다. 도축해서 젤 좋은 부위로 절반을 드리겠습니다. 물론 가죽도 다 드릴 겁니다.”

“다른 가죽은 됐고! 곰과 여우만 챙겨주세요.”

이곳에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겨울이 되면 일행들이 쓸 모피는 필요했다.

지구의 곰보다 몸집이 두 배는 크기에 일행들의 옷을 만들기에도 양은 충분했다.

자경 대원들이 달라붙어 잡아 온 사냥물을 부지런히 날랐다.

절반이나 자신들이 가질 수 있기에 더욱 힘이 나는 그들이다.

그리고 도축 일을 할 줄 아는 이들까지 불러와 발골을 시작했다.

다른 가죽은 도축하던 사람들이 했지만, 곰과 여우만큼은 솜씨 좋은 전문가가 따로 나와 직접 했다.

그들 속에 있던 남자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50 후반은 되어 보이는 중년과 노인 사이쯤의 연배였다.

“하하, 마을을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직접 보기는 처음이군요.”

태월은 그가 누군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근처에 있던 자경 대장 벡터가 나섰다.

“저희 개척 마을의 촌장 되시는 루카 경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군요. 이쪽은 제 가족들입니다.”

태월은 자신의 이름을 굳이 밝히지 않았는데, 이름의 발음이 이곳 세상에 없어서 곤란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전 아진입니다.”

“처음 뵙습니다. 전 아샤입니다.”

“허허, 이름만 들어보면 두 분이 꼭 자매 같네요.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분은 제국에서도 보지 못했습니다. 듣기론 두 분 다 이쪽의 부인이시라고?”

이름만 비슷하지, 생긴 건 다른 두 여인이다.

“네, 그래서 우린 가족이지요.”

촌장도 태월의 이름이 궁금했지만, 굳이 밝히지 않기에 좋은 게 좋다고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촌장님은 귀족분이신가 보네요?”

아샤가 벡터가 소개한 촌장의 호칭에서 경이란 걸 듣고 꺼낸 말이다.

“네 맞습니다. 남작이셨지요. 수도에 계시다가 말년에 이곳으로 오신 분이지요. 쉬셔야 할 나이에 이렇게 몸소 마을을 이끌고 계십니다.”

“흐흠, 쓸데없는 소릴 하고 있군. 과거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이곳 촌장 노인이 맞습니다. 그리고 청년도 이제 귀족으로 불릴 텐데요?”

“네? 제가 왜 귀족이죠?”

“수호 동물을 가지고 있다면, 그만한 자격을 하늘이 내린 거라 봅니다. 왕국 등록청에 등록만 하시면 바로 귀족 지위가 내려옵니다. 모르셨나요? 이미 귀족이어서 관심이 없으셨을지도.”

전혀 모르는 정보를 이야기하자, 태월은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아, 제가 이 왕국 출신도 아니고, 멀리 있는 작은 나라의 잊힌 가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귀족에 대한 건 잘 모릅니다.”

“허허, 그러셨군요. 그런 것 치고는 이렇게 어여쁜 부인들을 두셨다니. 기품이 넘치는 걸 보면 귀족들 영양 같은데요?”

촌장이 집요하게 묻는 느낌이 나자, 아진이 껴들었다.

“제 부군은 아주 고대 시대에 왕족 가문이기도 했습니다. 그 후 다 잊고 대대로 한적한 곳에서 살다 보니 세상사에 어둡습니다.”

“아하, 뭐 그렇다면 이해가 가네요. 인간 종족의 역사에서 고대 시대는, 많은 국가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고 반복했지요. 역사서에 기록 안 된 왕족들도 있다는 소린 들었습니다.”

갑자기 옛 왕족이 되어버린 태월이다.

주변에 있던 주민들도 그제야 천하절색인 두 여자를 아내로 거느릴 만하다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저희는 조금 있다가 다시 와도 될까요? 아직 씻지를 못해서요.”

“하하, 제가 괜한 질문을 던져서 시간을 뺏었군요. 두 시간 후쯤에 오시면 잔치 준비가 될 겁니다. 쉬다가 오세요. 그때 뵙겠습니다.”

수호 동물에 이어 왕족까지 나오자, 태월을 대하는 사람들이 조심스러워졌다.

촌장과 헤어져 객점으로 돌아온 태월은 아진과 눈을 맞추며 갸웃거렸다.

“갑자기 내가 왜 왕족이 된 거야?”

“어? 신라 시대 왕족이 박씨 아니었어? 오빠도 박혁거세가 시조잖아.”

“맞긴 맞는데?”

“그러니까 틀린 말은 아니네.”

아샤가 나서서 아진의 말을 거들었다.

“에이, 그렇게 말하면 김씨, 이씨, 박씨는 전부 왕족이겠다.”

“어쨌든 아진 언니가 거짓말한 건 아니네!”

“에고, 잘들 한다. 어서 씻고 나오기나 해.”

“오빠도 이곳에서 지내려면 이름을 만들어야 해. 본명은 너무 어렵고. 우리가 나올 동안 이름이나 생각해둬.”

태월은 자신의 작명 실력을 알기에 몇 가지 떠올리다가 포기해버렸다.

결국 씻고 나온 아샤와 아진이 수고를 해야 했다.

“음, 태월, 태우.”

“태우? 태리우스의 약자 같네. 테리우스 느낌 나는데?”

“윽, 들장미 소녀 캔디가 장미 가시로 날 고문할 것 같다. 그건 사절.”

“태우스?”

“그건 또 뭐지? 태리우스에서 리를 뺀 건가?”

“왕족이니까 거창하게. 태월에 제우스를 합쳐 태우스.”

“헐, 더 황당하다.”

“그럼, 오빠가 지을 거야?”

“그럼, 아카의 회사명으로 할까? 라온!”

“오, 그래 그러자. 순우리말인데도 이곳 언어 같네.”

결국 태월의 이 세상 이름은 라온으로 정해졌다.

태월도 씻고 나와 노닥거리다가 시간이 되자 마을 회관으로 향했다.

꽤 많은 사람이 마을 회관의 안과 밖을 채우고 있었다.

마을 잔치 준비를 한창 하고 있었고, 여기저기 음식 볶는 기름 내음이 한가득하다.

그리고 여기저기 바비큐를 돌리고 있었다.

태월 일행이 다가오자 그들이 길을 터주었다.

“어서 오세요. 자 안으로 들어가시죠!”

자경대 대장인 벡터가 태월 일행을 안내했다.

안에는 테이블이 이십여 개가 마련되어 있었고 의자는 없었다.

“자! 여러분 사냥꾼 일행이 오셨습니다. 다들 환영의 박수를 부탁합니다.”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

개미 요괴를 잡아 올 때도 없던 환영식이, 식량을 만들어 오니 이렇게 성대하게 환호하고 있었다.

‘식량이 상당히 부족하긴 한가 보네. 종종 사냥 좀 해서 가져다줘야겠군.’

아리랑만 힘들 뿐, 태월 일행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다.

“자 여기들 와서 먹도록 하세요. 주인공분들이 오지 않아서 우리도 아직 손대지 않았습니다.”

“아, 먼저 드셔도 되는데.”

“에이, 그럴 수는 없는 일이죠. 자자!”

“아, 안녕하세요. 라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긴 제 아내들입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국 태월이 먼저 바비큐 한 점을 입에 넣고 나서야, 회관 내의 사람들이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관 밖의 주민들도 축제의 음식에 손을 대었다.

“안녕하십니까? 전 이곳의 대장장이 콴도르입니다. 그리고 여긴 아들 내외지요.”

“아네, 반갑습니다.”

“이곳 포목점의 포브루라고 합니다. 가죽을 구해 오시면 제가 비싸게 사겠습니다.”

대장장이를 필두로 개척마을에서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이 태월의 일행과 인사를 나눴다.

마을 주민들도 오랜만에 축제 분위기를 느꼈는지, 여기저기서 춤도 추며 노래까지 불렀다.

그 분위기 속에 태월은 일찍 자리를 비켜주었다.

객점으로 돌아오자, 식당 주인이 태월을 맞이하는데 뭔가 바라는 모양새다.

“저기, 여기에 도축한 것들이 도착해 있습니다. 보관할 방법도 마땅찮은데, 전부 며칠 내로 드실 게 아니라면 저한테 파시는 건 어떻습니까?”

태월도 보관할 방법이 없긴 했다.

정 안 되면 육포로 만들 생각까지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얼마에 사시려고요?”

태월이 팔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식당 주인은 적극적이었다.

개척마을이 넉넉한 살림들은 아니지만, 매일 빵과 수프로 때우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도시에서 상인들이 육류를 가져오긴 하지만, 신선하지도 않았고 가격도 상당히 비쌌다.

결과적으로 식당 주인에게, 상인들이 공급하는 육류가격으로 거래를 할 수 있었다.

식당 주인에게는 대대로 내려오는 보관법이 있는지 양이 많음에도 싱글벙글이다.

“아, 그게 뭔가요?”

“하하, 이거요? 저희 집안의 보물이지요. 이게 있으면 고기를 오랫동안 신선하게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태월이 보게 된 건 금속판 같은 데 새겨진 기이한 문자들이었다.

지구에서는 보지 못한 그런 언어였다.

그런데 그 글자 속에 어떤 기운이 느껴졌다.

“법술 글자를 처음 보시나요?”

“뭐, 아시다시피 집안이 외부와 단절하다시피 살아서요.”

촌장과 나눴던 태월의 집안 이야기는 이제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태월이 보기에 그 글자들은 모산파의 술법과 유사한 체계였다.

‘오! 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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