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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의 재능을 삼켜라-178화 (178/250)

178화. 이토 타쿠야

이토 타쿠야를 첫 표적으로 삼은 것은, 골동품 감상을 자신만 은밀히 즐기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건이 정상적인 경로로 수집된 게 아니라, 밀수나 도굴품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장물도 상당했다.

“선조 때부터 장물아비 출신인 것도 독특하고 말이야. 그리고 진품을 위작과 바꿔치기 하는 짓도 자주 했다지.”

“품성에 문제가 있는 자네요? 그럼 털어 버림 되네요. 장물이라 공개도 못 하는 데다가 위작 바꿔치기한 짓이 있어서, 도난 품목 작성도 제대로 못 할 거 같은데.”

“이번 일은 나와 아진이 다녀올게. 변신 스카프로는 외모를 바꿀 순 없으니.”

태월의 말대로 아샤의 외형은 아시아인과 달라 멀리서 봐도 표가 난다.

변신 스카프는 단지 복장을 바꿔주는 것일 뿐이다.

태월은 변신 가면으로 얼굴을 바꾼 후 행동이 편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아진은 몸에 달라붙는 닌자 복장으로 변신한 이후였고.

태월의 머리 5m 위로 루루가 날개를 퍼덕이며 대기하고 있다.

그런데 루루의 몸 크기가 전과 달리 절반 크기인데, 꼭 비둘기 형태였다.

“저 의뭉스러운 놈. 몸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건 나도 몰랐네. 그런데 빨간 비둘기가 있긴 하나?”

“아리랑도 몸 크기 바꾸는 게 가능하다잖아요. 굳이 쓸 필요 없어서 안 하는 것일 뿐.”

“아리랑은 아샤랑 있도록 하고, 이만 움직이자.”

태월이 비조처럼 솟구쳐 담을 넘었고, 그 뒤를 따라 아진도 같은 몸놀림을 구사했다.

사전에 조사된 방범 시스템을 숙지한 터라 외부에서 문제 되는 건 없었다.

‘3층 왼편에 살짝 창문이 열린 거 보이죠?’

‘어, 그러네. 3층이라 안심하고 있나 보네.’

‘제가 안을 더 살피고 올게요.’

태월과 아진은 루루의 텔레파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CCTV를 피해 화단 옆으로 몸을 숨겼다.

루루가 3층 창 앞에서 기웃거리더니, 참새로 변해 그 속으로 쏙 들어갔다.

‘어머, 빨간 참새 너무 귀엽네요.’

‘더 작은 새도 있으려나? 하긴 흔한 참새가 낫긴 하겠지만.’

빨간 참새라는데 그걸 흔하다고 여기는 무신경한 태월이다.

‘여기 웬 여자가 자고 있는데요? 시각 공유시켜 드릴게요.’

루루의 시선에 보이는 여자를 보던 태월은 그녀가 누군지를 알 수 있었다.

‘애첩 루코네? 오늘은 따로 자나? 아니면 어딜 간 건가?’

태월이 이토의 정보를 거의 알긴 하지만, 오늘 일정에 대해선 모르고 있다.

단지 전날까진 집에 있었다는 것만 알 뿐이다.

아카의 인공위성을 이곳에 집중시켰다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아카의 인공위성은 지금도 다른 일로 바쁘다.

태월과 아진은 벽호공을 기초만 수련했지만, 3층 높이 정도는 암벽등반가보다 더 빠르게 오를 수 있었다.

안드레이 볼코프에게 배운 대로 잘도 올라 창 너머로 들어갔다.

태월은 이토 타쿠야의 얼굴로 변신을 다시 한 후에 그녀를 살짝 깨웠다.

체형이 다르지만 태월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으음, 어? 당신, 오늘 도쿄의 모임에 가지 않았나요? 아침에 올 거라더니?”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있었던 덕에 체형이 다르다는 걸 느끼지 못한 루코다.

그리고 잠도 완전히 깨지 못한 상태기에 민감하지도 못했다.

태월은 그녀의 입에 손가락을 대고는 말을 그만하란 제스처를 보냈다.

손가락이 다르다는 걸 느꼈는지, 눈이 커지던 루코는 코에 닿는 수면 액에 다시 잠들어 버렸다.

“이 여자 복장으로 변신해봐.”

태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아진은 전혀 다른 행동을 했다.

루코의 옷을 벗기더니 그냥 위에 걸쳤다.

변신 스카프는 스스로 알아서 몸 피부처럼 변해버렸다.

“이렇게 해도 되잖아요?”

“뭐, 그렇긴 한데. 너무 속이 비치는 잠옷이네?”

“여름 여자 잠옷이야 대부분 다 시스루잖아요. 시원하고 좋기만 한데요 뭐.”

“그런 거 정도는 나도 알아. 단지 속옷도 안 입었단 소리지. 뭐 상관은 없으려나?”

“가슴 쪽이 좀 다르긴 하지만 자세히 봐야 알아요.”

아진이 루코보다 가슴 크기가 조금 더 크다.

어깨를 으쓱한 태월은 방을 둘러보다가 문밖으로 나섰다.

이 집에는 나름 첨단 기술을 이용한 무인 경비체제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경비 자체가 없는 이유는 바로 이토의 애첩 루코 때문이다.

이토 타쿠야는 자신의 여자 몸을 타인이 보는 걸 굉장히 거북해하는 성향이었다.

‘어, 저기 있네?’

태월은 품에서 마취 총을 꺼내 바로 쏴버렸다.

-푸슝! 끅?

3층서 졸고 있던 셰퍼드가, 문 열리는 소리에 눈을 뜨다 말고 마취 탄에 맞은 것이다.

입을 벌려 짖으려는 걸 아진이 채찍을 휘둘러 셰퍼드의 주둥이를 감아버렸다.

“3층은 이놈 하나뿐이고. 2층과 1층 두 마리만 남았군.”

“두 마리는 제가 해결해볼게요.”

아진이 앞장서서 아래로 내려갔는데, 그녀를 본 셰퍼드가 갸웃거릴 뿐 짖지를 않았다.

루코의 옷에서 나는 냄새로 인해 잠시 혼동이 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2층과 1층 셰퍼드는 쉽게 재울 수 있었다.

“이놈들만 안 짖으면 경보음이 울리지 않는 게 오히려 허점이라더니.”

“바로 지하로 내려갈 거죠?”

“정보에 의하면 다른 데는 굳이 둘러볼 필요가 없잖아. 다른 보안 시스템이 또 있을지 모르는데, 쉽게 쉽게 가야지. 루루는 밖으로 나가 경계를 서도록 해. 그리고 지하실 앞장은 내가 설게. 아진은 내 몸짓만 그대로 따라 해.”

태월이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서 지그재그로 발을 디뎠다.

무턱대고 내려가다간 또 보안에 걸리게 되어 있었다.

통로를 지나 철문 앞에 선 태월은 초창기에 얻었던, 털이범의 재능을 사용해 쉽게 잠긴 걸 해제했다.

-철컹!

“오, 몇 번 안 해봤는데 내가 재능이 있나 봐. 그런데 지하가 생각보단 쾌적하네? 깔끔하게 보관하고 있었군. 대체 이게 몇 점이야?”

“한 30평은 되는 거 같아요. 환기에 무척 신경 썼나 봐요.”

“여기 지하까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야. 전시 방식에 다른 보안이 숨어있는지는 나도 모른단 소리지.”

“아침을 8시로 잡는다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3시간 정도예요.”

“완전히 빠져나가는 여유시간까지 하면 2시간 내로 해야겠군.”

태월은 가까이에 있는 고려청자 추정품을 들어 올리려다가 손을 멈췄다.

“이놈 주도면밀하네? 이 받침대가 수상해.”

태월이 갸웃거리며 그걸 자세히 살피면서 머릿속에 있는 지식들을 끌어모았다.

“이거 새로 나온 신형인데? 이걸 빼내면 신호가 울려. 같은 무게의 물건을 올려놓지 않으면 들통나는 거지.”

태월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른 골동품들도 살폈다.

“전부 무게가 다른 식이야. 전부 함정투성이네. 이놈 성격이 문제 있네.”

집주인의 철통 보안을 성격파탄자로 몰아가던 태월은 어깨를 으쓱여본다.

“들키는 걸 가정해야겠어. 이곳이 외곽이라서 보안회사에서 오는 게 최소 15분은 걸린다고 했으니. 5분 내로 이걸 다 쓸어버리자고.”

합법적인 물건들이 아니라서인지, 경찰서와 연결을 하지 않은 이토 타쿠야다.

태월과 아진은 그때부터 공간 배낭으로 물건만 빼내 그대로 입고시켰다.

미세한 경보음이 울리고 있었지만, 신경을 쓰지 않는 둘이다.

“오빠! 4분 지났고 이제 1분 남았어.”

“다 넣었고 이제 이 금고만 남았네? 에이, 쉽게 가야지.”

금고를 열려던 태월은 손을 멈추고, 그걸 통째로 공간 배낭에 입고시켜버렸다.

어림잡아도 금고 무게만 200kg은 되었다.

금고와 연결된 신호선들을 다 잘라버린 상태다.

“크큭! 이제 끝났다. 빠르게 나가자.”

태월은 아진과 함께 3층으로 빠르게 이동한 후, 창을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는 비조처럼 다시 날아올라 5m의 담을 빠져나왔다.

텔레파시로 아리랑과 교신했던지라, 차는 바로 아래에 대기하고 있었다.

“이제 끝났어! 출발!”

“이제 5분 남았어요.”

이토 타쿠야의 저택으로 가는 길은 양방향이었다.

태월의 차량은 5분 후 들이닥칠 보안회사 차량과 마주침 없이, 여유 있게 그 반대 길로 빠져나갔다.

“야마다 히야사스의 집은 계획을 바꿔 낼 턴다. 일단 배낭 속 물건부터 옮겨 놔야 해. 이토의 소장품이 예상보다 더 많았어. 거의 두 컨테이너 분량이야.”

“마스터! 그럼 지금은 어디로 갈까요?”

“사토 유마의 안가가 근처에 있나?”

“30분 거리 정도에 하나 있습니다.”

“그럼, 그리로 가자.”

“네, 마스터!”

태월은 사토 유마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하고는 그 안가로 향했다.

안내인의 말대로 30분 정도가 걸린 후, 차는 상가 건물로 들어섰다.

“이곳 상가가 사토 님이 가진 안가 중 하나입니다.”

“여기 다른 상인들도 있지 않나?”

“안심하셔도 됩니다. 전부 사토 유마 님이 거둔 자들인데, 이곳에서 상인 행세를 하고 있지요.”

고개를 끄덕인 태월은 안내인을 따라갔는데 1층의 작은 창고였다.

“엥? 이게 비밀 아지트라고?”

“하하, 이건 위장용이죠. 4층이 안가입니다.”

“무슨 안가가 4층에 있어?”

“겉으로 보기엔 이곳에 엘리베이터가 없지만, 4층으로 직통하는 이곳이 출입구지요.”

안내인이 작은 문을 다시 열자 그곳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그렇게 4층으로 오른 태월은 호텔의 스위트룸과 유사한 공간에 안내되었다.

“이곳을 쓰시면 됩니다.”

“오, 이것도 나름 반전이네. 하하, 오늘 수고했어. 오후 1시쯤 보자고.”

“네, 쉬십시오. 그런데 식사는?”

“우린 따로 가지고 왔으니 걱정하지 말고. 본인이나 잘 챙겨 먹도록 해.”

“그럼 1시에 뵙겠습니다.”

안내인이 가고 나자, 태월은 침대에 덜렁 누웠다.

“오빠? 안 씻어?”

“둘이 먼저 씻어! 씻고 나면 뭐라도 먹자. 좀 출출하긴 하네.”

“알았어요.”

아샤와 아진이 함께 씻으러 들어간 사이에 태월은 몸을 일으켜 대형금고를 벽 쪽에 꺼내 세웠다.

그리고 5분간이나 시간을 들여 금고 잠금장치를 완벽하게 해제했다.

“5분이라, 이 정도면 전문가쯤 되려나? 이 안에는 무엇을 숨겼을지 궁금하네.”

태월은 금고 문을 천천히 열었다.

“흠, 절반이 서류하고 서책들인가?”

그 외엔 절반이 금괴였다.

그중 몇 개를 꺼내 내용을 들춰봤다.

“토지문서? 그리고 일기장들이네. 이건 조선 시대 이전 이야기 같은데.”

태월은 금괴에 그리 관심이 없다.

돈이야 널리고 널린 터라 서류와 책자에만 관심이 갔다.

그러다가 보자기에 싸인 책자 사이에서 지도 같은 걸 발견했다.

“요괴들의 천년 무덤?”

“어머, 요괴도 무덤이 있어요?”

책자들을 살펴보는 사이에 아샤와 아진이 씻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 너희 옷이나 입고 그러고 있지?”

“에이, 새삼스럽게 뭘 그래요. 그런데 그 천년 무덤은 뭐예요?”

아샤와 아진이 태월의 침대 양쪽에 앉으며 물어온다.

양쪽에서 향긋한 체형이 태월의 콧속을 자극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태월도 평범한 남자처럼 느낄 건 느끼고 있기에 반응이 일어났다.

태월은 자신의 변화에 픽 한 번 웃고는 마음을 다스렸다.

“지도 하단에 써진 내용으로 보면, 1천 년 전에 요괴들 간에 큰 싸움이 있었다고 하네. 그 장소인가 봐.”

“오빠! 우리 거기를 탐험하자!”

“헐, 지금 우리 계획은 어쩌고!”

“그건 나중에 하고 일단 천년 무덤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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